이용규-정근우, 한화에서 엇갈린 국가대표 테이블세터의 명암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2019. 3. 1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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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제공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2013시즌 42승85패1무로 최하위에 그친 한화가 그 해 겨울 돈보따리를 과감하게 풀어헤쳤다. 이용규와 정근우를 나란히 FA 영입하며 전력 보강의 의지를 드러낸 것.

하지만 이들의 FA 첫 계약 기간인 4년 동안 한화는 여전히 가을 무대를 밟지 못했다.

물론 팀 성적과 별개로 두 선수 모두 팀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던 것은 사실이다. 정근우는 4시즌 동안 494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3할1푼2리 47홈런 244타점 384득점 81도루 OPS(출루율+장타율) 8할4푼5리를 기록했고, 이용규도 398경기 타율 3할2푼2리 7홈런 115타점 285득점 71도루 OPS 8할4리의 성적을 냈다.

결국 한화는 정근우, 이용규와 계속해서 한솥밥을 먹는 결정을 내렸고, 2018시즌에는 마침내 꿈에 그리던 가을 야구를 경험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시점을 전후로 국가대표 테이블세터로서 오랜 기간 함께 묶여왔던 두 선수의 운명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한화는 먼저 2017시즌 종료 후 두 번째 FA 요건을 충족시킨 정근우와 2+1년 총액 35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구단이 주전급 뎁스 강화라는 뚜렷한 목표를 설정했고, 1982년생인 정근우의 노쇠화에 대한 우려도 있었기 때문에 계약 과정에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펼쳐진 것은 사실이다.

실제 정근우는 2018시즌 전반기 동안 단 49경기 출전에 그쳤으며, 타율 2할7푼3리 3홈런 21타점 20득점으로 성적 역시 초라했다. 무엇보다 역대 최고의 2루수로 평가받아온 그였지만 2루수 수비 불가 판정을 받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외야에서마저 아쉬운 모습을 노출했고, 결국 1루수로 또 한 번 자리를 옮겨야 했다.

하지만 정근우는 포지션 변경, 2군행 통보 등 코칭스태프의 지시를 묵묵히 받아들였고, 결국 실력으로 본인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팀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수했고, 후반기 53경기 타율 3할2푼9리 8홈런 36타점 43득점으로 성적으로도 부활의 날개를 폈다.

2019시즌 스프링캠프지에서도 정근우는 1루수 미트 뿐 아니라 외야 글러브까지 챙겨오는 등 일찌감치 코칭스태프가 바라고 있는 점을 읽어냈다. 그 결과 중견수로서 또 한 번의 변신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고참으로서 선수단 분위기를 솔선수범 이끌기도 했다. 한용덕 감독이 스프링캠프 내내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부분이다.

한화 이글스 제공

정근우가 팀을 위한 희생과 헌신의 아이콘으로 자리잡는 동안 이용규는 어느덧 한화와의 결별 수순을 밟고 있는 분위기다.

이용규 역시 정근우 못지않게 근성 있는 모습, 몸을 사리지 않는 과감한 플레이를 앞세워 그동안 한화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선수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2017시즌 부상으로 57경기 출전에 그쳤고 최악의 성적을 냈을 때에도 FA 재수 및 자진 연봉 삭감(9억원→4억원)을 요청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8시즌에도 3할 타율에 미치지 못하는 등 베스트 성적을 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데뷔 이후 가장 많은 134경기를 건강히 소화하며 2017시즌보다 확실히 반등한 모습을 보였고,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힘을 보탰다.

하지만 FA 시장에서 베테랑들에 대한 찬바람이 지속적으로 불면서 이용규도 진통 끝에 2+1년 최대 26억원이라는 100% 만족하기 어려운 조건에 두 번째 FA 도장을 찍어야 했다.

계약을 마친 시점까지는 이용규 역시 “프로 선수로서 내 가치를 증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다시 팀에 합류한 만큼 우리 팀의 가을 야구를 위해 한 발 더 뛰는 선수가 되겠다”는 든든한 각오를 한화 팬들에게 전해왔다.

하지만 문제가 터졌다. FA 계약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 개막을 한 주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트레이드를 요청한 것이 드러나면서 수많은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용규가 트레이드 요청 이유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만큼 섣불리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한화 코칭스태프가 그의 타순을 9번으로 내리거나 좌익수로 포지션을 옮기게 한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있다.

실제 한용덕 캠프 기간 중 “이용규는 테이블 세터 쪽에 매력이 있던 선수지만 최근에는 그 매력이 다소 반감된 것도 사실이다”며 다소 냉정한 평가를 남긴 바 있다.

물론 이용규의 9번 배치가 그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결정은 아니다. 한 감독은 트렌드에 맞춰 장타력을 갖춘 송광민 등을 2번에 배치해 상대를 더욱 압박해볼 계획임을 밝힌 뒤 “하위 타선 쪽에 끈끈한 맛이 떨어지는 편이었는데 용규가 콘택트가 되는 타자이기 때문에 9번에 배치한다면 1번과의 연결도 매끄러워질 수 있다”며 여전히 이용규에게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용규가 2014시즌 이후 9번 타자로 들어선 경험(19타석)이 거의 없다는 것은 한용덕 감독도 알고 있는 부분이다. 단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을 뿐 이용규에게 내심 바랐던 부분이 지난해 정근우가 보여준 팀을 위한 헌신,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결국 본인의 가치를 당당히 입증하는 모습이었을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이용규가 트레이드를 요청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갈등 요인이 전혀 다른 곳에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나타난 부분으로만 상황을 판단할 수밖에 없는 팬들 입장에서는 이용규의 이번 트레이드 요청이 서운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어떤 이유가 됐든 정근우가 지난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도 팀 전체를 위해 희생 정신을 발휘한 것과는 너무나 극명하게 대조되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한화는 현재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과 관련해 면밀하고 신중한 상황 파악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어떤 이유가 됐든 언론을 통해서 갈등 소식이 알려지게 된 만큼 봉합은 쉽지 않아 보인다.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yuksamo@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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