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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Futures] 경찰 야구단 김호령

대단한미디어 입력 2019.03.2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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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제행 열차의 마지막 탑승자

14년간 프로 야구 선수들의 군 복무 이행을 책임지며 한국 야구 발전에 이바지한 경찰 야구단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역사 뒤편으로 사라진다. 정부의 의경 폐지 방침에 따라 산하 스포츠 단체인 경찰 야구단도 폐지가 확정된 것이다. 많은 야구인이 폐지 기간 유예를 위해 힘썼지만 이미 거세진 흐름을 막기란 역부족이었다. 제대로 목소리를 내보지도 못하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유승안호 경찰 야구단에는 마지막 기수인 11기 선수들이 남아있다. 자신들의 존폐를 놓고 언론과 정부가 앞다퉈 견해를 밝히지만, 정작 그들의 내일은 아무것도 보장된 게 없다. 이토록 혼란한 와중에도 묵묵히 야구를 하며 아픔을 감내하는 스무 명의 선수를 대표해 벽제행 열차의 마지막 탑승자, KIA 타이거즈 김호령과 얘기를 나눠봤다.



2018시즌 퓨처스 성적

92경기 193타수 44안타 12홈런 32타점 40득점 0.228/0.492/0.297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소경화 Location 벽제야구장



#전하지 못한 속내

<더그아웃 매거진>과 두 번째 만남이다. 2년이란 시간이 흘렀는데 본인이 생각할 때 무엇이 가장 달라졌나.

이곳에서 운동만 하다 보니 확실히 힘이 세졌다. 그리고 식당 밥이 워낙 맛있어서 살도 붙고 몸이 좋아졌다.

제대를 기다리는 팬이 많다. 유독 김호령의 군 시계는 더디게 흘러가는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 불안하다. 변화된 모습으로 나가야 하는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걱정이 크다.

입대 후 생활은 어땠나. 금방 적응했는가.

선임들도 잘해주시고 딱히 힘든 게 없어 적응을 빨리했다. 운동만 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준 사람이 있다면?

처음 왔을 때 (정)수빈이 형과 룸메이트를 했다. 옆에서 생활부터 운동까지 하나하나 가르쳐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

룸메이트로 있을 때 둘의 궁합은 어땠나.

평소 성격이 조용한 편인데 수빈이 형도 나와 성향이 비슷해서 잘 맞았다.

경찰청이 올해부터 선수 선발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즉 마지막 열차에 가까스로 탑승한 것이다. 2015 전체 신인 중 꼴찌로 지명되기도 했으니 ‘마지막’과 연이 깊다.

그러게 말이다. 어쩌다 보니 또 마지막인데,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 우리가 마지막이라는 것에 아쉬움이 크게 느껴진다. 더는 후임이 뽑히지 않는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슬프지만 그만큼 남은 시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프로 야구 선수의 병역 문제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대한민국의 성인 남자로서 당연히 이행해야 하지만 프로 선수의 신분이기에 안타까운 것이 사실이다. 운동과 병역 의무를 병행할 방법이 상무 야구단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이곳에서 훈련함으로써 선수의 기량이 크게 증가하고, 국가대표 배출로 국위 선양까지 이어졌는데 이러한 순기능이 덜 인정받지 않았나 싶다.

지난 11월 14일, 정수빈, 허경민, 안치홍, 김상수 등이 청와대 앞에서 경찰청 선수 수급 중단 철회를 호소했다. 보면서 어땠나.

동기들과 기사로 확인했다. 형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고마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씁쓸했다. 철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더 아쉬웠다.

현재 경찰 야구단에 남아있는 외야수는 3명뿐이라 부상에 대한 부담도 크겠다.

안 그래도 부상 걱정이 가장 크다. 그래도 (고)장혁이 형을 비롯한 다른 형들이 외야수를 같이 볼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건강하게 올해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단단히 준비하고 있다.

KBO 연합팀이 2018 아시아 윈터 베이스볼에서 고전했다. 그때의 상황은?

일본 사회인 야구팀에 패배하며 최종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확실히 실수가 잦았다. 다른 팀에 비해 기량이 떨어진다는 것을 실감했다.



#타이거즈를 호령할 기대주

유승안 감독의 지도 스타일은 어떤가.

두루두루 공평하게 기회를 주신다. 선수에게 꾸준히 시합에 나가는 것만큼 큰 즐거움이 또 어디 있겠는가.

2018시즌을 돌아볼 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퓨처스리그에서 우승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지금과 달리 아무 걱정 없이 행복했다.

홈런이 부쩍 늘었다. 12홈런을 기록했는데 장타율을 특별히 신경 쓰는 건가.

신경을 안 쓴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막상 시합 때는 장타만 노리고 있을 정신이 없다. 1군 구장보다 규모가 작다 보니 많이 나온 거지 온전히 내 실력이라고 얘기하긴 힘들다.

그에 반해 타율과 삼진 비율이 아쉽다. 기존에 콘택트형 타자였기에 더 그렇게 느껴진다.

최대한 삼진을 덜 당하려 노력하고 출루에 초점을 맞추는데도 타석에만 서면 치고 싶다는 욕심이 강해져 안 좋은 공에도 방망이가 나갔다. 아직 마인드 컨트롤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찰 야구단 출신 선수는 대개 많은 것이 바뀌어 돌아온다. 달라질 부분을 팬들에게 미리 스포일러 해보자.

스스로 생각할 때 나의 가장 큰 문제는 타격이었다. 제대 후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지만 팀에서 환영 받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매일 타격 훈련을 하며 노력하고 있으니 기대해주시면 좋겠다.

경찰 야구단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 한 가지만 소개해 달라.

모두 장난기가 넘쳐서 매일 재미있다. 한 가지만 꼽을 수 없다.

입대 동기인 서예일과 같은 동국대 출신이다. 한 학년 선배로서 서예일은 어떤 후배인가.

(서)예일이의 인터뷰 내용을 살짝 들었는데 나한테 당한 게 많다고 하더라. 예일이가 장난을 많이 쳐서 같이 맞춰준 건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섭섭하다. 장난을 괴롭힘으로 받아들였다니…. (한숨)

생활관에서는 보통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나.

운동선수끼리 동고동락하다 보니 생활 패턴에 운동밖에 없다. 시간 날 때마다 운동하고, 그러다 보면 피곤해져서 자고. 계속 반복이다. (야구가 늘 수밖에 없겠다.) 그렇다. 나도 얼른 늘어야 할 텐데 고민이 많다.

평소 팬들에게 살갑게 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호령에게 팬이란?

없어선 안 될! (웃음) 팬이 있어야 프로 선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없으면 안 되는 존재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 고마운 분들이다.

언제 팬들의 사랑을 실감하는가.

입대했는데도 불구하고 잊지 않고 찾아와주실 때 사랑받는 걸 실감한다. 앞으로도 계속 찾아주시면 바랄 게 없겠다.



#성실함을 무기로 높은 곳까지

한 걸음 밖에서 보는 KIA는 어떤 팀인가.

타격이 좋은 팀? (웃음) 우리 팀이라 그런 게 아니라 모든 면이 다 좋다.

올해 8월 전역이다. 바로 1군에 합류할 수 있으리라 예상되는데 각오가 있다면?

만약 합류한다면 뭐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수비도, 타격도 최대한 끌어올려서 팀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

가장 보고 싶은 동료는?

(최)원준이가 가장 보고 싶다. 워낙 친했다.

팬들이 모르는 본인의 허점이 있다면?

건망증이 심해서 뭐든 잘 깜빡깜빡한다. (팬들 이름은 기억하나.) 당연하다! 많이 와주시는 분들은 다 기억한다.

스물여덟이다. 빼도 박도 못 하는 이십 대 후반이 됐는데 기분이 어떤가.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라는 생각에 조급한 감정이 든다. 마음은 아직 이십 대 초반인데 나이는 스물여덟이라니 새삼 세월의 속도를 실감하고 있다.

원숭이띠 친구들에게 새해 덕담 한마디 남겨보자.

이제 이십대 후반인데, 서른이 되기 전까지 이루고자 하는 것들 꼭 이루길 바라고 몸 건강히 잘 지내자!

당장 오늘 하루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얼 하고 싶나.

게임을 좋아해서 피시방에 가고 싶다. (어떤 게임을 좋아하나.) 배틀그라운드를 자주 한다.

다시 태어나면 야구를 한다? 안 한다?

예전부터 생각해봤는데 다시 태어나면 축구를 하고 싶다. 축구 선수를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야구보다 잘할 것 같은가.)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왠지 그럴 것 같다. (웃음)

본인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성실한 선수? (민망) 내 입으로 말하기 쑥스럽다.

‘DUGOUT Futures' 코너에 소개됐으면 하는 선수를 추천해 달라.

삼성 라이온즈 이성규 선수와 NC 다이노스의 (김)태군이 형을 추천하고 싶다. (이유가 있다면?) 야구를 정말 열심히 하고 실제로잘한다. 말하고 보니 둘 다 경찰 야구단이다. (머쓱)

최종적으로 어떤 야구 선수가 되고 싶은가.

야구도 잘하지만 성실한 선수로 기억됐으면 한다. 나한테는 성실성이 가장 중요하다. 매년 꾸준히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저 멀리 광주에서 기다리고 있는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제대 후 과연 제가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큽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기대해주시고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곧 뵙겠습니다!

***

2005년 12월에 창단해 수많은 스타 선수를 육성해낸 경찰 야구단은 더 이상 선수를 받지 않는다. 그리고 남아있는 11기는 오는 8월 12일 모두 전역한다. 완전한 이별이 예고돼있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헤어짐이 있으면 새로운 만남이 있는 법. 이제 선수들은 각자의 구단으로 돌아가 잠시 비워놨던 자신의 자리를 되찾고 또 다른 시작을 위해 힘차게 발을 내디뎌야 한다. 경찰 야구단 김호령이 아닌 KIA 타이거즈 김호령의 앞길에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이것 하나만큼은 기억하자. 팬들은 고무신을 절대 먼저 거꾸로 신지 않는다. 그가 광주로 돌아가서 보여줘야 할 첫 번째 행보는 1년 8개월 동안 기다려준 팬들에게 꽃신을 선물하는 일이다. 부디 이 모든 일이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더그아웃 매거진 95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9년 95호(3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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