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People]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

조회수 2019. 4. 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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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팬, 최고의 선수

5년 만이다, 그를 다시 만난 건. 2014년 2월 호의 표지를 장식한 전준우와의 재회를 위해 <더그아웃 매거진>은 꼬박 5시간이 걸려 김해 상동 구장으로 향했다. 다시 만난 그의 모습은 새삼 세월의 속도를 실감케 했다. “그땐 많이 어렸다”며 운을 뗀 전준우는 “군대에 다녀온 뒤 스스로 성숙해졌음을 느낀다”라고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어느덧 팀의 고참이 된 그는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켠 거인 군단의 새로운 해결사가 되기 위해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최고의 팬을 보유한 명문 구단의 이름에 먹칠하고 싶지 않다며 올 시즌 최고의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는 그의 목소리에 근거 있는 확신이 묻어있었다. (3월 13일 인터뷰)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소경화 Location 상동야구장


#변화 앞에 만족은 없다

수년간 계속된 타고투저 현상으로 골머리를 앓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새로운 공인구를 내놓았다. 0.4134∼0.4374에서 0.4034∼0.4234로 반발계수를 조정하고 나선 것이다. 미세하지만, 크기와 무게도 바뀌었다. 둘레는 233㎜에서 234㎜로 1㎜ 커졌고, 무게는 1g 늘었다. 실밥 솔기의 폭은 기존보다 넓어졌고 높이는 낮아졌다.

이러한 변화를 두고 현장에서는 홈런 타구의 비거리가 전년 대비 3m 정도 감소해 팀 홈런 역시 약 20%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지난 3월 12일, 2019시즌의 첫 시범 경기가 시작되며 새 공인구가 베일을 벗었다.

‘딱!’ 소리와 함께 상동 구장을 찾은 1,000여 명의 시선이 일제히 좌중간 담장을 향했다. 의심의 여지없이 완벽히 넘어간 홈런의 주인공은 ‘월드 스타’ 전준우였다. 3번 좌익수로 출장한 그는 2-1로 앞선 3회 말 무사 1루에서 NC 다이노스의 선발, 구창모를 상대로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팀의 첫 홈런이자 전문가의 예상을 완전히 깨는 묵직한 한방이었다.

오키나와 캠프에서도 맹타를 휘두르며 올 시즌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렸다. 3년 연속 커리어하이를 기대할 만한 것인가.

매년 작년보다 잘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만족하면 떨어진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무조건 한 단계 더 올라가고자 한다.

테이블 세터를 맡은 2018시즌과 달리, 2019시즌은 클린업 트리오의 선봉장인 3번 타순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부담은 없나.

몇 번에서 치든 상관없다. 지난 후반기에도 3번에서 쳤다. 점차 익숙해지리라 생각한다.


#공부하는 야구선수

지난 시즌을 떠올리던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머금어졌다. 그럴 만도 했다. 144경기 전 경기 출장, 3할 4푼 2리의 타율, 33홈런, 90타점, 118득점으로 펄펄 날았고 구단이 선정한 MVP와 데뷔 첫 골든글러브 수상으로 화려한 마침표를 찍었다. 팀 전체 고과 1위 연봉은 당연한 순서였다. 미소도 잠시, 그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진지한 눈빛으로 입을 뗐다.

늦었지만 골든글러브 수상 축하한다.

고맙다. 작년은 내게 너무도 중요한 해였다. 악착같이 했더니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내 야구 인생에서는 이미 지나간 시즌이다. 남들은 최고의 해를 보냈다고 말하는데 나는 매일 앞만 보기도 벅차다. 거쳐 가는 과정일 뿐, 과거에 얽매여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에 올해 성적이 더 중요하다.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올해 프로 데뷔 12년 차다. 조금 긴장을 놓을 법도 한데, 그러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야구선수 전준우는 냉정하게 볼 때 모자란 선수다. 우리 팀에는 (이)대호 형을 비롯한 좋은 선수가 많다. 그들을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는 생각에 하루도 게을리할 수 없다. 또한, 팀의 고참으로서 아직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것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가오슝 캠프에서 멘탈 트레이닝 코치인 이한우 동의대학교 스포츠심리학과 교수와 상담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어떤 대화를 나눴나.

올해 어떻게 하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지에 관한 내용이다. 작년부터 교수님과 비슷한 맥락의 대화를 나누며 입 밖으로 고민을 털어냈더니 마음이 한결 편하다. 실제로 큰 도움이 된다.

지난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30홈런을 넘겼다. 전준우 앞에서는 나이도 무용지물인가 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내기 위해 잘 치는 선수들의 영상을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 것이 숫자로 나타났다. 나이로 야구하는 게 아니기에 계속 노력하고 공부하면 큰 발전을 이루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특히 노볼 투 스트라이크 이후의 장타 생산이 인상적이었다. 볼 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심리적으로 위축되면 타격에 그대로 나타난다. 정확하게 치려고 집중한 것이 괜찮은 타구를 만들어냈다. 그저 운이 좋았다.


#또 다른 이름 ‘아빠’

겸손한 답변이 돌아올 거란 예상은 했으나 그의 대답은 기대 이상이었다. 전준우는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따뜻한 인성의 소유자다. 이를 뒷받침하는 일화는 무궁무진하다.

서른의 늦은 나이에 경찰 야구단에 입단한 전준우는 특유의 책임감과 자부심으로 8기 주장을 맡아 동료들에게 ‘빅보스’라 불릴 정도로 두터운 신망을 자랑했다. 특히 유승안 감독은 “지금껏 경찰 야구단을 이끌면서 전준우 같은 선수는 없었다”며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마음 씀씀이가 인상적인 선수”라고 그의 리더십을 칭찬했다.

게다가 모 선수는 전준우의 가정적인 모습을 들며 ‘여동생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선수’로 뽑기도 했으니 이보다 더한 칭찬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이를 뒷받침하듯 그는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다. 아내에게 정말 감사하다. 항상 뒷바라지로 고생이 많은데 이 자리를 빌려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히며 사랑꾼의 면모를 보였다.

스물일곱이라는 이른 나이에 한 결혼, 두 아이의 아빠이자 아내의 든든한 남편인 그가 샛길로 빠지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는 데는 ‘가족’이라는 원동력이 있었다.


2017년 겨울, 슬하에 1남 1녀를 둔 아버지가 됐다. 작년의 활약은 분유 버프의 힘인가.

(미소) 아이들은 내게 힘이 되는 존재다. 딸이 구장에 자주 오는데,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게 된다. 또 아들이 태어나니 더 힘이 나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얼마 전 MBC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딸 하윤 양과의 영상 통화가 전파를 탔다. 영락없는 딸바보의 모습이다. 아이들에게는 어떤 아빠인가.

매년 원정 경기와 전지훈련으로 자리를 자주 비워 집에 있을 때만큼은 아이들이 원하는 걸 해주려고 한다. 시간적인 한계가 있어 아쉽다.

평소 육아에 신경을 쓰는지 궁금하다.

와이프 성에는 안 차겠지만 최대한 옆에서 도와주려고 한다. (웃음) 아기들이 지금 정말 예쁘다. 그래서 경기가 끝나면 바로 집에 가고, 주말에도 집에 붙어있는 편이다.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아들이 커서 야구를 한다고 한다면?

글쎄, 그건 좀 봐야겠다. 가능성이 있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없다 싶으면 빨리 이야기해서 다른 쪽으로 전향시킬 생각이다.


#책임의 무게

아이들 이야기에 자동으로 무장 해제되는 그의 또 다른 이름은 ‘아빠’였다. 하지만 이내 진중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어깨 깡패’라 불릴 만큼 넓은 어깨 위에는 가장의 책임감과 베테랑의 무게가 동시에 실려 있었다.

전준우가 속한 롯데는 최고의 열성 팬을 둔 구단이다. 1991년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한 시즌 100만 관중 입장을 달성했고, 2009년에는 단일시즌 역대 최다 관중 기록에 해당하는 1,380,018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주황색 봉지의 양 끝을 귀에 끼운 채 신문지를 들고 ‘부산갈매기’를 연호하는 롯데팬의 모습은 한국 프로야구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롯데가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 구단으로 우뚝 서는데 한몫했다.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이 “부산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다”라고 극찬했을 정도. 롯데의 성적이 도시의 분위기를 좌우하니 부산이 ‘야구의 도시’ 즉 '구도(球都)'라 불리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롯데의 부침과 함께 구도의 흥도 가라앉았다. 130만 관중을 넘길 때가 4차례나 됐지만, 성적 추락에 덩달아 방문객도 감소했다. 지난해 90만 관중 동원에 그친 롯데의 올해 목표는 100만 명이다. 약 11%가 더 경기장을 찾아야 가능한 수치다.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선수단이다. 이에 올 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전준우의 어깨가 더욱더 무겁다.


팀의 베테랑으로서 롯데의 우승을 위한 핵심을 꼽자면?

핵심은 없다. 모든 순간이 중요하다. 야구는 분위기 싸움이다. 나를 비롯한 모두가 균형을 잘 맞춰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 타자가 안 좋을 땐 투수가 막아주고, 투수가 안 좋을 땐 타자가 점수를 내주는 것이 우승으로 가는 유일한 정답이다. 야구에 쉬운 길은 없다.

주축 타자가 모두 30대에 접어들었다. 가능성만 따지면 올해야말로 우승을 위한 최상의 적기가 아니겠는가.

나 또한 올해가 적기라고 생각한다. 가을야구 맛을 본 적은 있으나 최종 단계인 우승의 기쁨은 느껴보지 못했다. 대부분이 30대에 접어든 만큼 기술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져 있는 상태다. 올해는 반드시 도전에 성공해 팬분들에게 기쁨을 안겨드리고 싶다.

우승을 위해 양상문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 2009년 2군 감독 시절 이후 오랜만의 재회다.

반가웠다. 우리 팀의 2군 감독으로 계실 때도, 다른 팀에 계실 때도 좋은 말씀을 종종 해주셨다. 덕분에 전혀 어색하지 않고 모든 게 만족스럽다. 나만 잘하면 된다.

그동안 외국인 선수를 수없이 봐왔다. 카를로스 아수아헤는 어떤 선수인가.

외국인 선수는 결국 적응 싸움이다. 아수아헤는 외국인 선수라 느껴지지 않을 만큼 스스로 팀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우리에게 먼저 다가온다. 하고자 하는 의지와 배우려는 자세가 눈에 보일 정도라 걱정이 전혀 안 된다. 또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라 나 역시 배울 점이 많다. (배울 점이라면?) 가끔 메이저리그 생활을 물어본다. (웃음) 자기 관리도 철저해 ‘이런 점은 꼭 배워야지’라고 속으로 생각한다. 정말 좋은 선수다.

눈여겨보는 후배도 있는지 궁금하다.

작년 신인인 한동희 선수가 준비를 제대로 하고 왔다. 올해 좋은 활약을 보여주리라 믿고 있다.


#현재에 충실할 것

과거를 사는 사람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미래를 사는 사람은 오늘에 충실할 수 없다. 오직 현재를 사는 사람만이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 강력한 현재성으로 매시, 매초를 치열하게 사는 것. 그것이야말로 오늘을 가장 새롭고 젊게 사는 방법이다.

전준우는 현재를 사는 사람이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둔 채 오로지 자신 앞에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한다. 뒤를 보는 사람은 전진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FA 시장에 한파가 몰아쳤다 한들 지난 2년간의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대규모 계약을 기대할 만하다.

주변에서 FA에 대해 말이 많지만 나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고 나중 일이기 때문에 벌써 고민하고 싶지 않다. 현재에 집중하면 좋은 결과는 따라오기 마련이다.

야구가 안 될 때는 어떻게 극복하는가.

당연히 날마다 좋을 순 없다. 모든 건 사이클이 있고 슬럼프도 오는 법이다. 빨리 잊어버리려고 노력하기보단 그저 지나가게 내버려 두는 것이 최선이다. 오직 지금 해야 하는 것만 열심히 하면 어느새 슬럼프는 지나가 있다.

전준우에게 야구란?

초등학교 4학년 겨울에 야구를 처음 시작했다.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는데 여전히 야구를 모르겠다. 그래도 이거 하난 확실하다. 야구선수가 아닌 인간 전준우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다. 평생 함께할 인생의 전부다. 아마 영원히 야구에 매달리지 않을까 싶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야구를 시작하기 전으로 돌아갈 의향이 있는가.

없다. 지금이 좋다.

롯데 자이언츠란 울타리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가족. 힘들 때나 좋을 때나 기댈 수 있는, 내겐 너무 따뜻한 공간이다. 신인 때부터 지금까지 최고의 팬을 가졌다는 자부심을 느끼며 뛰고 있다.


끝으로 팬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반갑습니다. 전준우입니다. 올 시즌도 이렇게 시작됐는데 팬분들이 얼마나 우승에 목말라 있는지 선수단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응원해주시는 만큼 저희도 좋은 성적을 내서 항상 이기는 야구를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올해 목표는 커리어 하이가 아닌 팀의 우승입니다. 많은 분이 기뻐할 수 있는 야구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카르페 디엠(Carpe diem).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자주 외치던 말로 현재에 충실히 하라는 뜻의 라틴어다. 키팅 선생은 영화에서 이 대사를 통해 미래를 위해 현재의 낭만과 즐거움을 포기하는 학생들에게 지금 살고 있는 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일깨워줬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내일만 보고 살고 있다. 당장 어떤 일이 닥칠지도 모르는데 아까운 오늘을 흘려보내고 있다. 로마의 시인 퀸투스 호라티우스 플라쿠스는 말했다. “우리가 말하는 동안에도 아까운 시간은 지나가고 있다오. 오늘을 즐기시오. 내일에 대한 믿음은 할 수만 있다면 접으시오.”

시간은 강물처럼 흘러간다. 우리가 믿는 내일은 결국 오늘이 모여 만든 결과다. 내 인생에 키팅 선생이 없다고 좌절하지 말자. 자신에게 나지막이 속삭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Carpe Diem!


더그아웃 매거진 96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9년 96호(4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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