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훈, 프로축구 최단기간 '70골-70도움'

이태동 기자 2019. 4. 8. 03: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원전서 환상적인 프리킥 골, 통산 351번째 경기 만에 기록.. 이동국 이어 역대 두번째
“내가 왼발의 지배자” - 7일 통산 70번째 골을 넣고 팬들 앞으로 달려가 주먹을 불끈 쥔 염기훈(가운데). 그는 이 득점으로 프로축구 사상 두 번째로 70골-70도움 클럽에 가입했다. /프로축구연맹
후반 추가 시간 1분, 수원 삼성이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프리킥 찬스를 잡았다. 염기훈(36)이 혼자 공 옆에 섰다. 잠시 공을 응시한 그가 날카롭게 왼발을 휘두르자 공이 수비벽을 절묘하게 타고 휘어 왼쪽 골대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팬들은 물론 중계진과 동료들 모두 환호성을 내질렀다. 잠시 머뭇거린 염기훈은 팬들 앞으로 달려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관중석에선 "염기훈은 왼발의 지배자"란 응원가가 울려 퍼졌다. 염기훈이 한국 프로축구 사상 두 번째 70골-70도움을 달성한 순간이었다.

염기훈은 7일 강원FC와 벌인 K리그 원정 경기에서 후반 46분 프리킥 골을 터뜨려 팀의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3호이자 통산 70호 골이다. 이 득점으로 그는 2006년 데뷔 이후 프로축구연맹 주관 모든 대회를 통틀어 351번째 경기 만에 '70-70' 기록(70골 104도움)을 세웠다. 2017년 9월 460번째 경기에서 70-70 클럽에 든 '1호 가입자' 이동국(216골 75도움)보다 109경기나 빨랐다.

염기훈은 고종수 이후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왼발의 달인'이다. 리그 신인상을 받았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도 출전했다. 당시 아르헨티나전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놓쳐 한동안 비판을 받았지만, 지난해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맹활약하며 명예 회복을 예고했다. 신태용 당시 대표팀 감독도 염기훈을 중용할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개막 한 달을 앞두고 갈비뼈가 골절되는 악재를 맞았다. 월드컵 출전은 불발됐고 이후 그의 경기력도 조금씩 하락하기 시작했다.

36세가 되는 올 시즌을 앞두고는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 이때 수원 팬들이 나섰다. 2010년 수원에 입단한 후 팀이 어려울 때 연봉 삭감까지 감수하고 남았던 염기훈을 위해 팬들이 재계약 캠페인을 벌였다. 결국 수원 구단과 2년 재계약을 맺은 그는 "팬들이 만들어 주신 2년에 모든 걸 걸겠다"고 했다.

염기훈은 자신의 말대로 올 시즌 '회춘'한 듯한 경기력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현재까지 3골 1도움으로 팀 내 최다득점 공동 1위다. 3연속 패배로 시즌을 시작한 수원은 최근 2승1무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대기록을 이룬 70번째 골이었지만, 염기훈은 득점 직후 잠시 두 손을 들어 '진정하자'는 제스처를 했다. 그는 "강원도 산불 피해 때문에 자제했다. 피해가 얼른 회복되길 빈다"며 "(장기인) 프리킥으로 기록을 달성해 기분이 좋고 욕심을 부려 80-80 클럽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