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제도 꺾는 최정, 운명이 이끄는 데까지 간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2019. 4. 1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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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 9단(왼쪽)이 정쉬 4단과 일전을 치르고 있다.

“운명이 이끄는 데까지 가 보겠습니다.”

여류 최강 최정 9단이 남녀 통틀어 최강의 자리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다. 비공식전이지만 중국 1인자 커제 9단을 셧아웃시키며 ‘최강 여전사’의 입지를 더욱 굳히고 있다.

지난 6일 막을 내린 제24회 LG배 기왕전 통합예선에서 한국은 16장의 본선 티켓 중 고작 3장을 획득했다. 역대 LG배 통합예선 사상 가장 적은 숫자다. 특히 3장의 티켓 중 2장은 나현 9단이 이창석 5단을 꺾고, 또 백홍석 9단이 윤찬희 8단을 꺾는 등 한-한 대결에서 거뒀을 뿐이다. 거의 대부분은 중국세에 막혀 본선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여자랭킹 1위 최정 9단은 중국랭킹 5위 구쯔하오 9단을 꺾은 데 이어 젊은 강자 정쉬 4단마저 제압하며 유일한 홍일점으로 LG배 본선땅을 밟았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강자들이 모인 가운데 21.9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쾌거다. 제21회와 제22회에 이어 세 번째 밟는 LG배 본선무대이기도 하다.

본선을 확정지은 후 최9단은 “올해 예선에서는 구쯔하오 9단과의 대국이 가장 어려웠다. 지난 21회 대회 때 16강에서 탈락했는데 이번에는 운명이 이끄는 데까지 가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운명이 이끄는 데’가 어디냐는 스포츠경향의 인터뷰에는 “말 그대로 끝까지”라고 했고, 그것이 우승을 의미하느냐는 물음에는 호탕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지난 2016년 안국현·윤준상·원성진·신민준 등 국내 우승 멤버들을 무릎꿇리며 될성부른 떡잎의 면모를 과시한 최정 9단은 지난해에는 중국의 판윈러·타오신란·스웨 등 세계챔프급들을 거푸 굴복시키며 ‘바둑 여제’의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 지난 8·9일에는 중국의 1인자 커제9단과 인터넷 대국을 벌여 커제 9단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기도 했다. 인터넷 대국이라고는 하지만 커제 9단이 대국을 받아들인 것도 이색적이지만, 커제 9단을 꺾은 것은 더욱 충격적이다. 이 때문에 최9단의 승전보는 유튜브에서 인기동영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정 9단

여류 1인자를 넘어 세계 1인자를 꿈꾼다는 최정 9단은 “바둑을 둘 때 성별은 별 관심이 없다. 다만 나보다 잘 둔다고 생각되는 기사를 만나면 투지가 샘솟는다”며 “중국기사 중에는 둬 보지 않은 기사들이 많고 그들을 만나면 되레 편하다”며 ‘중국 킬러’의 당당함을 보여줬다.

한편 이번 LG배 통합예선은 중국에서 13장의 티켓을 휩쓸어 가고 한국은 역대 가장 적은 3장만 손에 넣었다. 한국이 이미 확복한 강동윤·김지석·박정환·이지현·변상일·신진서 9단 등 6장의 시드까지 합해도 현재로서는 9명만 본선 땅을 밟는다.

반면 중국은 통합예선에서 확보한 13장 외에 전기 대회 우승·준우승자인 양딩신·스웨 9단과 국가시드를 받은 커제·천야오예·판팅위 9단 등 무려 18명이 본선 무대에 올랐다. 32강 중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 숫자다. 그 외에 이야마 유타 9단과 장쉬 9단, 쉬자위안 8단 등 일본 출전선수 3명과 대만의 쉬하오홍 5단이 본선 32강 멤버로 확정됐다. 남은 후원사 시드 1명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한·일·대만이 중국에 도전하는 양상이다.

이들 다은달 27일 32강전부터 4강까지 단판 토너먼트로 결승진출자를 가리고, 내년 2월 결승3번기를 통해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우승상금은 3억원이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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