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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Interview] 두산 베어스 고영민 코치

조회수 2019. 4. 15.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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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젯이 돌아왔다

익숙하다. 그러나 다르다. 15년 동안 몸담은 팀에 ‘선수’가 아닌 ‘코치’로 돌아온 고영민. 더는 그의 이름 뒤에 선수라는 호칭이 붙지도, 가제트 형사 주제곡이 흘러나오지도 않는다. 그의 역할은 두산 베어스 팬들이 ‘승리를 위하여’를 목 놓아 부를 수 있도록 선수들을 이끌고 하나로 힘을 모으는 것이다. 이제 선수에서 지도자가 된 ‘고젯’ 고영민이 그라운드에 나선다.

Photographer 박경식, 황미노 Editor 강성은 Location 오키나와 코코가든 리조트


#15년, 그리고

언젠가 두산의 코치를 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고영민은 2016시즌이 끝난 후 팀으로부터 코치직을 제안받았다. 그러나 현역 연장을 원했던 고영민은 이를 거절하고 두산과 작별을 고했다. 결국, 팀을 찾지 못해 KT 위즈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18년 12월, 친정으로 돌아왔다. 두산의 발야구 전성기를 이끌었던 고영민이기에 장점을 살려 1루 주루 코치를 담당하게 됐다.

지난겨울, 두산의 1차 스프링캠프지인 오키나와에 방문했다. 시즌 준비가 한창인 그곳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두산 로고가 박힌 하얀 유니폼을 입고 있는 그의 모습은 3년 전 현역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굳이 다른 게 있다면 백넘버 ‘14’가 아닌 ‘90’이라는 것이다. 점점 선수들을 위한 고민이 많아지는 고영민이다.

KT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하며 <더그아웃 매거진>과 인터뷰를 했어요. 이제 두산 코치로 만나게 됐네요.

반갑습니다. 그게 벌써 2년 전이네요. 이렇게 또다시 인터뷰하게 돼 영광입니다. 기분 좋습니다.

지난 인터뷰에서 “언젠가는 다시 두산에서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왔어요.

그러게요. 저도 생각보다 빨리 왔다고 느껴요. 그 기회가 이때라는 생각도 들고 서로 타이밍이 잘 맞아서 다시 오게 됐어요.

잠시 출가했다 다시 집에 돌아온 느낌은 어떤가요?

15년 동안 몸담은 팀이라 그런지 낯설지 않네요. (웃음) 2015시즌에 선수로 두산에서 우승을 경험했어요. 그때의 기억을 잊지 못해요. 이제는 선수가 아닌 코치로 다시 한번 두산에서 우승을 경험하고 싶어요.

KT에서 첫 코치 생활을 시작했어요. 선수가 아닌 코치로 보낸 2년은 어땠나요?

코치의 역할과 책임에 관해 공부하는 시간이었어요. 활기차고 보람찬 생활이었습니다.


지난 2년간의 코치 고영민에게 몇 점을 주고 싶나요?

100점 만점에 70점이요. (30점을 감점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신인의 마음이에요. 신인 선수는 1군에 오면 더 보여주고 싶은 욕심과 함께 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거든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요. 아직 배워나가는 중이지만 코치로서 부족하다고 생각해 70점을 줬습니다. 앞으로 공부 많이 해서 남은 점수를 채워가려고요.

KT에서 주루 코치뿐만 아니라 2군 수비 코치도 경험했어요.

2군에서는 여러 가지 시프트를 시도하는 것보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을 올리는 것이 더욱 필요해요. 그래서 선수들이 기본기를 갖추고 실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충실했어요.

수비 코치와 주루 코치를 다 경험했는데 둘 중 어느 것이 더 잘 맞나요?

솔직히 수비와 주루 모두 자신 있어요. 타격만 아니면 돼요. (웃음) 타격은 제가 배워야 할 점이 많았는데 야구를 그만둬서…. 수비나 주루는 타이밍 잡는 법도 알고 비결도 있어서 선수들에게 설명해주기 편해요.

그 두 부분에 대해서는 능력을 의심할 여지가 없네요. 코치가 되면 선수들의 훈련을 위해 펑고를 쳐야 해요. 처음일 텐데 힘들지 않았나요?

KT에 있을 때 감독님과 코치님들께서 많이 가르쳐주셔서 통달했어요. (웃음) 다행히 잘합니다. 두산에 와서 김재환과 박건우 선수한테 “혹시 펑고 어땠어?”라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생각보다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펑고를 치는 것과 받는 것 중에 어떤 게 더 편한가요?

아직 선수의 피가 흐르나 봐요. 받는 게 편해요. (속닥)  


#고영민=발야구

‘선수 고영민’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빠른 발이다. 도루하기에 이미 늦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할 때 그는 뛰었고, 2루 베이스를 완벽하게 훔쳐냈다. 상대 투수가 빈틈을 보이면 놓치지 않고 달렸다. 통산 133개의 도루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신들린 듯한 캐치 능력과 이를 따르는 빠른 발 그리고 과감한 시도를 감행하는 자신감까지. 그는 이 모든 자질을 갖춘 ‘뛰는 야구’의 선두주자였다. 도루뿐만이 아니다. 숫자로 기록되지 않지만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주루 능력으로 ‘변태 주루’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데 한몫했다.

그의 마지막 한국시리즈를 기억하는가? 2015년 10월의 마지막 날, 삼성 라이온즈와의 5차전에서 1루수로 선발 출장한 고영민은 3회 말 안타를 치고 출루한 후 후속 타자 김재호의 안타로 3루 베이스를 밟았다. 이어 허경민의 타석. 삼성의 투수 정인욱은 홈플레이트 앞쪽으로 떨어지는 폭투를 던졌다. 그리고 고영민은 3루에서 바로 홈으로 달렸다. 결과는 세이프. 두산의 일곱 번째 득점이었다. 포수의 사정권 안에서 공이 튀었기에 누구도 그 상황에서 홈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고영민’이기에 할 수 있는 ‘고영민’만이 할 수 있는 플레이였다. 이제 그는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본인의 주루 감각을 선수단에 전수하고 있다. 뛰는 것이 단지 빠른 발 하나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란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의 가르침에는 열정이 묻어있다.

주루 감각이 뛰어난 선수였어요. 주루 코치로서 선수들에게 비결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주루는 멘탈보다 타이밍이 중요해요. 눈으로 보면서 느끼고 뛰는 타이밍이 언제인지를 아는 게 필요하죠. 그 부분이 완성돼야 성공 확률이 높아요. 그래서 선수들과 어떤 타이밍에 가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KT 주루 코치 시절 조금은 무리한 플레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어요. 초반에는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 같기도 해요.

선수마다 본인의 능력이 있어요. 그걸 고려해 돌린 거예요. 타격은 치면 끝나지만, 주루는 볼이 넘어와도 끝나지 않는 상황이 될 수 있어요. 수비수가 공을 놓쳐서 뒤로 빠지거나 잘못 던지는 돌발 상황이 생길 수 있고요. 그래서 끝까지 뛰어달라고 주문을 한 거예요. 판단 착오로 느껴지는 부분은 제가 앞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 숙제로 받아들였어요.


KT에서의 2년은 어떻게 기억되나요?

2년 동안의 KT 생활은 제 인생을 바꿔 놨어요. 선수가 아닌 코치로서 살아가게 해줬죠. 첫걸음을 떼게 해준 고마운 곳입니다.

지난 2년 동안 제3자의 관점에서 두산을 바라봤어요. 밖에서 본 두산은 어떤 팀이었나요?

팀워크도 좋고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욕도 강한 팀이에요. 제가 없는 동안 두산만의 색깔이 더 짙어졌어요. 그 모습이 팀과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줘서 더 잘하더라고요. 이젠 완전한 강팀이에요.

단점도 보이던가요?

아쉬움은 있어요. 해이해지지 않고 끝까지 플레이해야 해요. ‘다음 타자가 해주겠지’라고 떠넘기는 게 아니라 본인이 해결한다는 생각으로 자기 자신을 이겨낼 수 있는 자신감과 책임감을 가졌으면 해요.

선수 시절 ‘두산’ 하면 발야구가 떠올랐어요. 그 이후에는 도루가 많이 줄었죠. 고영민 코치가 돌아온 2019시즌에는 도루가 더 많아질까요?

두산은 타격 쪽에서 최고예요. 굳이 도루에서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안타가 나왔을 때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거죠. 후속 타자가 편안하게 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주루예요. 그래서 안타를 치거나 수비수가 방심할 때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주루를 하려고 해요. 물론, 두산 선수들은 도루도 언제든지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요.

고영민 코치와 함께 ‘뛰는 야구’의 대표 주자였던 정수빈이 여전히 굳건해요.

(정)수빈이를 포함해 허경민, 박건우 선수도 있죠. 그런데 매번 그들이 뛸 수는 없으니까 백업 선수들도 항상 뛸 수 있는 준비를 해놔야 해요.

김태형 감독이 고영민 코치에게 주루 코치로서 부탁한 것이 있나요?

감독님께서 다 맡겨주셨어요. 코치 경험이 길지 않으니까 제게 자신감을 많이 심어주려고 하세요. 감독님 역시 안타가 나왔을 때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적극적인 플레이를 원하세요. 안정적인 것보다는 상황에 맞게 거칠게 승부하는 것을 주문하셨어요. 가고자 하는 방향을 명확히 말씀해주셔서 선수들과 편안하게 소통하고 있어요.

이미 상대의 수비를 뒤흔드는 주루를 자주 보여주는 두산이다. 안타를 2루타로 만들고, 과감한 플레이를 통해 한 점을 더 만드는 두산의 주루는 정평이 나있다. 이런 팀에 그 분야의 최고로 알려진 고영민이 합류했다. 그가 돌아온 2019시즌의 두산은 얼마나 더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줄까? 


#젊은 코치

서른여섯의 고영민은 두산의 1군 코치진 중 가장 젊다. 서른셋의 나이로 마무리한 선수 생활, 아쉬움이 많았다. 그러나 그 마무리가 행운이 돼 돌아왔다. 아직 팀에는 그와 선수 생활을 함께한 후배가 많이 남아있다. 그가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선수들이 그에게 다가오는 것도 편한 이유다. 이제 코치 3년 차를 맞이한 고영민, 아는 것보다 배울 것이 더 많지만, 차근차근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코치로서 본인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젊음이죠. 코치로서는 아직 어린 편이에요. 선수들과 친근하게 농담도 하고 힘들 때 같이 풀어갈 수 있어요. 제게 선수들이 먼저 다가와 편안하게 대화도 하고요. 이런 점이 큰 무기예요. 저도 그런 장점을 통해 ‘이럴 때는 이렇게 말을 해줘야지, 이런 방법을 알려줘야지’ 하는 것을 계속 생각하게 돼요.

아무래도 코치는 선수들을 받쳐주는 역할이다 보니 본인보다 선수들에게 맞춰야 해요. 그런 부분이 어렵진 않나요?

그런 건 전혀 어렵지 않아요. 제가 주인공이 되는 것보다 뒷받침한 선수가 주인공이 됐을 때 뿌듯한 마음을 느끼는 게 더 좋아요. 지금 그런 삶을 살고 있어서 너무나 행복합니다.

‘이익수’ 고영민이 떠난 2루수 자리에서 오재원이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어요. 두산 수비의 중심을 잘 잡고 주장으로서도 팀을 잘 이끌고 있는데 팀 선배이자 코치로서 어떻게 보고 있나요?

(오)재원이의 리더십은 정말 높게 평가합니다. 후배들이 따를 수 있는 카리스마와 힘을 갖고 있어요. 때로는 부드러운 선배로, 또 어떨 때는 무서운 선배로 팀 분위기를 잘 이끌어줘요. 상황에 따라 주장이 나서서 해결하고 스스로 잘하는 모습이 선배이자 코치로서 대견스러워요.

훌륭한 주장이네요. 2년 전 코치를 시작하며 생각했던 코치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같은가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만족합니다.

선수와 코치로서의 삶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연봉이 적다! (웃음) 이건 진심입니다. 꼭 써주세요.


#공간

고영민은 선수 시절부터 동료의 이야기를 잘 들어줬다. 지금 두산의 주전 대부분이 고영민과 같이 방을 썼던 선수들이다. 방에서 나눈 많은 대화와 조언이 그들에게 힘이 됐다. 좋은 선배였던 고영민은 이제 좋은 코치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가 그리는 좋은 코치의 길은 어떤 모습일까?

코치 고영민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맡은 부문에서 팀 성적 1위를 하는 게 목표예요. 주루 코치를 할 때는 도루 1위를 하면 좋겠고, 수비 코치를 하면 최소 실책 1위를 하면 좋겠어요. 타격 코치를 하게 된다면 리그에서 타율이 가장 높은 팀이 되길 바라고요.

코치로서 최고의 목표네요.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코치가 되고 싶나요?

공간이 있는 코치가 되고 싶어요. (공간이 있는 코치는 무엇인가요?) 선수들이 제 공간에 들어와서 힘든 것과 불편한 점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선수들이 야구를 하다가 잘 안 될 때 따뜻하게 대화하고 서로 알아가면서 어려움을 같이 헤쳐나가고 싶어요.

응원하겠습니다. 두산팬들도 돌아온 고영민 코치를 반기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남겨볼까요?

이렇게 또 만나게 돼서 반갑습니다. 두산이 2019년에 다시 우승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선수들을 잘 이끌어서 끝까지 부상 없이 잘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고영민이 돌아온다는 기사가 나왔을 때 두산팬 모두 그를 반겼다. 15년간 봐온 팬들이 인정하고 환영하는 복귀라는 것은 그가 두산에 남긴 이미지가 좋았기 때문이다. 고영민의 선수 생활 15년에는 1군에서 맞이한 최고의 전성기도 있지만, 부상과 부진으로 2군에서 보낸 힘든 시간도 있었다. 아파본 사람만이 아픈 사람을 더 이해하며 껴안아 줄 수 있지 않겠는가? 그가 지나온 경험이야말로 선수들에게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다.

서른여섯, 또래 중에는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는 이도 적지 않다. 조금 일찍 선수로서 그라운드를 떠났지만 새로운 직책을 갖게 됐고 그 역할에 적응하고 있는 고영민이다. 생각보다 빠르게 시작한 지도자 생활. 그에 따른 장점이 있고, 어떻게 하면 선수들에게 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코치가 됐다. 선수를 지도하며 느끼는 행복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하는 고영민. 선수로 지낸 시간보다 코치로 지낸 시간이 길어질 순간, 또 다른 행복이 찾아오길 바란다.


더그아웃 매거진 96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9년 96호(4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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