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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Futures] 롯데 자이언츠 허일

조회수 2019. 4. 1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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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7전 8기

지난해 프로 데뷔 후 무려 7년 만에 1군 무대를 밟은 허일. 2011년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프로에 입단했다. 그러나 예상외의 부진으로 2군에 머물렀다. 긴 기다림 끝에 2018시즌 드디어 1군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번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코앞으로 다가온 2019시즌, 그는 진정한 7전 8기를 향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국가대표급 선수들로 구성된 롯데 자이언츠의 외야에서 자신만의 장점으로 엔트리 진입을 노린다는 허일. 홈런보다 결승타를 치는 순간이 더 행복하다며 거인 군단의 클러치 히터가 되고 싶다는 그를 만나봤다.

2018시즌 퓨처스 성적

타율 0.329 68경기 222타수 36득점 73안타 3홈런 36타점 4도루 장타율 0.446 출루율 0.388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송서미 Location 상동야구장



#일곱 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더그아웃 매거진>과는 첫 만남이에요.

안녕하세요.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허일입니다. 이번 <더그아웃 매거진> 4월 호에 함께하게 돼 기뻐요. 잘 부탁드립니다!

스프링캠프에서 이제 막 돌아왔어요. 주로 어떤 훈련에 집중했나요? (인터뷰 3월 11일)

팀플레이에 주력했어요. 그리고 수비가 부족한 편이라 타격보다 수비 연습에 많은 비중을 뒀습니다.

신인 때 이후 처음으로 1군 캠프를 함께했는데 2군 캠프와 어떤 점이 달랐나요?

형들이 많다는 거요. (웃음) 2군 캠프에서는 제가 중간급 정도였는데 1군에서는 거의 막내더라고요. 감독님이나 코치진에게 제 장점과 매력을 어필해야 해서 긴장도 됐고요.

스스로 생각하는 본인의 장단점이 궁금해요.

타격은 자신 있어요. 감독님과 코치님도 제 공격력을 기대하시고요. 하지만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수비는 아직 보완해야 해요. 수비가 부족하면 꾸준히 경기에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훈련에 매진했어요. 덕분에 부담감이 많이 줄었어요.

단점이 수비라고 했지만 지난 시즌 기록을 보면 실책 1개가 전부예요.

기록만 보면 잘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장에서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올 시즌 달라진 모습으로 믿음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지난 시즌 막바지에 1군에 콜업 됐어요.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기분이 어땠나요?

정말 갑작스러웠어요. 처음에는 뛸 듯이 기뻤고 이후에는 무덤덤했어요.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 생각했거든요. 지난 7년 동안 상상하던 그 순간이 드디어 와서 들떴지만 1군에 올라가면 어떻게 할지 그려놨던 것들을 다시금 돌이켜 보며 생각을 정리했어요. 물론 엄청나게 행복했습니다. (그 기쁜 소식을 누구에게 처음 알렸나요.) 여자친구가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웃음) 여자 친구에게 먼저 소식을 전하고 그 다음에 부모님께 알려 드렸어요.

2군에서 꾸준히 성적이 좋았어요. 부름을 받지 못해 아쉬움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제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계속 걱정하면 오히려 제게 안 좋은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신경 쓰지 않아요. 그저 묵묵히 열심히 하면 1군에 진입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제2의 손아섭을 꿈꾼다

다시 1군 선수가 되면 꼭 하고 싶은 게 있나요?

만원 관중 앞에서 결승타를 치고 싶어요. 주말 홈경기에서 끝내기 안타를 치거나 결승타를 치는 걸 8년 동안 상상했어요.

지난 시즌 제대로 활약을 보여주려던 찰나에 햄스트링 부상이 왔어요.

원래 햄스트링이 좀 안 좋았어요. 다 회복했다고 방심한 순간 파열됐죠. 아직 준비가 덜 됐다고 스스로 위로 했어요. 어차피 일어난 일이고 손상된 근육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까요. 우스갯소리로 친구들한테 샤워기를 틀어놓고 울었다고 했어요.

롯데의 외야진은 국가대표급 선수들로 구성돼 있어요. 그만큼 경쟁이 치열할 것 같아요.

형들을 보고 배우는 게 커요. 당장 기량을 겨뤄 볼 수는 없지만 제 장점을 잘 살린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봐요. (손)아섭이 형에게 농담으로 자리 비우면 제가 바로 들어갈 거라고 말해요. 그러면 형은 144경기 다 뛸 거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올 시즌 양상문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어요.

선수가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게 대해주세요. 먼저 말도 걸어주고 장난도 치시거든요. 사실 감독님이라는 존재가 어린 선수들에게는 좀 어렵잖아요. 앞에 서면 위축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양상문 감독님은 그런 게 전혀 없으세요.

양상문 감독과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때 특타를 600개 정도 한 적이 있어요. 공 세 박스를 쉬지 않고 빠르게 치는 훈련인데 정말 힘들거든요. 절반 쯤 쳤을 때 감독님이 오셔서 “LG 트윈스 채은성은 이걸 다 치고 3할 5푼을 쳤다”라고 하셔서 “그럼 저는 3할 7푼 치겠습니다” 하고 남은 300개를 안 쉬고 쳤어요.



#알고 보면 귀요미

팀에서 유독 선배들과 친해요.

예쁜 짓을 하는 건 아닌데 많이 귀여워해 주세요. (웃음) 특히 (이)대호 선배님이나 (정)훈이 형, (전)준우 형, 아섭이 형이 친동생처럼 잘 챙겨줘요. 쉬는 날에 맛있는 것도 사주시고요. 저도 나중에 선배가 되면 형들처럼 후배들에게 잘해주고 싶어요.

자상한 선배들의 어떤 점을 닮고 싶나요?

대호 선배님의 가치관이요. 자기관리가 정말 철저하세요. 비시즌에 다이어트를 할 때는 탄수화물을 전혀 안 드세요. 옆에서 그런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이번에 아섭이 형과도 함께 필리핀에 갔는데 마찬가지였어요. 자기 관리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그동안 그런 부분을 간과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잘하는 형들도 방심하지 않고 철저히 하는 모습을 보고 자극받았어요.

프로입단부터 지금까지 다부진 체격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체중에 대해 지적받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시즌 때 살이 좀 쪄도 움직이거나 플레이를 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거든요. 살이 쪄도 몸이 무겁다고 안 느껴요. 특별히 가리는 음식도 없어요. 여름에 경기하다보면 3kg 가까이 빠지는데 잘 먹으면 곧바로 돌아와요. 먹는 게 중요하다고 여겨 최대한 잘 챙겨 먹고 있습니다.

체구와 달리 강아지를 매우 무서워한다고 들었어요.

물 것 같아서 무서워요. 민감한 편이라 강아지 특유의 냄새도 신경 쓰여요. 하지만 싫어하진 않아요. 보는 건 귀엽죠. 한 번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냄새나면 씻기고 친해지면 덜 무서울 테니까요.

쉴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집돌이입니다. (웃음) 가만히 누워있는 게 좋아요. 집에 있을 때는 휴대전화도 안 보고 쉬어요. (잠이 아주 많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아침에 못 일어나서 일부러 밤에 일찍 자요. 빠르면 10시 반에 잠자리에 듭니다. 최대한 12시를 넘기지 않으려고 해요. 햄스트링 부상 전력이 있어 근육 회복을 위해 수면을 충분히 취하려고 해요.

평소 취미 생활도 궁금해요.

가끔 건담 프라모델을 만들어요. 게임도 좋아하고요. (어떤 게임을 주로 하나요?) 배틀그라운드랑 리그오브레전드요. 선수들이랑 같이 하는데 훈이 형과 자주 해요. PC방 보다는 주로 집에서 해요. (게임 얘기가 나오니 웃음이 떠나질 않아요. 정말 좋아하나 봐요.) 흥미가 생기면 깊게 파고드는 스타일이에요. 게임에 빠져서 정말 열심히 했던 기간이 있어요. (웃음)



#세상 하나뿐임을 허락한다, 허(許, 허락할 허) 일(一, 한 일)

이름이 특이한 선수는 많지만 ‘허일’은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데요. 이름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없나요?

주변에서 이름을 가지고 장난을 많이 쳐요. ‘동생은 허이냐, 누나는 허삼이냐’하면서요. 그래도 제 이름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한 번만 들어도 딱 각인되잖아요.

조금 더 과거로 돌아가 볼게요. 고등학교 시절 꽤 유명한 선수였어요.

지금까지 살면서 제일 행복했던 순간이에요. 야구도 잘하던 시기였고요. (고향은 마산인데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나왔어요.) 초등학교 여름 방학 때 미추홀기 고교 야구 중계를 봤어요. 그 경기에서 광주제일고가 너무 잘하더라고요. 어린 마음에 반했죠. 막연하게 저기에 가면 야구를 잘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님도 동감하셨고 결국 광주로 야구 유학을 갔어요. (웃음)

프로 입단 후 갑작스럽게 현역으로 군 입대를 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모든 일이 생각처럼 될 수 없듯이 당시에 야구를 너무 못했어요. 스스로 ‘이렇게까지 못할 수 있나?’라고 생각할 정도였거든요. 이러다 야구가 싫어질까 겁이 났어요. 그럴 바에 차라리 병역 문제부터 해결해야겠다고 판단해 입대를 선택했어요. 어떻게 보면 도피였죠.

예상외로 체질에 잘 맞았는지 군대에서 ‘허승사자’라는 불렸어요.

짓궂은 장난을 많이 쳤나 봐요. 전역 때 롤링페이퍼를 적어줬는데 허승사자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당시 위험한 보직을 맡아 후임들을 많이 다그쳤어요. 긴장이 풀려 혹시 사고가 날까 봐 엄하게 했더니 무서워하더라고요. 그래도 쉴 때는 햄버거도 사주고 그랬어요! (웃음)

제대 후 굉장히 빠르게 몸을 만들었어요.

군대에서부터 몸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상병이 됐을 때 다시 야구배트를 잡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됐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운동했죠. 시설은 좀 열악했어요. 아령이 두 개 있으면 한 개는 12kg이고 한쪽은 11kg이에요. (하하) 그래도 환경에 굴하지 않았고 정말 열심히 했어요.

제대 후 2군에 머물던 시기가 길었어요. 기대주였기에 그 기간이 더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이겨냈나요?

콜업 소식을 기다리는 건 정말 힘들어요. 언제 불러줄지 기약이 없으니까요. 스트레스도 받았는데 나를 올릴 수밖에 없게 만들자고 다짐했어요. 예를 들면 월간 타율 4할을 기록하는 거죠. 2군에서 제일 잘 치고 있으면 저를 부를 테니까요. 3할 5푼을 칠 때도 ‘아, 4할을 쳐야 하는데 3할 5푼이라 안 부르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했어요.

걸출한 선수에게는 늘 멋진 수식어가 따라오죠. 이름 앞에 붙고 싶은 수식어나 불리고 싶은 별명이 있나요?

‘클러치 히터’ 같은 별명을 갖고 싶어요. 해결사잖아요. 홈런보다 역전타 혹은 결승타를 쳤을 때가 더 기뻐요. 제가 해결한 셈이니까요. 모든 선수가 그런 욕심을 갖고 경기를 하고 있어요. 타석에 들어서면 팬들에게 ‘뭔가 해낼 것 같다’라는 인상을 주는 믿고 보는 허일이 되고 싶어요.

올해 팬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어야 합니다. 이번 시즌 각오 부탁드립니다.

첫 번째 목표는 다치지 않는 거예요. 그래야 제대로 제 실력을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요. 제 역할을 충분히 해서 2019시즌 팀이 우승하는 데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

“오랫동안 꿈을 그리면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프랑스의 소설가 앙드레 말로의 말이다. 무려 8년을 인내했다. 잠자리에 들 때마다 머릿속에 만원 관중 앞에 선 자신을 그렸다는 허 일. 막연한 기다림도 묵묵히 더 나은 미래를 그리며 버텨왔다. 허나 긴 시간 기다려온 것은 그 뿐만이 아니다. 롯데 역시 오랜 기간 상위권 진출에 굶주렸다. 드디어 롯데와 허일이 만났다. 둘의 시너지는 어디까지일까. 이번 시즌 그들이 만들어낼 꿈같은 미래를 기대해보자.

더그아웃 매거진 96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9년 96호(4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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