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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발리뷰]'이적 금지 조항' 무시한 OK·김호철 감독의 촌극

CBS노컷뉴스 송대성 기자 입력 2019.04.1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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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감독 부임 시 계약서에 이적 금지 조항 넣어
이사회에서 동의하고도 협상 벌인 OK저축은행
김호철 감독의 개운하지 않은 행보

[노컷발리뷰]는 배구(Volleyball)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CBS노컷뉴스의 시선(View)이라는 의미입니다. 동시에 발로 뛰었던 배구의 여러 현장을 다시 본다(Review)는 의미도 담았습니다. 코트 안팎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배구 이야기를 [노컷발리뷰]를 통해 전달하겠습니다.

약속을 무시하고 논란을 만든 김호철 감독과 OK저축은행. (사진=노컷뉴스, 한국배구연맹)
김호철 감독(64)은 대표팀 사령탑으로 남기로 확정했지만 OK저축은행과의 협상을 벌인 일련의 과정이 찜찜함을 남겼다. 김호철 감독은 '이적 금지 조항'이 명시된 계약서에 사인하고도 OK저축은행 사령탑 부임을 고심했고, OK저축은행은 대표팀 경기력 향상을 위해 지원하기로 한 약속을 어기는 행동을 저질렀다.

대한배구협회는 15일 김호철 감독이 오한남 회장을 만나 대표팀에 전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이 발표가 나온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2020 도쿄올림픽 진출을 위해 이미 대표팀을 이끌고 있던 상황에서 대표팀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김호철 감독은 지난 2017년 4월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그리고 2018년 2월 한국 배구 사상 첫 전임 감독이 됐다.

대한배구협회가 이같은 발표를 낸 이유가 있다. 바로 김호철 감독과 OK저축은행이 감독직을 두고 협상을 벌였기 때문이다. 몇차례 만나 감독직을 논의했고 구체적인 연봉 등도 오갔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김세진 전 감독의 후임으로 석진욱 코치를 고려했는데 김호철 감독이 먼저 접촉했다고 설명했지만 누가 먼저 접촉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OK저축은행과 김호철 감독 모두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다.

OK저축은행과 김호철 감독의 협상 논란은 한국배구연맹(KOVO)이 대한배구협회에 지원하는 지원금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KOVO는 대표팀 경기력 향상을 위해 지난 2017년 12월 제14기 제4차 이사회를 열고 2020년까지 연간 6억원의 지원금을 배구협회에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지원금 항목은 ▲감독 전임제 ▲훈련 인원 확대 ▲지원인력 강화 ▲대표팀 운영 기본 예산안 등이다. 그리고 실제 2018년에는 6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6억원이 배구협회에 지급됐다.

한국 남녀 배구대표팀 전임 사령탑 김호철 감독(왼쪽)과 라바리니 감독. (사진=연합뉴스)
이런 지원금은 이사회를 통해 남녀부 13개 구단의 동의를 얻어 확정됐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구단들은 대표팀 사령탑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기 전까지 구단 감독으로 선임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 2017년 박기원 감독이 돌연 대한항공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대표팀 사령탑이 졸지에 공석이 되는 사태가 다시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OK저축은행 구단 관계자 역시 이사회에 참석해 뜻을 함께했다. 그러나 OK저축은행은 약속을 어겼다. 이사회에서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도 이를 무시하고 김호철 감독과 협상을 벌인 것이다.

만약 김호철 감독이 OK저축은행의 사령탑으로 부임했다면 OK저축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구단들은 지원금을 중단하자고 목소리를 높였을 것이다. 이미 지급된 지원금을 환원받을 수 있는 조항은 없지만 이 역시 나머지 구단이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배구협회는 난처한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김호철 감독 역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계약서에 명시된 조항을 무시하고 협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김호철 감독이 배구협회와 작성한 계약서에는 '이적 금지 조항'이 포함돼 있다. 앞서 불거진 계약 기간 내에 프로팀 감독으로 부임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만든 장치다. 물론 이를 어긴다고 해서 활동 제한 등이 걸리는 것은 아니다. 위약금만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배구계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감독이 계약서에 이같은 조항을 확인하고 사인했음에도 불구하고 OK저축은행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는 것은 사실상 계약을 위반한 것이나 다름없다.

여론이 나빠지자 대표팀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힌 김호철 감독. 그리고 김호철 감독이 먼저 접촉했다고 본질 흐리기에 나선 OK저축은행.

나란히 약속을 어긴 양측의 촌극에 배구계만 몸살을 앓고 있다.

[CBS노컷뉴스 송대성 기자] snowbal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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