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아닌 골반으로.. 난타전 방점 찍은 '사자왕' 요렌테

머리 아닌 골반으로.. 난타전 방점 찍은 '사자왕' 요렌테

(베스트 일레븐)

머리를 즐겨 사용하는 선수지만, 이날만큼은 머리가 아닌 다른 부위를 사용했다. ‘사자왕’ 페르난도 요렌테의 골반이 토트넘 홋스퍼의 4강행을 확정했다.

토트넘은 18일(이하 한국 시각) 새벽 4시 잉글랜드 맨체스터에 위치한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2019 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 2차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3-4로 패했다. 토트넘은 전반 7·10분 손흥민, 후반 28분 요렌테가 각각 골을 터뜨렸으나, 전반 4·21분 라힘 스털링, 전반 11분 베르나르두 실바, 후반 14분 아게로에게 연속골을 내줬다.

그래도 토트넘은 UCL 4강 안착에 성공했다. 홈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1차전에서 손흥민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던 토트넘은 합산 스코어 4-4로 맨체스터 시티와 동률을 이뤘으나 ‘원정 다득점’에서 앞서 웃을 수 있었다.

요렌테는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토트넘은 전반 막판 무사 시소코가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냐야 했는데,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비슷한 포지션의 선수를 기용하기 보다는 톱 자원인 요렌테를 넣어 포메이션 변화를 추구했다.

냉정히 말하면, 요렌테가 들어간 뒤로 토트넘의 경기력은 다소 떨어진 감이 있었다. 중원에서 기동력을 자랑할 수 있는 시소코가 빠지다 보니 맨체스터 시티의 중원은 분위기가 살아났고, 반대로 토트넘은 최전방와 다른 라인의 간격이 벌어지며 경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그러던 와중 토트넘은 맨체스터 시티에 네 골까지 허용하며 탈락 코앞까지 가기도 했다. 손흥민의 멀티골로 아주 유리한 고지를 점했음에도, 끝내 그 고지를 빼앗기고 만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사자왕이 나섰다. 득점이 나오기 힘든 분위기 속에서, 급작스레 울려퍼진 사자왕의 포효가 토트넘을 일깨웠다.

토트넘은 후반 28분 코너킥을 얻었다. 손흥민의 유효 슛으로 파생된 찬스가 두 번의 코너킥으로 이어졌다. 사자왕은 두 번째 코너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키어런 트리피어의 킥을 받은 사자왕은 머리가 아닌 골반으로 맨체스터 시티의 골망을 갈랐다. 심판은 VAR로 판독을 시도하며 사자왕의 핸드볼 여부를 고민했으나, 이내 득점 장면은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결국 토트넘은 서브 스트라이커 요렌테의 득점으로 4강행에 성공했다. 순도 높은 요렌테는 자신이 왜 사자왕인지 한 번 더 증명에 성공했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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