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DUGOUT Report] 덕수고등학교 정구범

대단한미디어 입력 2019.04.22. 12:07 수정 2019.04.2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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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을 건너서라도

지구에서 가장 큰 바다 태평양, 면적만 해도 165,200,000㎢에 달한다. 덕수고등학교 정구범은 야구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2년간의 유학 생활을 청산하고 이 넓은 바다를 건너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그리고 맞이한 2018년 고교리그 첫 무대, 그는 성공적인 성적을 남기며 고등학교 2학년 최고 좌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6개월이 채 안 되는 준비 기간이었지만 자신을 믿어준 학교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연습한 결과다. 덕수고등학교 선수로서 맞이하는 마지막 해, 정구범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만반의 채비를 마쳤다.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최윤식 Location 대단한미디어


정구범

출생 2000년 06월 16일 신체조건 185cm 80kg 출신교 성동구리틀야구-건대부중-덕수고 포지션 투수

2018시즌 성적 11경기 3승 1패 39 2/3이닝 46삼진 13사사구 평균자책점 1.35


만나서 반갑습니다. <더그아웃 매거진> 독자분들에게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덕수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정구범입니다. 포지션은 투수입니다. (경직) 잘 부탁드립니다. (긴장을 많이 한 것 같은데 평소에 인터뷰를 자주 하지 않았나요?) 아직 어색해서 매번 떨려요. 열심히 잘해보겠습니다.

사실 인터뷰 섭외 과정이 힘들었어요. 휴대전화가 없어 연락하기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웃음)

야구에 집중하기 위해 야구부원 전부 휴대전화를 없앴어요. 그래도 불편함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해외로 전지훈련을 다녀왔어요.

로스앤젤레스로 갔는데 날씨가 따뜻해 운동하기 좋더라고요. 쉬는 날에는 놀이공원도 가고 쇼핑도 하고 즐거웠습니다.

어떤 훈련에 집중했나요?

공 던지고 나서의 수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집중적으로 했고요. 주자가 나갔을 때의 견제도 보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새로 장착한 구종이 있다면 미리 알려줄 수 있나요?

새로운 구종보다 기존에 던지던 체인지업을 가다듬었어요. 작년에 경기를 뛰면서 체인지업이 좋아야 타자를 상대할 때 우위를 점하기 쉽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개수를 늘리는 것이 아닌, 제가 가진 구위에서 완벽함을 주고자 노력했어요. 양보다 질이죠!


#새로운 세계, 미국

야구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형이 먼저 노원구 리틀야구단에서 야구를 했어요. 그 모습이 재밌어 보여 따라 빠지게 됐어요.

취미에서 정식으로 야구를 하겠다고 결정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아버지와 캐치볼을 자주 했는데 어느 날 형 팀의 감독님이 그 모습을 보셨나 봐요. 저보고 “어린데 공 던질 줄 아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어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 자신감이 생겨 성동구 리틀야구단 주말 취미반에 들어가 야구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정식 선수가 된 건 초등학교 3학년이 때예요.

중학교 2학년까지 외야수를 하다가 3학년 때 투수로 전향했어요.

솔직히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투수가 하고 싶었어요. 감독님께 투수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해서 야수와 투수를 병행하게 됐어요.

투수가 정말 하고 싶었나 봐요.

타자가 정말 재미없었어요. (하하) (솔직 발언이네요.) 중학교 3학년 전에는 키도 작고 몸이 왜소해서 아무리 공을 세게 때려도 안타는커녕 공이 내야를 안 벗어나더라고요. (웃음) 투수만 하려고 일부러 야수 훈련하면 근처에 안 가고 그랬어요. 


중학교 시절 박주성, 송명기와 함께 ‘건대부중 트로이카’로 유명했어요.

에이, 아니에요. 주성이랑 명기가 훨씬 잘했죠. 그 친구들은 중학교 때부터 유명했어요. 저는 그 정도까지는…. 그냥 열심히 하는 선수였어요. (두 선수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정신력과 제구는 제가 더 좋은 것 같아요.

친구들은 지난해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구단에 입단했어요. 자극제가 되진 않나요?

덕분에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둘 다 높은 라운드에 지명을 받았잖아요. 저 역시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둬 친구들처럼 높은 순위로 프로 구단에 부름을 받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가고 싶은 구단이 있다면?) 불러만 주신다면 어디든 다 갑니다.

중학교 3학년 때는 유학을 떠나기도 했죠?

콜로라도에 어머니와 형이 살고 있어 미국 유학을 오래 고민했어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싶었거든요. 아버지가 허락을 해주실까 걱정했는데 형이 아버지를 설득해준 덕분에 비행기를 탈 수 있었어요.

새로운 세계에 첫발을 디딘 기분이 어땠나요?

도착하니 모든 게 신기하더라고요. ‘와 이게 미국이나’라고 계속 감탄했어요. 그런데 말이 안 통하니까 일생 생활하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처음에만 좋았던 것 같아요.

메이저리그 구장도 자주 갔나요?

여러 구장을 가봤는데 콜로라도 로키스 홈구장인 쿠어스 필드를 제일 많이 갔어요. (어느 구장이 제일 좋았나요?) 쿠어스 필드요. 다른 야구장도 멋있지만, 쿠어스 필드가 더 깔끔하고, 세련됐어요. 제 인생 최고의 경기장이에요.

미국의 야구는 어땠나요?

확실히 우리나라보다 연습량도 적고 자유로운 분위기예요. 보통 팀 훈련은 2~3시간만 하고 나머지는 모두 개인에게 맡기는 방식이죠. (선수들의 실력은 좋았나요?) 제가 제일 잘했습니다. (웃음) 미국에서는 타자도 했는데 그때는 키도 크고 힘도 붙어서 그런지 타격이 재밌더라고요.

메이저리그 진출도 생각했을 법해요.

항상 생각했죠. 미국에 가겠다고 결심한 이유 중 하나가 메이저리그 도전이었어요. 그런데 외국에서 지내니까 한국이 그리워지고 우리나라에서 야구를 다시 해보고 싶어 재작년 9월에 돌아왔어요. (아쉬움은 없나요?) 전혀요. 냉정하게 말해, 메이저리그는 쉬운 곳이 아니잖아요. 다른 팀의 엄청나게 잘한다 싶은 애들도 문턱을 넘지 못하더라고요. 미련은 없습니다.


#화려한 데뷔, 2018시즌

덕수고 야구부에 들어가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여러 학교의 테스트를 봤는데 덕수고 정윤진 감독님께서 확신을 심어주셨어요. “덕수고에 오면 잘해주겠다”라고 말씀해 주시기도 했고요. (웃음)

한국의 고등학생으로 첫 번째 시즌을 치른 지난해 인상적인 성적을 남겼어요. 미국에서 돌아오고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이뤄낸 결과예요.

겨우내 열심히 훈련한 성과예요. 미국에서는 연습량이 적다 보니 한국 친구들보다 부족한 게 많았어요. 그래서 시합을 뛸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걸 목표로 열심히 했어요. 감독님과 코치님도 옆에서 지도해주셨고요. (어떤 게 가장 부족했나요?) 투구 폼도 부족했고 수비와 변화구도 아쉬웠어요. 커브만 던질 수 있었거든요. 그때 감독님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배워서 지금까지 잘 쓰고 있어요.

자신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제구와 마운드에서의 정신력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구속도 꽤 빠르지 않나요?) 어디에다가 내놓을만한 정도는 아니에요. 아직은 스스로 만족을 못 하겠어요. 졸업 전까지 150km/h를 기록하는 게 목표입니다.

“공을 잘 때릴 줄 아는 투수다”라는 평가도 있어요.

감사합니다. (웃음) 투구 리듬이 좋아서 이런 칭찬을 듣는 것 같아요. 구속도 중요하지만 저는 균형이 무너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일정한 리듬을 통해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을 신경 쓰며 공을 던져요.

나이에 맞지 않는 경기 운영 능력도 인상적이에요.

위기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평소처럼 던지려고 한 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마운드에서 타자를 상대할 때의 마음가짐은 어떤가요?) 피하지 않아요. ‘어디 한번 쳐봐라’라는 생각으로 타자와 승부에 들어갑니다.

아마야구에서는 보기 드물게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컨트롤 할 줄 아는 투수예요.

슬라이더 제구는 아직 별로예요. 체인지업도 처음에는 계속 땅에 꽂혀서 애를 먹었어요. 그러다가 생각해낸 게 ‘포수가 요구하는 위치보다 살짝 위를 보고 던지면 어떨까?’ 싶어서 해보니 제구가 괜찮아졌어요. 커브는 제게 제2의 직구 같은 존재라 편하고요. (제2의 직구라니, 확신이 담겨있네요.) 어릴 때부터 던진 구종이라 직구처럼 거리낌 없이 원하는 대로 던질 수 있어요.

지난해 경기를 이야기해볼까요. 유독 강팀과 자주 만났어요. 황금사자기 8강에서 광주제일고를 상대로 4이닝 무실점 호투했어요.

진짜 힘들었어요. 광주제일고 타자들이 워낙 잘해서 위기상황이 많았거든요. 저희가 2016년과 2017년에 황금사자기 우승을 했기 때문에 3연패 달성을 위해 절대 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던졌어요. (경기 막판에 역전패를 당했어요.) 속상했죠.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우울해져요.


청룡기 32강에서는 대구고를 상대로 8이닝 2실점 비자책 5탈삼진을 기록했어요. 지난 시즌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경기예요.

그렇게 길게 던질 줄 몰랐어요. 선발 투수로 올라간 권휘 선수가 일찍 무너져서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어요. 5회나 6회까지만 하고 교체될 줄 알고 초반부터 전력으로 했는데 감독님이 계속 던지라고 하셔서 마지막에는 힘이 빠졌어요. 그런데 오히려 힘이 빠지니까 밸런스도 좋아지고 제구도 잘 잡히더라고요. 덕분에 초반보다 마지막에 더 수월하게 이닝을 넘어갔어요.

앞선 두 경기 외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나요?

주말리그 첫 경기였던 경동고등학교 등판이요. 제 고등학교 데뷔 무대였어요. 그날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어요. 첫 단추를 잘 끼워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감독님과 팀원들에게 저에 대한 믿음을 심어준 경기예요.

반면에 아쉬웠던 경기가 있다면요?

(깊은 한숨) 황금사자기 16강전 강릉고등학교 경기요. 그전까지 계속 무실점 이닝을 이어갔는데 그날 속된 말로 탙탈 털렸어요. (웃음) 1회부터 와르르 무너져서 2이닝도 못 채우고 강판당했어요. 토너먼트 경기라 한 경기가 소중하잖아요. 상대에게 초반부터 기세를 내주고 내려와서 완전 넋이 나갔어요. 자책도 했는데 감독님이 오셔서 다음 경기 선발이니까 준비 잘하라고 말씀해주셔서 정신을 다잡을 수 있었어요.

그때의 부진을 딛고 좋은 성적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며 아시아청소년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어요.

행복했습니다. 잘하는 선수들과 같이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벅차올랐어요.

아마추어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가 모인 팀이에요. 배울 점이 많았겠어요.

그렇죠. 개인 연습할 때 서로 자세를 봐주면서 의견도 이야기하고 공부를 많이 했어요. (어떤 선수와 주로 얘기했나요?) KIA 타이거즈에 입단한 김기훈 선수와 롯데 자이언츠 김현수 선수요. (김)기훈이는 같은 왼손잡이라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도 하고. 부족한 점에 관해 대화를 자주 나눴어요.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했어요. 에디터 역시 중계를 통해 경기를 지켜봤는데 그때 심정이 궁금해요.

당일에 선발 발표를 들었는데 제 이름이 호명되니 기분이 정말 좋더라고요. 경기 기간에 페이스가 나쁘지 않아 기대가 컸거든요. 한편으로는 떨리기도 했어요.

강철 멘탈을 자랑하던 평소와 달리 1회에 흔들렸어요.

좀 쫄았어요. (웃음) 첫 타자를 상대하기 전까지는 강호였던 일본도 크게 이기고 올라와서 쉬울 거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첫 타자한테 빗맞은 것도 아니고 정타로 시원하게 안타를 맞아 당황했죠. 대만 선수들이 잘하더라고요. 두 번째 타자부터는 긴장감을 가지고 열심히 던졌어요. (1점을 허용했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3이닝을 채운 후 마운드를 내려왔어요.) 더 던지고 싶어서 아쉬웠는데 뒤에 잘하는 선수들이 있으니까 내려와서는 열심히 응원했어요.

응원 덕분일까요. 승부치기 접전 끝에 4년 만에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했어요.

태어나서 우승을 처음 해봐서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어요. 우승이 확정되자마자 그라운드로 미친 듯이 뛰어갔습니다. (결승전 당시 본인의 투구에 점수를 준다면?) 60점이요. 준비를 제대로 못 했어요. 야간 게임인데 렌즈를 안 챙겨갔거든요. 포수 사인을 제대로 못 보고 하나 놓쳐서 점수를 깎았어요.


#복수의 칼을 준비하고 있는 2019시즌

올해 고등학생으로서 마지막 해예요.

저를 비롯한 모두가 칼을 갈고 있습니다. (올해 정구범과 덕수고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전반기 1등을 시작으로 황금사자기, 청룡기 등 모든 대회를 휩쓰는 것이 목표입니다. 특히 황금사자기는 꼭 우승하고 싶어요. 전통적으로 저희가 황금사자기에서 잘했기에 그걸 이어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초반에 타이틀을 하나 따놔야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으니까요.

롤모델이 누구인가요?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를 가장 좋아합니다. 미국에서 커쇼 경기를 직관하는데 진짜 잘 던져서 반했어요. (커쇼가 최근 어깨 부상에서 돌아왔는데 인터뷰를 통해 편지를 남겨 볼까요?) 커쇼형님 안녕하십니까. 아프지 말고 오랫동안 야구 하시면 좋겠습니다. 올해 꼭 월드시리즈 우승하길 바랍니다. 다저스 파이팅!

상위 지명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의식이 되진 않나요?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단지 예측일 뿐 확정은 아니잖아요. 지금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당장은 프로 지명보다 좋은 성적을 내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요?

오래 가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건강한 몸으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서 팬들에게 믿음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정구범에게 야구란 무엇인가요?

와이프입니다. 야구는 저와 평생 함께할 반려자 같은 존재예요. 서로 안 맞아서 싸우기도 하겠지만 끝까지 서로의 손을 놓지 않을 거니까요.


더그아웃 매거진 96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9년 96호(4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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