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연패에도 시선집중, KIA 전국구구단 자긍심 가져야

장강훈 입력 2019.04.2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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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KBO리그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2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KIA 김기태 감독이 선수단과 관중에 인사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IA가 전국구 구단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지난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LG와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7연패에 빠지자 여기 저기서 걱정과 질책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IA가 7연패에 빠진건 2012년 8월 11일 무등 롯데전부터 21일 무등 LG전 이후 2436일 만이다. 비인기 구단이 당한 연패와 KIA의 연패는 그 파급력에 차이가 크다. 전통의 강호이자 KBO리그 최다 한국시리즈 우승(11회)팀이며 전국에 엄청난 팬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은 이미 성토의 장이 열렸고 언론도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 비난 여론이 형성됐을 때 기름을 부으면 무임승차가 가능하다. 큰 고민 없이 팬 뒤에 숨을 수도 있어 책임에서도 자유롭다. 연패에 빠진 팀이 이렇게 큰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도, 다양한 해법이 쏟아지는 것도 KIA라서 가능한 일이다.
진갑용 등 몇몇선수들이 머리까지 삭발하고 비장한 각오로 연패탈출을 시도했으나 결국 10연패한 삼성 라이온즈의 김응룡 야구감독이 경기내내 안절부절 하며 불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포츠서울 DB)
비슷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04년 5월, 이른바 ‘어린이날 악몽’을 시작으로 창단 첫 10연패 늪에 빠졌던 삼성이 그 주인공이다. 지금처럼 온라인이 발달하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야구계 흐름을 좌우하던 삼성이, 김응용 감독-선동열 수석코치 체제로 10연패 늪에 빠지자 다양한 대안이 제시됐다. 오죽하면 김 감독이 경기 후 선 당시 수석코치를 따로 불러 “못해먹겠다. 내일부터 네가 감독하라”며 깊은 한 숨을 쉬었을까. 결과적으로 삼성은 이날 이후 KIA를 상대로 연패 탈출에 성공했고, 이후 25일 잠실 LG전까지 6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상승 발판을 마련했다. 지금은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배영수가 현대와 한국시리즈에서 비공인 10이닝 노히트 노런을 한 그 해였다.

당시 삼성과 올해 KIA의 상황은 엇비슷하다. 현역 메이저리거로 큰 기대를 받고 삼성 유니폼을 입은 트로이 오리어리는 가족이 보고 싶다며 돌연 미국으로 갔다 오는 등 좀처럼 한국 무대에 적응하지 못했다. 토종 1선발로 낙점된 노장진은 음주파동과 무단이탈 등으로 전력외로 평가 됐다. 삼성에 첫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안긴 이승엽 마해영 틸슨 브리또 등 타선 중추 삼총사가 동시에 팀을 떠나 기둥이 무너진 상태였다. 에이스 후보로 평가 받던 배영수도 개막 초반에는 부진한 투구로 불펜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는 등 투타 밸런스가 엇박자를 냈다.
KIA 선수단이 덕아웃에서 9회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올해 KIA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선수 세 명을 모두 교체했는데, 1선발 후보로 영입한 제이콥 터너는 5차례 등판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로저 버나디나의 대체자로 낙점한 제레미 헤즐베이커는 공수 모두 낙제점을 받고 2군 엔트리에서도 제외됐다. 에이스 양현종도 개막 한 달 동안 승리를 신고하지 못했고 마무리 김윤동은 투구 도중 가슴 근육이 찢어져 전열에서 이탈했다. 개막을 앞두고 한승혁 박준표 윤석민, 개막 직후 임기영이 재활군으로 내려가는 등 전력 구성 자체가 안되는 상황이다. 이 모든 게 코칭스태프만의 책임인 것처럼 몰아가는 여론도 분위기 반등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선수단의 사기를 크게 꺾어 놓았다.

15년 전 삼성은 윤성환 권오준 권혁 안지만 등 훗날 ‘왕조 시대’의 주역이 된 젊은 투수들이 약진해 베테랑 타선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시즌 막판 야구판을 덮친 병역 파문 탓에 한국시리즈 우승컵 탈환에는 실패했지만 이 때 경험을 발판삼아 육성과 리빌딩 시스템의 중요성을 구단 전체가 깊이 인식했다. 지휘봉을 잡은 선동열이 세간의 비난을 무릎쓰고 강제 리빌딩을 단행한 것도 이 때 경험이 반면교사가 됐다.
삼성이 10연패의 수렁에서 벗어나자 선발 배영수(야구선수)가 좋아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DB)
KIA도 연패기간을 통해 양승철 이준영이라는 롱릴리프 후보를 얻었다. 하준영과 고영창, 문경찬 등 마운드를 이끌 기대주들의 장단점을 1군 코칭스태프가 눈으로 확인할 기회도 생겼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선수 성향에 따라 투수 교체 시기를 결정하는 수순을 밟는 게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마운드뿐만 아니라 박찬호 이창진 류승현 최원준 박준태 등 야수진에서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자원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시행착오가 아닌 팀을 성장시키는 당연한 과정이라는 의미다.

아직 119경기나 남아있다. 물론 연패가 더 길어질 수도, 반짝 반등했다 또 연패에 빠져 현재 순위(10위)로 시즌을 마칠 수도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로 풀린다면 정반대의 성적표를 받아들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시즌이 끝난다고 타이거즈의 야구가 막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16연패 수렁에 빠졌을 때에도 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했던 우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구단의 의지도 엿보인다. 이 것만으로도 희망적이다. KIA는 2004년 삼성처럼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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