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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년만에 한 번 나온다는 '한만두 20주년' 기념일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입력 2019.04.2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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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타티스가 1999년 4월24일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만루홈런을 때린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모습. 타티스는 이날 박찬호로부터 한 이닝 만루홈런 2방을 때렸다. 게티이미지 코리아

야구 관련 은어 중 ‘한만두’가 있다. ‘한이닝 만루홈런 두방’의 준말이다. 24일은 ‘한만두’ 20주년 기념일이었다. 영광의 주인공은 페르난도 타티스(44), 비운의 투수는 ‘코리안 특급’이라 불렸던 박찬호(46)다.

박찬호는 1999년 4월24일(현지시간 23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박찬호는 2-0으로 앞선 3회 안타 2개와 몸 맞는 공으로 만루를 허용했고 타티스에게 좌월 만루홈런을 얻어 맞았다. 타티스는 당시 리그 최고의 홈런 타자였던 마크 맥과이어 다음 타석이었고 중계진은 “맥과이어 못지 않은 대형 홈런”이라고 이를 평가했다.

타티스의 행운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홈런과 실책, 볼넷 등이 겹치면서 추가 실점이 이어졌고 다저스가 2-7로 뒤진 상황에서 또다시 2사 만루, 타티스가 한 번 더 타석에 들어섰다. 박찬호는 3회에만 공 42개를 던지고 있었다. 타티스와 다시 풀카운트 승부가 이어졌고, 2사 만루 풀카운트에서 타티스는 다시 한 번 만루홈런을 때렸다. 역사적인 ‘한만두’의 탄생이었다. 한이닝 만루홈런 두 방은 메이저리그에서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타티스에게는 어마어마한 행운, 박찬호에게는 말문이 막히는 불운이었다. MLB.com에 따르면 박찬호는 1998시즌 9이닝당 피홈런이 0.65개로 그해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10번째로 낮은 피홈런을 기록한 투수였다. 다저스의 목소리 빈 스컬리는 “이런 사건을 다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있을까.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진기한 기록”이라고 말했다. 박찬호 역시 최근 디 어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아마, 이 기록은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티스는 그해 34홈런을 때리며 전성기를 보냈지만 이내 성적이 급락했다. 2010년까지 현역으로 뛰었지만 400타석 이상 나선 시즌은 2002년 한 번 뿐이었다. 통산 홈런은 113개였다. 박찬호는 1999년 13승에 이어 2000년에는 18승(10패)을 거두며 다저스의 에이스급 투수로 떠올랐다. 통산 124승은 아시아 투수 최다승 기록이다.

MLB.com의 데이터 분석가 톰 탱고는 20주년 기념일을 맞아 ‘한만두’의 확률을 계산했다. 과거 기록을 바탕으로 이 ‘진귀한 기록’이 나올 확률은 대략 1200만분의 1쯤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메이저리그 144시즌 동안 치른 이닝이 390만이닝임을 고려하면 약 443년마다 한 번씩 나올 수 있다. 앞으로 300년 안에는 다시 나오기 힘든 기록이다.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만루홈런을 때린 타자가 같은 이닝에 또다시 만루 기회를 맞은 적은 모두 9차례 있었는데, 홈런은 타티스가 유일했다. 단타가 2번, 희생뜬공이 1번 있었다. 5번은 모두 아웃됐다.

‘한만두’ 20주년 기념일에 타티스의 아들 타티스 주니어(20·샌디에이고)는 시애틀과의 경기에 1번·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인이다. 아버지의 기념일에 홈런을 때리지는 못했지만 4타수 2안타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타티스 주니어는 타율 0.301(NL 21위), 6홈런(공동 9위)로 아버지보다 좋은 출발을 하고 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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