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댁 피아비 "인생 역전 실감해요"

박린 2019. 5. 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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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사 생기고 TV 다큐도 찍어
학교 건립 등 고향 돕기에 앞장
피아비는 중앙일보와 지난해 12월 인터뷰를 한 뒤 자신의 인생이 달라졌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6개월 만에 인생이 달라졌어요.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아요.”

‘당구 캄보디아 댁’ 스롱 피아비(30)가 유창한 한국말로 전한 요즘 기분이다. 피아비는 지난해 12월 중앙일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극적인 인생사를 세상에 알렸다.

빌킹코리아 후원을 받고 있는 피아비는 최근 후원업체가 늘었다. 캄보디아 은행 PPC뱅크를 비롯해 동아제약 박카스 등과 후원계약을 맺었다. 장진영 기자
2010년 충북 청주에서 인쇄소를 하는 김만식(58)씨와 국제 결혼한 피아비는, 이듬해 남편을 따라 찾았던 당구장에서 처음 큐를 잡았다. 하루 20시간 이상 연습하는 등 열정을 쏟은 끝에, 지난해 9월 세계여자스리쿠션선수권대회에서 3위에 올랐다. 이어 11월엔 아시아 여자스리쿠션선수권에서 우승했다.
피아비는 지난 1월 MBC 실화탐사대에 출연해 연예인 당구고수 신동엽과 맞대결을 펼쳤다. 피아비는 신동엽은 이겼지만 매일매일 당구치는 것 같은 개그맨 이수근과 팀 맞대결에서는 졌다고 전했다. [사진 피아비]

이름을 알린 피아비는 지난 1월 TV에 출연해 연예계 당구고수 신동엽과 맞대결했다. 지난 3월 15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캄보디아 국빈 방문 행사에서 자리를 함께했다.
캄보디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15일 캄보디아 총리 집무실인 프놈펜 평화궁에서 열린 한-캄보디아 비즈니스 포럼 오찬에서 캄보디아 이주 여성이자 프로당구 챔피언인 스롱 피아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최근 남성패션지의 화보도 촬영했다. 피아비를 만난 1일, 약속된 인터뷰가 3개였다.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도 촬영 중이다.
후원업체인 경기도 수원의 빌킹코리아에서 만난 피아비. 그는 모델 못지않게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했다. 장진영 기자

피아비를 그의 후원업체인 경기 수원의 빌킹코리아에서 만났다. 피아비는 “어제는 박카스(자양강장제) 후원 협약을 맺었다. 캄보디아에서 박카스는 국민 음료”라고 전했다. 6개월 전보다 한국말 실력이 부쩍 는 피아비는 “처음엔 꽃게 다리처럼 생긴 한글이 배우기 어려웠다. 당구장에서 아저씨들과 대화를 하면서 늘었다”며 “최근 라디오 생방송에도 출연했다”고 자랑했다.

어린 시절 의사가 꿈이었던 피아비는 고향인 캄보디아 캄퐁참에서 아버지의 감자 농사를 거들며 지냈다. 피아비는 “아프면 오토바이를 타고 큰 시내까지 몇 시간을 나가야 했다. 병원도, 의사도 적었다. 그냥 나무 삶은 물을 먹기도 했다”며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7학년을 졸업한 뒤엔 일해야 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오후 8시까지 감자를 캐고 밀가루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1인당 국민소득은 150만원 정도다. 피아비는 지난 1월 캄보디아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1000원짜리 한국산 구충제 1만개를 나눠줬다. [사진 피아비]
피아비는 앙코르와트에서 관광객에게 “1달러만 달라”고 구걸하는 캄보디아 아이들을 보며 가슴 아팠다고 했다. 피아비는 “어제 ‘은혜’라는 한국말 단어를 배웠다”며 “한국이 내게 베푼 걸 고향에 전하고 싶다. 그래서 캄보디아에 학교를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피아비는 그간 모은 돈으로 지난 3월 캄퐁톰에 학교 부지 1헥타르(약 3000평)를 매입했다. 땅을 추가로 알아보고 있다.

당구 캄보디아댁 피아비와 남편 김만식씨. [사진 피아비]
남편 김씨는 피아비의 결정을 적극 지지한다. 피아비는 “당구를 좀 늦은 20세 때 시작했다. 당구를 배울 때 남편이 엄하게 이야기하면 서운하기도 했다”며 “남편이 밉다가도 막상 옆에 없다고 생각하면 슬퍼진다. 남편은 ‘내가 힘 있고 도울 수 있을 때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응원한다”고 전했다.
피아비는 지난 1월 맨발의 캄보디아에서 어린이들을 만나 구충제와 노트, 후원금을 전달했다. [사진 피아비]
한 한국인은 신발 20박스를 피아비측에게 보냈다. [사진 빌킹코리아]
피아비 관련 기사에서 맨발의 캄보디아 아이들 사진을 본 한 한국인은 신발 수십 켤레를 최근 피아비에게 보냈다. 피아비는 “당구와 한국이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 덕분에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구충제와 공책, 펜을 나눠줄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수원=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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