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양의지-강민호 같은 포수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조회수 2019. 5. 7. 15: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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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역대급 포수 양의지와 강민호의 성장 배경은?
▲ 시대를 대표하는 두 포수, 양의지와 강민호. © OSEN

최근 수년간 KBO리그 대다수 팀들에게 공통적인 고민은 바로 포수 육성이다. 

양의지와 강민호라는 두 역대급 포수의 시대를 살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구단과 선수들은 제 2의 양의지, 강민호를 꿈꾸며 포수 육성에 나섰다. 

하지만 그 길은 순탄치 않다. 바로 지난 시즌 확고한 주전 포수가 없던 구단들은 신진 포수들을 차례로 실전에 투입했지만, 이렇다 할 소득을 얻지 못했다. 아직까지 그 누구도 양의지나 강민호 만큼 짧은 기간에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다면 양의지와 강민호는 어떻게 정상급 포수로 도약할 수 있던 것일까? 현역 최고이자 역대급으로 평가받는 두 포수는 주전으로 도약했을 당시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을까?

경험 부족을 채워준 베테랑 투수

포수는 '그라운드의 사령관'으로 불릴 만큼 홈플레이트 뒤에서 경기의 많은 부분을 조율하고 이끌어 나간다. 그리고 투수와 수비진을 이끄는데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경험이다. 운동 능력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신속한 상황 판단과 결정을 통해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포수가 경험을 쌓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많은 경기에 출장하면서 숱한 성공과 실패를 통해 시행착오를 겪는게 불가피하다.

 하지만 어린 포수들의 부족한 경험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노련한 투수가 포수를 리드하며 조금이나마 포수의 일천한 경험을 보완해줄 수 있다. 그리고 경험이 부족한 어린 포수를 이끌고 리드할 수 있는 투수는 이른바 산전, 수전, 공중전을 모두 다 겪어온 베테랑이다.

그렇다면 강민호와 양의지가 풀타임 포수로 성장했던 시즌에 이들을 이끌어준 투수들은 누구였을까? 

▲ 강민호는 ‘민한신’이라 불렸던 손민한의 공을 받았다. © 롯데 자이언츠 

2005년 강민호 : 손민한 이상목 염종석 노장진 가득염 주형광 강상수

2010년 양의지 : 김선우 정재훈 지승민 이재우

2005년 롯데 마운드에는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던 베테랑 투수들이 즐비했다.

‘민한신’이라는 칭호로 불렸던 손민한은 해당 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 출신 최초로 MVP를 수상했다. 이 외에도 이상목, 염종석, 노장진, 주형광, 강상수, 가득염 처럼 다양한 경험을 갖춘 투수들의 공을 받으며 강민호는 한 시즌을 치렀다.

2010년의 두산은 롯데에 비해 베테랑 라인이 화려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당시 두산의 선발에는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베테랑 김선우가 있었다. 

김선우가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이유는 과거 강속구 투수였지만, 한국 복귀 후 피네스 피처로 전향해 성공한 다양한 경험을 겪은 투수였기 때문이다. 불펜에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정재훈과 이재우, 숱한 수술을 받으면서도 현역을 이어온 지승민도 있었다.

강민호와 양의지에게 부족했던 경험을 이런 베테랑들이 채워줬다. 어린 나이 때부터 마운드에 올랐던 이 선수들은 누구보다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었고, 갓 프로에서 풀타임을 치르는 어린 포수들에게 뛰어난 양분이 되었다.

이 베테랑 투수들의 해당 시즌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베테랑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실전에서 그들의 경험을 토대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 그리고 그들과 한 시즌을 함께하며 많은 조언을 듣는 것 만으로 어린 포수들은 값진 경험을 얻게 된다.

경쟁 그리고 성장, 수비형 백업포수

강민호와 양의지가 정상급 포수로 도약할 수 있었던 비결은 앞에서 이끌어줬던 선배 베테랑 포수와 뒤에서 밀어주는 수비력이 뛰어난 백업 포수의 존재였다.

강민호의 데뷔 초창기를 함께한 포수는 바로 국가대표 출신으로 긴 시간 롯데의 안방을 지킨 최기문이다. 최기문은 국내 최초의 스위치 히터 포수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타격이상으로 수비가 뛰어난 포수였다.

▲ 강민호의 성장에 지대한 역할을 했던 최기문. © 롯데 자이언츠

강민호는 데뷔 시즌부터 수비가 뛰어난 최기문의 플레이를 가장 가까이서 보면서 뛸 수 있었다. 또, 적지 않은 출전 시간을 보장받으며 눈으로 봤던 최기문이라는 포수의 플레이를 몸으로 익힐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주전이 된 강민호는 최기문의 은퇴시즌인 2009년에 새로운 경쟁자를 맞이한다. 

당시 초고교급 포수로 평가받던 장성우가 그 주인공. 장성우는 2009년 강민호의 부상을 틈타 1년차임에도 공수 양면에서 뛰어난 인상을 남겼다. 무엇보다 장성우는 당시 강민호에게 부족한 수비력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장성우는 강민호를 넘진 못했다. 그러나 장성우는 타팀이라면 주전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강민호의 자리를 위협했던 백업이었다.

양의지의 상황도 비슷했다. 2010년 양의지를 제외한 두산의 포수는 용덕한과 최승환이었다. 이 둘은 양의지에게 부족했던 수비력과 경험이라는 키워드를 전부 갖추고 있던 포수들이다. 양의지의 부족한 경험과 수비력을 이 두 베테랑들이 채워줬다.

이 선수들이 떠난 후엔 최재훈이라는 경쟁자가 있었다. 양의지는 2012년 이후 잦은 부상과 함께 공수 양면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는데, 최재훈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 수비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두산 시절 최재훈 © 두산 베어스

뛰어난 블로킹과 도루 저지, 그리고 프레이밍 능력을 갖춘 최재훈은 타격에서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양의지에게 위협감을 줄 수 있는 포수로 성장했다. 2013시즌 준플레이오프에서 가을야구를 시작한 두산이 우승 직전까지 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최재훈이었다.

이런 최재훈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수비력, 특히 도루저지 부문에서 정상급의 기량을 자랑하며 그를 밀어낸 박세혁까지. 수비력이 꾸준하게 약점으로 지목되던 과거의 양의지는 커리어 내내 최고의 수비형 포수들과 경쟁을 통해 수비마저 리그 정상급으로 끌어 올렸다.

모든 프로 선수들은 기량이 뛰어난 선수의 벽 앞에 가로막히고,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선수들에게 밀리게 된다. 하지만 포수가 귀한 KBO리그 특성상 뛰어난 포수가 자신을 가로막기도, 최상위권 유망주 포수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상황을 겪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강민호와 양의지는 위 아래에서 자신의 자리를 위협받은 흔치 않은 케이스에 놓여있던 포수들이었다.

풀타임 초창기 강민호와 양의지는 타격은 인정받았지만 수비에 항상 물음표가 쫓아다니던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커리어 내내 수준급 수비형 포수들과 함께하면서 그들을 통해 배우고, 끊임없이 경쟁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두 포수의 약점이던 수비력의 보완이 가능했고, 끊임없는 주전 경쟁을 통해 공수 양면의 밸런스를 맞춘 포수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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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줄여주는 안정적인 수비진

모든 유망주들은 성장을 위해 경험을 쌓는 과정에서 성장통이라는 세금을 납부한다. 다만 포수의 세금은 다른 포지션에 비해 매우 크다. 어린 포수들의 세금을 줄여줄 수 있는 것은 바로 뛰어난 수비진이다. 뛰어난 수비진의 존재는 어린 포수의 정신적인 부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다음은 2005년 롯데, 2010년 두산의 야수진이다.

2005년 롯데 
1루(라이온) 2루(신명철) 3루(이대호) 유격(박기혁, 이원석) 좌익(손인호) 중견(정수근) 우익(펠로우)

2010년 두산 
1루(최준석) 2루(오재원, 고영민) 3루(이원석, 김동주) 유격(손시헌, 김재호) 
좌익(김현수) 중견(이종욱) 우익(이성열, 임재철)

2005시즌 롯데 타선의 생산력은  실망스러웠지만 수비는 달랐다. 박기혁-신명철로 이뤄진 키스톤 콤비의 수비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으며 데뷔 초 이대호의 3루 수비는 평균 수준이었다. 

또, 내야 백업엔 수비력을 인정받던 신인 이원석과 박정준이 있었다. 손인호-정수근-펠로우로 이어지는 외야도 수비는 탄탄했다. 세부 기록이 존재하지 않아 신뢰도가 떨어지긴 해도 2005년 롯데 수비진의 WAA(평균대비 수비 승리기여도)는 리그 2위였다.

전통적인 수비 명가, 두산의 2010시즌 수비는 단단했다. 1루 최준석-2루 오재원-3루 이원석-유격수 손시헌으로 구성된 내야는 이름만으로도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치 않다. 여기에 2루 백업 고영민, 내야 유틸 김재호는 수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야수들.

외야의 중심엔 엄청난 수비력을 자랑했던 전성기의 이종욱이 있었다. 좌우 코너의 김현수와 이성열의 수비는 아쉬웠지만, 이들 뒤엔 정수빈과 임재철, 그리고 민병헌이라는 수비의 귀재들이 포진해 있었다. 마찬가지로 세부 기록이 없기에 신뢰도는 떨어지지만, 당시 두산의 WAA도 리그 2위였다.

처음으로 주전이 되었던 강민호와 양의지는 경험은 물론이고 투수와의 호흡, 도루 저지/블로킹을 포함한  수비 능력에서 단점이 많았다. 하지만 안정적이고 믿을 수 있는 수비진은 그들이 납부하는 세금을 조금이나마 줄여줬고,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상태에서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상황 속에서 쌓여가는 출장 경험은 그들의 성장세에 불을 지필 수 있었고, 비교적 짧은 시간에 주전 포수, 그리고 리그를 대표하는 정상급 포수의 자리에 올라갈 수 있게 했던 원동력이었다.

타석에서의 임팩트

포수는 전통적으로 수비력이 중요시되는 포지션이다. 포수의 수비 능력은 점수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상황이 많은 만큼 포수는 다른 포지션보다 수비에서 많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4~5kg에 육박하는 장비를 착용하고 수없이 앉았다 일어났다는 반복하는 것은 체력적 부담을 크게 준다. 이런 특성상 큰 체격의 선수들이 많은 편이다.

체력적 부담과 체격으로 포수가 정확도와 파워, 주력까지 모두 갖추기는 쉽지 않다. 설령 능력이 되더라도 한 시즌을 치르면서 체력적 문제로 기동력과 꾸준함을 유지하기는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포수 포지션의 타자에게 가장 기대할 수 있는 타격능력은 장타력이다.

강민호는 신인 시절부터 장타력을 인정받았던 선수다. 2005년 2홈런에 그쳤지만, 이듬해 9홈런, 2007년 두 자릿수 홈런을 쳐내면서 장타력에서의 강점을 증명했다. 이후 강민호는 매년 20개 가까운 홈런을 때려내면서 2할 중후반의 타율을 유지하는 포수로 성장했다.

▲ 양의지는 신인 포수 최초로 20홈런을 기록했다. © OSEN

양의지는 2010시즌 처음이자 끝이 될 수도 있었던 선발 출장 경기가 될 수 있던 경기에서 멀티 홈런을 터뜨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홈런의 임팩트로 기회를 얻으며 신인 포수로는 20홈런을 달성한 첫 타자가 됐다. 더군다나 그의 홈은 잠실이었다. 

이듬해 홈런은 줄었지만, 3할 타율을 기록하며 컨택 능력도 갖췄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 뒤 다소 부침을 겪었지만, 14년부터 양의지는 잠실에서도 3할에 두 자릿수 이상의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포수로 성장했다.

강민호와 양의지 이전 팀의 주전 포수들은 모두 뛰어난 수비력을 지닌 베테랑 포수들이었다. 그리고 이후 강민호와 양의지를 위협했던 백업 포수들도 뛰어난 수비력을 지닌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베테랑들이 하루아침에 주전 자리를 경험이 일천한 포수에게 내주고, 다른 유망주들이 강민호와 양의지를 밀어내고 주전을 차지할 수 없었던 이유는 타석에서의 생산력 차이다.

아무리 뛰어난 수비력과 기본기를 가진 포수라도 KBO리그에서 주전 자리를 지키는 것은 어렵다. 용덕한과 현재윤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예외적으로 국가대표 팀까지 승선했던 김태군이 있지만, NC는 김태군의 군 공백기를 기다리지 않고 양의지를 FA로 영입했다. 

▲ 수비형 포수로 정점에 올랐던 김태군마저도 타격능력 부족으로 자리를 뺏겼다. © NC 다이노스

출장기회를 위해선 수비력, 주전 자리를 위해선 타격이라는 말이 있다. 강민호와 양의지의 포수 이상의 타격능력은 숱한 주전 경쟁속에서 그들을 승리로 이끌었다.

실제로도 타격에서 강점이 있다면 기본기와 수비력 등에서 상당한 약점을 노출하더라도 꾸준히 기회를 받을 수 있었다. 과거의 윤요섭, 박동원, 이재원이 그 예이다. 현재 LG의 유강남과 한화의 지성준 등도 그러한 케이스다.

* 강민호의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변화 추이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현재 많은 팀들이 포수난에 허덕이고 있다. 

17시즌 이후 강민호가 떠난 롯데는 김준태-안중열-나종덕의 경쟁 체제로 포수 육성에 도전하고 있다. 김태군이 군입대로 이탈했던 NC는 지난 시즌 포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양의지를 영입하는 것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했다. 준수했던 포수인 박동원이 이탈했던 히어로즈도 지난 시즌 김재현-주효상 체제로 버텼지만 확실한 해답을 얻진 못했다.

* 양의지의 WAR 변화 추이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이 선수들 모두 강민호와 양의지가 그랬던 것처럼 많은 출전 기회를 보장받고 있다. 하지만 강민호나 양의지의 케이스와는 다르게 세금과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양의지와 강민호처럼 빠르게 성장하길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 수 있다. 타 포지션들에 비해 포수는 공수 양면의 성장과 실전 경험까지 요구되기에 성장이 더딘 것은 당연지사다.

현재 KBO리그 팬들은 강민호와 양의지라는 역대급 포수들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포수 품귀 현상도 동시에 겪고 있다. 젊은 포수들이 이제 막 기회를 받기 시작한 시점에서 팬들도 과거 강민호와 양의지가 성장을 지켜봤던 것처럼 지금의 시행착오를 받아들이고 기다림의 시간을 받아들여야 한다.

올 시즌 10개 구단 중 절반 이상의 구단은 주전 포수 육성에 심혈을 기울여야하는 상황이다. 과연 어떤 포수가 강민호와 양의지가 걸어왔던 길에 가장 근접할지 지켜보는 것도 올시즌 프로야구를 보다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가 될 것이다.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STATIZ]


[원문: 이상평, 순재준 기자 / 감수 및 편집: 민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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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이야기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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