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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비리포트] 김기태 야구는 왜 몰락하고 말았나?

조회수 2019. 5. 2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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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통합 우승에서 중도 퇴진까지.. KIA 김기태호의 운명을 가른 최고-최악의 장면들

동행은 끝났다.  2년 전 통합 우승을 이루며 KBO리그의 정점에 올랐던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이 올시즌 극심한 부진에 책임을 지고 무대를 떠났다.

지난 5월 15일까지 KIA는 13승 1무 29패 승률 0.310으로 9위 kt 위즈에 2.5경기차로 뒤진 최하위였다. 16일 광주 kt 전을 앞두고 김기태 감독은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5년전  LG 감독 시절 중도 퇴진과 겹쳐보일 수 밖에 없었다.  

5월 16일 자진 사퇴를 발표한 KIA 김기태 감독 ⓒ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은 2015시즌을 앞두고 KIA 사령탑으로 선임되었다. 그는 선수 시절 쌍방울 레이더스, 삼성 라이온즈, SK 와이번스를 거쳤다. 광주 출신으로 프로야구를 대표한 스타플레이어 중 한 명이었지만 정작 고향 팀 타이거즈의 유니폼을 선수 시절에는 입어보지 못했다. 김기태와 타이거즈의 인연은 감독으로서 뒤늦게 맺어졌다.

케이비리포트는 KIA 김기태 감독의 성공과 실패를 만든 최고-최악의 순간을 각각 5개 씩 선정했다. 4년 반에 이르는 그의 영욕의 족적을 돌이켜본다.

통합 우승으로 이어진 최고의 5장면!

1. 2016시즌 첫 가을 야구

김기태 감독의 선임 직전 시즌이었던 2014년 KIA는 9개 구단 중 8위에 그쳤다. 2015시즌을 앞두고도 KIA는 특별한 전력 보강이 없어 여전히 최하위권으로 전망되었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의 첫 시즌이었던 2015년 10개 구단 중 7위의 성적표를 받아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6시즌 KIA는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했다. 2011년 이후 5년만의 포스트 시즌 진출이자 김기태 감독 체제 2년만의 첫 가을야구였다. 2경기 중 1무에만 그쳐도 탈락하는 KIA였지만 1차전에서 4위 LG 트윈스에 4-2로 승리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2차전까지 끌고 갔다.

2차전에도 KIA는 9회초까지 0-0의 팽팽한 승부를 이어가며 LG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9회말 김용의의 끝내기 희생 플라이로 0-1로 패해 KIA는 탈락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은 KIA의 진지한 투혼에 많은 이들이 감동했다.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도입 이래 5위가 1차전에서 4위에 승리해 2차전까지 끌고 간 유일한 사례이기도 하다.


2. FA 100억 최형우 영입

5년 만의 가을야구에 고무된 KIA 구단은 2016시즌 종료 뒤 과감한 외부 영입으로 김기태 감독에 힘을 실어줬다. FA 대어 최형우 영입이었다.

당시만 해도 FA 시장에서 대어의 몸값은 치솟고 있었지만 공식 발표 금액 총액이 100억은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하지만 KIA 구단은 이 같은 금기를 과감히 깨뜨리며 4년 총액 100억 원에 최형우를 영입했다. 최형우에 대한 예우는 물론 KIA 구단의 우승 도전 의지가 대내외적으로 확실히 천명된 금액이었다.

2017시즌을 앞두고 KIA에 영입된 최형우 ⓒ KIA 타이거즈

전주 출신이지만 삼성에 몸담아왔던 최형우가 연고 팀 KIA의 품에 안기자 감독으로서 뒤늦게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게 된 김기태 감독을 연상시킨다는 평이 있었다. 정확성까지 겸비한 좌타 거포라는 점에서 두 사람은 공통분모를 갖추고 있었다.

최형우는 2017년 붙박이 4번 타자로서 KIA 타선을 선도했다. 최형우의 존재는 베테랑 이범호, 김주찬, 나지완은 물론 중견 선수로 발돋움한 김선빈, 안치홍, 그리고 외국인 타자 버나디나와 함께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최형우는 타율 0.342 26홈런 120타점 OPS(출루율 + 장타율) 1.026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7.2로 맹활약하며 외야수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다.

FA 영입 당시만 해도 KIA 구단의 최형우 100억 베팅을 ‘오버 페이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형우 영입 직후 KIA는 통합 우승을 달성해 ‘호랑이에 날개를 단 격’으로 결론지어졌다.

3. 이명기, 김민식, 김세현 트레이드 영입

최형우의 영입 후 KIA와 김기태 감독은 ‘윈 나우(Win Now)’를 향해 착실히 발걸음을 내디뎠다. 팀의 약점을 트레이드로 차곡차곡 메우면서 대권 도전 욕구를 숨기지 않았다.

2017년 4월 KIA는 SK 와이번스와 4:4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성우, 이홍구, 노수광, 윤정우를 내주고 김민식, 이명기, 최정민, 노관현을 영입했다. 7월 말 트레이드 마감 시한 직전에는 넥센 히어로즈와 2:2 트레이드에 나섰다. 이승호, 손동욱을 내주고 김세현, 유재신을 영입했다.

2017년 7월 KIA로 트레이드된 김세현 ⓒ KIA 타이거즈

이들 중 이명기, 김민식, 김세현은 팀의 약점을 메우며 적재적소에서 활용되었다. 이명기는 주로 1번 타자로서 공격 첨병 노릇을 맡았다. 2017년 타율 0.332 9홈런 63타점 OPS 0.830을 기록했다.

이적생 김민식은 심각한 공격력에도 불구하고 주전 포수로 도약해 안방을 지켰다. 2017년 타율 0.222 4홈런 40타점 OPS 0.576을 기록했다. 김세현은 KIA의 고질적 약점인 뒷문을 지키는 마무리 투수를 맡았다. 2017년 1승 5패 18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다.

이해 KIA의 트레이드는 통합 우승이라는 결실로 맺어져 KBO리그 역사상 흔치않은 ‘윈 나우’의 대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이후 김기태 감독은 ‘트레이드를 잘하는 감독’이라는 호평까지 얻게 된다.

4. 2017년 정규 시즌 최종전 1위 확정

최형우, 이명기, 김민식, 김세현을 영입하며 대대적으로 전력을 보강한 KIA는 2017시즌 초반부터 1위를 질주했다. 하지만 시즌 후반 KIA가 하락세를 노출하는 사이 전년도 통합 챔피언 두산 베어스가 맹렬히 추격해왔다.

2017시즌 전반기만 해도 KIA는 85경기에서 57승 28패 승률 0.671로 1위였다. 전반기 유일한 6할 대 승률 팀에 승패 마진 +29로 2위 NC 다이노스와는 무려 8경기차로 벌렸다.

하지만 후반기에 KIA는 59경기에서 30승 1무 28패 승률 0.517로 해당 기간 리그 4위에 그쳤다. 그 사이 두산은 62경기에서 42승 2무 18패 승률 0.700의 매서운 기세로 육박해왔다.

10월 3일 최종전을 앞두고 1위 KIA와 2위 두산은 1경기차. 만일 최종전에서 KIA가 패하고 두산이 승리할 경우 정규 시즌 1위에 주어지는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은 두산의 것이 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KIA는 20승에 도전하는 외국인 투수 헥터를 선발 등판시켜 kt를 상대로 한 수원 원정 경기에서 10-2로 완승해 자력으로 정규 시즌 1위를 확정지었다.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천신만고 끝에 손에 넣었다.

반면 두산은 최종전에서 SK를 상대로 접전 끝에 2-3으로 역전패해 2위로 정규 시즌을 마감했다. 결과적으로 1위 KIA와 2위 두산의 승차는 2경기차로 마무리되었다. 

[관련 칼럼 보기 ] 2017시즌 : 역전패 단골 KIA, 불펜만 문제인가? 

5.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KIA의 한국시리즈 상대는 예상대로 두산으로 낙점되었다. 두산은 플레이오프에서 NC를 상대로 2차전부터 4차전까지 맹폭을 가하며 3연승을 질주한 끝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두산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3일의 휴식을 취한 것은 물론 그에 앞서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을 갖추고 있었다. 반면 KIA는 정규 시즌 종료 후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22일의 휴식으로 인해 실전 감각 저하가 우려되었다.

게다가 2009년 통합 우승 이후 8년 만의 한국시리즈라 큰 경기에 대한 부담을 떨쳐낼지도 미지수였다. 김기태 감독 역시 지도자로서 한국시리즈는 첫 경험이었다.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불패 전통’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있었다.

양 팀이 처음으로 맞붙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두산이 5-3으로 승리해 서전을 잡으면서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 가능성은 높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2차전에서 양현종이 9이닝 동안 122구를 던지며 11탈삼진으로 두산 타선을 압도해 1-0 완봉승을 따냈다. 에이스의 투혼으로 첫 승을 수확하며 시리즈 1승 1패 동률로 맞춘 KIA는 용기백배했다.

잠실 원정 3연전을 싹쓸이한 KIA는 4승 1패로 통산 11번째 우승 트로피를 안아 올렸다. 최종 5차전에서 역전 끝내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가까스로 7-6 1점차 승리를 지키며 세이브를 수확한 양현종은 1승 1세이브로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되었다.

베테랑들의 마음을 움직인 ‘동행’으로 팀을 하나로 만든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이 최고 정점에 달한 순간이었다.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불패 기록을 이어가며 3년 임기의 마지막 해 통합 우승의 업적을 창출한 김기태 감독은 3년 재계약에 성공한다.


*추락으로 이어진 5가지 장면

1. 조계현 수석 코치의 단장 영전

‘김기태 체제’의 균열은 정점의 순간 매우 빨리, 의외의 지점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통합 우승 직후 조계현 수석 코치가 단장으로 영전한 것이다.

신임 조계현 단장은 선수 출신의 단장으로서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김기태 감독과의 긴밀한 협의 하에 ‘KIA 왕조 구축’에 앞장설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제기되었다.

김기태 감독과 호흡을 맞춰 통합 우승을 일궈낸 조계현 수석 코치 ⓒ KIA 타이거즈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통합 우승 당시의 체제에 변화를 굳이 도모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LG 시절부터 지근거리에서 야구 선배로서 김기태 감독의 ‘기행’을 제어해온 조계현 수석코치의 현장 이탈은 결과적으로 치명적 결과를 야기했다. 김기태 감독이 ‘브레이크 없는 폭주’를 시작한 것이다.

만일 조계현 단장이 수석 코치로서 현장에 남았다면 김기태 감독이 3년 재계약 임기의 절반에 그치는 1년 반만의 자진 사퇴는 없었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조계현 단장의 역량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그가 단장으로 영전한 뒤 KIA는 외부 FA 영입에 나서지 않았다. KIA는 포수와 3루수가 취약 포지션이었으며 시장에는 좋은 선수들이 풀렸지만 끝내 움직이지 않았다.

통합 우승 뒤 영전한 KIA의 조계현 단장 ⓒ OSEN

수석 코치 시절 구단의 FA 최형우 영입에 힘입어 통합 우승을 일궈냈지만 정작 본인이 구단 수뇌부인 단장이 된 뒤 적극적인 전력 보강은 없었다.

조계현 단장이 외부 FA 영입을 포함 전력 보강에 나섰다면 올 시즌 KIA의 최하위 추락과 김기태 감독 자진 사퇴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KIA의 성적 부진에는 최상의 전력 구성에 실패한 조계현 단장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2. 윤석민 선발 기용 

2000년 초반 KIA 에이스 윤석민은 2013시즌 종료 뒤 FA 자격을 취득해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에 진출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채 2014년 마이너리그 23경기 등판이 전부였다.

2019년 1군에서 출전하지 못하고 있는 KIA 윤석민 ⓒ KIA 타이거즈

2015시즌을 앞두고 윤석민이 국내로 복귀하자 KIA는 4년 90억 원의 거액 계약으로 ‘왕년의 에이스’를 후하게 대접했다. 하지만 윤석민은 2016년 16경기 등판에 그친 뒤 오른쪽 어깨의 웃자란 뼈 수술을 했고 2017년에는 재활로 인해 한해를 통째로 쉬었다.

2018년 6월이 되자 김기태 감독은 윤석민의 1군 활용을 고집했다. 윤석민은 처음에는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지만 3경기에서 전패하며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다. 과거에 비해 구위 저하를 숨기지 못해 패스트볼이 아닌 변화구 위주의 피칭을 했지만 대량 실점을 피하지 못했다.

김기태 감독은 윤석민을 마무리로 돌려 어떻게든 활용하려 했다. 하지만 마무리로서 짧은 이닝만을 소화해도 윤석민의 구위는 좀처럼 전성기로 되돌아오지 못했다. 결국 윤석민은 28경기에서 승리 없이 8패 11세이브 평균자책점 6.75의 저조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문제는 윤석민 선발 기용으로 인해 당시만 해도 명확했던 선발-불펜의 보직 체계가 어그러지며 갈등의 씨앗이 되고 말았다는 점이다. 

기대를 모았던 윤석민의 이름값에 크게 못 미치는 부진으로 인해 KIA는 5위에 그치며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넥센 히어로즈에 6-10으로 패해 KIA의 가을야구는 단 한 경기로 허망하게 종료되었다.

2019시즌을 앞두고 김기태 감독은 윤석민을 붙박이 선발 요원으로 활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윤석민은 오키나와 전지훈련 도중 우측 어깨와 허벅지 통증을 호소해 조기 귀국했다. 이후 윤석민은 1군에 올라오지 못한 것은 물론 퓨처스 경기도 4월말을 끝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윤석민은 KIA의 ‘필승 카드’가 되지 못한 채 ‘부도 수표’로 전락한 상태다.

3. 임창용, 갑작스런 방출로 은퇴

KIA의 2018 와일드카드 결정전 탈락으로부터 8일 만인 10월 24일 베테랑 임창용이 방출되었다. 정규 시즌에는 마무리, 셋업맨을 거쳐 선발까지 온갖 보직을 오가며 팀에 기여한 것은 물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도 등판한 임창용의 갑작스런 방출은 충격을 안겼다.

2018시즌 종료 뒤 KIA로부터 방출된 임창용 ⓒ KIA 타이거즈

실은 시즌 도중 김기태 감독과 임창용 사이에 불협화음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이미 제기된 바 있었다. 임창용은 6월 7일 수원 kt전에서 세이브를 거둔 뒤 다음날 곧바로 어깨 담 증세를 이유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어 궁금증을 유발했다.

* 세이브를 기록 후 1군에서 말소된 임창용

7월 10일 1군 복귀 후 2경기에 불펜 투수로 나선 임창용은 7월 20일 광주 kt전을 기점으로 별안간 선발 투수로 보직이 바뀌었다. 갑작스런 부상과 1군 제외, 그리고 보직 변경이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관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즌 종료 직후 임창용은 방출 통보를 받았다.

한미일 통산 1,000경기 출전을 김기태 감독과 함께 기념한 임창용 ⓒ KIA 타이거즈

10월 23일 KIA 구단은 임창용이 한미일 통산 1,000경기에 출전한 기념상품으로 유니폼과 기념구 등을 판매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24일 임창용은 방출되었다. KIA 구단의 방출 결정이 내부적으로 충분한 논의조차 없이 급작스레 내려진 결정임을 스스로 입증한 촌극이었다.

임창용의 석연치 않은 방출에 분노한 KIA 팬들은 집회를 개최하고 김기태 감독에 항의했다. 김기태 감독은 “임창용이 스스로 방출을 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의 자진 사퇴 뒤 임창용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방출은 구단의 일방적 통보에 의한 조치임을 밝혔다. 방출 뒤 선수 생명 연장을 도모했지만 끝내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해 강제 은퇴를 당하고만 임창용이 참다못해 입을 연 것이었다.

[관련 칼럼 보기] 2018시즌 종료 후:  김기태의 KIA타이거즈는 왜 팬심을 잃었나

4. 마무리 김윤동, 혹사 끝에 대흉근 부상

2019년 4월 18일 사직구장.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를 치르던 KIA가 9-6으로 앞선 9회말 1사 만루에서 마운드 위의 김윤동이 투구 직후 갑자기 어깨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그는 더 이상 투구하지 못한 채 강판되었고 대흉근 부상으로 다음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다.

18일 사직 롯데전에서 투구 도중 대흉근 부상을 당한 KIA 김윤동 (출처: SPOTV 중계 화면) ⓒ SPOTV

사실 김윤동의 부상은 ‘예고된 인재’였다. 그는 2017년과 2018년 불펜 필승조의 일원으로 매해 80이닝 이상을 던지는 혹사에 내몰렸다.

그리고 2019년에는 마무리를 맡았지만 여전히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채 마운드에 반복적으로 올랐다. 그는 4월 10일 NC전부터 대흉근 부상을 당한 18일 경기까지 9일 동안 5경기에 등판해 4.1이닝 에 걸쳐 무려 128구를 던진 끝에 부상을 당했다.

일각에서는 김윤동의 부상의 원인은 제구 난조로 인한 투구 수 증가로 선수 본인의 잘못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가 스트라이크 비중을 늘리며 적극적인 투구를 했다면 부상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견해였다.

하지만 오랜 기간의 혹사 누적으로 인해 제구가 흔들려 투구 수가 증가했다고 보는 시각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 선발 투수는 투구 수를 기준으로 교체하는 데 왜 불펜 투수는 투구 수가 교체 및 관리의 기준이 되지 않는지 의문을 드러내는 관점도 있다.

김윤동의 혹사로 인한 부상은 KIA 코칭스태프의 후진적 투수 관리의 결과물이었으나 김윤동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대졸 신인 양승철은 4월 16일 사직 롯데전부터 20일 광주 두산전까지 5일 동안 3경기에 등판했다. 하루 등판한 뒤 다음날 쉬고 다시 마운드 호출을 반복한 것이다.

게다가 양승철은 이틀을 쉬고 4월 23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 동안 80구를 던지는 혹사에 내몰렸다. 분명한 원칙하에 세심하게 관리되어야 하는 투수의 보직은 물론 등판 간격 및 투구 수가 KIA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김윤동의 부상이 대흉근에만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추가적으로 어깨 관절 와순까지 발견되었다. 향후 2-3 개월의 재활이 필요하다는 KIA 구단의 설명이지만 사실상 올시즌 복귀는 어렵다는 것이 중평이다. 후진적 혹사로 인한 김윤동과 같은 비극적 사례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5. 5년 만에 반복된 자진 사퇴

김윤동의 부상으로 팬들의 마지막 남은 인내심마저 분노로 뒤바뀐 가운데 KIA는 추락을 거듭해 최하위로 밀려났다. 5월 16일 경기를 앞두고 김기태 감독은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KIA는 김기태 감독의 고별전에서도 kt에 3-6으로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김기태 감독은 2019시즌을 앞두고 2년 전 영광의 재현을 위해 “시즌 초반 30경기에서 치고 나가겠다”며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베테랑들의 집단 부진 및 부상, 투수 혹사, 특별한 포지션도 없이 떠도는 유망주들, 그리고 일관성 없는 운영이 겹친 KIA는 속절없이 추락했다.

김기태 감독은 2017년 통합 우승의 환희의 순간으로부터 정확히 1년 반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다시 중도 퇴진을 택한 김기태 감독 ⓒ OSEN

1969년생 김기태 감독은 올해로 만 50세로 KBO리그 지도자들 사이에서 결코 나이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데이터를 중시하고 선수 관리에 방점을 두는 최근 젊은 감독들의 운영 방식과 달리 김기태 감독은 구시대적인 감과 즉흥적인 ‘기행’에 의존한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김기태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인 ‘동행’은 베테랑들의 마음을 결집시키며 기대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한 번 내리막을 타면 결코 추스르지 못한 채 마구 추락했다는 점에서 그의 감독으로서의 경력은 LG와 KIA 시절이 판에 박은 듯 빼닮았었다.

자신의 성공 경험에 매몰되지 않고 데이터와 선수 관리에 좀더 관심을 기울이며 리그 변화에 발맞췄다면 LG와 KIA 사령탑에서 시즌 초반 자진 사퇴하는 비극의 재연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 보는 견해도 많다.

LG의 암흑기 탈출, KIA의 통합 우승을 이끈 김기태 감독은 사령탑으로서 세 번째 팀을 만나 다시 한 번 현장에 복귀할 수 있을까?

김기태 감독 사퇴 후 박흥식 감독 대행 체제 하에서 KIA는 8승 2패 승률 8할로 반전해 탈꼴찌에 성공했다. 박흥식 감독 대행 체제의 최종 성적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과 이별한 직후 KIA가 보인 급반등세는 김기태 감독이 현역 감독으로 재기하기 위해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STATIZ]


원문: 이용선 , 감수 및 편집: 민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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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이야기 케이비리포트(KB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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