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DUGOUT Report] 장충고등학교 박주홍

대단한미디어 입력 2019.06.0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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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천재

타고난 재능만 가지고 우리는 쉽게 천재라고 오해한다. 재능은 다른 사람보다 출발선을 조금 앞당길 수 있지만 결승선으로 이끌 수는 없다. 목표를 향해 달리는 동안 지친 다리를 움직이게 해줄 의지와 재능을 실력으로 피어나게 할 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저 남들보다 조금 잘하는 사람밖에 될 수 없다. 박주홍은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결코 천재가 아니다. 중학교 시절, 연습 경기에서만 빛을 발하던 소년이 고교야구를 주름잡는 선수가 되기까지 연구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했다. 숱한 좌절도 있었지만 그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노력의 천재였다. 2019년 3학년이 된 박주홍은 이제 자신의 진가를 드러낼 쇼케이스를 기다리고 있다.

Photographer 손승필 Editor 최윤식 Location 삼패야구장

박주홍

출생 2001년 4월 16일 서울 신체조건 189cm 95kg 출신 학교 하남리틀야구-건대부중-장충고 포지션 외야수

2019년 성적 11경기 44타수 18안타 0홈런 12타점 .409/.451/.614 OPS 1.065


#흙 속의 진주

10살, TV에서 우연히 본 공놀이가 그저 재미있어 보여 리틀야구를 시작했다. 지금이야 아마를 대표하는 타자가 됐지만 중학생 박주홍은 연습 때만 잘하는 그저 그런 선수였다. 하지만 진정한 리더는 인재를 알아본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의 은사 장충고 송민수 감독은 평범함이라는 흙에 덮인 그의 진짜 가치를 알아봤다.

야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야구를 아예 모르고 있다가 초등학교 3학년 때 TV에서 처음 봤어요. 선수들의 플레이가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어 보이는 거예요. 부모님께 하고 싶다고 말해서 6개월 동안 하남리틀야구 취미반 활동을 했어요. 이후 크리스마스 선물로 정식 선수반을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죠.

야구를 전혀 모르다가 흠뻑 매료된 이유가 궁금해요.

단순해요. 그냥공 던지고 치는 게 마냥 즐거워 보였어요. (웃음)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요?

처음에는 그렇게 달가워하시지 않았어요. 두 분 다 운동에 관심이 없으시거든요. 제가 몇 개월만 하다가 그만둘 줄 알고 처음에 시킨 거라고 나중에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지금 포지션인 외야수는 언제부터 하게 됐나요?

야구를 시작하면서 함께했어요. 중학교 2학년 때까지는 1루와 외야를 번갈아 봤고요. 3학년에 올라가서 중견수도 보다가 장충고에 진학하고 나서는 쭉 좌익수를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본인이 제일 편한 수비 위치는 어디인가요?

중견수가 편해요. 타구 판단하기가 제일 쉽거든요. (왼손잡이인데 투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요?) 공을 잘 못 던져서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 그래도 지금은 필리핀에서의 특훈 덕분에 송구가 발전했어요. 지금처럼 던졌다면 아마 고민했을 거예요.

듣기로는 건대부중 시절까지만 해도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어요.

실전에서 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어요. 그저 멀리만 칠 줄 아는 선수였죠. 연습 때는 비거리가 정말 잘 나왔거든요. (하하) 정확도가 떨어지다 보니까 시합에서는 안타가 나오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장충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됐어요.

훈련을 장충고와 자주 했어요. 그때 송민수 감독님께서 눈여겨보신 것 같아요. 어느 날 제게 와서 “너 고등학교는 우리 학교로 와라”라고 하셨어요. (웃음) 제 가능성을 보고 뽑으시지 않았나 생각해요.

감독님에게 고마웠을 것 같아요.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 정도예요. 늘 감사하죠. 저도 몰랐던 제 가치를 알아봐 주신 거잖아요.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서 학교의 위상을 드높이고 싶어요.


#노력 천재, 날개를 달다

박주홍에게 필요한 것은 딱 하나, 실전 감각. 1학년, 추계리그에서 그는 마지막 남은 퍼즐 한 조각을 찾았다. 그렇게 완성된 타격감은 부러진 날개를 회복한 독수리 마냥 끝없이 하늘을 날았다. 혹자들은 이를 타고난 재능이라고 말하겠지만 절대 아니다. 끊임없이 타격에 대해 공부하고 연습하며 쌓은 단단한 기반이 있기에 가능한 활약이었다. 노력 천재 박주홍은 그렇게 2학년이었던 2018시즌, 3학년 형들을 뒤로 하고 고교야구 최고의 강타자로 성장했다.

1학년 추계리그부터 엄청난 성장세로 두각을 나타냈어요.

추계리그 들어가기 전에는 컨디션이 안 좋았어요. 그런데 첫 경기에서 잘 치고 완벽히 감을 잡게 됐어요. (꽤 긴 시간 동안 실전 무대에서 감을 잡지 못했는데 두려움은 없었나요?) 전혀요. 그냥 못 치니까 ‘아 난 왜 맨날 못 치지’라고만 생각했죠.

지난해 2학년이지만 3학년 형들을 제치고 최고의 타자로 각광 받았어요.

작년을 돌아보면 리그 시작과 종료 이후 엄청나게 많은 성장을 거친 해예요. 물론 지금도 계속 성장하고 있고요. 공을 맞추는 능력이라든가 스윙 메커니즘까지 타격에서 전반적으로 발전했어요. (모든 코스를 잘 쳤지만 유독 몸 쪽에 강했어요.) 장타를 의식해서 인코스를 노림수로 잡고 들어간 게 잘 들어맞았어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 타구의 질이에요. 강한 타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이 있나요?

앞서 말한 스윙 메커니즘을 신경 썼어요. 좋은 메커니즘과 스윙이 빨라야 강한 타구를 만들 수 있어요. 공의 비거리도 좋아지고요.

스윙 메커니즘 연구는 어떻게 했나요?

잘 치는 타자들의 영상을 참고했어요. 친구들하고도 타격에 대해 자주 대화를 나눴고요. (어떤 선수의 영상을 주로 봤나요?) 롤모델인 김재환 선수 타격폼을 연구했어요. 1학년까지만 해도 폼을 자주 바꿨어요. 계속 안 맞으니까요. 그런데 김재환 선수 타격 자세를 보고 공부하면서 저만의 타격폼이 정립됐죠. 요즘도 선배님의 경기를 보고 타격할 때의 느낌을 유지하려고 해요.

김재환 타격폼을 참고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치기 전까지 잡동작도 없고 타격에서의 임팩트가 강해서 같은 중심타자로서 본받을 점이 많아요. 그래서 따라하려고 하다 보니 힘쓰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겠더라고요.

정교함도 대단했어요. 상황에 따라 타석에서 임하는 전략도 달랐나요?

특별한 전략은 없어요. 타석에 들어가면 공을 찢어버린다고 해야 하나? (웃음) 포인트를 앞에 두고 빠르게 허리 회전을 가져가서 때린다고 생각하고 들어가요. 중요한 상황일 경우에는 집중을 더 하는 편이고요.

선구안도 뛰어나요. 출루율이 5할 5푼을 육박했습니다.

솔직히 볼넷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어요. 견제가 심해지면서 투수들이 승부를 피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늘어났어요. 딱히 공을 잘 보려고 하거나 그런 적은 없어요. 그냥 볼이라 안친 거예요.


박주홍이 뽑은 2018시즌 경기 Best 3

1위. 청룡기 8강전 vs 야탑고 4타수 3안타(2홈런) 2타점 2볼넷

제 이름을 많은 야구팬에게 각인시킨 경기예요. 특히 (안)인산이와 상대했을 때 기록한 홈런을 많이 기억해 주시더라고요. 인산이는 공이 워낙 빠르잖아요. 그래서 ‘몸 쪽 직구 하나만 앞에서 맞추자’라고 생각하고 들어갔거든요. 제가 원한 코스로 와서 쳤는데 꽤 멀리 날아갔어요. (지난 <더그아웃 매거진> 94호에서 안인산을 인터뷰 했는데 읽었나요?) 봤어요. 다시 빠른 공으로 승부하겠다고 그러더라고요. 제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아요. 또 넘길 자신 있습니다. (웃음)

2위. 청룡기 4강전 vs 동성고 2타수 1안타 2타점 2볼넷

3회에 김기훈 형을 상대로 2타점 동점 적시타를 칠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저희 쪽으로 왔어요. 그런데 다시 한번 역전을 허용했어요. 이후 5회에 2사 만루 동점 찬스가 제 타석에 왔는데 우익수 플라이로 잡혀버렸어요. (김기훈은 지난해 최고의 고교 투수였는데 긴장되지 않았나요?) 자신은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에이스 투수를 상대하는 게 더 편해요. 집중도 잘되고 무조건 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3위. 봉황대기 1회전 vs 대구고 4타수 1안타 3타점 1볼넷

이 대회도 만루가 아쉬웠어요. 실투가 들어와서 때렸는데 담장을 못 넘기고 펜스를 맞고 나왔어요. 덕분에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기록했지만 경기 이후에 ‘넘어갔으면 이겼을 텐데’라는 미련이 남더라고요.


#2019년 고교야구 슈퍼스타

최고의 선수에게는 늘 견제가 따라 온다. 2학년 시절 이미 탈 고교급 타격이라는 평가를 받은 박주홍에게 상대팀 투수들이 좋은 공을 던지는 것은 경기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 주말리그를 앞두고 치러진 친선 대회에서도 투수들은 그에게 쉽사리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않았다. 지나친 견제로 타격감이 무너질 법도 하지만 박주홍은 오히려 덤덤하게 받아들이며 자신에게 들어 올 스트라이크를 기다리고 있다.

올 시즌은 정말 중요한 해예요. 임하는 각오도 남다를 것 같아요.

잘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잘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고 못하면 그만큼 떨어질 거니까요. 지금의 평가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죠.

1차 지명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요.

처음에는 ‘내가 어떻게 1차 지명 후보지?’라고 생각했어요. (혹시 별명도 알고 있나요?) ‘엘주홍’이요? (웃음) 친구들도 엘주홍이라고 자주 놀려서 잘 알고 있죠. 처음에는 부담스러워서 하지 말라고 예민하게 반응했는데 이제는 하도 많이 들어서 그러려니 해요.

아버지가 국가유공자라고 들었어요. 국가유공자 자녀는 군 혜택이 있어 지명에 힘을 실어 주고 있어요. (병역법 제62조 및 병역법 시행령 제130조 제4항에 따라 6급 이상 국가유공자 자녀의 경우 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버지께 정말 감사하죠. (아버지는 평소에 어떤 분인가요?) 부모님께서 제 뒷바라지를 하느라 고생이 많으세요. 특히 아버지는 집이 수원인데 저와 중학교 때부터 학교 앞에서 같이 살면서 매일 아침에 영양제도 꼬박꼬박 챙겨주시고 시합 때도 항상 와서 응원해주세요. 프로에 지명을 받아 계약금을 받는다면 부모님이 원하는 걸 다 사드리고 싶어요. 그래도 부모님이 저를 위해 희생하신 걸 모두 갚기에는 한 없이 부족할 것 같아요.

지난해 잘한 만큼 견제도 심해요. 주말리그에 앞서 치러진 탄천리그와 시장기대회에서 투수들이 승부를 피해 자주 걸어 나갔어요.

작년에는 볼넷으로 나가면 기분이 별로였어요. 안타를 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간혹 나쁜 공에 손이 나가곤 했어요. 그럴 때마다 감독님께서 “쉽게 승부하지 않는 게 당연한 거다. 스트라이크가 들어오면 넌 언제든지 안타를 칠 수 있으니까 타석에서 참을성을 가지고 기다려라”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이 조언을 토대로 타석에서 인내심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2019시즌 주말리그 일정이 쉴 틈 없이 빠듯해요. 부담스럽지 않나요? (2019년 고교야구 주말리그는 전, 후반기 리그 사이 전국대회를 진행했던 기존 방식에서 변동돼 전반기 주말리그 종료 후 1주일간 짧은 휴식기를 가지고 바로 후반기에 돌입한다.)

크게 신경 안 쓰고 있어요. 다만 주말리그 전반기에 조에서 1등을 해야 전국 대회를 다 나갈 수 있어서 그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같은 서울권 A조에 서울고, 휘문고 등 강팀이 즐비해요.)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올해 전력이 가장 센 덕수고가 없잖아요. (웃음) 나머지는 다 비슷하다고 봅니다. 다른 팀은 다 이길 수 있어요. 자신 있습니다!

2019년 장충고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야구를 하면서 단 한 번도 정상을 못 밟아 봤어요. 이번에는 꼭 우승 한번 해보고 싶어요. (장충고에는 좋은 선수가 많아요. 자랑 한번 부탁드려요.) 수비나 타격 쪽에서는 작년보다 훨씬 뛰어나요. 단합심도 좋고요. 투수진도 평균 이상입니다.

개인적인 목표도 궁금합니다.

기복 없는 시즌을 보내는 게 가장 큰 목표고요. 두 번째는 홈런 10개예요. 마음먹은 대로 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메이저리그 진출 생각은 없나요?

아직 메이저리그에 갈 실력은 아니에요. 고등학교에서 바로 가는 것보다 류현진, 강정호 선배님처럼 프로에서 기량을 쌓고 도전하고 싶어요.


프로에서 상대해보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SK 와이번스 김광현 선배님이요. 작년에 한국시리즈를 봤는데 굉장한 공을 던지셔서 한 번 타석에서 상대해보고 싶더라고요. 김재환 선배님과도 선의의 경쟁을 펼쳐보고 싶습니다.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요?

프로에 가서도 역사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프로야구 최다 홈런과 타점 타이틀 1위에 제 이름을 올려 팬들 기억에 최고의 타자로 남는 게 꿈이에요.

마지막으로 <더그아웃 매거진> 공식 질문입니다. 박주홍에게 야구란 무엇인가요?

인생이라는 단어밖에 생각이 안 나요. 초등학교 때부터 제 인생에는 야구밖에 없어요. 다른 것을 야구처럼 미친 듯이 해본 적도 없고요. 제 삶이 야구이자 야구가 제 삶이에요.


더그아웃 매거진 97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9년 97호(5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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