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안일주의' 롯데의 한 발 늦은 행보..행정력도 꼴찌

조형래 2019. 6. 4.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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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대선 기자] 부산 사직구장 /sunday@osen.co.kr

[OSEN=조형래 기자] 여전히 한 발 늦고,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한다. 꾸준하게 선진 구단으로 나아가려는 목소리를 내뱉고 있지만, 허공의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롯데는 무사안일주의 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성적은 선수들의 의지로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선수들과 현장을 뒷받침 해야하는 롯데 프런트의 행정력은 수 십년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최근 몇 년 간 손에 꼽을 정도로 최악의 전반기를 보내고 있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4할 승률에 도달하지 못하는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일단 최근에는 다시 반등세로 돌아선 모습이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 위해선 더욱 발걸음을 재촉하고 보폭을 넓혀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는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 교체를 단행할 생각을 갖고 물밑에서 움직였다. 5년 째 활약하고 있는 브룩스 레일리의 나아지지 않는 성적과 최근 제이크 톰슨의 이두근 염좌 부상으로 변수가 생겼다. 대체 자원은 최근 7년 간 한국 무대에서 활약했고 대만프로야구(CPBL)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던 헨리 소사였다.

150km가 넘는 강속구와 지치지 않는 스태미너를 바탕으로 이닝 소화력이 매력적인 소사는 대체 외국인 선수 리스트 가운데 최우선 순위에 있었다. 롯데 뿐만 아니라 KBO리그 대부분의 구단이 비슷한 리스트를 갖고 있었다. ‘눈치싸움’에서 누가 먼저 움직여 소사를 품에 넣느냐가 관건이었다. 소사의 한국행은 사실상 시간문제였다. 

롯데는 일단 소사를 향해 구애를 가장 먼저 펼친 팀으로 알려져 있다. 에이전트와 접촉을 했고, 소사의 신분을 알아보는 과정에 있었다. 하지만 소사의 영입 추진 사실이 드러나자 다른 구단들, 특히 선두 SK가 소사 영입에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롯데와 SK의 2파전 양상으로 흘러가던 소사 영입전. 결국 롯데는 소사를 품지 못했다. 관심부터 영입까지 초단기간에 결단을 내린 SK의 과감한 행정력을 이기지 못했다. 소사 영입을 위해 대만으로 날아갔고 같은 시간 SK 관계자들과 같은 장소에 있었지만 롯데는 그저 지켜봐야 했다. 결국 소사는 지난 3일 SK와 52만 달러(계약금 35만 달러, 연봉 17만 달러)에 계약을 맺고 KBO리그 컴백을 확정지었다.

롯데는 소사 영입전에서 헛심만 썼다. 롯데는 “톰슨의 몸 상태가 나아지고 있고, 조만간 재검진을 통해 복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통상적인 외국인 선수 영입을 위한 리스트업 작업 중이었고, 소사 쪽과 접촉을 한 것은 맞지만 어떤 선수를 교체할지도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롯데 프런트의 민낯과 고질적인 문제들이 나온다.

소사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구단이지만, 그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 개막엔트리 기준 평균연봉 1위 팀인 롯데는 현재를 내다봐야 하는 팀이다. 부분적인 리빌딩도 함께 진행하고 있지만, 일단 성적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현재 최하위에 쳐져 있는 현실을 환기시키기 위한 모멘텀이 필요했다. 외국인 선수 교체는 분위기 전환의 대표적인 수다. 하지만 수를 쓸 수 있는 기회를 롯데는 눈 앞에서 놓쳤다. 

10개 구단 중 최하위급 외국인 투수 듀오를 갖고 성적 반등을 노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단이 필요했지만 어영부영하면서 기회를 놓쳤다. 사실 SK는 소사가 그리 급하지 않았다. 웨이버 공시된 브록 다익손에게 시간을 좀 더 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관심을 표명한 사실이 드러났고, 대권을 향해서는 좀 더 강력한 투수가 필요하다는 현장과 구단의 판단이 일치했다. 결국 영입까지 속전속결이었다. SK가 토끼였다면 롯데는 거북이였다. 의지와 결단력, 의사소통구조 등 롯데는 애초에 SK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그리고 롯데 프런트를 둘러싼 고질적인 문제는 무사안일주의가 만연 하다는 것이다. ‘만약 외국인 선수 교체의 결과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면?”이라는 명제를 계속해서 마음 한구속에 품고 행정을 진행했다고 볼 수 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다’라는 생각의 끝에는 결국 책임 회피와 무사안일주의라는 폐단이 있었다. 어떻게든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결정을 내려야 하는 부분이 필요한데, 만약 실패로 귀결될 경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 의식 자체를 외면하고 있다. 

비단 소사의 영입전에서만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된 것은 아니다. 올해 레일리와 5시즌째 함께하기로 결정한 롯데다. 레일리는 한국 무대 적응이 필요없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반대급부로 너무 많은 한계를 노출했다.

10승과 3점대 후반~4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이라는 성적은 가능하지만 선발진을 이끌만한 에이스감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 이미 판명이 났다. 대외적으로는 가을야구와 우승을 노린다고 공표한 팀의 프런트가 더 나은 외국인 선수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100만 달러 상한제라는 새로운 제도로 위험부담이 있었지만, '스포츠투아이'가 집계한 투수 WAR 부문에서 레일리(1.04)를 앞서는 신규 외국인 투수는 팀 동료인 톰슨 포함해 10명에 달한다. 교체된 다익손(1.37)도 레일리보다 앞선다. 

롯데는 최근 다양한 방식으로 선진 구단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트랙맨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퍼포먼스 데이터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고, 미래 발전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구단 문화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뼈를 깎는 쇄신이 아닌 ‘수박 겉핥기’식 문제 해결로는 선진 구단이 될 수 없다. 암흑기 시절’ 꼴찌’에 대한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 있는 롯데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경기력 뿐만 아니라 행정력에 있어서도 여전히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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