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People] LG 트윈스 타일러 윌슨

조회수 2019. 6. 5. 14: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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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그의 오늘

외모에 한 번 반하고, 실력에 두 번 반하고, 인성에 세 번 반하게 만드는 사람. LG 트윈스의 투수 타일러 윌슨이 <더그아웃 매거진>에 등장했다. 지난해 좋은 투구에도 불구하고 승운이 따르지 않아 ‘윌크라이’라는 별명이 생겼지만, 여전히 그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2019시즌 KBO리그 개막 이후 그는 4월까지 평균 자책점 0.57로 4승을 기록. 리그 최고 투수의 모습을 보여주며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4월의 MVP에 이름을 올렸다. 이제는 윌크라이가 아닌 ‘윌스마일’로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는 그의 이야기를 담아봤다.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강성은 Location 잠실야구장


#두 번째 서울

버지니아대학교를 졸업하고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거쳐 지난해 LG에 입단한 윌슨. 성공과 아쉬움이 공존했던 2018시즌을 뒤로하고 그는 한국에서의 두 번째 해를 맞이했다. 낯설었던 나라는 이제 익숙한 곳이 됐고, 두 가족으로 시작했던 서울 생활은 화목한 네 명의 가족이 됐다. 행복으로 가득한 그의 2019시즌은 어떤 이야기로 채워지고 있을까?

KBO리그 2년 차다. 한국에 대한 적응도 마쳤으니 준비하기 좀 더 수월했을 것 같다. 작년과는 어떤 점이 다른가?

가장 좋은 점은 선수와 코치 등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서 편안해졌다는 것이다. 서울도 익숙해졌다. 생활하는 것이나 야구장에서 어떤 것을 해야 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고 있어 편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다는 게 작년과 다르다.

지난해 도움을 받는 입장이었다면 올해는 다른 외국인 선수들이 적응하는 데 조력자 역할을 하겠다.

작년에는 헨리 소사에게 도움을 받았다. 첫해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를 기억하기에 그런 부분에서 케이시 켈리나 토미 조셉에게 보탬이 되고 싶었다. 사소한 것부터 팬들에게나 코치, 동료들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줬다. 지금도 서로 많은 것을 공유하고 필요한 것들을 알려주려 노력하고 있다.

다른 팀의 외국인 선수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더라.

두산 베어스와는 같은 구장을 쓰고 키움 히어로즈와는 같은 도시에 있어 여러 선수와 친하게 지내고 있다. 특히 가족들은 먼 타지에 와서 지내고 있고 남편인 선수들은 많은 시간을 같이 있지 못한다. 그래서 아내들을 위해서도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유대관계가 중요하다. 시합이 없는 월요일에는 가족들끼리 같이 만나기도 한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주장이 김현수로 바뀌었고 단장과 코치진에도 변화가 있었다.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나 역시 우리 팀 선수들을 통해 에너지를 느끼고 있고 팀과 함께 선수들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안녕 세리모니’도 더그아웃 분위기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모르지만, 팀원들에게 많은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융합에도 도움이 된다.

시즌 초반, 최고의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항상 현재에 충실하고자 한다. 미래나 과거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걱정하고 고민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 이 인터뷰에 내가 집중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연습도, 불펜에서도, 경기를 볼 때도…. 모든 순간에서 배울 수 있다.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난 것이 투구 내용과 투구 수에도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데 마운드 위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가?

게임 중에는 최대한 단순하게 하려고 한다. 야구는 공 하나에 여러 변수가 생기는 스포츠다. 잘못 던진 공 하나가 3점 홈런이 될 수도 있다. 실점 후에는 복잡한 생각보다 다음 상대에 집중한다.

야구는 심리적인 요소가 중요하다.

맞는 말이다. 강한 정신력은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하다. 1군에 있는 모든 선수는 신체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뛰어나다. 하지만 정신력 없이는 좋은 기술을 가져도 그것을 활용해 자신의 잠재력을 드러낼 수 없다. 이를 위해선 시간이 걸린다. 자신감을 얻고, 나를 믿고, 선수로서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 그리고 내가 배운 것들에 대한 확신을 가지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from Virginia

윌슨이 졸업한 버지니아대학교는 입학이 어렵기로 유명한 학교다. 그만큼 윌슨은 야구뿐만 아니라 공부도 무척이나 잘하는 사람이었다. 수재들만 모여 있는 이곳에서 장학금은 물론, 공부와 운동을 모두 잘하는 학생에게 주어지는 ‘시니어 클래스 어워드’도 받았다. 평생의 동반자 첼시까지 만났으니 그의 대학 생활은 완벽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대학 시절 야구뿐만 아니라 학업도 충실했다. 두 가지를 모두 잘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가?

부모님의 공이 크다. 항상 공부를 우선순위에 두도록 하셨다. 선수 생활에는 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살아가기 위해서 다른 것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모님도 이 점을 늘 강조하셨다. 운이 좋게도 난 어릴 때부터 배우는 것을 좋아했다. 지식은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되고, 자신을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버지니아대 출신 선수는 인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들었다. 그 중 윌슨이 대표적이다. (웃음) 특별한 점이 있는지?

우선 학교 자체가 특별하다. 입학하기 힘든 명문 학교고 좋은 교수와 코치들이 있다. 학생들의 재능 발전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다. 만약 한 학생이 사진가가 되고 싶다고 하면 그에 대해 모든 지원을 해준다.


대학에서 첼시를 만났다. 아내가 쓴 글을 보니 윌슨을 만나기 전에는 야구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고 하더라.

맞다. (웃음) 흥미로운 건 야구로 먹고사는 남편을 만났고 지금은 야구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부모님과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 나하고도 야구에 관해 대화하며 서로에 대해 더 알게 됐다.

첼시는 대학 시절 농구 선수였고 이후에는 농구 해설위원으로 일을 했다.

해설은 지금도 하고 있다. 스포츠 해설위원으로서 굉장히 열정적이다. 한국에 오기 전 스프링캠프 때 해설을 하느라 호주와 오키나와에 오지 못했다. 시즌이 시작되고 나서야 한국에서 같이 생활을 하게 됐다. 야구가 시작하는 3월이면 농구 시즌이 끝나고, 야구가 끝날 10월이나 11월에 농구가 시작한다. 그래서 내 일이 끝나면 첼시의 일이 시작된다. (웃음) 그는 내게 항상 힘을 실어 준다. 나도 도움과 용기를 주려고 한다.

혹시 본인은 해설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없는가?

잘 모르겠다. 이 질문을 받기 전까지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생방송으로 야구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기회가 온다면 큰 도전이 될 것이다.

모교 농구팀이 이번에 NCAA(전미대학스포츠연맹)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아주 좋은 팀인데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야구뿐만 아니라 농구도 상당히 좋아한다. 아내가 대학생 때 농구 선수를 해 더욱 애정이 간다.

팬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짜릿한 순간이다. LG팬들도 우승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

잘 알고 있다. 팬은 선수에게 있어 가장 큰 원동력이다. 항상 인터뷰에서 ‘팬에게 감사하다’, ‘에너지를 받는다’라고 말한다. 진심이다. 항상 팬들은 좋은 의미로 다가온다. 작년에 팀이 힘들 때도 열정적으로 응원을 해줬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우승을 꼭 하고 싶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 한다면 어떤 공약을 세우고 싶은가?

무엇인들 못 하겠는가. 팬들과 하나 돼 기쁨을 나누고 싶다.


#해시태그_윌슨

SNS(Social Network Service, 사회관계망서비스)는 서로의 일상과 관심사를 온라인으로 나누는 서비스를 말한다. 윌슨도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생각과 관심사를 공유한다. 야구와 가족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의 모교의 농구팀까지 SNS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2019년 윌슨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해시태그는 무엇일까? (해시태그란 SNS에서 검색을 허용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단어 앞에 ‘#’을 붙여서 표현한다. ‘연관검색어’나 ‘키워드’와 비슷한 단어다.)

출퇴근길에 찍힌 사진을 보니 항상 에어팟을 끼고 있었다.

팟캐스트도 듣고 다른 사람의 인터뷰나 성경 말씀, 좋아하는 컨트리 음악을 듣는다.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 기독교 음악)도 듣는다.

원정 버스에서도 긴 시간을 보낼 텐데 주로 무엇을 하는가?

책을 읽거나 친구들에게 이메일도 보내고 TV쇼도 가끔 본다. 그러나 대부분 시간은 독서를 한다. 아까도 말했듯이 새로운 지식을 쌓는 것은 늘 즐겁다.

요즘 전 세계가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들썩이고 있다. 영화를 보는 것도 좋아하는가?

물론이다. 작년에 서울에서 <어벤져스: 인피니티워>를 봤다. 아직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보지 못했다. 아기들이 있어 밖에서 두 시간 동안 영화를 볼 여력이 없다. (웃음) 아내가 임신했을 때는 정말 많이 봤다. 최근에 언제 영화를 봤는지 기억이 안 난다. (웃음)

윌슨의 아버지와 동생은 야구를, 어머니는 소프트볼을 했다고 들었다. 특히 아버지가 많은 영향을 줬다고 하던데 아버지의 경기도 본 적 있는가?

내가 태어나기 전에 은퇴하셔서 직접 보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사진도 보고 아버지와 대화를 하면서 선수 시절 이야기를 들었다.

가족들에게 항상 고마울 것 같다.

가족은 나의 전부다. 쌍둥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모님께서도 아이들을 보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한국에 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야구를 하며 가족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힘을 얻었다. 그들을 위해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고 싶다.

지난 시즌 완봉승도 했고 보기 드문 삼중살도 기록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트리플 플레이는 작년에 처음 경험했다. 그래서 그 공은 따로 챙겨 미국에 보냈다. (웃음) 하나를 뽑자면 작년에 차우찬이 선발로 나섰던 두산과의 마지막 경기를 얘기하고 싶다. 안타깝게도 전까지 두산을 상대로 우리가 15연패를 하고 있었다. 이기기 참 힘들었는데 마지막 경기에서 연패를 끊을 수 있었다. 직접 경기를 뛰진 않았지만, 팀에게 의미 있는 경기였다. 차우찬도 정말 최고였다.

SNS에 윌슨과 같이 찍은 팬들의 사진이 자주 올라온다. 서울을 돌아다니다 보면 많이 알아보는지?

밖에서 팬들을 만나면 최대한 뭐든 해주려 한다. 사진을 찍는다든지 얘기를 한다든지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

트위터를 통해 팬들과 소통한다. 특별히 활용하는 이유가 있는가?

다양한 SNS 플랫폼이 있지만, 트위터에서는 다양한 매체를 접할 수 있다. 뉴스와 비디오를 보면서 팬들과 소통도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읽는 것을 좋아하고 뉴스를 중점적으로 보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신을 해시태그 세 개로 표현한다면?

#Wilson_Strong

글러브에 새겨져 있는 문구다. 투구할 때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이 글은 힘이 된다. 부모님과 장인,〮장모님, 그리고 모든 가족이 나의 힘이다. 항상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Team_first

윌크라이라는 팬들이 불러주는 귀여운 별명이 있다. 그러나 나는 울지 않는다. (웃음) 늘 행복하다. 언제나 팀이 먼저고 잘되길 바란다.

#One_team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원과의 관계다. 우리는 항상 ‘원 팀(one team)’을 말한다. 타자들이 안타를 치고 나갔을 때 안녕 세리모니를 통해서 하나라는 것을 느낀다. 팬들도 마찬가지다. 한 곳을 보고 간다는 느낌이다.

나중에 LG팬들이 윌슨을 떠올렸을 때 어떤 선수로 기억되길 원하는가?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이었다고 기억되고 싶다. 10년 뒤에도 KBO리그는 계속된다. 그때는 내가 여기서 공을 던지고 승리를 거뒀던 것들이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했던 행동은 나중에도 기억될 수 있다. 나를 떠올렸을 때 그들을 사랑했고 LG를 사랑했던 사람으로 가슴속에 남길 바란다.

윌슨을 인터뷰하기 위해 잠실야구장 중앙출입구로 가던 길이었다. 어떤 사람 앞에 팬들이 줄을 서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역시나 그 사람은 윌슨이었다. 팬들이 원하면 언제나 환한 웃음으로 같이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는 그의 모습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꽉 찬 청주구장’과 ‘텅 빈 메이저리그 구장’ 중에 고르라고 한다면 ‘꽉 찬 청주구장’을 고를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팬들은 윌슨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야구선수의 꿈을 이룬 윌슨의 ‘인생의 꿈’은 무엇인가?

어릴 때부터 내 꿈은 프로 야구선수였다. 그리고 그것을 이뤄서 너무 행복하다. 야구를 너무 사랑하고 그라운드에서 뛰는 이 순간이 선물 같다. 지금도 너무 행복하지만, 궁극적인 꿈은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이제 앞으로 커가면서 사람들하고 어떻게 유대관계를 갖고, 어떻게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어떻게 열정적으로 살아야 하는지 가르치는 것. 그것이 내 일이다.

***

윌슨의 현재는 한순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는 ‘오늘’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매 순간 최선을 다했고 켜켜이 쌓여 눈부신 ‘지금’을 만들었다. 앞으로도 그는 현재를 소중히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이 모여 자연스럽게 행복한 미래가 찾아올 것이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 이런 말이 나온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지금 <더그아웃 매거진>을 펼쳐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하루가 당신에게 눈이 부신 소중한 하루가 되길 바란다.


더그아웃 매거진 98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9년 98호(6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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