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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월드컵 특집] 축구여신 이민아의 첫 여자월드컵, 세계를 홀릴까

김형준 입력 2019.06.0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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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격 차이에 기죽지 않아… 여자축구 반전매력 보여줄래요”

오는 8일 오전 프랑스와 2019 FIFA 여자월드컵 개막전을 펼치게 될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이민아가 지난달 21일 경기 파주시 축구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손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 고영권 기자

“처음이자 마지막 여자월드컵이란 각오로 뛰어야죠.”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간판 이민아(28ㆍ고베 아이낙)는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하는2019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에 모든 걸 쏟겠다는 각오다. 곱상한 외모에 실력까지 갖춰 ‘축구여신’으로 불린 지 오래지만, 2008년 뉴질랜드 FIFA 17세 이하 여자월드컵과 2010년 독일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국가대표 등 연령대별 대표팀을 모두 거쳤음에도 정작 4년 전 캐나다 여자월드컵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아픔에 이번 대회를 손꼽아왔다.

그런데 첫 판부터 상대가 만만찮다. 프랑스의 심장 파리에서, 개최국 프랑스와, 심지어 전 세계 이목이 쏠리는 개막전 대결을 펼친다. 파르크 데 프랭스(Parc des Princes)에서 열릴 개막전은 일찌감치 매진돼 경기 당일 프랑스 관중들의 일방적 응원이 예고된 상황이다. 12일 나이지리아와 2차전, 18일 노르웨이와 3차전 모두 만만찮은 상대라 프랑스전에서 최소 무승부는 거두고 가야 16강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이민아는 조심스레 ‘승리’의 의지를 밝혔다. 출국을 앞둔 지난달 21일 경기 파주시 축구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본보와 만난 그는 “월드컵 오는 길이 꽤나 험난했던 만큼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민아 얘기대로 한국의 이번 월드컵 도전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재작년 4월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18 여자아시안컵 예선 때 북한 관중들의 일방적 응원 속에 1-1 무승부를 거둬 조 1위를 확정,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여자대표팀은 지난해 4월 열린 아시안컵 본선에선 필리핀과 5ㆍ6위 결정전(5위까지만 월드컵 본선진출)까지 치른 끝에 아시아에 배정된 월드컵 본선행 막차에 올라탔다. 바꿔 말하면 한국은 여자월드컵 본선 친출국만 모아놓고 봤을 때 최약체에 속한단 얘기. 그럼에도 이민아는 “같은 여자선수끼리 맞붙는데, 절대 기 죽을 일 없다”라며 “지난 대회 성적(16강)을 반드시 넘어서고 싶다”며 8강 이상의 성적에도 도전할 뜻을 전했다. 다만 “월드컵에서 만날 상대들은 대체로 (체격이)우리보다 큰 만큼, 조직력을 더 갖춰야 한다”고 했다. 윤덕여 감독도 이 점에 중점을 둬 국내 소집기간 동안 패스와 세트플레이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오는 8일 오전 프랑스와 2019 FIFA 여자월드컵 개막전을 펼치게 될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이민아가 지난달 21일 경기 파주시 축구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창간기념 메시지를 적은 유니폼을 들어보이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민아의 자신감은 해외무대에서 부딪혀가며 쌓은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2011년 국내 여자실업축구 WK리그 최강 현대제철에 입단한 이민아는 재작년 말 일본 고베 아이낙으로 이적해 두 번째 시즌을 맞고 있다. 이민아는 “분명 마음이나 생활이 편한 건 한국이지만, 새로운 무대에서 적응 해가며 얻는 경험은 큰 자산”이라고 했다. 이웃나라 리그라지만 엄연한 용병이기에 언제나 팀 내에서 한 수 위 실력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과, 한국 선수로서의 책임감을 안고 뛴다.

용병과 국가대표로의 삶을 반복하다 보니 피로가 쌓이기 마련이다. 더욱이 지난해엔 월드컵 예선을 겸한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A매치 일정으로 꽉 차 있어 온전히 쉴 수 있는 날이 거의 없었다. 월드컵이 끝나면 무엇을 즐기고 싶은지를 묻자 주저 없이 ‘온전한 휴식’을 꼽으며 “일주일, 5일, 아니 단 3일만이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다”고 말 할 정도로 열심히 달려왔다. 이민아는 “지난해 12월부터 햄스트링 통증이 있었지만, 월드컵만 바라보며 꾹 참고 뛰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피로도가 쌓이다 보니 부상도 잘 낫지 않았는데, 다행히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소집된 기간 동안 파주에서 치료를 잘 받고 있어 한결 나아졌다”고 했다.

오는 8일 오전 프랑스와 2019 FIFA 여자월드컵 개막전을 펼치게 될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이민아(오른쪽)가 지난달 17일 경기 파주시 축구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연습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결전의 시간이다. 이민아는 “월드컵에 나서지 못했던 4년 전에 비해 마음가짐도 달라졌고, 사명감과 책임감도 크다”며 “선수들 모두 기술이나 기량이 그 때보다 한결 나아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남자대표팀이 러시아월드컵에서 독일을 2-0으로 꺾는 활약을 펼친 뒤 K리그가 살아나는 걸 보면서 이번 대회를 통해 여자축구에 대한 인지도도 높이고 싶다고 했다. 이민아는 “힘이나 경기 속도를 봐도 여자축구가 남자축구의 재미를 따라가긴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한 번 보러 온 분은 종종 경기장을 찾아주신다. 실제로 보면 여느 남자선수들 못지 않은 경기력과 세밀한 패스플레이 등 ‘반전 매력’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 시간으로 늦은 밤이나 새벽시간에 경기를 펼치게 되는데, 중계를 지켜봐 주시는 분이 단 몇 분이 될지라도 그 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응원을 당부했다.

파주=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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