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승 미뤘지만 류현진이 최고 투수임을 증명한 3가지 장면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2019. 6. 1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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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11일 에인절스전에 선발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 AP연합뉴스

류현진(32·LA 다저스)이 11일 LA에인절스전에서 6이닝 1실점의 호투로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고도 불펜 난조로 10승 및 통산 50승 달성을 다음으로 미뤘다. 4월27일 피츠버그전 이후 45일만에 처음으로 홈런을 맞았지만 득점권에서 7타수 무안타로 상대를 묶는 위기관리 능력은 여전했다. 평균자책 1.36은 여전히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류현진이 왜 에이스인지, 2019시즌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인지 잘 보여주는 3가지 장면이 에인절스전에서 잘 드러났다.

①5000억 타자 트라웃 잡아낸 환상 커터

에인절스 2번 마이크 트라웃은 올시즌을 앞두고 12년 4억2600만달러에 장기계약했다. 우리 돈으로 약 5000억원에 해당하는 역대 최고 규모다. 연봉 만큼 실력도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다. 류현진은 1회와 3회, 5회 3번 만나 3타수 무안타 삼진 2개로 완벽하게 제압했다.

1회 초구 73마일 커브가 우타자 트라웃 깊숙한 곳을 향했다.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았지만 현지 중계를 해설한 노마 가르시아파라는 “정말 좋은 공에, 정말 좋은 판정”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라이크나 다름없었다는 뜻이다. 2-2에서 긴장한 듯 체인지업이 몰리는 바람에 강한 타구를 맞았지만 좌익수 정면이었다.

3회 2번째 타석에서는 기어를 높였다. 좀처럼 던지지 않는 93마일짜리 강속구를 섞었다. 풀카운트에서 몸쪽을 향한 커터는 평소보다 각이 컸고, 마치 체인지업처럼 움직이며 삼진을 끌어냈다.

류현진이 11일 에인절스전에서 트라웃을 연거푸 삼진으로 잡아내는 장면. 2번째 타석 6구 커터는 체인지업처럼 움직였고(위), 3번째 타석 6구 커터는 백도어성이었다(아래) | MLB.com 문자 중계 캡처

류현진은 3-1로 앞선 5회 2사 1·2루에서 트라웃을 다시 만났다. 초구 92마일짜리 속구가 스트라이크존 구석에 꽂혔다. 가르시아파라는 “완벽한 제구”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초구 스트라이크 잡은 뒤 2구째 몸쪽 낮은 코스로 커터를 집어넣었다. 스트라이크 존 주변으로 유인구를 3개 던진 뒤 풀카운트에서 선택한 공은 류현진 올시즌 최고 무기 중 하나인 ‘백도어 커터’였다. 2번째 타석과 반대 코스를 향한 커터에 트라웃이 힘없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류현진은 좀처럼 하지 않던 주먹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트라웃이 올시즌 볼넷 없이 삼진 2개이상 당한 경기는 62경기 중 겨우 4번. 그걸 선발 투수에게 당한 것은 5월9일 디트로이트 매튜 보이드에 이어 류현진이 2번째다. ②강타자 벨린저의 기습번트

LA 다저스 코디 벨린저는 올시즌 타율 0.353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홈런 20개는 3위다. 팀 내 최고 강타자 벨린저는 0-0이던 2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3루쪽 기습번트를 시도했다. 자신을 상대로 한 시프트를 뚫기 위한 시도였다. 번트는 잘 댔지만 에인절스 선발 그리핀 캐닝의 수비가 부드러웠다.

강타자 벨린저의 기습번트는 류현진이 에이스로 인정받는다는 증거다. 선취점이 필요한 경기, 장타에 의한 대량득점이 아니라 1점만이라도 앞서나가면 이길 수 있다는 신뢰가 류현진 등판 경기에 나타났다. 다저스 타선은 벨린저의 번트 시도에 이어 2루타 3개가 나오면서 3득점에 성공했다.

류현진(오른쪽)이 11일 에인절스전 6회 2사 1·2루 조나단 루크로이 타석 때 포수 러셀 마틴을 불러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류현진은 다음 공으로 백도어 커터를 던져 삼진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 AP연합뉴스

③마지막 위기 상황, 류현진의 ‘집합’

3-1로 앞선 6회말 2사 1·2루, 조나단 루크로이 타석이었다. 볼카운트 1-2로 류현진이 유리한 상황에서 연거푸 파울이 이어지자 류현진은 포수에게 신호를 보냈다. 러셀 마틴이 마운드를 향했고, 내야수들도 마운드에 모였다. 주자가 등 뒤에 있는 상황, 연거푸 파울이 난 장면은 상대의 사인 훔치기를 비롯해 여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손가락 사인 보다는 확실하게 말로 전하는게 낫다. 마운드 회의는 짧게 끝났고, 류현진은 앞서 트라웃을 삼진으로 잡아낸 백도어 커터를 던져 이날 6개째 삼진으로 자신의 등판을 마무리했다. 99개째 투구였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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