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패스트볼? 슬라이더?' 최고타자 트라웃도 감탄한 류현진의 진화

윤세호 입력 2019. 6.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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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류현진 | LA 다저스 공식 트위터 캡처.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지난 11일(한국시간) 내셔널리그 최고투수와 아메리칸리그 최고타자의 맞대결은 긴 여운을 남겼다. 승부를 벌인 당사자들도 공 하나하나를 뚜렷하게 기억했다. LA 에인절스 마이크 트라웃(28)이 LA 다저스 류현진(32)의 컷패스트볼에 고전한 순간을 돌아봤다.

트라웃은 다저스전 이후 현지언론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와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굉장하다. 내게 엄청난 공을 던졌다. 류현진이 구사한 세 가지 슬라이더가 모두 달랐다. 류현진이 훌륭한 투수인 이유다. 류현진은 뛰어난 구위를 지녔다”고 털어놨다. 트라웃은 슬라이더라고 판단했지만 류현진이 트라웃에게 던진 구종은 정확하게는 슬라이더가 아닌 컷패스트볼이다. 류현진은 스프링캠프 당시 컷패스트볼보다 느리면서 횡으로 변화가 심한 슬라이더를 구사했으나 제구에 어려움을 느끼고 슬라이더를 봉인했다. 올시즌 류현진은 직구, 체인지업, 컷패스트볼, 커브 등 네 가지 구종을 구사하고 있다.

류현진과 트라웃이 승부한 세 타석을 돌아보면 트라웃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둘은 당일 경기에서 1회와 3회, 그리고 5회까지 세 차례 만났다. 첫 번째 대결이었던 1회에는 류현진에게 운이 따랐다. 류현진이 던진 직구가 한 가운데 몰렸다. 트라웃은 류현진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라인드라이브 타구로 만들었지만 타구가 다저스 좌익수 작 피더슨의 글러브로 향했다. 그리고 두 번째 대결부터는 류현진표 컷패스트볼의 진가가 드러났다. 삼자범퇴를 달성한 3회말 류현진은 트라웃에게 직구와 컷패스트볼을 연달아 섞어 던졌다. 트라웃은 직구 타이밍을 잡고 스윙했으나 류현진의 컷패스트볼은 절묘하게 트라웃의 배트 아래로 꺾였다. 류현진이 트라웃에게 첫 번째 삼진을 잡은 순간이었다.

세 번째 대결은 더 극적이었다. 2사 1, 3루 실점 위기에서 트라웃과 마주한 류현진은 이번에도 직구와 컷패스트볼의 조화를 펼쳐보였다. 강타자와 대결에서 같은 볼배합을 이어가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만큼 컷패스트볼에 대한 자신감이 강했다고 볼 수 있다. 류현진은 연달아 몸쪽에 직구와 컷패스트볼을 넣은 후 풀카운트에서 컷패스트볼로 다시 한 번 트라웃의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류현진의 컷패스트볼은 투구시 팔의 움직임이 직구와 동일하고 구속 또한 시속 4마일(6.5㎞) 정도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홈플레이트에 도달하기 직전까지는 직구와 같은 궤적으로 움직이다가 홈플레이트 앞에서 우타자의 몸쪽으로 급격히 파고들어온다. 직구를 노린 타자라면 트라웃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모든 투수들이 새로운 구종을 추가하며 진화를 꿈꾼다. 2015년 어깨 수술을 받은 류현진 또한 다시 빅리그 무대에 오르기 위해 무빙 패스트볼을 준비했다. 2017시즌부터 컷패스트볼을 구사했고 2018시즌에는 완전히 자신의 구종으로 장착했다. 구속은 직구와 체인지업의 중간, 움직이는 궤적은 체인지업과 정반대인 컷패스트볼을 장착해 효율적인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류현진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올시즌을 앞두고 컷패스트볼보다 느리지만 꺽이는 각이 더 큰 슬라이더를 훈련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슬라이더를 구사하며 5피치를 준비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2019시즌을 앞두고 슬라이더 장착을 포기했다. 스프링캠프 기간 불펜피칭 후 포수 오스틴 반스와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고 반스는 컷패스트볼이 있는 만큼 굳이 슬라이더까지 던질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냈다. 류현진은 고심 끝에 현재 던지고 있는 네 가지 구종을 보다 완성도 높게 던지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올시즌 류현진은 컷패스트볼을 우타자 기준 몸쪽과 바깥쪽에 두루 구사한다. 경우에 따라선 한 가운데 과감하게 던져 직구를 노리고 있는 타자들의 땅볼을 유도한다. 구속 또한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몸쪽 컷패스트볼은 80마일 후반대, 바깥쪽 컷패스트볼은 80마일 중반대다.

미국 스포츠전문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지난달 19일 류현진이 빅리그 최고투수로 진화한 요인 가운데 하나로 컷패스트볼을 꼽았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Fangraphs.com)에 따르면 류현진은 컷패스트볼 부문에서 빅리그 전체 구종 가치 5위, 내셔널리그 3위에 올라있다. 체인지업은 리그 전체 1위다. 트레이드마크인 체인지업에 컷패스트볼까지 장착해 100마일을 넘나드는 강속구 없이도 세계 최고의 무대를 정복하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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