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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붐도 반했다 "이강인 스타 탄생, 한국축구 바꿀 사건" [단독인터뷰]

이지은 입력 2019.06.13. 10:00 수정 2019.06.1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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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도 지금의 이강인처럼 청소년대표 생활을 했다. 스포츠서울DB,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이강인이라는 스타 덕분에 대한민국 축구가 도약할 것이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은 이강인(18·발렌시아)의 이름값을 확인하는 무대였다. 조별리그에서는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선제골을 도우며 한국을 ‘죽음의 조’에서 16강으로 끌어올리더니 토너먼트가 시작되자 ‘에이스’로서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8강 세네갈전에서 한국이 기록한 3득점에 모두 관여했다. 1골 싸움으로 끝난 4강 에콰도르전에서는 재치있는 공간 패스로 최준과 결승골을 합작했다. 이로써 한국은 36년 만에 4강 재진출이라는 역대 최고 성적을 넘어 FIFA 주관 남자 대회 사상 첫 결승 첫 진출이라는 역사적인 성적표를 써냈다. 이강인 역시 이번 대회 ‘골든볼’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했다.

‘한국 축구의 영웅’ 차범근 감독은 오랜 시간 최전선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발자취를 지켜봐온 인물이다. 이 한국 축구의 산증인은 이번 대회에서 이강인이 보여준 활약을 “하나의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차 감독은 “단순히 한 경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경기를 마치고 나면 알게 된다. 그 경기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서 향후 축구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역사적인 경기를 하게 되면 그 가운데 꼭 중심적인 인물이 있다. 그게 바로 ‘스타’다. 이번 경기를 통해서 이강인이라는 스타가 등장했다. 한국 축구의 큰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차 감독은 특히 이강인이 세네갈전 조영욱의 3-2 역전골 도왔을 때를 콕 찍었다. 당시 이강인은 상대 선수 3명을 추풍낙엽처럼 떨어트리고 조영욱의 발 앞에 정확하게 패스를 연결했다. 상대 수비와 조영욱이 움직이는 방향과 속도를 완벽하게 계산한 ‘명품 패스’였다. 차 감독은 “그런 패스가 이강인의 재능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강인의 천재성은 이미 유명했다. TV 프로그램을 통해 ‘축구 신동’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고 실제로 스페인 라리가의 여러 명문 구단의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그중 가장 큰 관심을 보인 발렌시아에 입단해 유소년팀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았다. 눈에 띄는 성장세로 유럽 빅클럽의 러브콜을 받자 마음이 급해진 발렌시아가 먼저 프로 계약을 제시했다. 구단 최초의 아시아 선수, 최연소 데뷔 외국인 선수, 한국 역대 최연소 유럽 1군 무대 데뷔 선수 등 이미 갈아치운 기록도 여럿이다.

차범근 감독이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차범근축구교실에서 열린 어린이 페스티벌 폐회식에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11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굴지의 어린이축구교실인 차범근축구교실은 차 감독의 평생 역작이다. 제공 | 차범근축구교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정정용 U-20 대표팀 감독이 가장 공들인 자원이기도 했다. 의무 차출 규정이 없는 이강인을 데려오기 위해 직접 스페인으로 날아가 구단에 읍소할 정도였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것을 이강인이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조직력으로 승부를 걸었던 기존 대표팀의 색깔에 탄탄한 개인기와 감각적인 플레이를 더해 경기를 지배하는 모습이다. 6경기 도움 4개(1골)를 기록하며 FIFA 주관 세계대회 한국 선수 단일대회 최다 도움 기록자로 역사를 다시 썼다. 기존 기록은 두 개로 1983년 U-20 월드컵 이태형과 2002년 한·일 월드컵 이을용, 이영표 등 총 8명의 선배를 훌쩍 넘어섰다. 대회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의 유력한 수상 후보로도 꼽힌다.

차 감독은 이강인에게서 ‘포스트 손흥민’의 모습을 봤다. 시계는 2018 러시아 월드컵으로 되돌아간다. 당시 16강 진출에 실패했던 한국은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이자 ‘세계 챔피언’이었던 독일을 꺾는 만화 같은 승리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차 감독은 “당시에는 상위 토너먼트에 올라가지 못한 게 아쉬운 나머지 팬들 사이에서 심한 비난도 나왔다. 하지만 나는 그때도 이걸 ‘하나의 사건’이라고 했다. 독일전 승리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대사건이었고 그 중심에는 손흥민이 있었다. 이후 한국 축구는 확실히 상승세를 탔지만 독일은 이후 유럽축구연맹 네이션스리그 2부 강등 수모까지 당했다. 당시엔 아무것 아닌 것 같아도 결국 이런 사건을 통해 큰 물줄기가 바뀐다”며 “이번 쾌거 역시 전 세계적으로 한국이 주목받는 기회다. 억지로 돈을 들인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일이 아니다. 이런 호재를 귀하게 생각해야 한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더 큰 그림을 제시했다.

number23tog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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