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마이너 거포' 윌슨, '꼴찌' 롯데의 마지막 승부수

조회수 2019. 7. 8. 15: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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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KBO리그 외국인 선수 리포트] ⑱ 롯데 자이언츠 타자 제이콥 윌슨

'최하위' 롯데가 띄운 마지막 승부수, 제이콥 윌슨

▲ 롯데의 새 외국인 타자, 제이콥 윌슨. (사진=롯데 자이언츠)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조원우 감독을 경질하고 양상문 감독을 현장으로 복귀시킨 롯데는 올시즌 KBO리그 최다 연봉 팀이다. 당연히 최다 연봉 팀답게 스타 플레이어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롯데는 2019시즌, 4월 초 이후 하위권으로 처지더니 5월 8일 최하위로 추락했다. 이후 잠시 반등하는 듯 했지만 여전히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고 다시 추락, 5월 22일 이후 현재까지 꼴찌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롯데가 반등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9일 KT전 직후 부상으로 이탈한 투수 제이크 톰슨을 웨이버 공시했고, SK에서 웨이버 공시된 브록 다익손을 영입했다. 또 부진한 외국인 타자 카를로스 아수아헤도 교체를 결정, 워싱턴 내셔널스 산하 AAA팀인 프레스노에서 활약 중인 내야수 제이콥 윌슨과 계약했다.

롯데 야수진에 새로 합류하게 된 제이콥 윌슨은 전임자 아수아헤와는 달리 장타력을 갖춘 내야 자원으로 롯데 벤치는 윌슨이 타선과 내야진에 힘을 실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HISTORY

▲ 제이콥 윌슨의 프로필 (사진: 롯데 자이언츠 SNS)

미국 테네시주 알링턴에서 태어난 윌슨은 테네시주 멤피스에 위치한 Bartlett 고교, 그리고 멤피스 대학교를 졸업한 우타 내야 자원이다. 

센터라인 내야수로는  준수한 신체조건(180cm, 93kg)을 갖춘 윌슨은 12년 드래프트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10라운드 지명을 받으며 프로에 입성했으며, 2016년 PIPELINE에서 카디널스의 16번째 유망주로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커리어 내내 컨택 약점 때문에 썩 좋은 평가는 받지 못했고, 결국 2017시즌 이후 룰5드래프트 AAA 페이즈에서 워싱턴 내셔널스의 지명을 받으며 유니폼을 갈아입는다.

이적 직후인 18시즌에는 컨택에서 다소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메이저리그 기회를 잡지는 못했고, 올 시즌 스프링캠프에서 인상적인 모습(19 MLB 시범경기 12G 19타석 .294/.368/.706 OPS 1.074 2HR 2BB/5SO)을 보여줬음에도 여전히 메이저리그 문턱은 높았다. 

결국 AAA팀으로 돌아가 시즌을 시작한 그는 엄청난 활약(54G 226타석 .313/.407/.615 OPS 1.022 15HR)를 보였지만, 이제 서른이 되고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는 하위라운드 유망주 출신인 그에게 워싱턴은 메이저리그 콜업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시즌 마이너리그에서 가장 뜨거웠던 타자 중 한 명인 윌슨은 KBO리그 팀들의 레이더망에 들었고, 불확실한 메이저리거라는 꿈 대신 롯데 자이언츠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KBO리그에서 야구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다.

#플레이스타일

▲ 제이콥 윌슨의 프로 통산 성적.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아마추어 시절부터 준수한 선구안과 파워를 보인 윌슨은 출루-장타 능력이 높게 평가받는 현재 야구 트렌드에 걸맞은 능력을 갖춘 타자다. 다만 문제는 타격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컨택 능력에서 약점을 보였다는 것.

결국 진정한 프로의 문턱이라고 할 수 있는 A+팀부터 그의 컨택 약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A+, AA, AAA 모두 통산 타율이 2할 초중반에 불과하며, 18~19시즌을 제외한 AAA 통산 타율은 161경기 .229에 그칠 정도로 컨택에 심각한 약점을 가진 타자였다.

KBO레벨에 가깝다고 평가받는 AA에서도 통산 타율이 .251에 그칠 정도로 카디널스 시절의 윌슨은 컨택이라는 툴과는 거리가 매우 먼 타자였다.

17시즌까지의 윌슨은 맞추는 능력은 형편없지만, 1할 가까이 나는 타율과 출루율의 큰 차이에서 알 수 있듯 선구안은 좋은 타자다. 또, 6시즌동안 78개의 홈런을 때려내는 준수한 파워를 보여줬다. 다만 눈과 손의 조응 능력이 형편없었기에 확실한 생산력을 보장하는 타자는 아니었다.

그러나 룰5드래프트 AAA페이즈를 통해 워싱턴으로 이적한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데, 17년 AAA에서 .282의 타율을 기록하며 정확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물론 장타율 하락(.417→.408)과 홈런 감소(17HR→7HR)가 동반되며 컨택에 주력했다는 점을 유추해볼 수 있다. (당시 활약했던 IL은 투고타저 리그.) 

그러나 올해 스프링캠프, 그리고 AAA팀에서의 활약을 통해 장타력을 다시 회복했고, 컨택도 한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올해 활약중인 PCL이 극강의 타고투저 리그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타자 제이콥 윌슨의 최대 장점은 홈런을 노리는 큰 스윙을 하는 유형의 타자인 것을 감안하면 삼진이 많지 않고, 공을 골라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커리어동안 287볼넷/543삼진을 기록했고, 올해도 31볼넷/42삼진으로 비슷한 유형의 선수들 중에서는 뛰어난 수준의  볼넷/삼진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참을성과 좋은 눈을 같이 가지고 있는 선수인 것이다. 또한 토탭 타격을 하면서도, 공을 띄우는 스타일의 타격에 매우 능숙한 선수다. 통산 GO/AO가 0.63일 정도로 공을 띄우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제이콥 윌슨의 수비 포지션별 통산 소화 이닝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수비수로서는 다양한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주 포지션은 3루(2936.1이닝)와 2루(2095.1이닝)지만, 1루(283.1이닝)와 유격수(125이닝), 양 코너 외야(좌익수 56.1이닝, 우익수 83이닝)까지 소화가 가능한 야수다. 

다만 유격수 전담으로 나설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수비수는 아니다. 발이 빠르지 않아 수비 범위가 넓지 않고, 뛰어난 운동 능력을 갖춘 선수도 아니라 빼어난 수비수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다양한 포지션을 평균 수준 이상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 내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윌슨 (사진=롯데)

롯데는 3루수 한동희를 비롯 유망주가 많은 팀이다. 또, 2루에는 고승민이라는 대형 유망주도 있다. 결과적으로 한동희, 고승민(부상 재활 중) 등이 향후 얼마나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줄 것인가가 윌슨의 포지션을 결정할 것이다. 다만 3루는 자원이 많은 팀이라 채태인 대신 1루에서 주로 모습을 보이며 3루와 2루에도 종종 설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고 커리어 성적 전체로 보면 빼어난 타자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2년간 타석에서 굉장한 성장을 보였 다는 점, 그리고 현재 마이너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 중 하나라는 점은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내야 유틸리티 능력은 여러 포지션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롯데에게는 굉장히 큰 도움이 될 장점이다.

올해 윌슨이 AAA에서 남긴 기록이 플루크가 아니고 성장한 결과라면, 수비력은 비교할 수 없겠지만 KBO판 벤 조브리스트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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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외국인 타자들과의 기록 비교

▲ 외국인 2루수들과의 성적 비교.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윌슨과 전임자인 아수아헤는 마이너 통산 출루율-타율 차이가 0.079와 0.081로 흡사한 수준인데, 아수아헤는 한국에서 표본은 적지만 준수한 출루 능력을 보였다. 윌슨의 출루 능력도 기대가 되는 부분. 

아수아헤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장타력과 홈런을 칠 수 있는 펀치력이다. 윌슨이 200경기 정도를 더 치르기는 했지만 홈런은 2.5배가량 더 많은 100개를 기록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윌슨은 번즈와 비교해도 장타력, 그리고 펀치력에서 더 뛰어난 커리어를 보여줬다. 또, 번즈보다 마이너리그 통산 타율이 1푼 가까이 낮음에도 출루율은 오히려 높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롯데 시절 번즈의 최대 단점은 타석에서의 인내심 부족이었는데, 윌슨이 번즈와 얼마나 다른 모습을 보일지도 관전 포인트다.

한국무대에서 성공한 외인 내야수라면 거포 2루수 야마이코 나바로를 빼놓을 수 없는데, 윌슨이 나바로보다 마이너리그 커리어에서는 장타력과 펀치력에서 앞서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윌슨의 신체조건은 나바로(183cm / 93kg)보다 조금 작은 180cm / 93kg이지만 리그 수준의 하락과 구장의 사이즈 감소를 감안했을 때, 나바로처럼 초대형 2루수로 거듭날 가능성도 적진 않다.

#체크포인트

앞서 언급했듯, 올해 윌슨은 잠재력을 만개한 듯한 AAA 기록을 남겼다. 물론 타고투저 리그에서 거둔 이 성적이 단순 플루크인지, 아닌지에 대한 물음표는 있다. 

윌슨은 낯선 KBO리그에서 올해 보여준 모습이 단순 운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다만 KBO리그의 다수 구장들이 다소 작은편이기 때문에 공을 띄우는 능력과 펀치력을 겸비한 윌슨의 전망은 어둡지 않다. 또한 외국인 타자들에게 유인구, 변화구 승부가 많은 리그 특성을 감안했을 때, 눈야구가 되는 그의 성향이 낙관적인 전망을 하게 한다.

윌슨이 리그에 조기 안착하고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두 가지 포인트를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우투수 대응법이다.

▲ 제이콥 윌슨의 좌/우 스플릿 기록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윌슨은 커리어 내내 우투수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왔던 타자다. 다만 올해 우투수 상대 성적을 급격히 끌어올린 모습을 보여줬다.

KBO는 좌투수보다 우투수가 많으며, 에이스급 몇몇을 제외하면 투수 WAR 상위권은 대부분 우완 일색인 리그다. 이러한 우완 투수들에게 윌슨이 올해의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아니면 지난해까지의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가 그의 KBO 안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시즌 도중에 팀에 합류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마이너리그와는 확연히 다른 KBO의 스트라이크 존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KBO리그는 존이 다소 오락가락하는 측면이 없지 않으며, 미국보다 대체적으로 몸쪽 존이 넓고 바깥쪽 존이 좁은 편이다. 

합류 직후 치를 경기에서 이러한 요소로 인해 본인의 최대 장점인 선구안이 흔들린다면 초반 시행 착오의 기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 다만 뛰어난 선구안을 갖춘 타자라 그럴 확률 자체는 낮아 보인다. 그러나 혹시라도 이런 모습을 보였을 때 5위와 10경기 이상 차이가 나는 롯데 벤치가 어느정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회를 줄지도 관건이다. (올시즌 롯데는 외국인 카드를 모두 소진한 상태라 추가 교체는 불가능)

팀 프랜차이즈 2루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갱신했지만 기복이 심했던 번즈를 아수아헤로 교체한 롯데의 선택은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물론 아수아헤가 좋았던 모습을 보여줬던 때에 잦은 타순 조정, 플래툰 활용 없이 꾸준히 활용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어쨌건 결과적으로 아수아헤는 실패한 외국인 선수가 되어버렸다.

대체자로 선택된 제이콥 윌슨은 아수아헤와 달리  장타력과 파워를 갖고 있는 선수다. 그는 메이저리그 경력도 없고, 타 구단 외인들 처럼 상위 라운드 지명을 받았던 유망주 출신도 아니다.  하지만 윌슨은 올시즌 마이너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 중 한 명이다. 

과연 윌슨은 AAA에서 만개한 타격 능력을 KBO리그에서 재현할 수 있을까?  꼴찌로 추락한 이후 돌파구를 찾지 못해 좌충우돌하던 롯데가 윌슨의 가세로 반등의 계기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록 출처 및 참고 : 베이스볼 레퍼런스, 팬그래프, 베이스볼 아메리카,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 Baseball Savant, thebaseballcube.com, milb.com, MLB.com,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스탯티즈, KBO기록실]


[원문: 이상평 / 감수 및 편집: 민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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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이야기 케이비리포트(KB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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