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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업이 뭐길래.. "팜볼 던지던 류현진, 체인지업 금방 배워"

강주형 입력 2019.06.19. 17:02 수정 2019.06.1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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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업 장인’ 송진우 코치가 알려주는 체인지업의 이모저모

송진우 한화 투수코치가 18일 대전구장에서 진행된 본보 인터뷰에서 다양한 체인지업의 그립과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대전=강주형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는 류현진의 ‘효자 구종’은 체인지업이다. 올 시즌 류현진의 체인지업 비율은 25.7%로 포심(31.6%)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던진다. 2013년 빅리그 데뷔부터 던져왔던 구종이지만, 올해 구사율을 부쩍 올리면서 성적까지 동반 상승 중이다. 지난 17일 시카고 컵스 전에서는 빠른공(33%) 보다 체인지업(38%)을 더 많이 던졌다. 메이저리그 132승 투수 라이언 뎀스터는 “빠른 공과 팔 동작이 똑같아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을 수 없다”며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높게 평가했다.

체인지업은 KBO리그에서도 대세다. KBO에 따르면, 올 시즌 타자의 헛스윙을 가장 많이 유발한 투수의 구종은 장민재(한화)의 포크볼(19.7%)이었지만, 헛스윙 유도율 2~4위 구종은 모두 체인지업이었다. 2위 서폴드(한화)의 체인지업 헛스윙률은 18.8%였고, NC 이재학의 체인지업이 3위(17.8%)였다. 키움 요키시(4위ㆍ17.6%)와 NC 박진우(5위ㆍ17.4%)의 체인지업도 위력적이었다.

KBO리그 통산 최다승 기록(210승ㆍ3.51)에 빛나는 송진우 한화 투수코치는 국내 체인지업의 ‘원조 장인’으로 손꼽힌다. 송 코치는 1989년 빙그레(현 한화)에 입단한 뒤 1997~98년 2년 연속 6승에 그치며 선수 생활에 큰 위기를 맞았지만, 체인지업을 장착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1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만난 송진우는 “타자의 눈을 속이는 구종은 여럿 있지만 가장 확률이 높은 것이 체인지업”이라며 “직구와 똑같은 팔 스윙에서 같은 공 궤적으로 들어오다가 갑자기 속도가 줄면서 뚝 떨어지는 구종”이라고 설명했다. 잘 던진 체인지업은 타자 입장에서 홈 플레이트 앞에서 잠시 멈췄다가 스윙을 하면 그제서야 포수 미트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체인지업의 종류는 이름 붙이기 나름일 정도로 많다”며 “다만 류현진이 구사하는 서클 체인지업이 팔에 가장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송 코치는 “1997, 98년 즈음 직구와 슬라이더 등 빠른공 위주의 공 배합에 한계가 왔다”면서 “당시 한화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1군 선수 전체가 미국 교육리그에 갔는데, 그 곳의 제프 코치가 체인지업을 권유했다. 나에겐 큰 행운이었다”고 했다. 사실 팔꿈치가 먼저 나오는 송 코치의 투구 동작으로는 체인지업을 습득하기 어려웠지만, 부단한 노력 끝에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1999년부터 매년 13~18승씩 올리며 ‘레전드’ 반열에 올랐다.

체인지업을 던지는 류현진. USA투데이 연합뉴스.

‘송진우→구대성→류현진’으로 이어진 체인지업 계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송 코치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후배 구대성(현 질롱 코리아 감독)에게 체인지업을 가르쳐 줬는데, 금방 자기 것으로 만들더라”며 “실제로 구 감독이 일본전에서 체인지업으로 큰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이후 일본 오릭스와 미국 뉴욕 메츠를 거쳐 2006년 국내에 복귀한 구 감독이 후배들에게 체인지업을 열심히 전파했는데, 이때 류현진이 체인지업을 습득했다는 게 송 코치의 설명이다. 송 코치는 “당시 류현진은 변화구로 팜볼(손바닥 전체로 쥐고 던지는 변화구)을 던졌는데, 이 팜볼이 체인지업과 비슷해 금방 습득하더라”며 “신인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구 감독보다 더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웃었다. 그는 ”만일 이때 류현진이 체인지업을 배우지 못했다면 지금의 대 투수가 됐으리라 장담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눈여겨볼 체인지업 투수로는 함덕주(두산)와 배제성(KT)을 꼽았다. KBO 외국인선수로는 에밀리아노 기론(롯데ㆍ한화)과 게리 레스(KIAㆍ두산)도 체인지업이 좋았던 선수로 기억했다. 송 코치는 “많은 선수가 체인지업을 던지지만, 제대로 던지기는 어렵다”면서 “던지는 방법이 너무 다양해서 정답이 없기 때문에, 꾸준히 자기에게 맞는 답을 찾아가야 하는 구종”이라고 말했다.

다만, 체인지업은 투구폼이 직구와 달라지거나 제구가 안되면 그저 느린 직구에 불과한 구종으로 전락, 피안타 확률이 높아진다. 양날의 칼인 셈이다. 송 코치는 현역 시절 오른쪽 타자의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서 공 하나를 넣고 빼는 절묘한 제구의 체인지업으로 한 세대를 풍미했다.

향후 체인지업은 더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송 코치는 내다봤다. 그는 “현대 야구에선 점점 장거리 타자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어떻게 타자를 속여 방망이를 끌어내느냐가 관건인데 체인지업이 바로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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