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 찬물을 끼얹은 '심판재량'..구본혁, 수비방해가 맞나?

안준철 2019. 7. 1.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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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창원) 안준철 기자

올 시즌 LG트윈스는 유독 심판 판정에 손해를 보는 모양새다. 6월의 마지막날 창원에서 열린 NC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에서도 추격의 흐름이 확 꺾이는 판정이 나왔다.

LG는 3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19 KBO리그 NC 다이노스전에 1-9로 대패했다. 선발 차우찬이 4이닝 7실점으로 무너진 게 컸다. 하지만 0-4로 뒤진 5회초 공격에서 모호한 수비방해 판정으로 더블플레이가 되며 추격의 흐름이 꺾였다.

상황은 0-4로 뒤진 5회 1사 1, 3루 상황에서 이천웅이 유격수 앞 땅볼을 쳤다. NC 유격수 김찬형이 타구를 잡아 2루수 박민우에 던졌다. 1루주자 구본혁이 아웃됐다. 여기서 문제 상황이 발생했다. 박민우가 1루로 공을 던지려던 찰나, 슬라이딩으로 들어오던 1루 주자 구본혁과 부딪혀 쓰러졌다. 이에 윤상원 2루심은 주자의 수비 방해를 선언, 타자 주자의 아웃을 인정하며 병살로 처리가 됐다.

LG 류중일 감독이 올 시즌 심판판정에 항의하는 장면. 사진=MK스포츠 DB
그러자 LG 벤치에 있던 류중일 감독이 뛰쳐 나왔다. 다만 판정이 바뀌거나 비디오 판독이 이뤄지진 않았다. 류 감독도 씁쓸하게 벤치로 돌아왔고, 흐름은 NC쪽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심판이 정확히 판정을 내렸는지는 다시 들여다 봐야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말 규칙위원회를 열어 ‘더블 플레이 시도 시 슬라이딩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병살타를 막기 위해 주자가 정당한 슬라이딩이 아닌 방식으로 야수에 접촉하거나 접촉을 시도할 경우, 심판원 판단에 따라 주자와 타자에게 모두 아웃이 선고된다는 게 규정의 골자다.

또한 비디오 판독 대상이기도 하다. 홈충돌 방지의 2루 확대로 보면 이해가 쉽다. 선수들의 큰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메이저리그에서 먼저 도입된 내용이다.

이는 KBO 야구규칙 6.01 방해 규정 7.09(g)에 규정돼 있다. 7.09(g) 항목에는 ‘주자가 병살을 하지 못하도록 명백한 고의로 타구를 방해하거나 타구를 처리하고 있는 야수를 방해하였다고 심판원이 판단하였을 때 심판원은 방해한 주자에게 아웃을 선고하고 타자주자에게도 동료선수의 방해에 의하여 아웃을 선고한다. 이 경우 볼 데드가 되어 다른 주자는 진루도 득점도 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구본혁의 슬라이딩은 느린 그림 상 3피트 라인을 벗어나진 않았다. 또 구본혁과 박민우와의 충돌 상황에 대한 해석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더블플레이 시도 시 슬라이딩’ 항목에는 ‘정당한 슬라이딩’을 제외한 행위에 대해 방해를 선고한다. 결국 ‘정당한 슬라이딩’인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이는 규칙에 나왔다.

① 베이스에 도달하기 전에 슬라이딩을 시작(몸이 지면에 닿아야 함)하는 경우 ②손과 발로 베이스에 도달하려고 하는 경우 ③슬라이딩 후 베이스에 머무르려고 하는 경우 ④야수와의 접촉을 목적으로 주로를 변경하지 않고 베이스에 도달하는 슬라이딩을 하는 경우 등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그 다음에 나오는 단서다. 주자와 야수의 접촉이 베이스를 향한 주자의 정규 주로(走路)에 야수가 위치하여(또는 움직여서) 발생하는 경우도 방해로 선고되지 않는다.

이어 ‘상기 예외 규칙에도 불구하고 주자가 롤블록을 하거나 야수의 무릎 위로 다리를 들어 올리거나 치는 경우 또는 팔이나 상체를 던져 고의적으로 접촉할 경우’ 반칙을 선언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느린 그림 상 모두 구본혁에게 해당하지 않는다. 구본혁의 슬라이딩은 ‘정당한’ 슬라이딩으로 보는 게 맞다. 그리고 슬라이딩 당시를 느린 금으로 보며 오히려 들린 발을 접었다. 이는 충돌을 막기 위한 행동으로 해석하는 게 마땅해 보인다. 오히려 2루 베이스를 막는 듯한 박민우의 플레이가 오히려 더 위험하고, 충돌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심판진의 설명은 달랐다. 클리닝타임 때 김병주 심판조장에 문의해본 결과 “구본혁이 주로를 이탈하진 않았지만, 발이 높았던 걸로 2루심이 봤다. 발 높이는 심판의 재량이다. 비디오 판독은 정상적인 주로를 이탈한 경우만 보고, 발이 높았는지 여부는 심판이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릎 높이라는 명확한 규정이 있는데, 이를 심판의 재량으로 한다는 건 지나친 권한의 확대가 될 수 있다. 더구나 비디오 판독 대상으로 하고서, 3피트 라인 이탈 여부만 확인한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홈에서의 충돌 여부는 엄연히 비디오 판독 대상인데, 2루와 차이를 두는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

LG는 앞서 3피트 라인과 관련한 판정으로 손해를 본 대표적인 구단이다. 3피트 라인도 결국 최근 실행위원회를 통해 비디오 판독 대상으로 추가됐다. 그럼에도 애매한 판정으로 또 다시 손해를 본 모양새가 됐다.

올 시즌 유독 판정으로 말이 많다. 이런 가운데 판정이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또 다시 나왔다. 규정대로만 적용하면 문제가 생길 일이 없는데 말이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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