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DUGOUT Dream] KIA 타이거즈 하준영

대단한미디어 입력 2019.07.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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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영이 그린 기린 그림

초식 동물인 기린과 맹수 중의 맹수 사자가 싸우면 어떻게 될까? 육상 포유류 가운데 가장 키가 큰 동물인 기린은 귀여운 생김새와 온순한 성격으로 남녀노소에게 사랑받지만, 화가 나면 굉장히 난폭해져 강한 뒷발로 사자를 한방에 무너뜨린다. 여기 ‘동물의 왕’ 사자를 너무도 쉽게 무찌르는 기린을 꼭 닮은 투수가 있다. 마냥 순해 보이는 얼굴로 KBO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 타자들을 공 3개에 돌려세우는 KIA 타이거즈 하준영이 우리가 찾던 그 ‘기린’이다. 긴 다리로 세렝게티 초원을 누비는 기린처럼 챔피언스 필드를 제집 안방처럼 뛰노는 하준영. 그와의 밀착 동행 인터뷰를 시작한다.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소경화 Location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소년에서 야구선수로

6월 5일 낮 12시 50분. 저 멀리서 아직 소년의 티를 벗지 못한 앳된 얼굴의 한 선수가 걸어온다. 누가 봐도 하준영이다. 이미 30분 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팬들이 그를 둘러쌌고, 그가 모든 사인을 마친 시간은 1시 5분. 그렇게 우리는 첫인사를 나눴다.

오늘 인터뷰 때문에 일찍 나왔죠?

평소에도 이 시간에 나와요. 2시에 웨이트 트레이닝 일정이 있기도 하고, 아직 어려서 일찍 나와야 해요.

보면 늘 기다리는 팬이 많아요. 사인하는 거 힘들지 않아요?

요즘 알아보는 분이 많아져서요. 팬서비스는 선수로서 당연한 의무고 책임이잖아요. 기다리고 계시면 한 분 한 분 다 해드리려고 노력해요. 마음이 약해서 바쁠 때도 거절을 잘 못 해요. (웃음)

오늘 인터뷰는 하준영의 24시를 속속들이 알려주는 콘셉트로 진행할 거거든요. 아침 루틴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홈경기를 기준으로 1시까지 야구장에 온다고 하면 11시 반까지 자요. 일어나면 잠을 좀 깨고 준비를 한 뒤 숙소 근처에서 밥을 먹죠. 차려 먹는 편이 아니라 식당에서 먹고 야구장으로 와요. 요즘은 (장)지수가 없어서 계속 혼밥을 하고 있어요.

사실 겉모습만 보면 운동선수과는 아니잖아요. 식당 분들이 일반 대학생으로 알겠어요.

피부가 하얀 편이라 그런가 봐요. 겨울에는 더 하얘지거든요. 사실 중학생 때 일화가 있어요. 보통 운동부는 수업 시간에 자잖아요. 자고 있는데 갑자기 선생님이 왜 일반 학생이 자느냐고 깨운 적이 있어요. 그래서 친구들이 얘 야구부라고 하니까 얼굴이 왜 이렇게 하야냐고 물어보신 기억이 나요. 이제는 덩치가 커져서 운동선수라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운동부 생활을 해 보통의 학교생활을 즐기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들었을 법해요.

그렇죠. 저희는 매일 운동만 해서 놀 시간이 많지 않고 친구들과 추억을 쌓을 시간도 없었어요. 애들이 놀러 다니는 걸 보면 좀 많이 부럽기도 했지만, 나중에 다 보상을 받을 거라는 생각에 열심히 할 수 있었어요. 수학여행을 한 번밖에 못 가본 것 빼고는 크게 아쉬운 건 없어요.

야구를 하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없었나요?

초등학교 때 딱 한 번이요. 그때 운동이 너무 힘들어서 ‘아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도망은 안 갔어요. 감독님한테 혼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었거든요. (웃음) 이후에는 큰 슬럼프 없이 재미있게 운동했어요. 평소에도 힘든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 성격이에요. 그냥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못해도 계속 잘하려고 노력하고요.


무던한 성격 덕분일까요? 성남고 입학 때부터 에이스로 활약해 이닝도 많고 투구 수도 많았지만 큰 슬럼프나 부상 없이 꾸준한 모습을 보여줬어요.

고등학교 때는 길게 던지는 것에 큰 부담을 못 느껴 감독님이 던지라는 대로 던졌어요. 체감상 그렇게 많이 던진 것 같지 않은데 3년간의 기록을 합해보니 200이닝 가까이 되더라고요. 그제야 제가 많이 던진 걸 알았어요. 근데 그때는 볼이 빠르지 않아서 완투를 해도 크게 무리가 안 갔어요. 아마 볼이 빨랐으면 지금쯤 저도 팔꿈치 수술을 하지 않았을까요? 구속이 느렸던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 팔꿈치와 어깨는 괜찮은가요?) 쌩쌩합니다!

‘성남고 듀오’ 하준영, 장지수의 활약에 박성균 감독이나 동창들에게 연락이 올 법해요.

요새 성남고가 핫해졌더라고요. 특히 KT 위즈에서 뛰고 있는 성남고 출신 선수가 많다 보니 얼마 전에 감독님께서 KT에서 시구를 하셨어요. 모교가 많이 알려진 것 같아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KIA 시구자로도 한번 모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럼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웃음)

생일이 지나지 않아 아직 만 19세지만 본인보다 어린 막내 장지수를 볼 때 드는 생각은?

지수를 보면 작년의 제가 떠올라요. 가끔 지수가 어리바리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작년에 내가 선배들한테 이렇게 보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후배가 생기다 보니 형답게 하려는 게 눈에 보여요.

그래도 한 살 더 먹었으니 짬이란 게 있잖아요. 최대한 적응 잘할 수 있게 이것저것 알려주려고 해요. 후배가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고, 맛있는 밥도 사주는 게 좋은 선배라고 생각하거든요. (2년 차에 짬 얘기가 나올 정도면 5년 차에는 난리 나겠는데요?) 큰일 나죠, 그때는. (웃음)


#하부글의 반전 매력

키가 5m가 넘고, 심장에서 머리까지 3m에 달하는 기린은 선천적으로 강심장이다. 심장에서 머리로 혈액을 내뿜어야 해 혈압이 사람보다 2배가량 높은데, 이를 유지하기 위해 강해진 것이 바로 심장이기 때문. 이처럼 크고 두꺼운 기린의 심장은 생존에도 영향을 미친다. 적을 탐지하는 방어력은 물론, 육식동물에 버금가는 공격력으로 세렝게티의 싸움꾼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하준영 역시 그렇다. 마운드 밖에서는 순한 초식 동물 같지만 마운드만 올라가면 자신도 모르는 힘이 생긴다고 말하는 타고난 싸움꾼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마치고 다시 만난 그와 이어서 얘기를 나눠봤다.

마운드만 올라가면 전혀 다른 사람이 돼요.

제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아요. 투구 내용을 공격적으로 가져가야 보는 사람도 그렇고 던지는 저도 힘이 생기기 때문에 싸우자는 마인드로 던지려고 해요.

그래서인지 데뷔전 때부터 이대호, 박병호, 박용택 등 KBO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 타자에게 기죽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강타자를 상대할 때 더 힘이 생겨요. 이미 증명된 최고의 선수들이잖아요. 강한 상대니까 내가 더 힘써서 잡겠다는 마음으로 배짱 있게 던져요.

배짱 투구의 대명사지만 울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어요. 4월 12일 SK전에서 난타당한 뒤 역전을 허용하며 더그아웃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어요.

그때는 제가 못 던진 것보다 역전을 당한 게 더 속상했어요. 선배들이 어렵게 동점을 만들어줬는데 그게 정말 감사해서 복받쳐 올랐던 것 같아요.

그 후 한 2주간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다니더라고요.

아마 그다음 날 던져서 막았으면 또 울었을걸요? 확신해요. 분명히 또 울었어요. (웃음) 근데 이제는 한번 경험해서 한국시리즈가 아닌 이상 안 울어요. (정말 안 울 자신 있어요?) 이제 안 울죠. 가을야구 정도까지는 급이 올라가야 합니다. (앞으로 울면 어떻게 할래요?) 또 울면 구단 유튜브에 MC로 출연할게요!

곧 하MC를볼 것 같은데요? 요즘 훈련 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지금은 힘이 떨어지지 않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고2 때까지만 해도 구속이 130km/h 초반이었는데 지금은 최고 150km/h까지 나와요. 식단 관리와 웨이트 트레이닝 외에 폼에서 변화를 준 부분도 있나요?

작년보다 릴리스 포인트를 앞으로 가져왔어요. 계속 앞에서 던지려고 하다 보니 확실히 스피드가 크게 올랐어요. 구속이 140km/h 후반을 넘기니 자신감도 생기고 타자를 상대하기 쉬워졌어요. 확실히 타자들이 예전보다 버거워하는 게 눈에 보여요.

박흥식 감독 대행 체제 이후 새롭게 1군 메인 투수 코치가 된 서재응 코치가 전력 분석 미팅을 자율 참석으로 변경했어요. 본인은 어떻게 공부하고 있나요?

상대 타자의 타격 동영상과 정리된 분석지를 꼼꼼히 봐요. 어디가 약점이고, 어디를 공략해야 안타를 안 맞을 수 있을지 머릿속으로 그리며 공부하는 편이에요.

외우는 거 안 힘들어요?

제가 암기를 잘해서 외우는 거 은근 잘합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공부 잘했어요. 100점도 자주 맞았는데 중학교에 올라가니까 갑자기 어려워지더라고요. 운동과 공부 모두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확실히 수업을 안 들으니 따라가기 힘들어졌어요. (제일 자신 있는 과목은?) 도덕을 잘했어요. 시험 볼 때 보기에서 착한 것만 고르면 점수가 높게 나오더라고요.

5월 내내 좋은 모습을 보이다가 어제는 주춤한 모습을 보였어요. 기복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음… 운이 없는 것 같아요. 상대가 치면 다 안타 코스로 가더라고요. 솔직히 제가 던지는 거에는 큰 문제가 없는데 야구의 신이 제 손을 안 들어줬어요. (야구의 신이 있다고 믿어요?) 어제도 온 것 같아요. 신께서 어제는 타자의 손을 들어줬어요. (진지)

운이 없다고 하기에는 승운이 대단한데요? 불펜투수인데 팀 내 다승 1위이자 홀드보다 많은 승을 기록하고 있어요. (6월 4일 기준 5승 4홀드)

승운은 따르는데 그래서인지 안타 운이 안 따르고 있어요. 상대가 치기만 하면 다 안타가 되네요. (웃음)


#떠오르는 갸이돌

3시 20분. 후배들이 모두 2군에 내려간 터라 또다시 1군 막내가 된 하준영이 자신의 단짝인 아이스박스에 물과 이온 음료를 가득 싣고 외야로 나선다. 선배들의 수분 보충을 책임질 아이스박스를 외야 한쪽에 갖다 놓고 나서야 자신의 운동을 시작한 하준영. 준비운동과 스트레칭으로 가볍게 몸을 푼 뒤, 캐치볼과 러닝을 시작한다.

동생들이 없어서일까. 말없이 운동에 열중하는 그의 모습은 평소 소리를 거의 내지 않는 기린을 다시금 연상케 한다. 성남고 시절부터 너무 과묵해 장지수가 말을 못 붙일 정도였다고 하니 지금 구단 유튜브에서 보여주는 미디어 친화적인 모습은 꽤 노력의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이제 2년 차인데 별명 부자예요. 자신의 별명을 얼마나 알고 있나요?

일단 울보! 울보가 있고요. 형들이 맨날 저한테 부글부글한다고 해서 하부글. 아, 식빵도 있어요. (욕쟁이도 있잖아요.) 욕 한 번 했는데 이제 그만해주시면 안 될까요? (억울) (한 번이 아니라 두세 번 본 것 같은데?) 에이, 지금까지 나간 게 스물일곱 경기인데! 두 번밖에 안 했는데 정말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이제 욕 안 합니다!

그것도 다 인기가 많아져서 붙은 별명이잖아요. 본인도 작년보다 높아진 인기를 실감한다고 했는데 특히 언제 가장 실감 나나요?

작년에 2군에 있을 때 함평에서 운동이 끝나고 잠시 볼일이 있어 이곳 챔피언스필드에 온 적이 있어요. 중앙 출입구로 가는데 팬분들이 정말 많았거든요. 근데 저를 아무도 못 알아보더라고요. 앞에서 경호하시는 분도 제가 지나가려고 하니까 누구시냐고 물어보고, 선수라고 대답하는데 되게 씁쓸했어요. 그래도 지금은 많이 알아봐 주셔서 좋아요. (웃음)


가족들도 자랑스러워하겠어요.

원래 가족들이 야구에 관심이 없었어요. 근데 제가 계속 1군에 있으니까 연락이 오더라고요. 엄마·아빠도 가끔 저 보러 광주까지 오시고요. 제가 야구를 잘함으로써 가족 화목에 이바지하는 것 같아 행복합니다. (누나도 야구를 안 좋아하나요?) 누나는 아이돌만 좋아하고 스포츠는 아예 관심 없어요. (동생이 KIA의 아이돌인데도요?) 에이, 저는 아니에요. (박)찬호 형이 아이돌이죠.

두 선수 모두 KIA의 아이돌이라 그런지 체중 관리에 민감해요. 살이 빠질까봐 일부러 야식을 먹는다던데?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라 안 먹으면 바로 빠지는데, 덩달아 구속도 느려지더라고요. 원래 속이 더부룩한 게 싫어서 야식을 안 좋아하는데 이젠 안 먹으면 불안해요. 원정 경기는 끝나고 호텔에 가면 밥을 주는데, 홈에서는 경기가 끝나면 따로 밥을 주지 않고 음식점도 다 문을 닫아서 치킨을 시켜 먹어요. 아시죠? 그 시간에는 치킨밖에 시킬 게 없는 거. 그거라도 먹어야 마음이 편해져서 먹을 수밖에 없어요.

살이 없어서 추위를 많이 타나 봐요. 불펜에서 대기할 때 늘 점퍼를 입고 있던데, 몸을 데우기 위함이라지만 여름엔 고통스러울 것 같아요.

제가 워낙 추위에 약해서 조금만 추워져도 몸 푸는 데 오래 걸려요. 특히 밤이 되면 쌀쌀해져서 몸이 굳기 때문에 최대한 열이 식지 않고 땀나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입고 있어요.


#기린의 꿈

그라운드 훈련을 마치고 개인적인 보강 운동을 위해 다시 실내로 들어간 하준영. 보통은 이른 저녁을 먹고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잠깐의 휴식을 취하지만 ‘쌩쌩이’ 하준영은 쉴 틈이 없다.

그가 이토록 열심히 하는 이유는 단 하나. 해맑게 웃으며 부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부러울 만큼 순수했고, 그만큼 지독히도 현실적이었다. 과연 하준영이 그리는 미래는 어떤 색깔들로 채워질까?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요. 욕심이 날 법해요.

솔직히 없는 건 아니지만 크게 욕심이 나진 않아요. 올해의 페이스를 내년까지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더 크고, 지금 주목해주시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지금은 중간계투지만 훗날 선발과 마무리 중 더 탐나는 보직은 무엇인가요?

아마추어 때 완투를 정말 많이 했거든요. 솔직히 선발 하면 더 잘할 수 있는데 형들도 던져야 하니까요. (한숨) 장난이고 선발도 하고 싶은데 마무리란 보직도 매력적이에요. 주자가 없다면 1이닝만큼은 잘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하거든요. 솔직히 마무리 보직이 탐납니다. (문경찬 선배를 저격하는 건가요?) 지금은 욕심 없습니다. 나중에요!

슬슬 국가대표 이야기도 해야겠죠. 아마 시절 2년 연속 청소년 대표팀에 선발돼 좌완 에이스의 역할을 잘 수행했기에 국가대표 엔트리가 신경 쓰이겠어요.

꼭 가고 싶습니다. (본인이 가야 하는 이유는?) 일단 일본전에 강하고요. 저는 중요한 경기 때 구위가 더 좋아지기 때문에 잘 던질 자신이 있습니다. (이참에 김경문 감독에게 어필해볼까요?) 아부 같아서 안 돼요. 싫어하실 것 같아요. (웃음) 실력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근데 너무 잘 던지는 좌투수 형들이 많아서…. 그래도 꼭 이기겠습니다!

이제 겨우 21살이에요. 야구를 한 날보다 할 날이 더 많은데 최종적으로 어떤 야구선수가 되고 싶나요?

커리어도 중요하지만, 인성적으로 좋은 선수요. 훗날 팬서비스가 좋았던 선수, 마운드에서 싸울 줄 알던 선수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어요.

은퇴 전에 남기고 싶은 기록이 있다면?

나중에 보직이 변경될 수도 있지만 계속 불펜에 있다면 50승에서 60승 정도 하고 싶고요. 세이브는 200세이브가 목표입니다. (양현종 선배 같은 대투수가 돼야죠.) 너무 높아서 제가 거기까지 닿을지 모르겠는데 힘닿는 데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야구선수 하준영이 아닌 인간 하준영의 꿈은?

부자요. 돈 많은 부자가 돼서 좋은 차를 사고 싶어요. (차는 역시 KIA 차 아닌가요?) KIA 차… 그렇죠. (돈 벌면 KIA 차 사실 거죠?) 당연하죠. KIA 차로 사겠습니다. 대신 다른 것도 같이요. (웃음)

마지막으로 언제나 열정적인 타이거즈 팬들에게 한마디 남겨볼까요?

항상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저도 힘이 나서 마운드에서 더 잘 던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응원 많이 해주세요. 고맙습니다!

***

하준영이 그려나갈 기린 그림이 잘 그린 기린 그림이든 잘 못 그린 기린 그림이든 그의 붓은 이미 도화지에 닿았다. 이미 한 붓질을 되돌릴 순 없지만, 얼마나 물을 섞느냐에 따라 투명도는 달라질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물을 섞고, 물이 탁해졌을 땐 새 물을 뜨는 것. 그것이 수채화의 기본이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더는 투수의 것이 아니다. 나머지는 상대 타자와 야수들에게 맡기고 새 마음으로 다음 공을 준비하는 것. 삼진을 잡더라도 자만하지 않고, 안타를 맞더라도 기가 죽어선 안 된다. 오직 일구(一球)에 최선을 다하며 자신의 그림을 덧칠해나가는 것이 하준영의 유일한 책무고, 내가 그를 주목하는 이유다.


더그아웃 매거진 99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9년 99호(7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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