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DUGOUT Report] 유신고등학교 소형준

대단한미디어 입력 2019.07.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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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KBO리그 커브볼러의 탄생

인생이 변화구라면, 우리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안전하게 포수의 미트 속으로? 아니면 한가운데로 몰려 저 멀리 담장 밖으로? 혹은 너무 빨리 꺾여 포수에게 도착하기도 전 땅에 박힐지도 모를 일이다. 유신고 소형준은 그런 위험을 감내하며 오늘도 마운드에 오른다. 그의 뒤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투수가 되겠다는 목표와 못다 이룬 아버지의 꿈이 있기 때문이다. 이 둘이 합쳐진 그의 커브는 타자의 몸 쪽 꽉 찬 스트라이크존을 향해 큰 궤적을 그리며 도달하고 있다.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최윤식 Location 유신고등학교

소형준

출생 2001년 09월 16일 신체조건 188cm 90kg 출신교 의정부리틀야구-인창중-유신고 포지션 투수 투타 우투우타

2019시즌 성적 12경기 2승 0패 34.1이닝 37삼진 10사사구 평균자책점 0.26




<더그아웃 매거진> 독자들에게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유신고등학교 3학년 소형준입니다. (긴장을 많이 한 것 같은데 괜찮나요?) 이렇게 카메라 앞에서 말하기는 처음이에요. 조금 떨립니다. (웃음)

올 시즌 평균자책점 ‘0’을 달리고 있어요. 마운드에서는 떨지 않나 봐요. (5월 30일 인터뷰)

매 이닝 막는다고 생각하고 집중해서 던지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어요. (아직 실점이 없는데 부담스럽지 않나요?) 전혀요. 언젠가 실점을 허용하겠지만 지금은 평균자책점 0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팀 역시 전반기를 조 1위로 마치며 황금사지기와 청룡기 티켓을 따냈어요. 분위기는 어떤가요?

곧 다가오는 황금사자기를 목표로 모두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그런데 점점 날씨가 더워져서 힘에 조금 부치네요. 대회 전까지 잘 먹고 쉬면서 체력을 관리하려고요.

더위 안 먹게 조심해야 해요. 후반기리그 두 번째 등판이었죠. 비봉고와의 경기에서 7이닝을 투구했어요.

태어나서 제일 길게 던진 경기였어요. (웃음) 선발로 올라간 친구가 일찍 무너져서 다음 투수로 올라갔는데 교체 없이 끝까지 던졌어요.

처음이라 힘들진 않았나요?

특별히 무리는 없었어요. 그 전까지는 타자들이 제 직구에 방망이를 갖다 대지 못했는데 6회부터는 조금씩 맞추기 시작하더라고요. ‘힘이 떨어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스피드보다 제구에 집중했어요. 볼 배합도 변화구를 더 많이 섞고요. 덕분에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어요. 다음에 또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고교 기록을 보면 선발보다 불펜 등판이 많아요. 본인은 불펜투수와 선발투수 중 어떤 보직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나요?

지금은 감독님이 관리를 해주셔서 긴 이닝을 자주 소화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연투가 좀 힘들더라고요. (웃음) 한 번 던지고 쉬었다 나오면 볼도 좋아서 선발투수가 좀 더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프로에 가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잖아요.

이유가 확실하군요. 선발투수의 매력은 무엇이 있을까요?

경기의 지배자잖아요. 제가 어떤 피칭을 하느냐에 따라서 승패가 좌우되고 야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라는 게 매력적이에요.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

소형준과 야구의 만남은 어쩌면 그가 태어나기 전부터 예정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아버지 역시 어릴 적 야구선수를 꿈꿔왔다. 반대를 이기지 못해 본인은 선수의 길을 접어야 했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통해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펼치고 싶었다. 부모님과의 야구장 나들이가 즐거웠던 8살 꼬마 형준이는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가 사랑했던 공놀이에 점점 스며들기 시작했다.

야구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어머니와 아버지가 야구를 좋아하셔서 어릴 때부터 야구장에 자주 놀러 갔어요.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게 마냥 행복한 아이였죠. TV에서 본 선수들이 눈앞에 있는 것도 신기했고요.

부모님은 어디 팬인가요?

아버지는 응원하는 팀이 없는데 어머니가 두산 베어스 팬이세요. 그런데 제가 프로에 지명 받게 되면 그 팀으로 옮기신대요. (웃음)

야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아버지랑 캐치볼을 자주 했는데 8살 때 저를 의정부리틀야구팀에 데리고 가셨어요. 재밌는 건 야구를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없어요. (웃음) 눈 떠보니까 의정부리틀야구단에 도착해 있더라고요. 그렇게 테스트를 보고 자연스럽게 야구부에 들어가게 됐어요.

특별한 계기네요. 보통은 스스로 하고 싶어서 들어가는데 아버지가 야구를 시킨 이유가 무엇인가요?

원래 장래 희망이 야구선수였다고 하시더라고요. 조부모님이 반대하셔서 꿈을 접었는데 자식은 꼭 야구선수를 시키고 싶으셨대요. 그래서 제가 하게 된 것 같아요. 저도 야구가 좋아서 후회는 없어요.

원해서 시킨 야구지만 아들의 고생을 누구보다 잘 알 것 같아요.

맞아요. 잔소리보다는 집에서 푹 쉬게 많이 도와주세요. 시합도 조용히 보고 가시고요.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면?) 지금까지 키워주시고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옆에서 아낌없이 지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버지가 늘 “적을 만들지 마라”, “베푸는 사람이 돼라”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아들이 되겠습니다.




#완성형 투수

소형준은 올 시즌 고교투수 가운데 단연 1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장점은 부드러운 투구폼을 바탕으로 시속 140km/h가 넘는 빠른 공을 꾸준하게 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고교통산 46.2이닝 동안 12사사구만을 내준 뛰어난 제구력까지 겸비했으니, 가히 완성형 투수라고 불리기 손색없다.

투수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처음부터요. 어릴 때부터 캐치볼을 많이 해서 던지는 감각이 좋았어요.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면서 정식반에 들어갔는데 아버지가 아침저녁마다 섀도 피칭을 100번씩 하라고 하셔서 매일 했어요.

역시 아버지의 하드 트레이닝이 있었군요. 본인도 투수에 대한 욕심이 강했나요?

즐겁게 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어요. 그냥 야구부에 들어가면 다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이걸 왜 시키지’라며 이해를 못 했어요. 돌이켜보면 집에서 했던 훈련 때문에 실력이 늘어서 지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안 했으면 잘하지 못했을 거예요.

인창중 시절에 여러 학교에 제의를 받았는데 유신고를 선택한 이유는?

중학교까지만 해도 몸도 마르고 공이 빠르지 않았어요. 그래도 폼이 예쁘다는 소리는 들었어요. 그러다 수원시장기 대회가 있었는데 마지막이라 정말 열심히 던졌거든요. 그걸 감독님께서 보시고 “유신고에 와서 1차 지명을 노려보자”라고 하셔서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고 선택하게 됐어요.

감독님의 선견지명이었을까요? 올해 투수 유망주 가운데 단연 1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높게 평가해 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좋은 투수도 많고 아직 부족해요. (라이벌이 있다면?) 부천고 홍원표 선수요. 원래 2학년까지는 원표가 저보다 훨씬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많이 따라잡은 것 같아요.




공격적인 피칭도 한몫해요.

감독님께서 아마에서는 투구 수 제한이 있으니까 긴 이닝을 던지려면 볼 던질 생각 하지 말고 바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라고 주문하세요. 개인적으로도 유인구보단 빠르게 승부하는 스타일이에요. 몸 쪽도 타자를 맞추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서 쉽게 공략할 수 있어요.

훌륭한 제구의 바탕에는 부드러운 투구 메커니즘이 있어요.

최대한 힘을 빼고 있다가 공을 놓는 포인트에서만 임팩트를 준다고 생각하고 던져요. (투구폼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나요?) 오히려 안 하는 게 비결인 것 같아요. 그냥 원래 하던 대로 편안하게 투구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투수로서 본인의 강점이 있다면?

부드러운 폼과 코너워크를 잘합니다. 공도 빠르고요. (140km/h가 넘는 속구도 빼놓을 수 없어요.) 멀리 던지는 연습을 많이 했더니 공을 때리는 포인트와 몸의 전체적인 힘을 쓰는 법도 잘 알게 됐어요.(빠른 공에 대한 욕심이 있나요?) 150km/h는 넘기고 싶어요. 야구선수가 돼서 그래도 150km/h는 던지고 관둬야 하지 않을까요? (웃음)

반면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투구 수가 많아지면 스피드가 떨어져요. 공도 길게 던져야 체력이 만들어지는데 이닝을 짧게 가져갈 때가 잦아서… 이 부분을 보완하고 싶어요.

3년 동안의 성적을 봤는데 다른 투수들에 비해 투구 수가 적어요.

1~2학년 때는 감독님께서 맨날 “몸무게 얼마나 나가냐”라고 물어보시고 몸 키우는 데 집중하게 도와주셨어요. 프로에 가서도 아프지 않고 할 수 있게 미리 투구 수를 조절해 주시는 것 같아요.

평소 이성열 감독님은 어떤 분인가요?

평소 모습이요? (조심) 기본적인 거 안 지켰을 때 화내시고… 항상 화가 나 계세요. (인터뷰가 조금 위험하게 흘러가는데 분위기 반전을 위해 감독님의 좋은 점을 이야기해 본다면?) 선수들한테 관심이 너무 많으세요. 특히 숙소에서 좀 심해요. 야간에 나머지 운동을 하고 있으면 문 열고 “야 다들 들어왔냐”라고 말씀하시는데 아직 다 안 왔다고 하면 한 10분 있다가 또 다들 왔냐고 물어보세요. (웃음)




#커브 마스터

2018년 5월 23일 황금사자기 32강전, 이 경기를 통해 소형준은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많은 야구팬에게 알렸다. 이날 그가 던진 공 중 대중을 사로잡은 것은 빠른 직구가 아닌 프로야구에서도 보기 힘든 엄청난 궤적의 커브였다. 모 스카우트는 그의 커브를 보고 첫 눈에 반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소형준 하면 엄청난 회전의 커브가 떠올라요.

떨어지는 것도 빨리 떨어지고 각도도 좋아요. 자신 있는 구종입니다. (커브는 어떻게 배우게 됐나요?) 애들이랑 장난치면서 던졌는데 계속 연습하면서 감각이 생겼어요. 중학생 때까지는 직구와 커브 두 가지 구종으로 타자를 상대했어요.

모 팀의 스카우트는 두 가지 커브를 구사한다는 평을 내렸어요.

횡으로 가다가 살짝 떨어지는 공은 슬라이더예요. 슬라이더가 각이 커서 커브로 보이는데 사실 최근에 슬라이더 각을 줄이려고 하고 있어요.

각을 줄이려는 이유가 있나요?

회전이 큰 건 커브가 있으니까 직구처럼 날아오다가 떨어지는 공을 장착하고 싶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잘 안 줄여지네요. 직구처럼 던지려고 하면 완전히 직구처럼 가거나 커브처럼 궤적이 확 커지더라고요. 중간을 못 찾고 있어요.

소형준이 인정하는 커브볼러는?

메이저리그에서는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요. KBO리그는 두산 윤명준 선수 커브가 정말 좋더라고요.

체인지업도 일품이에요.

체인지업은 사연이 있어요. 원래는 스플리터를 던졌는데 중학교 3학년 시즌이 끝나고 휴식을 하면서 몸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그리고 고등학교에 왔더니 스플리터가 완전히 밋밋해졌더라고요. 그래서 이를 대체하기 위해 배우게 됐어요. (변화구 터득이 빠른 편인가요?) 한번 배우면 금방 제 것으로 만들어요.

변화구를 마스터하는 비법이 있나요?

기본 변화구 그립에서 저한테 맞게 조금씩 변형해요. 그리고 감을 잊지 않기 위해 캐치볼 할 때도 던지고 마운드에서는 투구 전에 변화구 각을 먼저 머릿속에 그려요. 그래야 원하는 대로 포수 미트로 가더라고요.

변화구가 많은 만큼 다양한 래퍼토리로 볼 배합을 가져가고 있어요.

볼 배합이 일정하면 크게 맞을 수 있으므로 다양하게 가져가려고 해요. 타자가 노리는 공과 전혀 다른 공이 들어갈 때 타자가 당황한 모습을 즐기는 편이에요. 좌타자한테는 주로 체인지업을, 우타자한테는 주로 슬라이더를 위닝샷으로 쓰고 있어요. 그리고 좌, 우타자 관계없이 몸 쪽 직구도 자신 있어요.




#완벽한 마무리

완성형 투수, 고교 최고의 커브볼러. 좋은 평가에도 그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다. 팀의 오랜 숙원인 전국대회 정상이라는 완벽한 마무리가 아직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2005년 봉황대기 이후 우승트로피를 한 번도 들어 올리지 못한 유신고를 위해 그는 오늘도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많은 전국대회가 걸린 전반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만큼 우승도 욕심나겠어요.

에이스로서 최상의 모습을 보여줘야죠.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잘 막아서 3학년 친구들과 좋은 성적을 내 잘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상대하고 싶은 팀과 선수가 궁금해요.

장충고 박주홍 선수요. 장충고가 공격력이 굉장히 뛰어나더라고요. 그 중에서도 가장 잘 치는 타자를 잡아야 팀의 에이스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청소년 국가대표 욕심은 없나요?

당연히 있죠. (웃음) 선발투수, 중간계투 상관없이 일본전에 등판해서 이기고 싶어요. 숙명의 라이벌이잖아요!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요?

팀의 대표 투수가 돼야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투수가 되는 게 야구선수로서 최종 목표입니다.

<더그아웃 매거진> 공식 질문입니다. 소형준에게 야구란 ?

인생의 동반자요.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많은 것을 투자했고 앞으로도 계속 저와 함께할 존재잖아요. 서로 얼굴 붉히는 일 없이 행복하게 평생 함께해야죠.


더그아웃 매거진 99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9년 99호(7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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