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것부터 경기력까지..류현진, 대선배 올스타 멍에 지웠다

김용일 2019. 7. 11.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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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처 | 류현진 인스타그램
한국인 투수로는 처음으로 올스타전 선발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을 기록한 류현진. 로스앤젤레스 (미 캘리포니아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별들의 잔치에서도 ‘코리안 몬스터’의 위상은 빛이 났다.

박찬호, 김병현, 추신수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역대 4번째로 꿈의 무대로 불리는 메이저리그(ML) 올스타전 무대를 밟은 류현진(32·LA다저스)이 1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치면서 새 이정표를 썼다. 류현진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ML 올스타전에서 내셔널리그 선발 투수로 출전해 아메리칸리그 타선을 상대로 1이닝 1피안타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아시아 투수가 올스타전 선발로 나선 건 1995년 일본 노모 히데오(당시 LA다저스) 이후 24년 만이다.

◇ 패전투수-블론세이브 선배들의 멍에, 류현진이 지웠다
한국인으로 첫 올스타 선발 투수 꿈을 이룬 그는 대선배들이 해내지 못한 무실점 역사를 썼다. 지난 2001년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스타에 뽑혔던 박찬호는 내셔널리그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칼 립켄 주니어에게 홈런을 내준 뒤 패전 멍에를 안았다. 그리고 1년 뒤인 2002년 김병현이 내셔널리그 7번째 투수로 나와 0.1이닝 동안 3안타 2실점으로 부진하며 블론세이브에 그쳤다. 류현진은 상반기 17경기에서 10승2패, 내셔널리그 다승부문 공동 1위에 올랐다. 방어율 1.73으로 ML에서 유일한 1점대 투수로 이름을 올리며 1위에 매겨졌다. 내셔널리그 지휘봉을 잡은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에게 1이닝만 맡기겠다고 했는데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류현진은 조지 스프링어(휴스턴 애스트로스), D.J. 르메이휴(뉴욕 양키스), 마이크 트라웃(LA에인절스), 카를로스 산타나(클리블랜드)를 차례로 상대했다. 이전까지 르메이휴는 류현진을 상대로 16타수 2안타, 트라웃은 10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다만 톱타자 스프링어가 관건이었다. 류현진과 한 번도 상대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스프링어가 허를 찔렀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으나 2구째에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득점권 피안타율이 0.110에 그칠 정도로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뽐냈다. 특히 고비에서 땅볼을 유도하는 완급 조절은 ML 전체 투수 중 단연 최고 수준이다. 류현진을 자신의 장점을 올스타전에서도 마음껏 발산했다. 르메이휴를 전매특허인 체인지업으로 투수 땅볼 처리한 데 이어 현역 메이저리그 최고 타자로 꼽히는 트라웃을 2루 땅볼로 잡았다. 1구째 볼을 내줬지만 낮게 떨어지는 컷 패스트볼에 트라웃의 방망이가 돌아갔다. 그 사이 스프링어가 3루까지 진루했지만 류현진은 4번타자 산타나까지 유격수 땅볼로 잡으면서 무실점 투구를 완성했다.

긴장감 넘치는 올스타전 첫 등판에서 공 12개를 던져 7개를 스트라이크존에 꽂으면서 방어율 ‘0’로 임무를 완수했다. 24년 전 노모도 2이닝 동안 삼진 3개를 곁들여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올스타전 직전 레드카펫 행사에서 아내 배지현(오른쪽)과 등장한 류현진. 캡처 | 류현진 인스타그램
류현진이 가족과 메이저리그 공식 스폰서 쉐보레 픽업트럭에 탑승에 기념촬영하고 있다. 캡처 | 류현진 인스타그램

◇ “사진 많이 찍고 싶어” 즐기는 것도 1등, 진짜 올스타였다
‘올스타’ 류현진이 더 빛났던 건 경기력에서만은 아니었다. 축제의 장답게 장외에서 류현진은 생애 첫 올스타전을 충분히 만끽했다. 올스타전을 앞두고 열린 레드카펫 이벤트서부터 위풍당당했다. 푸른색 정장으로 한껏 멋을 낸 류현진은 내셔널리그 올스타 선수 중 가장 먼저 레드카펫에 등장했다. 흰색 드레스를 입은 아내 배지현 전 아나운서를 비롯해 아버지 류재천 씨, 어머니 박승순 씨, 형 류현수 에이스펙 코퍼레이션 대표가 류현진의 올스타전 유니폼을 입고 나란히 나타났다. 류현진은 올스타전을 앞두고 지인들에게 “사진도 많이 찍으면서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실제 가족들과 레드카펫에서 다양한 포즈를 하고 메이저리그 공식 스폰서인 쉐보레 픽업트럭에 탑승해 단체 촬영한 사진을 개인 SNS에 올리는 등 선수 인생의 역사적인 한 페이지를 남기고자 했다.

또 프로그레시브에 도착한 뒤엔 다저스 동료 뿐 아니라 그동안 적으로 상대한 올스타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등 특유의 친화력을 한껏 뽐냈다. 과거 선배 세대만 하더라도 동양인 선수가 낯선 미국 땅에서 호기롭게 행동하는 게 쉽지 않았다. 올스타전 자체가 축제의 장이지만 긴장감이 크고 관심이 집중된 무대이다보니 경기력도 썩 좋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류현진은 스스로 이같은 벽을 깨고 장외에서부터 내셔널리그를 대표하는 스타의 위용을 보였다. 류현진은 경기 후 “세 타자로 끝내고 싶었지만 (스프링어에게) 빗맞은 게 안타가 됐다. 그래도 재밌게 잘 던졌다. (올스타전을) 처음 해봤는데 자주 해봤으면 좋겠다”면서 올스타전 매력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그는 이어 “(후반기에도)전반기처럼 할 수 있게 준비 잘하겠다”면서 초심으로 후반기를 맞겠다는 각오를 덧붙였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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