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승 자격 충분했던 류현진, 후반기 전망 밝힌 '명품 컨트롤'이 위안이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전반기 10승을 만든 영점엔 흔들림이 없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LA 다저스)이 보스턴 레드삭스전에서 또다시 메이저리그 최고의 컨트롤 능력을 과시했다. 첫 회 늘어난 투구수를 효율적 투구로 극복했고, 고비 때마다 다양한 투구 레퍼토리를 활용해 삼진-범타를 이끌어냈다.

1회 수비 실책성 플레이로 흔들린 류현진은 24개의 공을 던졌다. 10개 전후에서 첫 회 투구수가 형성됐던 전반기의 모습과는 달랐던 부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선발 등판의 영예를 안았지만, 휴식기를 보내지 못한 채 보스턴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던 그림자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효율적 투구로 스스로 위기를 극복했다. 2회 9개, 3회 8개로 빠르게 투구수를 줄였다. 직구 뿐만 아니라 커터,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섞어가면서 보스턴 타자들의 눈을 홀렸다. 최고 구속 150㎞의 투심 뿐만 아니라 120㎞ 중반의 체인지업, 110㎞ 초중반의 커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150㎞가 넘는 직구를 앞세워 다저스 타자들을 힘으로 누르고자 했지만, 1회 스리런포를 내주는 등 2회까지 49개의 공을 던진 보스턴 선발 데이빗 프라이스와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5회 실점 위기를 넘긴 뒤의 투구도 인상적이었다. 10개의 공으로 땅볼-삼진-땅볼을 유도하며 아웃카운트를 채웠고, 투구수 관리도 성공하면서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7회 2사후엔 무키 베츠에게 좌측 펜스 상단에 맞고 떨어지는 2루타를 허용했지만, 후속 타자 라파엘 디버스를 초구 2루수 땅볼 처리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이날 2실점으로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1.73에서 1.78로 소폭 상승했다.

류현진이 7회까지 던진 94개의 공 중 스트라이크 비율은 66%(62개). 야구 통계 전문 사이트 브룩스베이스볼 통계에 따르면 류현진은 보스턴전에서 평균 구속 129㎞(80마일)의 체인지업을 34개로 가장 많이 구사했고, 평균 147㎞(91.4마일), 최고 150㎞(93마일)의 투심이 25개로 뒤를 따랐다. 직구가 12개로 뒤를 따랐고, 이날 결정구였던 커브와 커터가 각각 11개씩이었다. 4회말 2사후 재키 브래들리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113㎞(70.3마일) 공은 너클 커브로 기록됐다. 몸쪽 높은 코스와 바깥쪽 낮은 코스를 주로 활용하는 투구 분포도를 보였다. 10승을 올린 전반기 때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호투였다.

이럼에도 류현진은 웃질 못했다. 8회말 마운드를 이어 받은 페드로 바에즈가 젠더 보가츠, J.D.마르티네스에게 백투백 홈런을 얻어맞으면서 4-4 동점을 허용, 11승이 무산 됐다. 류현진이 불펜 실점으로 승리를 날린 것은 이날이 4번째다. LA다저스는 연장 12회 접전끝에 7대4로 승리했다.

아쉽게 11승을 달성하진 못했지만, 흔들림 없는 투구로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 중 한 명이라는 타이틀을 증명했다. 류현진의 후반기 행보를 기대하기에 충분한 투구였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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