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년 윔블던 최고 명승부를 만든 두 거장

김기범 2019. 7. 1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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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조코비치가 페더러를 풀세트 타이 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노박 조코비치(1위)와 로저 페더러(3위)의 2019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전은 지난 10년간 최고 명승부로 꼽아도 손색이 없는 한 편의 대서사시였다. 단순히 현시대 최고가 아닌 역대 최고를 놓고 겨룬 이 두 선수의 맞대결은, 2008년 윔블던 결승전 나달-페더러 전에 손색없는 143년 역사의 윔블던이 낳은 최고 명승부였다.

조코비치는 경기 내용에서 졌지만 스코어에서 이기는, 테니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짜릿한 승부의 극치를 선보였다. 조코비치가 54개의 위너(공격 득점)를 기록한 데 반해 페더러는 거의 두 배에 가까운 94개의 위너를 터트렸다. 서브 에이스에서도 10:25로 열세였고, 심지어 경기 전체 득점 수에서도 204:218로 페더러에게 뒤졌다. 상대 서브권을 빼앗아오는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도 8:13으로 앞서지 못했다.

하지만 테니스는 '중요한' 포인트에서 승패가 갈리는 스포츠다. 한 게임을 40-0에서 따내는 것과 듀스 접전으로 따내는 것은 똑같은 한 게임 승리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엄연히 다르다.

조코비치는 승부의 갈림길인 중요한 고비 때마다 페더러에게 앞섰고, 특히 타이 브레이크로 진행된 1, 3, 5세트 승부를 모두 자신의 승리로 가져왔다.

특히 위기를 극복한 뒤 이를 기회로 만들어내는 조코비치의 능력이 가장 빛난 건 결승전 가장 중요한 순간에 찾아왔다. 5세트 게임 스코어 8-7에서 서브권을 가진 페더러가 40-15로 두 개의 챔피언십 포인트를 잡았다. 한 포인트라도 내주면 그대로 승부 끝. 하지만 이 절체절명의 순간 조코비치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며 내리 4포인트를 득점하며 페더러의 서브권을 다시 빼앗아왔다.

지난 2011년 US오픈 준결승전이 연상되는 장면이었다. 당시 페더러는 조코비치를 상대로 마지막 5세트 5-3의 상황에서 서브권을 잡았다. 40-15까지 리드해 두 번의 매치 포인트를 잡았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이 상황에서 환상적인 리턴 능력을 발휘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8년 전 짜릿한 역전승을 조코비치가 재현한 반면, 페더러는 당시의 악몽 같은 순간을 또 맞아야 했다. 결국, 절호의 기회를 놓친 페더러는 이어진 타이 브레이크에서 힘없이 무너지며 조코비치에게 우승컵을 내줘야 했다.

조코비치 선수 경력에서 가장 빛나는 우승이었다. 조코비치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아마도 심리적으로 가장 힘든 경기였을 것이다. 2012년 호주오픈 결승전에서 나달과 6시간 동안 체력적으로 정말 힘든 경기를 펼쳤지만, 심리적인 면에서는 이번 결승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2008년 윔블던 결승전에서 나달과 페더러는 비로 순연되는 가운데 7시간이 넘는 명승부를 펼쳤다.


비외른 보리와 존 매켄로의 1980년 윔블던 결승전은 역대 최고 명승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윔블던의 역사를 새롭게 쓴 명승부였다. 4시간57분이라는 윔블던 결승전 사상 최장 시간 신기록을 세웠다. 2019년 처음 도입된 5세트 타이 브레이크가 처음 적용된 남자 단식 경기이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윔블던은 마지막 세트 타이 브레이크 없이, 듀스가 무한 반복되는 규정을 고수해왔는데, 도입 첫해에 기록적인 경기가 나왔다. 조코비치와 페더러가 펼친 결승전은 테니스 역사상 최고 명승부로 꼽히는 2008년 윔블던 결승과 1980년 비외른 보리-존 매켄로의 '클래식 매치' 계보를 잇는 최고 명승부로 평가받고 있다.

조코비치는 윔블던 우승으로 명실상부 1인자 자리를 굳게 지켰을 뿐 아니라, 나아가 역대 최고 선수의 반열에 당당히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조코비치는 메이저 통산 16회 우승을 차지해 페더러(20회), 나달(18회)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또 이번 승리로 조코비치는 세계 랭킹 1위 기간이 260주를 넘어섰기 때문에, 페더러의 통산 최다 기록(310주)을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32살의 조코비치는 남은 US오픈과 내년 호주오픈에서도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히고 있어 조심스럽게 페더러의 기록을 추월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기범 기자 (kikiholi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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