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Nostalgia] '알고도 못 막는 매크로' 아르옌 로벤 – 165

이형주 기자 2019. 7. 3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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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옌 로벤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Nostalgia, 과거에 대한 향수란 뜻이다.

지금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 훌륭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많이 모여 있다. 그 원동력은 이전의 선수들이 우수한 플레이로 팬들을 매료시키며 EPL을 발전시켜 온 것에서 나온다. 이에 EPL Nostalgia에선 일주일에 한 명씩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선수들을 재조명해본다. [편집자주]

◇ '알고도 못 막는 매크로' 아르옌 로벤 - <165>

지난 5월 유럽 축구의 시즌이 마무리됐다. 한 시즌 간 팬들과 울고 웃었던 리그들이 종료를 알렸다. 이 시기가 되면 팬들에게는 슬픈 일이 다가온다. 바로 애정을 쏟았던 스타들의 은퇴다. EPL에서도 활약했던 이 선수도 뮌헨에서 축구계와의 이별을 알렸다. 

알고도 못 막는 매크로(자주 사용하는 여러 개의 명령어를 묶어서 하나의 키 입력 동작으로 만든 것, 어떤 플레이를 반복하는 것을 가리키는 관용적 표현) 같은 플레이로 팬들을 감동시켰던 바로 이 선수다. 

로벤은 1984년 네덜란드 베둠에서 태어났다. 로벤은 EPL에서 뛰게 되는 선수들이 대부분 그렇듯 태어난 곳에서 최고 수준 유망주였다. 베둠에서 가까운 FC 흐로닝언에 입단한 그는 무난히 1군 데뷔까지 성공했다. 

그의 재능은 가히 최고 수준이었다. 로벤은 만 16세에 불과한 나이에 흐로닝언의 핵심으로 자리했다. 2001/02시즌의 경우 모든 대회 합쳐 34경기를 출전하며 없어서는 안 될 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그를 네덜란드 명문 PSV 아인트호벤이 주목했고 그를 2002년 영입하는 것에 성공했다.

PSV에서의 기간은 로벤에게 있어 이후 닥치는 풍파를 이겨내고 앞으로 나가갈 수 있게 하는 돛 같은 역할을 했다. PSV에서 한 단계 도약을 이뤘다. 단순히 축구 내적인 도약 뿐만 아니라 축구 외적으로도 성장하는 시간을 가지며 성숙하게 됐다. 당시 PSV의 감독이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로벤을 엄히 지도하며 엇나가는 것을 막고 축구에만 집중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로벤의 팀 동료이자 한국 축구의 대들보인 이영표는 그런 과정을 가장 가까이 지켜본 이였다. 2015년 5월 이영표는 유망주 이승우를 응원하는 입장에서 로벤의 사례를 떠올렸다. 

당시 이영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내가 2002년 12월 PSV 아인트호벤으로 처음 갔던 당시 로벤은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최고의 유망주였다. 왼발 사용이 자유자재였으며 환상적인 드리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며 말을 시작했다. 

이어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매 경기 빼어난 모습을 보이는 로벤을 칭찬하기보다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지고 경기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말하셨다. 독단적이고 팀 전체를 생각하지 못하는 행동을 한 번이라도 허락하지 않으셨다. 심지어 경기 중에 유니폼 상의가 밖으로 나올 때마다 단정히 하의 속으로 집어넣으라고 소리치기도 하셨다"고 얘기했다. 

또한 "차도 소형차를 선택하게 하셨고 경기장 밖의 행동도 관리하셨다. 나도 그 당시에는 히딩크 감독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모든 팬들과 언론의 찬사를 받고 있는 17살 선수를 배려한 히딩크 감독님의 배려였다. 그 배려로 인해 로벤은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물론 인격적 도야도 좋았지만, 로벤은 이 시기 경기 내적인 퍼포먼스 또한 성장시켰다. 특히 마테야 케즈만과의 호흡은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로벤의 빅리그 입성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적 과정이 복잡했기 때문이다. 원래 로벤 영입에 선두에 있던 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EPL의 지배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로벤을 꽤 오랫동안 관찰했고 그의 영입을 컨펌한 상황이었다. 맨유와 PSV 간의 이적료 협상도 순조로웠다. 로벤은 올드 트래포드에 방문해 기념 사진을 찍기도 했다. 

로벤은 맨유 입성의 날만은 기다리며 설렜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자신을 초대한 맨유에서 정식 이적 제의가 날아오지 않았던 것. 이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맨유의 피터 캐년 단장 때문이다.

당시 맨유의 단장을 맡고 있던 캐년은 몇몇의 실책을 저질렀는데 바로 이 로벤 영입과 호나우지뉴 영입 과정이 바로 그 것들이었다. 

캐년은 2003년 3000만 파운드의 이적료로 파리 생제르망과 호나우지뉴 영입에 합의했다. 하지만 막판 200만 파운드를 깎으려다 PSG의 분노를 샀고 호나우지뉴가 FC 바르셀로나로 향하게 하는 실책을 저질렀다.

로벤도 이런 사례였다. 맨유와 PSV는 큰 틀에서 이적을 합의했지만, 캐년이 막판까지 로벤의 주급을 조금이라도 깎길 원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해볼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이는 로벤 아버지의 분노를 샀다. 맨유 이 외에도 복수 팀이 그를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큰 영향을 끼쳤고 로벤이 첼시 FC로 향하게 되는 것에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04년 로벤의 첼시행은 새옹지마가 됐다. 당시 첼시는 로만 아브라모비치 감독의 자금력과 조세 무리뉴 감독의 지도력이 발휘되고 있는 젊은 팀이었다. 계속해서 좋은 선수들을 사들이며 발전하는 팀이었고 이는 로벤에게도 좋은 환경이 됐다. 잦은 부상이라는 옥에 티만을 제외하면 그에게 첼시 생활은 그보다 완벽할 수 없었다.

로벤은 2004년 팀 합류 후 부상으로 인해 11월까지 공식전을 소화하지 못했다. 그를 향한 우려도 생겨났지만, 이내 그 우려를 종식시킨다. 11월부터 경기에 뛰기 시작한 그는 특유의 스피드와 드리블로 EPL을 놀라게 한다. 

2004/05시즌 첼시 라인업. 로벤은 정발 윙어로 뛰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첼시 초기에는 로벤이 반대발 윙어가 아닌 정발 윙어로 뛰었다는 것. 당시만 하더라도 정발 윙어가 대세였고 그는 스피드와 드리블 살려 지공 상황에서 상대 측면을 유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 로벤의 전매특허로 알려져 있는 우측에서 중앙으로 드리블하다 슈팅을 하는 것은 조금 뒤에 등장하게 된다. 

2004/05시즌 첼시는 수비 능력에 있어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팀이었다. 리그 전 경기 동안 15실점 밖에 하지 않았다는 데이터가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공격진 역시 뒤지지 않았다. 디디에 드록바가 공을 지지해주면 '좌로벤 우더프' 양 날개가 빠르게 뛰었다. 그들이 만들어낸 득점 기회에서 램파드, 드록바가 손쉽게 골을 넣었다. 이를 통해 첼시는 해당 시즌 당시 역대 최다 승점(95점)으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두 번째 시즌인 2005/06시즌에도 로벤의 활약은 여전했다. 로벤은 왼쪽 측면을 휘저으며 활약했다. 로벤의 활약에 힘을 얻은 첼시는 이 시즌에도 우승하며 맨유 제외 클럽으로는 최초로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2006/07시즌 들어 로벤은 하나의 분기점을 맞이하게 된다. 반대발 윙어가 대세가 되면서 좌측 측면보다는 우측 측면에 나서게 된 것. 로벤은 이 시즌 조 콜과 좌우 윙어로 자리하게 됐다. 두 선수는 반대발 윙어의 정석을 보여줬고 그들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로벤의 발목을 번번히 잡았던 부상 문제가 그에게 다시 찾아왔다. 로벤은 2007년 3월 무릎 부상으로 인해 수술을 했다. 이를 통해 시즌 막판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로벤의 부재 속에 첼시는 리그 우승을 맨유 쪽에 서서히 넘겨주게 된다. 

로벤은 불굴의 투지로 시즌 종료 전인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 복귀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였지만, 승부차기에서 1번 키커로 나서 실축하며 팬들의 비판을 쓰게 됐다. 

로벤은 이 시즌 첼시의 FA컵 우승을 견인하며 명예회복을 했다. 하지만 현대 첼시 팬들과의 유대가 좋지 않은 시기였다. 심적 부담이 있던 시기에 '네덜란드 커넥션'을 구축 중인 레알이 그의 영입을 타진했고 마음이 흔들렸다. 결국 이적은 성사됐고 로벤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로 떠나게 됐다.

로벤이 헌신한 첼시. 그 홈구장 스탬포드 브릿지

로벤은 레알서 두 시즌 간 활약하게 되지만, 팀의 암흑기와 겹치는 시기였던 탓에 많은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오히려 2009년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로벤은 뮌헨에서 10시즌 간 맹활약하며 팀의 레전드로 자리했다. 이 사이 2010년 네덜란드의 월드컵 준우승에 핵심 역할을 하기도 했다.  

로벤의 찬란했던 뮌헨 시절 중 팀의 3관왕에 기여했던 2012/13시즌 퍼포먼스는 아직도 찬사를 받고 있는 퍼포먼스다. 더불어 프랑크 리베리와 구축했던 윙어 라인 '로베리'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로벤은 2018/19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으며 현재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제2의 인생을 설계 중이다.

2004/05시즌 포츠머스전 득점 이후 환호하면 상의를 탈의하는 로벤

◇EPL 최고의 순간

2004/05시즌 20라운드에서 포츠머스 FC와 첼시 FC가 맞붙었다. 당시 첼시는 EPL 1위를 달리고 있었으나, 아스널 FC와 맨유의 추격에 시달리고 있었다. 까다로운 포츠머스 원정에서 후반 34분까지 첼시는 득점하지 못하며 승점 3점을 가져오는 것이 어려워보이는 상황을 마주했다.

하지만 로벤이 이를 풀어냈다. 로벤은 우측면에서 감아차기로 득점을 올려놓았다. 첼시는 로벤의 득점을 앞세워 2-0 승리를 거뒀고 이를 발판삼아 2004/05시즌 EPL을 제패하게 됐다. 
 
◇플레이 스타일

스피드와 드리블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던 선수였다. 다양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로벤의 능력 때문에 수비수들은 그의 움직임을 예측하고도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EPL 초기에는 왼쪽 측면을 붕괴시키는 파괴자에서, 말기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특유의 매크로로 득점을 만들어내는 윙어로 변화했다. 
 
◇프로필

이름 – 아르옌 로벤

국적 – 네덜란드

생년월일 - 1984년 1월 23일

신장 및 체중 - 180cm, 74kg

포지션 – 레프트윙어, 라이트윙어

국가대표 기록 – 96경기 37골

EPL 기록 – 67경기 15골

◇참고 영상 및 자료

프리미어리그 2004/05시즌~2006/07시즌 공식 리뷰 비디오

첼시 FC 2004/05시즌~2006/07시즌 공식 리뷰 비디오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첼시 FC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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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 캡처, CHELSEA TV, 이형주 기자(영국 런던/스탬포드 브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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