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하지 않을 '방한' 웨스트브룩, 그가 보여줄 새 농구란[NBA현미경]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9. 8. 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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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한국에 오랜만에 NBA 스타 선수가 방문해 3일부터 공식 일정을 가진다. 2016~17시즌 MVP 러셀 웨스트브룩(31·휴스턴 로켓츠)이다. 2017년 여름 스테픈 커리 이후 2년 만에 시즌 MVP 출신의 방한이다.

아시아 국가들을 돌고 있는 웨스트브룩의 이번 투어는 본인의 농구 철학 ‘Why not(왜 안 돼)’에서 이름을 딴 WHY NOT 투어다. 브랜드 홍보와 더불어 농구에 대한 그의 신념을 팬들에게 친근히 풀어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웨스트브룩은 이번 투어의 이름처럼 안 될 것만 같았던 대단한 위업을 달성해냈다. 2016~17시즌 평균 31.6득점 10.7리바운드 10.4어시스트를 통해 1961~62시즌 오스카 로버슨의 30.8득점 12.5리바운드 11.4어시스트 이후 역대 2번째로 시즌 트리플더블을 작성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2017~18시즌 평균 25.4득점 10.1리바운드 10.3어시스트를 기록한 다음 2018~19시즌엔 22.9득점 11.1리바운드 10.7어시스트를 통해 3시즌 연속 평균 트리플더블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다시는 깨지지 않을 것만 같은 기록을 남겼다.

단순히 이런 모습만을 통해서도 웨스트브룩이 통상적인 상식을 깨는 선수임을 알 수 있다. 경기 안에서 보여주는 그의 적극성 자체가 통상의 범주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다만 이제 7월의 트레이드를 통해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선수가 아닌 휴스턴 선수가 된 그가 최근 세 시즌을 통해 보여준 엄청난 기록들을 다시 쓰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2017~18시즌 MVP이자 2018~19시즌 평균 36.1득점으로 역사적인 득점왕에 올랐던 제임스 하든과 동료가 됐다.

데뷔 후 오롯이 11시즌을 뛰었던 웨스트브룩은 여름 동안 팬들과 인사를 가진 후 본격적인 휴스턴 선수로서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AFPBBNews = News1

그렇다면 이제 웨스트브룩은 어떤 농구를 보여주게 될까. 이제껏 그가 보여줬던 농구와 새로운 팀과 동료의 환경에 근거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호불호를 불러왔던 적극성

MVP에 선정됐던 2016~17시즌 웨스트브룩의 기록은 평균 트리플더블이라는 간판을 떼어놓고 봐도 역사에서 보기 힘든 숫자가 나왔다. 평균 30득점 이상에 10어시스트 이상을 동시에 만족시킨 시즌 자체도 몇 없기 때문이다. 역사에서 단 3명에 의해 7시즌만 나왔던 성과다.

게다가 2016~17시즌 웨스트브룩은 평균 득점 리그 1위인 동시에 어시스트 3위였다. 당시 경기 당 두 자릿수 어시스트를 기록한 리그 선수가 3명뿐이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3명 중 한 명이 평균 29.1득점 11.2어시스트 8.1리바운드의 하든이었다.

2016~17시즌 경기 당 볼 소유 시간에서 하든(9.3분)과 웨스트브룩(9.2분)은 전체 선수들 중 첫 번째 존 월(9.5분) 다음 2번째와 3번째에 올랐다. 그리고 웨스트브룩은 경기 당 야투 시도에서 압도적인 리그 1위(24회)에 자유투 시도에서도 1위(10.4회)에 올랐었다.

당시 웨스트브룩의 42.5% 야투율은 경기 당 야투 시도 리그 11위 안의 선수들 중 가장 낮았다. 워낙 그의 슈팅 시도가 통상적인 생각을 넘어서는 상황들에서도 종종 나왔기 때문이다.

2017~18시즌부터 2시즌 동안 함께했던 폴 조지의 합류로 웨스트브룩의 득점 마무리 비중은 줄었다. 하지만 2017~18시즌 경기 당 야투 시도 1위도 웨스트브룩(21.1회)이었다. 2018~19시즌에는 리그 2위 폴 조지(21회)가 더 많은 시도를 가졌지만 웨스트브룩도 4위(20.2회)라는 높은 숫자를 기록했다.

이렇다 보니 웨스트브룩에 대한 평가가 갈리곤 했다. 지난 시즌 경기 당 속공 득점에서 리그 1위 르브론 제임스(5.3득점)에 이어 2위(5.2득점)에 올랐을 정도로 운동능력과 에너지로 경기 국면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선수인 동시에 승부처에서 불안감을 주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전 시즌 오클라호마시티의 에이스는 조지였지만 막판 승부처에서 가장 많은 야투 시도를 가진 선수는 웨스트브룩이었다. 종료 5분 안 5점차 이내의 클러치 상황 동안 웨스트브룩이 경기 당 2.4회 야투 시도를 기록했다면 조지는 2.2회였다. 이때 웨스트브룩은 35.0% 야투율과 경기 당 1회의 3점슛에서는 18.6%의 성공률에 그쳤다.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시즌

7월말 휴스턴 입단식에서 웨스트브룩은 휴스턴을 위해, 우승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즉 자신이 보여줘 왔던 적극적인 경기 개입 스타일에 변화가 올 것을 예고했다.

웨스트브룩과 하든은 2011~12시즌까지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동료로서 함께 뛰었었다. 당시 벤치 멤버로서 2011~12시즌에는 올해의 식스맨에도 선정됐던 하든은 현재 리그에서 가장 지배력을 가진 선수들 중 한 명으로서 성장했다.

역대 경기 당 득점 순위에서 지난 시즌의 하든은 8위(36.1위)에 올랐을 정도로 통상의 범주를 넘어선 득점 가담 성향을 보여줬다. 특히 아이솔레이션 전술 활용에 있어 하든은 리그에서 가장 높은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웨스트브룩은 꽤 많은 볼 소유 지분을 넘겨줘야 할 것이다. 지난 시즌 경기 당 볼 소유 시간 리그 1번째(9.3분) 하든 옆에서 뛰기 때문이다. 당시 웨스트브룩도 리그 공동 3번째(7.7분)로서 여전히 높은 볼 소유 지분을 보여줬었다.

하든도 웨스트브룩도 자신들의 손에 볼이 있어야 적극적으로 나서는 선수들이다. 전 시즌 하든의 야투 성공 중 어시스트 받은 비중은 불과 13.0%였다. 이 부문에 있어 웨스트브룩도 2016~17시즌 18.8%의 최저점을 찍었다가 지난 시즌 25.4%로 여전히 홀로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는 성향이 강하다.

볼 소유가 높은 선수들끼리의 결합이 꼭 안 된다는 법은 없기 때문에 웨스트브룩이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살릴지 잘 선택한다면 좋은 결과를 볼 수도 있다. ⓒAFPBBNews = News1

웨스트브룩은 입단 기자회견에서 직접 경기에 임팩트를 가하기 위해 애써 볼을 만지지 않아도 됨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볼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다만 픽앤롤 등 돌파 상황 중 미드레인지에서 던지는 점프슛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미드레인지에서 웨스트브룩은 거의 대부분 드리블 중 슛했다. 대신 3점 라인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 때 던질 수 있고 컷인을 통해 골밑에서 받은 패스를 역동적인 동작으로 득점에 연결시킬 수도 있다.

하든은 크리스 폴과 함께 뛰었을 때에도 상호간에 절묘한 득점 연결을 이어주는 모습이 많지 않았다. 두 선수 모두 자신 또는 나머지 동료들에게 득점 기회를 창출하는 데에 집중했다. 이는 하든과 웨스트브룩 사이에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를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까

웨스트브룩도 어느덧 30대 나이에 들어선 베테랑이다. 시즌 초인 11월에는 31번째 생일을 맞이한다. 때문에 혹여 그의 에너지 수준이 전과 같지 않을 수도 있다.

포인트 가드로서 웨스트브룩이 3시즌 연속 경기 당 두 자릿수 리바운드를 기록했던 것도, 스틸 및 속공 득점에서 리그 상위권에 들었던 것도 에너지에 기초한 그의 적극성 덕분이었다. 리바운드에 적극 참여해 공격으로 전환하는 순간 빠르게 밀어붙이겠다는 그의 말도 지금껏 해왔던 자신의 모습에 기반을 둔 각오다.

때문에 휴스턴이 올시즌 일을 내고자 한다면 웨스트브룩이 최근과 비슷한 수준으로 달릴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슈팅 성과 침체를 겪었음에도 지난 시즌 웨스트브룩이 팀에 기여했던 것이 경기의 나머지 부문들에 크게 힘썼기 때문이다.

웨스트브룩이 희생을 실제 감내한다면 기록 측면에서 하락은 어쩔 수 없다. 평균 22.9득점 10.7어시스트로 마감했던 지난 시즌보다 공격 진영 숫자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리바운드조차 역시 리바운드 가담 성향이 높은 가드 하든과 함께 하기 때문에 낮아질 듯하다.

이런 숫자 쪽의 감소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부문들에 집중한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그와 하든의 결합에 대해 의문을 품었던 사람들에게 ‘왜 안 돼’를 외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올시즌에 들어가는 웨스트브룩이 회복해야 할 것이 슈팅이다. 전 시즌 29.0% 적중률의 3점슛과 65.6% 성공률의 자유투는 분명 이상신호였다. 여기에서 다시 커리어 평균으로 회복해야 진지한 목표 도전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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