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위에서 1위로'.. SKT의 근거 있는 반등

이다니엘 윤민섭 기자 2019. 8. 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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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엇 게임즈 제공

‘2019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정규 시즌이 어느덧 종반부에 접어들었다. SK텔레콤 T1은 올 시즌 LCK에서 가장 주목받는 팀이다. 시즌 초 부침이 무색한 광폭 행보로 떠들썩한 화제를 낳고 있다.

지난 6월 27일 KT전에서 연패사슬을 끊은 뒤 ‘페이커’ 이상혁은 방송 인터뷰에서 “13연승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38일이 흐른 8월 3일, SKT는 아프리카 프릭스를 2대 0으로 이기며 9연승을 달성했다.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이상혁은 “실제로 (13연승)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했다”면서 “우스갯소리로 한 이야긴데 연승을 하고 있다. 운도 많이 따라준 것 같다. 기세가 올라가면서 긍정적인 효과가 발휘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SKT의 반등은 우연이 아니었다. 올 여름, 이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개막 전 패치 연구 미비… 스크림 3경기에 그쳐

SKT는 오프 시즌 동안 ‘LoL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우승에만 초점을 맞췄다. 베트남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SKT는 MSI에서 사용할 예정이었던 9.8패치로만 연습했다. 그래서 서머 정규 시즌 개막 직후 사용했던 9.11버전은 이들에게 생소했다.

귀국 후 화보 및 광고 촬영, 스트리밍 방송 등 밀린 일정을 소화한 SKT는 9.11버전을 연습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SKT 사무국 관계자는 “스크림을 3번 하고 서머 시즌에 들어갔다”고 말했는데, 선수마다 기억은 조금씩 달랐다. 어떤 선수는 “3경기는 아니고 3일 정도 연습했다”고 말했고, 다른 선수는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시간이 정말 없었다”고 회상했다.

‘테디’ 박진성은 서머 시즌 첫 경기였던 진에어 그린윙스전에서 가까스로 이긴 직후 국민일보와 만나 “챔피언들의 상성 관계 등을 정리하고 있다. 아직 정리가 중간 이상도 안 됐다고 본다. (오늘 경기력이) 100점이 만점이라면 50점 이하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SKT 선수들은 연습 시간의 부족을 얘기하면서도, 단순히 그 점 때문에 연패한 것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4연승을 달성한 뒤 ‘테디’ 박진성은 “메타 적응도 메타 적응이지만, 그보다는 그냥 못해서 연패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SKT 관계자 역시 “G2가 (서머 시즌에) 저렇게 잘하고 있는데 메타에 적응할 시간이 없었다고 하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MSI 4강 탈락의 충격도 무시할 수 없는 침체 요인이었다. SKT는 인빅터스 게이밍(IG)과 함께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팀이었다. 오프 시즌 동안 만났던 LCK 선수들 중 열에 일고여덟은 SKT의 우승을 점쳤다. 이유는 단순했다. “SKT가 너무 잘한다”고 했다.

라이엇 게임즈 제공

이상혁은 9.11패치 메타 적응보다 MSI 탈락의 정신적 후유증이 더 큰 연패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3일 인터뷰에서 이상혁은 “메타 적응에 대한 어려움도 없잖아 있었겠지만, MSI를 패배하고 돌아왔을 때 자신감이 많이 줄어들었다. 정신적 휴식을 충분히 취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문제였다”고 지난 5연패를 곱씹었다.

연패 당시에 ‘오버 파워(OP)’ 챔피언의 순위를 매기고 상성을 점검하는 이른바 ‘티어 정리’ 작업이 잘 안됐었는지 묻자 이상혁은 “그런 것보다 1라운드 때 다른 팀들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았다. 어느 부분이든 다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페이스를 되찾아가면서 연승이 이어졌다”고 답했다.

5연패 중에도 의심은 없었다

SKT의 반등을 예상하는 이들은 많았지만, 실제 이처럼 폭발적인 퍼포먼스로 1위에 오를 거란 상상을 하는 이는 없었다. 적어도 외부에서는 말이다.

시즌 초 5연패의 수렁에 빠진 와중에도 결국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평가가 스포츠단 내부적으로 나왔다. 5연패 늪에 빠졌던 지난 6월 중순, 국민일보와 통화한 오경식 단장은 “선수들의 기량이 여전히 최상위권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더구나 선수와 코칭스태프 모두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이다. 실망하지 않고 경기력을 올리면 충분히 우승에 닿을 거란 믿음이 있다. 이전에도 ‘도장 깨기’를 하며 우승했던 경험이 있다. 가능한 시나리오로 보고 마지막까지 지켜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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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혁 역시 5연패 때를 회상하며 “전혀 그럴 경기력이 아닌데, (성적이) 그렇게 나와서 굉장히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연패를 하면서 분위기가 침체된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저 같은 경우 승리를 따내는 일만 남았다고 봤다. 과거에도 비슷한 상황을 자주 겪었기 때문에 자신감만 되찾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SKT의 연승은 LCK에 9.12패치가 적용되면서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렸다. 이들이 다른 팀과 다시금 동일 선상에 선 이후다. 선수들은 자신감 회복과 팀워크 향상이 반등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한다. ‘에포트’ 이상호는 “드래곤 등 오브젝트가 나왔을 때 먼저 입을 맞추고, 뭉쳐서 해내는 플레이가 좋다. 서로 말을 잘 맞추다 보니 불협화음이 없다”고 전했다.

SKT의 연승행진을 이끈 주역에 서포터의 이름은 반드시 언급돼야 한다. 이상호는 팀에 부족했던 과감성과 팀 파이트 능력을 불어넣었다. 보물선을 해저에서 건져낸 젊은 길잡이는 “교전 상황에서 상대 스킬이 빠지는 걸 보고 제 스킬을 맞추는 걸 잘한다”고 스스로 자신한다. 브라움, 탐 켄치 등 단단한 근접 챔피언이 주력 종목이다.

이상호는 약 1년 반 동안 주전과 후보 자리를 오간 끝에 꽃을 피웠다. 그전에도 1년의 연습생 생활을 거쳤다. SKT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이상호의 ‘드림 클럽’이었다. ‘뱅’ 배준식과 ‘울프’ 이재완의 이즈리얼·카르마 플레이에 매료된 이후로 검은 유니폼은 그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SKT는 올 시즌 이상호 출전 후 세트스코어 17승3패를 기록 중이다.

팀의 반등에 SKT 사무국의 역할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무국은 연패 중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다방면으로 애를 쓰며 가교역할을 했다. 스포츠단 마케팅 팀장을 겸하고 있는 송종호 사무국장은 SKT타워(서울 중구)와 선수단 숙소(일산)를 부지런히 오가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최소화했다. 특히 송 사무국장은 선수들이 인 게임 피드백 과정에서 코칭스태프에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을 거라 판단해 허심탄회한 일대일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렇게 선수와 코칭스태프 사이에 간극이 좁혀졌다. SK 스포츠단 관계자는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송 사무국장의 노고가 컸다”고 귀띔했다.

한편 SKT는 정규 시즌 만으로는 13연승이 불가능하다. 이상혁이 ‘13연승’을 언급한 KT전부터 모든 리그 경기를 이겨도 12연승이 최다였다. 다만 결승에 직행해 승리를 거두면 정확히 13연승이 된다. 이상혁이 이 같은 ‘큰 그림’을 염두에 두고 발언을 했는지는 물론 알 수 없다.

*제목 수정했습니다.

이다니엘 윤민섭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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