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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Heroes]키움 히어로즈 이정후

대단한미디어 입력 2019.08.09.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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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의 전설을 노리는 불꽃남자

데뷔 첫해 고졸 신인 최초 3할 타율, 신인 최초 전 경기 출장, 역대 데뷔 시즌 최다 안타 등의 기록을 세우고 당당히 신인왕을 수상했다. 2년 차에는 잦은 부상에도 소포모어 징크스에 빠지기는커녕, 전해보다 한 뼘 성장한 타격을 뽐내며 국가대표팀 승선과 골든글러브 수상의 영광을 동시에 누렸다.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될 때만 해도 이종범의 아들로 알려져 있었지만 데뷔 3년 차인 현재, 아버지의 후광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이제는 ‘키움 히어로즈’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간판스타가 된 이정후. 지난 2년간은 주로 1번 타자로 출장해 영웅군단의 선봉장 역할을 도맡았지만, 자신에게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구단과 자기 자신의 노력 속에서 과연 이정후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게 될까.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최홍서 Location 고척스카이돔




#‘히어로’ 이정후

<더그아웃 매거진>과는 어느덧 다섯 번째 만남입니다. 이번에는 100호를 기념해 구단 대표 선수 인터뷰를 맡게 됐는데요, 키움 대표 선수로 발탁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박병호 선배님도 계시고 (서)건창이 형, (김)하성이 형, 또 다른 선수도 많은데 제가 어려서 대표 선수로 뽑힌 것 같아요. 어릴 때 <더그아웃 매거진>을 처음 보고 언젠간 야구를 잘해서 나와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다섯 번이나 나오게 됐어요. 100호 발간 축하드리고 앞으로 제가 은퇴하고 지도자를 할 때까지도 계속해서 인터뷰하게 되면 좋겠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정후’하면 아버지의 이야기가 많았는데 올해는 오롯이 본인의 실력만으로 부각되고 있어요.

진짜 많이 없어졌더라고요. 기자님들도 그렇고 아빠에 대한 질문보다 저에 대한 질문이 훨씬 늘었어요. 의식은 안 해요. 제가 잘하면 또다시 아빠 이름이 한 번씩 부각되면서 잘 몰랐던 사람들도 알게 되면 좋잖아요. 더 잘해서 저뿐만 아니라 아빠의 이름도 한 번씩 알려지면 좋을 것 같아요.

얼마 전 수비와 관련해 부상을 당해서 겁이 날 때가 있지만 그래도 한 발 더 뛰고, 더 타구에 집중한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어떻게 그런 마음을 먹었는지 궁금해요.

이겨내지 못하면 저뿐만 아니라 팀도 손해를 보잖아요. 타구를 못 잡게 되면 수비를 못 하는 선수로 낙인찍힐 수도 있고요. 지금까지는 운동 능력만 믿고 수비를 했다면, 이제는 더 집중해서 스타트를 빨리하려고 해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올해 수비가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타격과 수비 중 어느 쪽에 집중하는 편인가요?) 외야수라 타격에 더 집중하는 것은 사실이에요. 오윤 코치님도 체력 관리를 위해 수비는 괜찮으니까 쉬어 놓으라고 말씀해주셔서 수비 훈련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하고 있어요. 그때만큼은 진짜 시합같이 훈련하고 있어요.




이제 루틴도 충분히 생겼을 것 같은데 쉬는 날에도 루틴이 있나요?

쉬는 날 루틴은 없고요. 잘 쉬려고 해요. 음식도 많이 먹어요. (야구장에서는 루틴이 있어요?) 출근 시간, 훈련 루틴도 있어요. 수술을 해서 어깨 보강 운동도 꼭 해요. (어떤 일이 생겨서 못하게 되는 경우는 어떻게 하나요?) 이렇게 인터뷰가 있는 날에는 조금 더 일찍 와서 끝내놓죠.

지난 3년 동안 실력 면에서나 인기 면에서나 정말 많이 성장했어요. 본인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나요?

80점이요. 프로에 입단한 뒤 운이 좋게 계속 기회를 받아 주전으로 뛰었어요. 어릴 때부터 꿈꿔온 일을 몇 가지 이뤘기 때문에 점수를 많이 주고 싶어요. 아직은 어려서 성장할 여지도 남아있고 이제는 안 다치고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야 더 점수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제 3년 차다 보니 후배도 생겼어요.

먼저 다가가기보다 먼저 물어보면 대답을 해주는 편이에요 후배가 생기기는 했어도 야수조에서는 막내예요. 딱히 후배라 해봤자 (안)우진이밖에 없어요. 아직 잘 못 느끼겠습니다.

고종욱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어요. 2017년에 고종욱이 박서준처럼 보인다고 말을 했어요. 혹시 지금도 그런가요?

그때는 과장이었어요. (웃음) 처음 프로에 들어와서 2년 동안 (고)종욱이 형과 룸메이트를 했는데 진짜 배운 게 많아요. 그냥 아마추어 선수였던 저를 프로선수 마인드로 바꿔주신 분이거든요. 항상 옆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좋은 말을 해주셨어요. 안 될 때는 “형이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면서 원정 가면 맨날 맛있는 것도 사주시고요. 야구 관련해서 잘 안 되는 것을 물어보면 지금 나이에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라고 격려도 많이 해주셨고요. 성격도 저랑 잘 맞아서 같이 방 쓰면서 원정 성적도 좋았어요.




지금 SK 와이번스에서 잘하고 있잖아요. 보면 어때요?

너무 좋아요. 종욱이 형이랑 안타 내기, 타율 내기를 하자고 했는데 지금 보니까 올스타전 투표도 3위더라고요. 올스타전에서 만나도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감독님과 코치님들도 다 감사하지만, 종욱이 형에게는 정말 감사해요.

올 시즌 초반에 조금 부진했어요. 5월 중순부터는 다시 본인의 모습을 찾았는데 안 좋던 이유가 있나요?

제 몸 상태에 대해서 ‘괜찮다. 안 아프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따라주지를 못했어요. 인정하고 거기에 맞춰 준비해야 했는데 수술을 받고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 변명처럼 보일 것 같았거든요. ‘이건 어깨 때문이 아니라 내가 못하는 거야’라며 몸은 100%가 아닌데 제가 100%로 하려다 보니까 성적이 나빠졌어요.

지금은 몸 상태 100%인가요?

트레이너님도 그렇고 의사 선생님도 5월 중순부터 몸이 좋아질 거라고 했어요. 그런데 저는 3월부터 바로 좋아질 수 있다고 착각했죠. 경기를 뛰고 있으니까 무조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안 따라주니까 답답했어요. 5월부터는 아직 몸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여유를 갖고서 루틴대로 계속 경기에 임하다 보니 좋아졌어요.




불꽃남자라는 별명이 화제예요.

시합 전에 방송사에서 저를 뭐라고 소개해주느냐고 해서 장난으로 “제가 더워지면 성적이 좋아지거든요. 뜨거워지면 뜨거워질수록 더 뜨거워지는 불꽃남자라고 해주세요”라고 장난으로 얘기했는데 진짜 방송에 나와 화제가 됐어요. (마음에 안 드나요?) 장난으로 했던 게 진짜 나와서 부끄러워요. 제가 뱉었던 말에 책임을 지려면 여름에 더 잘해야 하니까 준비를 잘해야죠.

바람의 손자와 불꽃남자 중 하나의 별명을 선택한다면?

둘 다 좋은데요, 아직은 팬분들이 바람의 손자라고 많이 불러주셔서 바람의 손자가 낫습니다.

키움팬 사이트에 이정후 선수가 퇴근길에 어린 팬에게 리자몽 인형을 선물 받았다는 제보 가 있었어요.

불꽃남자 사건이 있고 나서 초등학생 팬이 “형아 이거 선물이에요”하고 주는 거예요. 저는 처음에는 뭔지 몰랐거든요. 입에서 불을 뿜고 있는 인형이었는데 집에 잘 모셔두고 있습니다.




#‘히어로’가 되기 위한 이정후

2016년 인터뷰에서 같이 뛰어보고 싶던 선수로 김하성을 뽑은 적이 있어요. 어느덧 3년째 같은 팀에서 뛰고 룸메이트가 돼 가까이 지내고 있는데 소감이 궁금해요.

그때만 해도 여기서 이렇게 뛰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 했어요. 하성이 형은 지금 저 정도의 나이에 워낙 유명한 대스타였잖아요. 당시에 제가 유격수여서 같이 뛰어보고 싶다고 얘기를 했어요. (지금은 둘이 정말 친하잖아요.) 룸메이트를 하면서 야구 얘기도 자주 해요. 아무래도 하성이 형은 저랑 비슷한 나이에 1군을 경험했기에 팀에 조금이라도 민폐를 끼치는 행동을 하면 따끔하게 혼도 내줘요. 그리고 뒤에서 “형이 이래서 혼낸 거니까 네가 이해해라”라고 좋게 얘기도 해주세요. 제 상황들을 너무나도 잘 이해해주셔서 형이 아니었으면 저도 이렇게 빨리 성숙해지기 힘들었을 거예요. (고종욱이 있었다면 또 김하성이 있는 거네요.) 종욱이 형은 신인이다 보니까 주눅 드는 게 있었는데 그런 점을 없애주셨고 하성이 형은 멋있는 선수? 어린 나이지만 팀의 주축으로 제가 해야 할 행동을 알려주세요.

최근 3번 타자로 꾸준히 출장하고 있어요. 그전까지는 1번 타자를 맡았는데, 옮기게 된 이유가 있나요?

감독님께서 시합에 내보내주시면 오더가 나오잖아요. 그걸 보고 ‘아 오늘 3번 타자구나’ 하고 시작된 거예요. (구단의 요청이 있었던 게 아니고요?) 감독님께서 갑자기 저한테 “정후야 너 3번 쳐봤지?” 이러셔서 “네, 고등학교 때 쳐봤습니다”라고 답했더니 출장하게 됐어요.

본인은 3번 타순이 어때요?

다 장단점이 있어요. 일단 1번 타자는 공수 교대 때 빨리 준비해야 하고 타석도 가장 많이 들어가서 체력적인 면에서 힘들어요. 반면에 타석도 자주 돌아오고 안타 칠 기회도 많아져요. 3번 타자는 조금 여유 있게 투수의 공도 지켜볼 수 있고 천천히 준비해서 생각을 확실히 정리하고 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그래서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타석에 임하게 돼요.

장타에 대한 욕심도 생길 것 같아요.

욕심은 별로 없어요. 다만 ‘어떻게 하면 더 강한 타구를 많이 날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은 해봤어요. 강한 타구를 날려야 내야를 뚫고 빠져나가는 타구가 많아지고, 그러다 보면 홈런도 나오잖아요. 아직은 크는 단계라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해서 홈런도 많이 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롤모델 스즈키 이치로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했어요. 현재 타격 메커니즘을 만드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요?

야구를 시작할 때 아빠가 조건을 거셨어요. “왼손으로 쳐라. 그럼 야구를 시켜주겠다”라고요. 그렇게 왼손 타자를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봤던 야구선수의 스윙이 이치로여서 자연스레 롤모델이 됐어요. 이치로는 일본에서는 중장거리 타자였는데 미국에서는 단타 위주의 타격으로 바꿨잖아요. 그때 영상을 연구하면서 스윙면을 자주 돌려 봤어요. (스윙 궤적을 말하는 건가요?) 네. 저는 완전히 풀스윙을 하고 뛰는 선수라 이치로의 하체쪽 메커니즘 말고 상체쪽을 자주 보고 따라 했어요. 학창 시절에는 코치님들께서 다운스윙을 많이 가르쳐 주셨는데 저는 영상을 보고 뒤에서부터 면을 만들어서 나오는 스윙을 했어요. 초등학교 때는 많이 혼도 났어요. 그런데 6학년 때 감독님이 바뀌었고 제 스윙을 존중해주셔서 그때부터 제 스윙을 정립시켰어요.

최근 야구 트렌드는 또 어퍼스윙이잖아요.

어릴 때부터 어퍼스윙을 해서 다행이에요. 감사한 게 지도자분들을 잘 만났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양윤희 감독님이 부임하셨는데 초등학생들은 보통 엄하게 가르치거든요. 그런데 감독님께서는 저희를 풀어놓으셨어요. “너희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봐라”라고 해주셔서, 저희는 프리배팅 연습할 때 홈런 레이스를 하고 그랬어요. 홈런을 치려면 자연스레 어퍼스윙을 해야 하잖아요. 그러면서 제 친구들도 어퍼스윙으로 쳤어요. 중학교 올라가서도 중학교 감독님께서 제 친구들하고 저한테 치고 싶은 대로 치라고 해주셨어요. 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고요. 코치님과 제가 생각하는 이론이 딱 맞아떨어졌거든요.

최근에 메이저리그에서 롤모델로 삼고 있는 선수가 있나요?

크리스티안 옐리치요. 홈런 치는 것보다 메커니즘을 주로 봐요. 그 선수의 타이밍 잡는 법이라든지, 방망이와 공이 맞았을 때 면을 봐요. 코디 벨린저는 스윙을 너무 세게 하는데 옐리치는 저랑 비슷한 것 같아서 보고 있어요.




#이정후가 꿈꾸는 영웅의 상

올 시즌 전에 풀타임 출장과 200안타를 목표로 잡았어요.

풀타임 출장은 지금 경기를 뛰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 작년 이 시기에는 다쳐서 2군에 있었거든요. 지금 이렇게 1군에서 뛰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200안타는 아직 유효한데 페이스를 더 끌어올려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처럼 하면 한 10개에서 15개 정도 모자라겠더라고요. 여름에 한번 미치는 수밖에 없어요. 그걸 기다리고 있습니다.

3년 전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거 이정후를 목표로 한다고 이야기했어요.

막상 프로에 와보니 부족한 점이 많더라고요. 선수라면 당연히 큰 무대에서 뛰고 싶죠.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대로만 뛴다면 KBO리그 최초 3000안타도 가능해 보여서 한국에서 가장 많은 안타를 치고 싶은 그런 꿈도 생겼어요. 일단 여러 가지 목표가 있는 게 저한테 좋은 거니까요. 언젠가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선수가 되면 그때 가서 고민하면 되고 그렇게 안 된다면 지금 생각하고 있는 그 꿈을 향해서 열심히 하려고요.




이번 <더그아웃 매거진> 100호에 표지로 뽑힌 선수들은 ‘향후 10년간 팀을 이끌어갈 선수’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10년 후 어떤 모습일 것 같나요?

10년 후면 서른두 살인데, 키움에 있으면 가장 좋죠. 그런데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요. 어느 팀에서 어떤 상황에 처했을지 모르겠지만 키움에 남아서 안타 2000개 이상 치고 싶어요. 아니면 해외에 나가서 생활하고 싶고요. 우승도 꼭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100번째를 맞이한 <더그아웃 매거진>과 독자에게 축하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입니다. 100번째 <더그아웃 매거진>에 제가 나오게 됐는데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인간은 끊임없이 생각하는 동물이며, 그렇기에 현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함으로써 성장해나간다. 같은 좌타자라는 이유로 이치로를 보고 따라하며 막연히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던 까까머리 소년은 자신의 실력을 냉정히 판단하며 한층 더 깊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본인은 부끄럽다고 이야기하지만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야구에 대한 열정을 뜨겁게 불태우는 그의 모습은 ‘불꽃남자’라는 별명이 잘 어울린다.

10년 뒤 어떤 모습으로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라고 답한 이정후. 그의 말처럼 이정후가 과연 10년 뒤에 어떤 모습의 선수가 돼 있을지, 가파른 성장세 때문에 예상하기 어렵다. 다만 적어도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한 명으로 우뚝 서 있을 것이라는 짐작은 가능하다. 마치 주변인의 도움과 자신의 의지로 각성하는 만화 속 영웅처럼 한국 야구계의 영웅으로 우뚝 선 서른두 살의 이정후를 그려본다.


더그아웃 매거진 100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9년 100호(8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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