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 '괴물 자책점' 언빌리버블 류현진

이용건 2019. 8. 1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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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전 7이닝 무실점
시즌 12승, 韓美통산 150승
'사이영 상' 사실상 독주
구장 특성 반영 조정방어율
MLB 100년동안 역대 2위
12일 애리조나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7이닝 무실점의 환상적인 피칭을 보여주며 시즌 12승을 챙겼다. [AFP = 연합뉴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메이저리그는 약물의 힘을 빌린 강타자들에 의해 투수들이 수난을 당하던 시대였다. 이 시절 전성기를 보낸 박찬호의 기록이 더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다.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평균자책점이 전반적으로 높은 타고투저의 시대라면 특정 투수의 훌륭한 기록은 더욱 빛나기 마련이다.

LA다저스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이 1.45까지 떨어졌다. 2019시즌이 어느덧 막바지로 향해가는 시점에서 메이저리그 유일한 1점대 방어율이다. 올해가 홈런 수 급증으로 시즌 최다 홈런 경신이 유력한 압도적인 타고투저 시즌임을 감안하면 '믿을 수 없는' 기록이다.

류현진은 1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12승을 올렸다. 류현진이 한미 통산 150승을 달성한 이날, 다저스 타선은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8점을 뽑았으며 수비 실책은 없었다. 경기는 다저스가 9대3으로 승리했다.

이날 류현진의 애리조나 타선 공략법은 체인지업이었다. 류현진에 대처하기 위해 우타자들로 라인업을 채운 애리조나였지만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은 끝내 공략하지 못했다. 류현진은 이날 체인지업으로만 땅볼 5개를 유도하는 등 아웃카운트 15개 중 12개를 땅볼 처리했다. 6회 초 이날 유일한 위기였던 1사 1·3루 상황에서 적극적인 땅볼 유도로 이닝을 종료시키기도 했다.

또 한 번의 무실점 경기로 더 낮아진 평균자책점(1.53→1.45)에 현지 언론들은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시대 보정을 반영한 조정방어율(ERA+)을 대입해 류현진의 가치를 더욱 부각하고 있다. 조정방어율은 그해 전체 투수들의 평균자책점, 구장별 특성을 반영한 수치로 100을 기준으로 투수를 평가한다. 200을 기록한 투수가 있다면 그 투수는 그해 평균적인 투수보다 2배 훌륭했다는 의미다.

올 시즌 22번의 선발 등판을 마친 류현진의 조정방어율은 무려 286에 달한다. 라이브볼 시대(1920년대) 이후 류현진보다 높은 조정방어율을 기록한 선수는 2000년 페드로 마르티네스(291)가 유일하며 약물 타자들이 득세했던 그해 마르티네스의 평균자책점은 1.74로 2위 로저 클레먼스(3.70)보다 2점 가까이 낮았다.

류현진의 올 시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관중을 끌어들이기 위해 공인구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홈런 수는 사상 최초로 6500개를 돌파할 전망이다. 장타가 급증하면서 리그 평균 득점도 4.83점으로 치솟았는데, 이는 지난 10년래 가장 높은 수치다. 역대급 타고투저 시즌에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유일한 1점대 평균자책점과 다저스 투수 평균자책점 기록 경신까지 노리고 있는 셈이다.

LA타임스는 이날 경기 후 "류현진은 다저스의 전설적인 좌완 샌디 쿠팩스(1966년 1.73)와 클레이턴 커쇼(2016년 1.69)의 시즌 최저 평균자책점을 넘어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엠엘비닷컴은 이날 경기 전 "현대 야구에서 류현진의 평균자책점보다 낮고 조정 평균자책점이 높은 투수는 한 명"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애리조나전 이후 류현진의 수치가 더 상승(272→286)하면서 올 시즌 류현진을 평균자책점과 조정 평균자책점에서 모두 앞서는 투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없는 상황이다.

객관적 지표만 따져도 사이영상 경쟁에서 류현진을 위협할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유일하게 탈삼진에서 절대적 우위를 보였던 맥스 셔저(워싱턴 내셔널스)는 부상이 길어지면서 등판하지 못하고 있으며 나머지 경쟁군과도 평균자책점이 1점 가까이 차이 난다. 스티븐 스트래즈버그(14승)를 제외하면 다승에서도 내셔널리그 2위를 차지하고 있어 부족함이 없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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