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스포츠한국

'인천 체력왕-포항전 영웅' 인천 신인 이제호, 대형 수비MF 재목[슈퍼루키③]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입력 2019. 08. 24. 07:03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스포츠한국 인천=이재호 기자] 지난 7월 20일, 1-1로 팽팽히 맞선 인천 유나이티드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7경기동안 2무 5패로 승리가 없던 인천은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추가시간, 오른쪽에서 곽해성의 코너킥 때 한 신인이 앞에서 잘라 들어가 헤딩골로 끝내기 결승골을 넣으며 감격의 승리를 거뒀다.

그 신인은 올해 인천에 입단한 신인 이제호. 프로 3경기만에 데뷔골을 넣으며 인천의 영웅으로 거듭났던 이제호는 수비형 미드필더임에도 ‘특기’인 헤딩슈팅으로 인천 팬들에게 강렬한 신고식을 했다.

최근 4경기 1승2무1패로 향상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인천은 시즌 후반기가 다가오자 ‘잔류 본능’을 꿈틀거리고 있다. 23일 오후 인천 문학 경기장에서 팀훈련을 마친 이제호를 이재호 기자가 만났다. 결코 이름 때문에 반가워 만난 것은 아니다.

'K리그 첫 10대 도움 해트트릭' 제주 서진수 "1대1이 내장점"[슈퍼루키①]
'21살에 10골' 조규성 "K리그2 득점왕-도쿄 올림픽 도전"[슈퍼루키②]

프로축구연맹 제공

▶윙으로 시작해 스트라이커 거쳐 수비형 미드필더로

초등학교 시절 계주에서 빠른 달리기 실력을 보이자 옆 학교였던 부평초등학교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축구를 시작한 이제호. 중학교 2학년까지 빠른 발을 이용한 윙으로 지역내에 ‘꽤 한다’는 유망주로 인정받던 그는 중학교 3학년이 되던 시기 부임한 우성용 현 서울 이랜드 감독대행을 만나게 된다. 광성중 감독으로 첫 감독 커리어를 시작한 우 감독은 이제호를 보고 ‘스트라이커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사실 고등학교 진학이 달린 중3 시기는 민감하잖아요. 부모님도 포지션 변경에 걱정이 많으셨지만 우 감독님께서 부모님과 저를 직접 설득하셨어요. 게다가 우 감독님이 K리그에 뛰어난 공격수셨잖아요. 키카 급격하게 자라던 저에게 타켓형 스트라이커에 대해 정말 많이 알려주셨고 큰 도움이 됐죠.”

그렇게 스트라이커로 탈바꿈한 후 인천 대건고로 진학한 이제호는 지금의 ‘명문 유스’ 대건고 왕조의 시작을 함께 했다. “제가 고3때 고1로 바이에른 뮌헨을 거쳐 프라이부르크로 간 정우영이 들어왔죠. 그때 마침 현재 인천의 코치이기도 한 임중용 감독님이 새롭게 부임하면서 팀이 탈바꿈ㅎㅒㅆ고 우승컵을 싹쓸이했죠”라며 웃었다. 2015년 인천 대건고는 K리그 주니어 전후기리그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인천 대건고는 중국 광저우에 있는 국가대표 수비수 박지수, 뮌헨을 거쳐 프라이부르크로 간 정우영 등을 배출하며 전국 명문 축구 고등학교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대학교 진학 당시 문제가 있어 예정됐던 수도권 명문대를 가지 못하게 된 이제호는 감독과 관계자들이 집까지 찾아와 정성을 보인 호남대 진학을 결심한다. 대학교 1학년에 들어가자마자 호남대 성한수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바꾸자”고 제안했고 걱정하는 이제호에게 “널 위해 훈련 프로그램을 다 마련했다”고 할 정도로 강한 확신을 보였다. 성 감독은 신입생이며 포지션 변경 중인 이제호를 주전으로 기용할 정도로 중용했고 결국 이제호가 프로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안착했으니 이 포지션 변경은 성공한 셈이다.

호남대 시절 이제호의 모습. 본인제공

▶잠도 뒤척인 프로 데뷔전… 지금도 믿기지 않는 프로 데뷔골까지

호남대에서 3학년까지 보낸 후 올해 1월 인천 유스 출신으로 프로팀 콜업을 받아 합류한 이제호는 “확실히 프로의 수준은 달랐다. 자체 경기를 하는데 힘과 파워, 압박이 대단했다”며 “프로입단 당시 목표가 ‘데뷔시즌에 5경기만 나가자’였는데 쉽지 않겠다 싶었다. 하지만 꾸준히 몸을 잘 만들어왔고 R리그(2군) 등에서 계속해서 좋은 몸상태를 만들어왔다”고 했다.

그렇게 이제호가 기회를 기다리는 동안 안데르센 감독이 사임하고 임중용 감독대행을 거쳐 유상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 인천 대변혁의 시기도 지났다.

결국 7월 6일 울산 현대 원정경기에서 감격의 데뷔전을 가지게 된 이제호다. “경기 전에 훈련을 할 때 유상철 감독님께서 선수들을 모아놓고 ‘난 너희를 믿는다. 준비가 된 선수들이 보인다’고 말씀하실때까지는 ‘아 선수 몇 명이 바뀌나보구나’ 정도로 생각했죠. 하지만 경기 이틀전 선발 라인업은 조끼를 입고 훈련하는데 저에게 조끼가 왔다. 깜짝 놀랐고 경기 전날에는 긴장되어 잠도 뒤척였다”며 생일을 4일 앞두고(7월 10일) 미리 생일선물을 받았던 날을 떠올렸다.

“제 임무가 K리그 최고 미드필더인 믹스를 잡는거였어요. 전날 믹스의 모든 영상을 다 봤는데 말도 안되게 잘하더라고요. 또 경기장에 들어가니 심장소리가 너무 크게 들릴정도로 긴장되더군요. 하지만 ‘내가 믹스보다 잘할 수 있는건 많이 뛰는거다’라는 생각만 가지고 죽을 힘을 다해 다리에 쥐가 날 때까지 뛰었죠. 그날 경기에서 리그 최고팀인 울산을 상대로 선전하다 후반 막판 골을 줘서 졌는데 다들 제 경기력을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었죠.”

이후 한 경기를 쉰 후 FC서울전에도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이제호가 막아야할 상대는 국가대표 선수였던 서울 핵심 고요한. “믹스에 이어 고요한 선배라니…. 정말 까마득했죠. 근데 어쩌겠어요. 어떻게든 많이 뛰고 부딪치며 수비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라고 회상했다.

서울전 역시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자 유상철 감독은 이어진 7월 20일 포항 원정에도 이제호를 선발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한다. 울산-서울전에는 후반전 쥐가 나 풀타임을 뛰지 못했던 이제호는 포항전만큼은 풀타임을 뛰겠다는 각오로 달렸다. 그리고 1-1로 맞선 후반 추가시간 코너킥 기회가 왔다. 곽해성의 오른쪽 코너킥에 이제호는 앞으로 달렸고 짧게 올라온 코너킥을 그대로 결승 버저비터 헤딩골로 성공시켰다..

"경기전날 세트피스 연습할 때 계속 했던 장면이었어요. 그때 잘되서 ‘좋다’싶었는데 코너킥이 났을 때 유상철 감독님께서 ‘더 앞으로 잘라들어가’라고 특별히 주문하셨어요. 해성이 형이랑 서로 사인이 맞았고 골을 넣었죠. 골을 넣고 ‘내가 넣은게 맞나’싶을 정도로 멍했어요. 실제로 사진을 보면 제가 무표정이예요. 엄청난 환호와 형들의 축하에 정신이 없었죠. 경기 끝나니 전화랑 문자가 쏟아졌고 어머니는 우시기도 했죠. 경기 후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데 배터리가 다 닳때까지 골장면을 계속 돌려보고나서야 조금 실감이 나더라고요. 사실, 지금도 믿기지 않는데 K리그 기록에 제 이름 옆에 ‘1골’이 되있는걸 보면 ‘맞구나’ 싶어요."

프로축구연맹 제공

▶신인인데 인천 체력왕… 韓축구 오랜만에 나온 전문 수비형 MF 재능

동계훈련 당시 인천은 선수들의 체력테스트를 시행했다. 여기서 이제호는 모든 선수를 통틀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체력왕’이다. 스스로도 강점을 체력과 활동량으로 뽑는다. “제가 체력이 좋은데 프로 첫 두 경기에서 모두 다리에 쥐가 나서 나왔어요. 너무 긴장해서 그랬나봐요”라며 웃었다.

젠나로 가투소, 은골로 캉테 등 중앙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동량을 장점으로 하는 선수들은 체력왕으로 유명하다. 이제호 역시 뛰어난 수비력과 체력, 활동량을 바탕으로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로 성장하길 원한다.

사실 한국 축구에 활동량과 수비에 중점을 두는 중앙 미드필더가 실종된지 오래다. 김남일-조원희-한국영으로 이어졌던 이 계보의 후계자가 없는 상황. 이 선수들은 자신이 튀지않고 태클, 수비 등 궂은일을 하면서 공격 선수들을 돋보이게 한다. 지난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조원희 역시 “저같은 스타일의 선수가 한국 축구에 많이 없다. 공을 예쁘게 차려는 선수만 많아지고 있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실제로 외국에는 네마냐 마티치(맨유), 한국에는 한국영 선배의 영상을 정말 많이 보고 참고하고 있어요. 볼터치 방향, 수비법 등을 보고 배우며 ‘나도 이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많이 연구하고 있죠. 제대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잡고 싶어요.”

프로 입단 당시 목표로 했던 ‘5경기’에 벌써 3경기나 뛰고 골까지 넣은 이제호의 다음 목표는 2020 도쿄 올림픽이다. 물론 아직 김학범 감독의 호출을 받은 적은 없다. 딱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나이의 끝에 있는 이제호는 “제 포지션에 백승호(지로나), 이수빈(포항), 한찬희(전남) 등 좋은 선수가 많아서 쉽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그 선수들과 다른 스타일의 미드필더니 필요하다 싶으면 불러주실거라 믿고 훈련, 또 훈련이죠”라며 웃은 이제호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제가 경기에 안나와도 되요. 그저 제 고향팀이자 유스까지 거친 인천 유나이티드의 성적이 나아져서 강등권을 벗어나면 좋겠어요. 지금은 영입 선수가 많아 제가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길수만 있다면 좋아요. 저 역시 감독님께서 늘 말하시는 ‘주위를 살펴’라는걸 가슴 속에 새기고 훈련에 더 매진해 경기에 나올만한 컨디션으로 만들겠습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 한국미디어네트워크(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시각 인기영상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