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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올림픽서 '강제 키스' 논란..일본 올림픽장관 선임

권종오 기자 입력 2019.09.1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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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 올림픽에서 이른바 '강제 키스'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 2020년 도쿄올림픽 및 패럴림픽을 총괄하는 일본 정부의 신임 올림픽장관 자리에 올라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어제(11일) 단행된 아베 신조 총리의 개각 명단을 보면 올해 55세의 여성인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참의원 의원이 올림픽상(올림픽장관)에 발탁됐습니다.

하시모토 세이코 신임 올림픽 장관은 동하계 올림픽에 모두 7번 출전한 스포츠스타 출신 정치인입니다. 하시모토 씨는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냈는데 이는 일본 동계올림픽 사상 여성 선수로는 최초의 메달이었습니다. 또 1988년 서울올림픽,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등 3차례 하계올림픽에는 사이클 선수로 출전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하시모토 씨는 1995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뒤 2008∼2009년 아소 다로 내각에서는 외무성 부대신을 역임했습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2016년 리우올림픽 때는 일본 선수단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스포츠영웅 출신의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하던 하시모토 씨는 2014년 이른바 '강제 키스' 논란을 일으키며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일본의 대표적 시사주간지 <슈칸분춘>(週間文春)은 2014년 8월 하시모토 세이코 일본 빙상연맹 회장이 일본의 유명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다카하시 다이스케에게 강제로 입을 맞췄다며 사진과 함께 보도해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다카하시는 2010년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남자싱글에서 일본 사상 첫 올림픽 메달(동메달)을 따냈고 그 해 3월에는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우승까지 거머쥔 스타 선수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 바로 다음날인 2월 24일 일본 선수단 회식 자리에서 하시모토 회장이 다카하시에게 다가와 강제로 키스를 했다는 것입니다. 하시모토는 당시 50살로 일본 빙상연맹 회장인데다 자녀를 여섯이나 두고 있는 기혼자였던 반면 다카하시는 아들뻘에 불과한 29살이었기 때문에 비난의 강도는 더 높았습니다.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두 사람은 강제 키스가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일본 언론은 그렇게 보지 않았습니다. 당시 두 사람의 사이가 사실상 상사와 부하의 이른바 '갑을 관계'여서 다카하시가 키스를 저지할 수도 없었고 그 이후에 '강제 키스'임을 시인할 수도 없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쉽게 말해 하시모토가 자신의 직분을 이용해 '갑질성 성추행'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었습니다.

지구촌 축제인 도쿄올림픽을 총책임지고 있는 올림픽장관은 능력이나 도덕성 면에서 충분히 검증된 사람만이 맡아야 하는 게 상식입니다. 아베 신조 총리는 도쿄올림픽이 '일본 부흥'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여러 차례 역설했지만 막상 올림픽 장관에는 '문제의 인물'들만 앉혔습니다.

2018년 11월 당시 일본 올림픽 장관이었던 사쿠라다 요시타카 씨는 "그동안 직원과 비서에게 지시만 했다. 내가 직접 컴퓨터를 만지지 않았다"고 말해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됐습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사이버 보안 전략 담당 장관을 겸임하고 있는 사쿠라다 씨가 스스로 '컴맹'임을 자인하며 'USB'에 대해서도 정확히 몰랐다고 황당한 답변을 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사쿠라다 장관은 일본 국회에서 도쿄올림픽 개최를 위한 중앙정부 지출액이 1500엔(약 1만6000원)이라고 대답한 뒤 의원들이 웅성거리자 1500억엔이라고 수정했고 올림픽 담당상에 왜 발탁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2016년에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직업이 매춘부였다"는 망언을 한 인물로, 일본 내에서조차 비판이 쏟아지자 발언을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사쿠라다의 후임으로 올림픽 장관이 된 스즈키 ?이치는 방사능 오염 의혹이 있는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세계 각국 선수들에게 공급하겠다며 밝혀 큰 논란이 일으켰습니다. 그는 "2020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통해 피해 지역(후쿠시마)에서 생산한 식자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 피해 지역 농수산물의 안전성과 훌륭함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강변했습니다.

도쿄올림픽은 현재 방사능 오염,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 사용, '독도 표기' 강행이란 논란에다 폭염과 교통 체증까지 예상돼 '만신창이' 올림픽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올림픽 행정과 준비를 진두지휘해야 할 올림픽 장관마저 온통 납득하기 힘든 인물들로 채우고 있어 논란은 끊이질 않을 전망입니다.

(사진=일본 '슈칸분춘'(주간문춘)) 

권종오 기자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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