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에 가득 차 있다"..조명우가 꼽는 우승 동력, 아버지

김용일 입력 2019. 9. 13.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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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내 마음속엔 아버지가 가득 차 있다."

전 세계 톱랭커가 겨루는 국제 대회에서 처음으로 정상 고지를 밟은 '당구 신동' 조명우(21)는 우승 직후 이같이 말하며 감격해했다.

올 시즌 우승 상금을 모두 아버지에게 전달하고 한달 용돈 40만 원을 받고 생활한다는 그는 '조명우 시대가 왔다'는 얘기에 손사레치더니 "(신동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그저 열심히 하겠다"고 어른스럽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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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우가 8일 스타필드 하남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2019 LG U+컵 3쿠션 마스터스 결승전에서 우승한 뒤 아버지 조지언 씨와 포옹하고 있다. 제공 | 대한당구연맹

[하남=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그저 내 마음속엔 아버지가 가득 차 있다.”

전 세계 톱랭커가 겨루는 국제 대회에서 처음으로 정상 고지를 밟은 ‘당구 신동’ 조명우(21)는 우승 직후 이같이 말하며 감격해했다. ‘신동’, ‘샛별’을 뛰어넘어 국제 당구계 대세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한 그는 다음 목표로 당구 최고 권위인 세계선수권대회와 월드컵 제패를 꼽으면서 “아버지를 위해 큐를 잡겠다”고 말했다.

세계캐롬연맹(UMB)랭킹 16위인 조명우는 8일 스타필드 하남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2019 LG U+컵 3쿠션 마스터스 결승전에서 터키의 ‘살아있는 레전드’ 세미 세이기너(55·UMB 랭킹 5위)를 상대로 17이닝 만에 40-16 완승하며 우승했다. 그는 지난 2016년 대회 우승자인 이충복 이후 3년 만에 한국인 챔피언에 등극하면서 우승 상금 8000만 원을 받았다. 유년 시절부터 당구 신동으로 여러 에능 프로그램에서 주목받은 그는 지난 2016년 세계주니어선수권을 제패하며 될 성 부를 떡잎임을 입증했다. 이듬해부터 시니어 무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UMB 월드컵 등 굵직한 대회에서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그러나 30~40대 이상 고수가 즐비한 시니어 무대에서 정상에 오르기까지 굴곡이 있었다. 그러다가 올해 1인자로 거듭날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6월 대한당구연맹(KBF) 슈퍼컵 3쿠션 토너먼트에서 1990년대생 선두주자로 알려진 김행직을 꺾고 우승하며 KBF 주관 대회 최대 우승 상금인 5000만 원을 품은 데 이어 7월 베트남 빈즈엉에서 끝난 제8회 베카멕스컵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마침내 오름세는 아마 당구 최대 총상금(2억 4000만 원)이 걸린 ‘별들의 전쟁’ LG U+컵 대회로 이어졌다.

조명우가 꼽는 가장 큰 우승 동력은 아버지 조지언 씨다. 당구장을 운영하던 아버지 영향으로 만 8세 때 큐를 잡은 그는 당구 명문고로 자리잡은 수원 매탄고에서 기량을 닦으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기까지 아버지가 스승이자 정신적 지주였다. 그러나 늘 철인처럼 느낀 아버지 조 씨가 4년 전 간암 판정을 받은 뒤 병석에 누웠다. 오로지 당구에만 몰입하던 조명우에겐 커다란 충격과 시련이었다. 하지만 그가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된 계기는 자신이 호성적을 낼 때마다 놀라울 만큼 아버지의 회복 속도도 빨라졌기 때문이다. 조명우는 “아버지가 간암 수술한지 4년 6개월이 다 됐다. 5년을 무사히 견디면 완치 가능성이 있다더라. 늘 아버지께서 아들 덕분에 몸이 좋아지는 것 같다고 하셨는데 지금처럼 잘하면 악화하진 않을 것 같다”고 웃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아버지 조 씨는 관중석에서 아들의 플레이를 바라봤다. 준결승에서 조명우가 타이푼 타스데미르(터키)를 꺾었을 땐 관중석에서 내려와 아들을 뜨겁게 끌어안았다. 조명우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우승 이후에도 시상대에서 함께 포즈를 했는데, 조명우는 “그냥 너무 자랑스럽다고 행복하다고 하시더라”고 했다. 당구를 향한 자신의 진정성이 아버지의 기적적인 완치를 향한 유일한 희망으로 여기고 있다.

제공 | 대한당구연맹

아버지라는 강력한 동기부여는 시니어 데뷔 이후 흔들렸던 멘탈도 확실하게 잡는 계기가 됐다. 그는 “(시니어 무대) 초반엔 부담이 너무 심했다. 8강이나 4강에 올랐을 땐 스스로 압박할 때가 많았다. 초반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으면 역전 당하거나, 크게 지고 있으면 무너질 때가 종종 있었다”며 “지금은 모든 순간 방심하지 않고 오로지 내 샷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우승 상금을 모두 아버지에게 전달하고 한달 용돈 40만 원을 받고 생활한다는 그는 ‘조명우 시대가 왔다’는 얘기에 손사레치더니 “(신동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그저 열심히 하겠다”고 어른스럽게 웃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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