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KT 배제성, 신인 88순위→팀 토종 에이스로.. "2019년은 희망 반 아쉬움 반"

강주형 입력 2019.09.2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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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제성이 2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KT위즈 제공.

지난 20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KT와 롯데의 경기. 이날 KT 선발 배제성은 9이닝 동안 무실점(5피안타) 완봉승을 거두며 시즌 10승 고지에 올랐다. 2015년 9라운드 88순위로 프로에 지명 받고 2군을 전전하던 투수가 팀 내 ‘토종 에이스’로 우뚝 선 순간이었다. KT가 2015년 1군에 진입한 이후, 국내 선수가 시즌 10승을 올린 것은 배제성이 처음이다.

당시 경기 내내 완봉이나, 시즌 10승 등 욕심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경기 전엔 오히려 평소보다 몸이 더 무겁고 컨디션은 안 좋았다. ‘다만 1이닝이라도 어떻게든 막아보자’라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배제성은 “초반부터 운도 많이 따랐고, 한 이닝씩 소화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새 9회가 눈앞에 있었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완봉의 의미도 컸지만,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엔 어떻게 경기를 풀어가야 하는지 배웠다”고 말했다.

배제성의 야구 인생은 ‘반전’ 그 자체다. 성남고 3학년 팔꿈치 수술로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2015년 롯데에 입단해서도 2군에만 머무르다 2017년 롯데와 KT의 2대2 트레이드 때 팀을 옮겼다. KT에서도 지난해까지 1군 24경기에서 36이닝을 소화한 게 전부였지만, 올해 ‘땜빵 선발’을 시작으로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평균자책점 3.76으로 대활약했다. 그런 그에게 팬들은 ‘배이스’(배제성+에이스)라는 별명을 선사했다. 배제성은 “누가 지어주셨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마음에 든다. 감사하다”라면서도 “하지만 에이스라 불리기엔 많이 부족하다. 앞으로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며 웃었다.

KT 투수 배제성이 2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본보와 인터뷰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KT위즈 제공.

190㎝ 장신에서 내리꽂는 시속 151㎞의 빠른 공이 위력적이다. 여기에 올 시즌 체인지업을 장착했다. ‘체인지업 장인’ 송진우 한화 코치도 “눈여겨볼 체인지업”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배제성은 “예전엔 포크볼을 던졌는데, 악력이 부족한 탓인지 던질수록 힘이 달렸다”면서 “지난해 마무리 캠프부터 포크볼 대신 체인지업을 연습했는데, 생각보다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눈물의 트레이드’도 이제는 빙그레 웃으며 말할 수 있게 됐다. 2017년 4월 KT와 롯데는 오태곤ㆍ배제성, 장시환ㆍ김건국의 2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배제성은 당시 2군에 있었다. 배제성은 “오후 10시쯤 구단에서 전화가 왔길래 ‘1군에 올라오라’는 콜업인 줄 알았다. 기대가 컸는데 팀을 옮긴다는 소식이었다”면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라 굉장히 당황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원정 중이던 동료들과 영상 통화를 하며 새벽까지 울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지명해 주고 트레이드를 통해 앞길을 열어준 롯데에 대한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낮은 라운드에서 지명했는데도 캠프에도 동행시키는 등 신경을 많이 써 주셨다”면서 “팀을 옮겨서라도 잘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KT위즈 선발투수 배제성 KT위즈 제공

데뷔 이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아쉬움도 많았다. 특히 지난 12일 NC전을 가장 아쉬웠던 경기로 꼽았다. 당시 KT와 NC는 가을 야구 커트라인인 5위 다툼에 한창이었고, KT 코치진은 로테이션까지 조정해 5연승을 달리던 배제성을 NC전에 맞춰 선발로 내세웠다. 배제성은 그러나 5이닝 6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고, 팀 역시 5강 다툼에서 동력을 잃었다. 배제성은 “워낙 중요한 경기여서 그런지, 평소와 다르게 ‘결과에 연연하는’ 투구를 했다”면서 “팀의 1년 농사를 좌우하는 경기였는데 너무 아쉬워 힘들었다. 경기 후 이틀간 잠을 못 잤다”고 말했다.

더그아웃에서 유독 후배 김민(20)과 사이가 좋다. 이강철 KT 감독도 배제성의 완봉 이후 “김민에게도 자극이 되길 바란다”라며 둘 간의 선의의 경쟁을 기대하고 있다. 배제성은 “시즌 내내 로테이션을 함께 돌다 보니, 같이 지내는 시간도 많고 서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정말 친하게 지낸다”면서 “나는 (김)민이 나이에 2군에서 자리 잡기에 급급했는데, 민이는 어린 나이에 일찍 잠재력을 발휘한 점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팀의 일정은 점차 마무리되고 있지만, ‘배제성의 시즌’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오는 11월 프리미어 12를 앞두고 국가대표 선발이 남았기 때문이다. 배제성은 “(같은 우완 투수인) 최원태(키움), 이영하(두산) 선수가 저보다 경험도 많고 훌륭하다”면서 “하지만, 욕심이 안 난다면 거짓이다. 만일 제가 선발되면 죽어라 열심히 던질 것”이라며 웃었다.

수원=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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