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림 "집에선 한국말로 대화, 한국 '테레비'에 푹 빠졌죠"

김형준 입력 2019. 10. 1.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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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림이 27일 인천 서구 스카이72 골프클럽 드림골프레인지에서 밝게 웃고있다. 인천=김형준 기자

“제가 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보다 한국이 더 편하고 즐거워요. 연말엔 부모님과 한국에 와서 지내려고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시드를 따고 즐거운 마음으로 왔으면 좋겠어요.”

4일부터 인천 중구 스카이72 골프클럽(파72) 오션코스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달 25일 한국을 찾은 18세 신예 노예림(하나금융그룹ㆍ미국명 예리미 노)은 요즘 인생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많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하루 최소 7,8시간의 훈련에 임하지만 피로보단 즐거움이 크다고 한다. 27일 스카이72 그림골프레인지에서 오전 훈련을 마친 뒤 만난 그는 “연습장에서 알아봐주고 격려해주는 분들이 많아 너무 신기하고 즐겁다”며 “하나금융 챔피언십에서도 좋은 경기를 펼쳐 응원해주신 분들과 가족에게 기쁨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노예림에게 2019년은 자신의 이름을 세계 골프계에 제대로 알린 해다. 올해 초 프로선수로 전향한 뒤 LPGA 투어 대회에서 10대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노련한 경기운영을 펼쳐 2차례나 톱10에 올랐다. 특히 9월 2일(한국시간) 끝난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선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최종 4라운드 18번홀에서 해나 그린(23ㆍ호주)에 역전 당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LPGA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하며 스타로 떠올랐다. 175㎝의 큰 키와 솔직하되 담백한 소통능력, 여기에 실력까지 갖춘 그의 스타성은 이미 웬만한 LPGA 선수를 넘어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올해만 4번이나 한국을 찾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나고 자랐지만, 부모의 나라 한국에 대한 애정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대만에서 대회를 가진 후 한국을 찾아 휴식과 여행을 하고, 6월엔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 8월 스폰서사인 하나금융그룹 관련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지 1달여 만에 이번 대회를 위해 한국에 또 왔다. 그는 “실력이 뛰어난 한국 선수들과 경기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서울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 등 친척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행복했다”고 했다.

노예림은 “미국에서도 엄마가 해주시는 한식을 먹고 한국어로 대화해서 한국에 오는 건 그냥 또 다른 고향에 오는 느낌”이라며 “김치찌개나 미역국, 삼겹살, 소고기뭇국 등을 좋아하는데 한국에 오면 다양한 음식들을 먹을 수 있어 즐겁다”고 했다. 특히 요즘은 넷플릭스를 통해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이나 ‘냉장고를 부탁해’, 드라마 ‘첫사랑은 처음이라서’등 한국 프로그램에 푹 빠졌다고 한다. 부모가 쓰는 발음이 익숙해 ‘텔레비전(TV)’을 ‘테레비’라고 말하는 그는 “한국 테레비 보기 시작한 뒤로 미국 테레비는 재미 없어 못 보겠더라”며 무한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예림. 하나금융그룹 제공

그는 하나금융 챔피언십을 마친 뒤에도 한국에 더 머물다 가고 싶지만, 대회 직후 내년 LPGA 투어 진출권을 얻기 위한 퀄리파잉시리즈(Q시리즈) 2차대회 참가를 위해 미국 플로리다주로 떠난다.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우승만 했어도 치를 필요가 없는 대회였지만,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한다. 노예림은 “지난해 이맘때 상상도 못했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어 행복하다”며 “Q시리즈를 통과한 뒤 한국을 다시 찾아 겨울 동안 휴식을 취하고 내년 시즌을 대비할 예정”이라고 했다.

◇ 노예림의 ‘Yes or No’ 인터뷰

-미국 집에선 영어로 대화한다? “No”

“영어는 집 바깥에서만 써요. 미국판으로 나온 드라마 ‘굿 닥터’가 원래 한국 드라마라고 해서 미국판 보다 말고 한국어판으로 갈아탔죠.”

-키는 다 컸다? “No”

“올해 초 병원에 가보니 아직까지 성장판이 안 닫혔대요. 지금 키가 175㎝ 조금 넘는데, 더 크면 어쩌죠? 저 구두 신는 것도 좋아하는 데 말이죠.”

-한국이 낯설다? “No”

“미국사람인 건 맞지만 미국만큼이나 한국도 편해요. 지하철 노선도가 복잡해서 처음엔 겁이 났지만 이젠 혼자 지하철도 잘 타고 다녀요.”

-캄피아 포틀랜드 우승 좌절 후폭풍이 컸다? “Yes”

“2주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 4라운드 18번홀 칩 샷 실수가 두고두고 머리에 남았죠. 그 땐 아쉬웠지만 시간이 지나니 정말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슬럼프를 겪어본 적 있다? “Yes”

“프로로 전향한 올해 1~4월 모든 샷 감각이 다 안 좋아졌어요. 스스로 위축된 상황이라 2,3부 투어에서도 고전했지만, 마음을 비우니 회복되더라고요.”

-Q스쿨 통과 자신 있다? “Yes”

“미국으로 건너가 바로 2차대회 참석해야 해 걱정이지만, 올해 1부 투어에서 얻은 자신감을 안고 자신 있게 도전할게요.”

인천=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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