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괜찮다"는데 우린 안괜찮다[이재호의 할말하자]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9. 10. 11.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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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저한테는 이만큼 행복한게 없어요. 힘들 수 있지만 이렇게 대표팀에서 뛰는 것만큼 행복한건 없어요.”

손흥민은 ‘괜찮다’고 한다. 자신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나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등에게도 ‘괜찮다’고 하고 언론에도 ‘괜찮다’고 한다. 체력 문제를 걱정하고 ‘굳이’ 스리랑카전에까지 60분이나 뛰어야하는 것에 대해 ‘괜찮다’고 말한다.

연합뉴스 제공

물론 본인은 정말 괜찮으니 그렇게 말할 것이다. 그 진심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한국축구와 팬들은 안 괜찮다. 손흥민은 국가적 인재며 한국 축구의 현재이자 미래다. 소중히 잘 다뤄 쓰고 싶은 것이 우리들의 마음이다. 그렇기에 ‘굳이’ 스리랑카에게 이미 전반전을 5-0으로 이기고 있는데 빼지 않은 것을 걱정하고 매번 한국까지 12시간 비행을 하고 날아와 쉬지도 못하고 바로 경기 뛰는 것을 걱정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0일 오후 8시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H조 2차전 스리랑카와의 홈경기에서 8-0 대승을 거뒀다.

UN 가입국보다 많다는 FIFA(국제축구연맹) 가입국 총 211개국 중 202위로 전세계 뒤에서 10등인 스리랑카를 상대로 손흥민은 2골 1도움, 김신욱은 4골, 황희찬은 1골 1도움, 권창훈이 1골, 홍철이 2도움, 김문환-남태희-이강인이 1도움씩을 기록했다.

대승을 했지만 볼멘소리도 존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손흥민은 굳이 60분이나 뛰게 한 것에 대해서도 지적하는 여론은 있다. 이미 전반전에 5-0으로 승리가 확정됐음에도 손흥민이 나와 15분이나 더 뛰게 한 것을 말이다.

물론 다른 선수들도 똑같이 뛰었고 풀타임을 뛰기도 했다. 똑같은 선수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특히 손흥민의 경우 단순히 기량을 떠나 영국에서 국가대표에 소집되는 유일한 선수며 영국에서 한국의 비행거리는 상당하다. 또한 주장이라는 이유로 어린시절부터 매 A매치를 위해 한국을 오가고 있다. 그나마 지금은 20대 중반의 나이로 젊으니 큰 문제가 없을 뿐이다.

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계속 이를 반복하면 언젠가 탈이 날 수 있다. 구자철은 축구협회의 한 행사에서 자신이 만 30세의 나이에 대표팀 은퇴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아시아 전역,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A매치를 하는데 리그 경기를 뛰고 한국에 오면 이틀 정도 잠을 잘 못 잔다. 시차에 적응하기도 전에 경기를 하고 또 돌아가서 시차도 적응 안됐는데 리그 경기를 해야한다. 어릴 때는 가능했지만 이제는 몸이 따라가지 못한다. 저는 소속팀보다 대표팀에서 부상당한 일수가 더 많다. 선수에게 대표팀 은퇴는 쉽지 않다. 오랜 고민을 했고 슬픈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자철 본인도 태극마크를 내려놓고 싶지 않았던 마음과 그와 반대로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매번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치르는 A매치의 피로감은 상상 이상이다.

압박감도 크고 몸에 무리도 많다. 구자철은 어쩔 수 없이 대표팀 은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구자철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것은 만 30세가 되기도 전이었다. 이미 박지성, 이영표, 기성용, 구자철 등의 사례를 통해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매번 A매치를 나서는 선수들의 30대 초반 이른 대표팀 은퇴를 겪었다. 20대의 박지성을 매경기 ‘필요하다’고 당겨쓰다보니 30대의 박지성은 대표팀에서 뛸 수 없었던 것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한 홍명보 감독은 박지성을 필요로했지만 그때 박지성의 무릎은 이미 고장난 상황이었다.

이런 전례들이 있기에 팬들이 나서서 손흥민을 걱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소 과할 수 있지만 ‘굳이 스리랑카전에까지 손흥민을 썼어야했나’라고 말하는 것이다.

물론 ‘겨우 한경기 가지고’, ‘60분뛴거 가지고’ 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하나 하나가 모여 다수가 되는 법이다.

본인은 괜찮다고 말한다. 스리랑카전에도 자신은 괜찮다고, 뛰는게 기쁘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축구에 다시 없을 인재를 더 오래, 길게 보고 싶은 마음에 팬들은 극성을 부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연합뉴스 제공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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