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영 칼럼] 시리즈를 승리로 이끄는 방법

조회수 2019. 10. 20. 11: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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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줄임말은 지난 2016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이끌며 염소의 저주를 풀었던 시카고 컵스의 조 매든 감독의 라인업 카드에 적혀있던 말이다. 풀면 이렇다.

‘Do not be a f**king fan.’

그는 이 줄임말을 포스트시즌 때 뿐 아니라 평상시 정규시즌 경기 때에도 라인업 카드에 썼다.

‘팬처럼 굴지마.’

이 말의 의미는 팬처럼 상황상황에 일희일비 하지말고 냉정하게 경기에 임하라는 뜻이다.

그렇다. 야구감독은 경기가 진행되는 도중에는 팬이어서는 안된다. 특히 흐름이 좋지 않게 돌아갈 때는 경기에 개입해서 경기의 흐름을 바꿔야한다.

그렇다면 상대 감독을 팬으로 만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런 일이 지난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발생했다.

염경엽 감독이 바랐던 것

염경엽 감독이 2012년 12월에 넥센의 감독직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넥센 3루코치 시절 보여준 빼어난 성과 때문이었다. 이장석 당시 구단 대표는 염감독의 3루작전코치로서의 성과를 이렇게 평했다.

“짧은 기간 동안 선수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장점을 극대화시킨 점이 성과.”

넥센은 2012시즌 팀도루 1위를 차지했다. 놀라웠던 점은 2011시즌 넥센은 팀도루 최하위였다는 점. 염감독이 3루작전코치로 단 1년만에 팀도루 최하위였던 팀을 1위팀으로 만들었다. 박병호, 강정호 모두 20도루 이상을 기록했던 시즌이었다.

코치에서 감독이 되고난 후에도 공격적인 주루를 늘 강조했다. 특히 2013시즌 7월 5일 LG와의 경기에서 마무리 봉중근을 상대로 보여준 삼중도루는 염경엽 야구의 상징적인 장면이다.

올시즌 SK를 맡고서도 염감독의 공격적인 주루성향은 그대로 이어졌다. 그 결과 지난 시즌 팀홈런 1위의 팀은 올시즌 팀도루 1위의 팀이 됐다.

2019 플레이오프 엔트리를 발표할 때도 그 성향은 이어졌다. 김재현, 채현우 그리고 안상현. 염경엽 감독은 무려 3명의 대주자 가능자원을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아마도 키움의 벌떼불펜과 2주의 휴식이 가능했던 SK의 투수진의 능력은 엇비슷하게 계산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경기 후반 박빙승부가 이어질 때 대주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과감한 주루로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가져오는 것. 엔트리로 추정해보는 염감독의 복안은 이것이었다.

1차전에 벌어진 일.

키움과 SK의 1차전 경기는 0:0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양팀의 선발투수의 호투로 좋은 기회가 오지 않았다.

SK는 5회, 1사 이후 최항이 볼넷으로 출루해서 이어지는 김성현의 타석 초구에 뛰었으나 도루에 실패했다. 김성현 상대 초구 변화구에서 뛰었고 이지영의 포구위치도 좋지 않았지만 2루수 김혜성의 태그가 뛰어났다.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어진 6회말, 선두타자 1번 김강민이 선발 브리검을 상대로 8구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고 안타로 출루했다. 그러나 김강민은 1루에 오래 머무르지 못했다. 모두가 알고있는 결과. 견제사. 심지어 2번타자 고종욱에게 초구도 던지기 전이었다.

이튿날 김강민의 견제사에 대해 취재를 한 결과는 이랬다. 무사 1루에서 염경엽 감독이 초구에 히트앤드런을 걸었다는 것. 히트앤드런 스타트를 위해 몸을 2루쪽으로 기울이고 있던 김강민이 견제에 걸렸던 것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도루나 히트앤드런을 초구에 거는 경우가 잦다. 매우 과감하다. 그렇기에 성공할 때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기가 막힌 작전이 되지만 실패하면 무모한 작전이 된다.

1차전의 5회, 6회가 그랬다. 5회 초구 도루실패, 6회 초구 히트앤드런 작전이 내려진 가운데 견제사. 이 상황들이 두 이닝 연속해서 나왔다.

이렇게 두 이닝 연속으로 염경엽 감독의 작전을 저지한 것. 이것이 이후 3차전까지 SK 벤치움직임을 줄어들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다. 그 결과 시즌 팀도루 1위팀이었던 SK는 세 경기 도루 한 개로 시리즈를 마감했다.

시리즈를 승리로 이끄는 방법은 상대 벤치의 감독을 감독이 아닌 팬으로 만드는 것이다.

키움은 여기서도 이겼다.


기사제공 : 정우영, SBS스포츠 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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