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상어군단 끝판왕 레이드' 워싱턴 vs. 휴스턴

정강민 2019. 10. 22.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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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 프리뷰] 정규시즌 최강자를 맞이한 와일드카드 워싱턴

[오마이뉴스 정강민 기자]

 
 월드시리즈에서 맞붙는 워싱턴-휴스턴
ⓒ 정강민
 
포스트시즌은 단기전을 3번, 많게는 단판전까지 4번을 통과해야 하는 싸움이다. 정규시즌의 승수가 상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고 가을의 승리까지 보장되지는 않는다. 전력에 다하고도 행운이나 기세와 같은 외적 요인들도 등에 업어야만 3~4번의 시리즈와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넘볼 수 있다. 워싱턴 내셔널스는 이 어려운 과정을 거쳐온 팀이다. 내친김에 첫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는 워싱턴의 행보는 한치의 망설임이 없다.

정규시즌 우승팀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휴스턴은 동부에서 온 끈질긴 두 팀을 모두 물리쳤다. 3년 연속 챔피언십시리즈 무대를 밟은 이 시대 가을 전문가들은 거센 저항에 당황스러울 법도 했었지만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가을에 뿌리를 완전히 내리며 더 많은 우승을 욕심내는 우주비행사들은 내심 새로운 왕조를 구축하길 원한다. 그들은 또다시 우승의 목표를 안고 최심부에 섰다.

지금껏 그 나름대로 기세를 타고 행운의 도움을 받아오며 둘은 정중앙에 나란히 섰다. 더 강한 기세를 잇고 자랑할 자가 누구인지, 변수는 어느 팀에 미소를 지어줄지, 그리하여 결국 2019년의 가장 위대한 업적을 프랜차이즈 역사에 써넣을 팀이 어디가 될지는 올해의 마지막 7경기에서 갈린다. 그 7경기를 장악하기 위한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의 막이 오르려 한다.

# 워싱턴 vs. 휴스턴, 언더독의 마지막 미션
 
 워싱턴과 휴스턴 주요 성적 비교
ⓒ 정강민
 
워싱턴의 가을은 2010년대의 대미를 아주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그간 가을에 쏟아낸 눈물들, 극적이었던 반등과 기적의 진출과정, 선발진의 헌신, 역적에서 영웅으로의 대변신까지 참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기며 역사상 처음 최심부에 발을 디딘 그들이다. 훗날 이 시기를 추억할 때 놓칠 수 없을 만한 임팩트를 쌓은 '언더독' 워싱턴은 이제 종장을 멋있게 채워 넣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다.

2010년대 초중반이 샌프란시스코 얘기가 주가 됐다면, 후반을 지배한 팀은 휴스턴이라 할 수 있다. 100패를 거둔 칠흑 같은 암흑기가 지금의 3년 연속 100승을 향한 추진력임을 증명하듯, 무섭게 승수를 누적해온 그들이다. 첫 월드시리즈가 성에 차지 않는 듯 이듬해 103승, 올해는 107승을 거머쥐며 오히려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침체라는 건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엄청난 팀이었다. 가을 유전자도 문제없이 이식된 이들은 이미 맛본 월드시리즈 트로피에 더더욱 굶주려 하고 있다.

전력측정 및 랭킹 산정 시스템인 ELO 레이팅에서는 휴스턴의 우승확률이 더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워싱턴은 이에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팀이었다. 이미 유서 깊은 경쟁자 두 팀을 다 이기고 온 그들은 기세로서 예측을 누르려 할 것이다. 지난 3년간 홈에서는 아주 좋았던 휴스턴은 그런 의미에서 홈 어드밴티지로 극강이었던 자신의 안방을 하루 더 쓸 수 있다는 것은 힘을 보태줄 수 있을 것이다.

# 선발 분석
 
 워싱턴-휴스턴 선발 주요 성적 비교
ⓒ 정강민
 
워싱턴의 선발진은 만약 시리즈를 패배한다 해도 돌을 던질 수 없을 만큼, 헌신적인 투구와 그 위용으로 가을을 빛내고 있다. 가을 내내 불펜과 선발로 모두 등판을 해온바 있는 슈어저-스트라스버그-코빈의 선발 조합과 아니발 산체스의 관록투까지 어우러지며 가장 강한 선발 4인방의 면모는 워싱턴이 가장 믿는 구석이다. 상당한 강행군 속에 챔피언십시리즈는 조기에 매듭지어 휴식을 통해 피로를 털어낸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워싱턴 이전에 챔피언십시리즈를 4차전에 잡고 일찌감치 대기한 팀들은 재미를 보지 못했다. 7전 4승제로 바뀐 뒤 치러진 34번의 챔피언십 시리즈 68번의 매치업에서 4연승 성공은 워싱턴 이전에 8번 있었는데, 7팀이 상대에게 무릎을 꿇었다. 꿀맛 같을 휴식을 앞뒀을 이들에게 이 기록은 전혀 달갑지 않은 기록이다.

그래도 선발 4인방의 6일 이상 휴식 후 성적이 94이닝 5승 2패 3.45였고 팀 선발진도 6일 휴식 후 ERA가 메이저리그 전체 5위에 올랐다는 점은 좋은 소식일 것이다. (휴스턴 3위) 더욱이 뒤에 나올 코빈-산체스 조합이 앞에 나올 슈어저-스트라스버그 조합보다도 긴 휴식 후 성적이 더 우수했다는 점도 있다. 긴 휴식이 긍정적인 면만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휴스턴도 이에 대적할 투수 게릿 콜이 있다. 워싱턴의 선발투수들 하나하나의 활약들이 모두 대단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콜의 활약을 넘어설 만한 워싱턴 투수가 있었냐 한다면 쉽게 대답할 수 없을 정도로 이번 가을의 퍼포먼스는 신들린듯 했던 콜이었다. 템파베이의 끈질김도, 양키스의 간절함도 콜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남은 건 워싱턴의 결속력과 기세가 될 것인데, 콜이 이마저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콜은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지만, 휴스턴은 나머지 고민이 있다. 가을 들어 원정에서 약한 모습을 노출한 벌랜더를 홈경기인 2-6차전에 배치하는 것으로 했지만, 계속 상대와의 시리즈 두 번째 만남에서는 계속 일격을 허용하고 있는 부분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시리즈 첫 등판 1.32 / 두 번째 등판 6.75) 마일리는 가을 내내 한 번의 선발도 소화하지 못했으며, 그레인키는 다저스 시절의 포스트시즌 활약상에 대한 그리움만 남기는 피칭을 끊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행보는 휴스턴의 계산을 틀어지게 해왔다. 하지만 여기서 잘 해내면 앞의 것은 충분히 잊고 덮을 수 있다. 과연 나머지 선발투수들이 콜을 도와 월드시리즈에서는 휴스턴이 계산한 대로 기대에 부응해줄지 지켜봐야 한다.

이번 시즌 흥미로운 것은 2012시즌 디트로이트에서 선발로 활약하며 월드시리즈 진출을 함께 일군 투수들이 다시 뭉친다는 점이다. 덕 피스터만 은퇴를 선언했을 뿐, 모두 남아서 2019 월드시리즈를 수놓을 수 있게 됐다. (벌랜더 - 휴스턴, 슈어저&산체스 - 워싱턴)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된 상황인데, 선발 대전이 될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디트로이트 출신의 세 투수가 어떤 활약을 하고 희비가 어떻게 갈릴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는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2시즌 디트로이트 선발진 PS 성적
벌랜더 28.1이닝 3승 1패 2.22 / 19 PS 24.1이닝 1승 2패 3.70 (휴스턴)
슈어저 17.1이닝 1승 0패 2.08 / 19 PS 20.0이닝 2승 0패 1.80 (워싱턴)
산체스 20.1이닝 1승 2패 1.77 / 19 PS 12.2이닝 1승 0패 0.71 (워싱턴)

피스터 19.1이닝 0승 1패 1.40 / (18시즌 후 은퇴)

# 불펜 분석
 
 워싱턴-휴스턴 불펜 비교
ⓒ 정강민
 
엄청난 위용을 잘하는 선발진과는 대조적으로, 불펜은 워싱턴의 발목을 잡을 약점으로 계속 지적되어왔다. 일단 지금은 선발진에서 간헐적인 지원을 해주고, 두리틀과 태너 레이니가 불펜에서 가장 강한 투수 허드슨의 조력자로 역할을 해내면서 불펜운용에는 어느 정도 숨통을 튼 상황이다. 고강도 선발야구와 재편된 승전조로 리드를 잡으면 지키는 데는 현재 무리가 없는 수준까진 올라왔다.

다만 추격조들은 챔피언십시리즈 등판이 거의 없다는 점이 워싱턴 입장에서는 걸리는 부분일 것이다. 언급된 승전조 투수들을 제외하고는 오직 페르난도 로드니만 불펜투수로 마운드를 밟았다. (3차전 1이닝 2K 무실점) 다른 투수들을 거의 볼 수 없었던 마운드 운용인데 다른 투수들의 실전감각이나 추후 추격하는 경기 흐름에서는 워싱턴이 어떻게 풀어갈지 지켜봐야 한다.

휴스턴은 강한 구원투수를 보유하고 있는 팀들을 연이어 깨트렸는데, 이전과 달리 타선보다는 불펜의 공로가 더 컸었다. 불펜의 힘을 거의 느낄 수 없었던 2017시즌 우승 이후 더 많은 트로피를 위해 불펜에도 열심히 보강작업을 단행해온 결과 이젠 경기 후반의 투수력도 전반부만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가을에도 윌 해리스와 조 스미스 베테랑이 견고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신참인 조시 제임스와 호세 우르퀴디도 가을물 적응을 마무리 지은 듯 씩씩하게 던졌다.

다만 휴스턴은 프레슬리가 이탈하는 악재가 터졌다. 무릎 부상이 오면서 월드시리즈 엔트리에서 볼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활용도가 다른 마일리가 재합류할 것이 예측되는 만큼 불펜의 무게감이 저하되는 부분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 그래도 좌완 상대 운용에서 불리한데 구위가 강력한 우완 불펜 하나를 또 잃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악재를 잘 가리고 챔피언십시리즈의 빈틈없는 연결고리가 다시 나올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한다.

# 타선 분석
 
 워싱턴-휴스턴의 NLCS 타선 성적 비교
ⓒ 정강민
 
타선은 좋은 기세를 타고 챔피언십시리즈를 잘 넘었다.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점수를 짜내는 것도, 대량득점에도 모두 성공을 했다. 특히 디비전시리즈 5차전 극적인 만루홈런을 뽑아낸 하위 켄드릭은 기세를 탄 듯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MVP까지 올랐다. 앤서니 렌돈이 타선의 중심을 잡고 있는 가운데 홈런에만 굳이 의존하지 않고 필요한 점수들을 잘 뽑아주며 세인트루이스 투수진을 요리했다.

다만 후안 소토의 침체는 신경 쓰이는 부분이고, 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여전히 육상부의 위용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아쉬움이 남았다. 일단의 포수진은 도루 저지에서 평균 미만의 솜씨를 뽐냈다. 아직은 정규시즌에 충분히 검증받은 무기를 꺼내 들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가진 것을 다 쏟아부어야 할 월드시리즈에서는 스몰볼도 적극 활용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휴스턴의 타선은 강한 투수들에게 활로를 찾지 못하면서 투수들에게 피로감이 가중되는 경기들을 치러왔다. 정규시즌의 결점을 찾기 어려웠던 타선의 모습과는 약간 멀어진 상황이다. 3할 타율이 넘는 알투베와 브랜틀리 외엔 주전급 중 2할 타자도 없어 선수 간 편차도 심했다. 특히 알바레즈(.045 12삼진)가 심각했는데, 그는 정규시즌의 스윙과는 많이 동떨어진듯한 스윙을 일관한 끝에 대타 교체 수모까지 겪으며 챔피언십시리즈를 혹독하게 보냈다.

치른 두 번의 시리즈에서 모두 상대팀에게 OPS 열세였던 휴스턴이지만 그래도 이기는 경기에 필요한 점수는 어쨌든 조달해왔다. 그리고 타격 사이클 상으로도 이제는 좀 오를 때가 된 상황이다. 사실 가을야구 직전 9월에도 월간타율은 .266으로 6월 있었던 침체기 다음으로 월간 타율이 좋지 않았다. 물론 그 당시에는 다른 지표들이 다 좋아 가려져 있었는데, 10월 본격적인 공격부진이 다가왔다. 그러나 그 당시부터 한 달 반의 시간이 지나고 있는 때이니만큼, 재각성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휴스턴은 지난 두 번과는 반대로 뒷문은 만만하지만 대신 선발의 난이도가 확 오른 새로운 유형의 투수진을 가진 팀을 맞이한다. 이에 맞서 정규시즌 타선의 명성을 다시 되찾는 활약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 챔피언십시리즈까지는 이전 타석과 다른 투수들을 주로 상대해 왔는데 같은 투수를 경기 중에 3-4번 볼 수 있는 환경에서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살펴야 한다.

# 관전 포인트

워싱턴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흐름이 갈렸었던 바 있다. 첫 세인트루이스 2연전 기간에는 선발투수들이 눈부신 호투를 해서 완전히 흐름을 눌러버린 덕분에 이겼을 뿐 타선은 상대 투수에게 밀렸던 바 있다. 그랬던 것이 내셔널스파크로 옮기면서 공격 흐름을 되찾나 싶었는데, 2경기 만에 시리즈가 끝나고 또 6일을 쉬었다. 날을 갈다 강제휴식한 워싱턴의 타선이 첫 경기, 그것도 게릿 콜이라는 지금 당장의 최고 투수에게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상당히 중요할 것이다.

또 워싱턴은 미닛메이드파크 극강의 휴스턴을 상대로 어떤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지난 3년간 15승 5패라는 압도적 기록을 가진 휴스턴이다. 이마저도 유일하게 전력으로 압도한 보스턴에게 당한 미닛메이드파크 3연전 스윕이 끼어있기 때문이지, 그 나머지 17경기에서 단 두 번만 승리를 내줬던 것이다. 가을의 신입부원이 유쾌한 패기로 이마저 집어삼킬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휴스턴은 반면 암울한 요소가 많았다. 그레인키도 미덥지 못했고, 타선은 침체 분위기가 끝나지 않고 있으며 불펜은 승전조 투수가 이탈했다. 4선발을 갖추지 못하고 불펜데이를 실시하기도 했다. 타자들은 거의 매번 불펜투수만의 승부로 인해 공을 채 눈에 익히지도 못했고 익어도 무용지물이 되는 어려운 상황 속에 공격을 해왔다. 휴스턴 입장에서는 정규시즌에 비해 자신의 뜻대로 되는 일이 많지 않던 가을이었다.

이번 월드시리즈에는 워싱턴만 만나면 힘이 솟는 그레인키(통산 워싱턴 상대 6승 1패 1.27 / 올해 7.1이닝 무실점)의 귀환의 투구, 바닥을 찍은 타선의 반등, 불펜 재편과 좌투수가 부재한 불펜에서 소토-이튼 등의 좌타자에 대한 맞대응 등이 맞아떨어져야 휴스턴의 계산대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휴스턴이 지금까지 틀어져 온 부분들을 바로잡고 대비책을 마련해 이번에는 자신들만의 승리 공식을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19시즌의 대단원은 이제 많아야 7경기, 적으면 4경기 만에도 전체의 막을 내릴 수 있다. 한 해 농사의 결실을 맺는 시기에 마지막 결실을 맺을 팀은 어디가 될까. 새로운 등극을 위해 기존 보스를 끌어내리려는 도전자 워싱턴이냐, 아니면 동요하지 않은 휴스턴의 예상된 실력 발휘가 이어질까. 2019년 야구 시즌의 결말을 향하는 마지막 전운이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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