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韓 어린선수들, 감독에게 욕 안먹는게 우선인듯" [K리그 병장급 외인②-下]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9. 10. 2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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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0년 내셔널리그 소속의 울산 현대미포조선을 통해 처음으로 한국 땅을 내딛었다. 당시만해도 은퇴를 생각했던 22살의 브라질 청년은 K리그2(2부리그) 역대 최다득점자(64골)에 한국 축구를 누구보다 잘 아는 고참 선수가 됐다.

2010년 한국땅을 밟은 후 10년이나 꾸준히 한국에서 활약 중인 서울 이랜드의 알렉스(31·서울 이랜드)를 서울 잠실 한 카페에서 만나 그의 남다른 축구인생과 한국축구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1편 ‘‘한국온지 10년-6팀 거친’ K리그2 역대 최다골, 알렉스 [K리그 병장급 외인②-上]’에서 계속

알렉스의 한국축구 이력 : 울산 현대 미포조선(2010~2011), 고양 Hi(2013~2014), 강원FC(2014), 대구FC(2016), FC안양(2017), 서울 이랜드(2017), FC안양(2018), 서울 이랜드(2019~)

서울 이랜드 제공

▶한국 온지 10년… K리그2의 역사가 된 알렉스

2010년 처음 한국에 온뒤 10년이 된 알렉스는 한국에서만 6팀, 10번의 잦은 이적에 대해 “솔직히 나도 한팀에 오래 머물고 싶었다. 하지만 나에게 선택권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잘한 시즌에는 더 좋은팀으로 이적하느라 금방 떠나야했고 못하면 출전을 위해 떠나야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K리그2에서만 통산 64골 K리그2 역대 최다득점자인 것에 대해 언급하자 “몰랐다. 내가 K리그2 최다득점자인가”라며 웃은 후 자료를 보여주자 “자부심이 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감사하고 있다. 나에게 이런 기회를 줘서 감사했고 거기에 보답하려다보니 이런 기록을 세운 듯 하다”며 웃었다.

22세의 나이에 한국땅을 밟을때만 해도 은퇴를 생각했던 전업 축구선수도 아니었던 선수가 어떻게 이렇게 K리그2 최다득점자까지 될 수 있었는지를 묻자 “나 스스로를 믿었다. 한국 올 때 탄 비행기가 생애 처음이었다. 아무것도 모를때였지만 그저 ‘마지막 기회’라는 간절함으로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앞만 바라봤고 그렇게 달리다보니 어느새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 온지 10년이 됐지만 아직 K리그1에서 뛰어보지 못한 아쉬움에 대해 묻자 “물론 아쉬움은 있다. 한국에서 뛴 외국인 선수 중 내셔널리그-K리그2-K리그1 모두 뛴 선수로 남고 싶다. 그런데 에이전트 문제 등 여러 사정이 있었다. 지금은 한국에서 축구선수 생활을 하는 것에 그저 만족한다”고 했다.

▶박진섭-세징야, 정말 좋은 선수였다… 한국 축구, 실수에 겁 없어야

한국에서 오랜 선수 생활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많은 선수들을 접했을 것이다. 함께 뛰어본 선수 중 기량 면에서 놀라웠던 선수를 묻자 “가장 먼저 울산 현대 미포조선에 뛸 당시 박진섭 현 광주FC 감독이 생각난다. 당시 선수생활 말년이었는데도 역시 한국 대표팀까지 뛴 선수인 이유를 알겠더라. 정말 패스와 킥이 뛰어났다. 예전에는 풀백이었다고 들었는데 나랑 뛸때는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지금 만나도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얘기를 나누는 사이”라며 깜짝 인연을 소개했다.

세징야와 함께한 알렉스. 프로축구연맹 제공

또 “대구에서 뛰던 당시 세징야와 함께 했다. 그때도 세징야는 정말 잘했다. 잘하는 선수인데 심지어 노력까지 하더라. 그렇게 연습하는 선수다보니 이렇게 K리그 최고 외국인 선수가 된건 당연하다고 본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그리고 “처음 한국 왔을 때 함께 뛰던 선수들은 지금 대부분 지도자가 됐다. 안산 그리너스에 당시 울산 현대 미포조선 멤버들이 코치진으로 많이 있어 만나면 항상 반갑다”고 웃었다.

워낙 오래 한국에서 지내다보니 “한국어는 말은 못해도 알아듣는건 절반쯤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알렉스는 “아들도 만 3살인데 집에서는 포르투갈어를 배우고 어린이집에서는 한국어와 영어를 함께 배우고 있다. 아들은 한국이 더 익숙할 것”이라며 긴 한국생활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오랜시간 한국에서 활약하며 느낀 한국축구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부탁했다.

알렉스는 “일단 한국축구에서 수비적인 부분을 정말 많이 배웠다. 항상 함께 수비를 해야하는데 처음엔 그부분이 많이 부족해서 힘들었는데 많이 향상됐다”며 “축구는 항상 개인적으로 훈련해야한다. 하지만 한국축구에 오래 뛰었지만 개인 훈련하는 선수는 있긴 있지만 많지 않았다. 감독이 시켜서 하는 선수, 자발적으로 하는 선수 등 유형은 다양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어린 선수들은 겁이 많다. 그 선수들은 감독에게 야단을 들을까봐 겁을 낸다. 과감하게 시도를 해야하는데 마음가짐 자체가 일단 ‘욕 먹지 말자’가 있다보니 새로운걸 시도하지 않는다. 실패를 감수하고 실패하면서 발전할 수 있다. 분명 한국 어린 선수들은 능력도 좋고 체력도 좋다. 하지만 일단 지도자에게 야단 맞지 않기 위해 축구를 하다보니 자신이 가진걸 못 보여주고 집중도도 떨어진다. 어린 선수에게 기회를 최대한 많이 주되 자신감도 함께 심어줘야한다.”

▶어린 선수들, 조금 더 다가오길… 한국은 고마운 나라

이제 30대의 나이에 한국에서 10년을 있었으니 웬만한 K리그 선수들보다 한국 축구 경력이 더 많은 알렉스다. 어린 선수들이 많이 물어오는지 묻자 “아직 그런 선수는 없었다. 어린 선수들이 다가오기 힘들어하는 것 같다. 한국 축구 문화에 그런게 익숙하지 않은가보다. 나는 언제든 알려주고 내 경험을 말해줄 준비가 되어있는데 말이다”라며 웃었다.

오랜 한국 생활로 새롭게 한국에 오는 외국인 선수들과 팀이 될 때 어떤걸 조언해주는지 묻자 “한국의 선후배 관계, 축구 문화가 완전히 다르다는걸 설명해준다. 알아듣는 선수도 있지만 결국 자신이 직접 겪어보고 깨달아야 아는 선수들도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지인, 가족들이 한국에서 오래 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매번 브라질을 가면 ‘브라질에 와서 축구 안할거냐’라며 농담한다. 지인들은 진심으로 제가 다시 브라질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그런데 가족들은 계속 한국에서 뛰는걸 응원하고 감사해 한다”며 “아버지도 축구선수가 되는게 꿈이었는데 제가 그 꿈을 이룬것에 자랑스러워 하신다.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보잘 것 없는 저에게 기회를 줬고 지금까지도 기회를 주고 있는 거에 항상 감사해야한다고 말씀 하신다”고 했다.

서울 이랜드 제공

그리고 알렉스는 “한국의 치안이나 생활 환경은 매우 좋고 만족한다. 이런 곳에서 최대한 오래 생활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K리그2에서 오래 뛰었지만 최종적으로 K리그1에서 뛰고 싶다. 내가 있는 서울 이랜드를 이끌고 K리그1에서 뛰는게 최종 목표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축구 인생 최고의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한국에 온지 10년이 되는동안 정말 많은 한국분들에게 도움을 받고 배려를 받았다. 원래 집은 지구 반대편 브라질이지만 그 거리감을 못 느끼게 한국분들이 잘해줘 항상 감사한 마음 뿐이다. 선수생활을 이어가는동안 꼭 감사하다는 말과 표현을 해나가겠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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