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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의 따뜻한 축구] 우리 흥민이의 모습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조회수 2019. 11. 7. 11: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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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민이가 골을 넣었다, 그것도 두골이나!

‘지금의 상황을 빨리 극복해야 할 텐데…’하는 걱정이 많았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심리적으로 잔뜩 위축될 수밖에 없는 사건이 이렇게 빨리 극복하는 데는 무엇보다 본인의 의지가 대단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힘은 주변의 격려와 도움이다. 동료들이 언론이 흥민이를 혼자 두지 않고 무한한 격려와 애정을 보내주고 힘을 보태준 것이다. 우리나라의 언론이나 나 같은 축구인들이 걱정을 하고 마음을 보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영국의 동료들이나 언론이 흥민이를 혼자 두지 않고 격려하고 손을 잡아주면서 힘을 보태준 것은 너무나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다. 참 고마운 일이다.

사람은 뿌린대로 거둔다.

그간 흥민이가 주변에 보여준 긍정적이고 따듯한 마음 씀씀이와 태도가 보답을 받은 것이다. 마음이든 시간이든 돈이든 무엇 하나도 그냥 오는 법은 없다. 이번 일을 마음 졸이고 지켜보면서 그간 우리 흥민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베풀고 지냈는지 짐작을 했다. 그것도 26살의 어린 나이에.

격렬하고 무한한 경쟁을 딛고 살아남아야 하는 프로의 세계는 참 외롭다. 골을 넣고 모든 것이 잘 풀릴 때는 그 외로움이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힘들고 어려울 때, 특히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면 마치 혼자 있는 것 같다. 그때 동료 중 누구라도 나를 위로하고 손을 잡아주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

내가 오랫동안 골을 넣지 못하고 있을 때, 팀 내, 아니 분데스리가의 최고 연봉자라는 이유로 , 프랑크푸르트 언론은 1면에 대문짝만 한 활자로 골이 터지지 않는 날짜를 계산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여기서 만족하지 못하고  경기장을 밟은 시간을 분 초까지 계산해가면서 이렇게 긴 시간 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고 압박을 했다. 최고 연봉자 자리를 나에게 뺏긴 펫짜이도 주장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나의 부진을 공개적으로 언론을 통해 비판했다. “도대체 이 비싼 선수를 언제까지 기다려 줘야 하는가!!!” 주전에서 빼라는 압력을 언론을 통해 감독에게 하는 것이었다. 하루 종일 단 한번도 입을 떼지 않고 지낸  날들도 꽤 많았다.

소심한 나는 무언가에 무겁게 눌려 지내다 보니 탈출구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그때 감독은 “네가 아무리 아프고 컨디션이 나빠도 네가 나의 최고의 카드다. 만약 내가 너를 주전에서 빼는 일이 생긴다면 미리 알려주마. 어느날 갑자기 너를 빼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에게 힘을 실어 주고 싶었을 것이다.

맨 왼쪽이 부흐만 감독이다.

얼마 전 백승호 경기를 보러 갔을 때, 다름슈타트의 원로고문이 된 부흐만 감독은 그때 일들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었다. 나의 친구 노이어 베르거는 불쑥 자기 본가로 나를 데리고 가더니 아버지가 쪼개고 손질해서 쌓아놓은 장작을 차 트렁크는 물론이고 뒷좌석까지 빽빽하게 실어주고는 그 착한 웃음에 계면쩍음을 묻혀서 얘기했다. “벽난로 때고 두발을 올려놓으면 다음 경기에 골을 넣을거야!” 나는 그 도움들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해외로 나가는 선수들에게 항상 얘기해준다. 마음을 줄 수 있는 친구를 많이 만들라고.

왼쪽 맨 끝이 나에게 힘이 되어준 친구, 노이어 베르거이다.

우리 흥민이의 모습을 보면서 참 대견하고 의젓하다는 생각에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차범근을 넘어섰다? 이런 것은 의미가 없다. 내가 뛰었던 분데스리가와 지금 흥민이가 뛰고 있는 영국리그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격렬해졌다. 우리는 주말에 딱 한경씩만 했고, 챔피언스리그경기는 물론이고 예선전 이런 게 없는 때라서 경기수가 지금의 몇 분의 일 수준밖에 안됐다. 어쩌다 챔피언스리그나 유에파 경기가 끼어들면서 두경기를 해야할 때면  ‘잉글리쉬주간’ 이라 부르며 컨디션을 따로 신경쓸 만큼 힘들어 했다. 말하자면 내가 뛰던 그때에 비하면 요즘 선수들은  무한체력으로 싸워야 한다. 전술 역시 자기 지역에서만 왔다갔다 하던 때보다 얼마나 많은 체력을 필요로 하는가!!! 한마디로 훨씬 힘든 축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손흥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고 물으면 아내가 불쑥 대답한다. “박지성하고 차범근을 합쳐도 흥민이한테 안돼!!” 좀 더 물으면 두리까지 기어 넣을 기세다. 나야 남편이니까 만만하겠지만 잘있는 우리 지성이는 왜 거기다 끼어 넣는 건지. 지성아 미안하다.하하하 너도 얘기했잖아 대세는 흥민이라고!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흥민이는 대단하다.

거기다 스타는 항상 극적인 상황이 따라오는데, 지금 같은 때에 모두의 염려를 이렇게 말끔히 씻어 주는 골은 우리흥민이는 타고난 스타 같아. 흥민이가 내 품에 안겨 울던 때거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후배들이 흥민이 품에 안겨 훌쩍일 때가 된 것 같다.

[영상 : 포포투 제공]

흥민아, 하필이면 내가 오늘 독일로 떠나는데 글을 써야 해서 길게 길게 칭찬을 할 수가 없구나. 나도 레드카펫을 밟으러 간다. 하하하

이동중이라 경황이 없네요. 계속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따뜻한 축구 가족들의 양해부탁드립니다.

자랑스러운 우리 흥민이. 너를 좋아하는 팬들만큼이나 나도 너를 사랑한다!!!! 그리고 기자님들은 앞으로 흥민이 기록을 쓸 때면 차범근+몇 골이라고 좀 써주구려. 흥민이 덕에 내 이름도 좀 알려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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