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Futures] 연천 미라클 임현준

조회수 2019. 11. 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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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반드시 있다

5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에 야구 독립 리그는 전무했다. 독립 구단이라고는 고양 원더스가 유일했고, 호기로운 창단 목적이 무색하게 조용히 해체 절차를 밟았다. 그리고 6개월 후인 2015년 3월, 연천 미라클이 또 다른 시작을 알렸다. 기댈 곳도, 쉴 곳도, 제대로 운동할 곳도 마땅치 않다. 게다가 회비를 내기 위해 주말 내내 ‘투잡’을 해야 한다. 그래도 그만둘 순 없다. 성공보다 좌절에 익숙하지만, 포기보단 도전을 택한 사람들이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곳, 그곳에서 오직 프로 입단 하나만 보고 기약 없는 땀방울을 흘리는 이들을 움직이는 건 다름 아닌 ‘기적’이라는 두 글자다.

Photographer 김솔이 Editor 소경화 Location 곤지암팀업캠퍼스야구장




올해 마지막 선발 등판이자 시즌 최종전을 방금 막 마쳤어요. 기분은? (10월 1일 인터뷰)

오늘 5이닝 2실점으로 9승을 했거든요. 아주 홀가분합니다.

<더그아웃 매거진>에서 독립 야구단 선수를 인터뷰하는 건 두 번째예요. 연락을 받고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연천 미라클에서 하는 내부 인터뷰 빼고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연락이 와서 신기하기도 하고 정말 좋았습니다.

꼭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어요. 프로야구 700만 관중 시대라지만 워낙 독립 야구단은 알려진 게 없잖아요. 소속 선수로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을 법해요.

독립 리그의 시합 환경과 훈련 시설이 열악한 점에 대해 말하고 싶고요. 또 선수들이 따로 일해서 번 돈으로 회비를 내는 입장이라 매우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선수 개인의 얘기부터 들어볼게요. 야구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KT 위즈 김민 선수가 사촌 동생이거든요. 그 친구가 야구를 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그걸 보고 권유하셔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민 선수도 얼마 전에 우리와 인터뷰했어요.) 진짜요? 한번 연락해봐야겠네요.

처음부터 투수 포지션이었나요?

야구를 초등학교 6학년 때 시작했는데 원래는 1루수와 외야수를 보다가 고등학교 입학하면서 키가 커 그때부터 투수로 전향했습니다.

김민 선수와 캐치볼도 종종 했겠어요.

나이 차이가 크게 나서 초등학교 때 같이 운동한 이후로는 안 해본 것 같아요.




동생 경기를 보러 간 적은 있나요?

동생이 아마추어 시절에는 자주 보러 갔는데 프로 선수가 되고 나서는 저도 시즌을 시작해서 시간이 안 돼 못 가고 있습니다.

구리인창고 출신이에요. 당시에는 어떤 선수였나요?

그때는 힘도 약하고 아예 투수의 기본기도 안 된 부족한 선수였어요. (보크나 악송구 등 어이없는 실수가 잦았던 걸로 알고 있어요.) 그때는 여유도 없었고 저만의 투구폼이나 야구 지식이 아예 없어서 그냥 막 했던 것 같아요.

같은 고등학교 친구인 정성곤이 KT에 2차 2라운드로 지명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을 텐데 당시 어떤 얘기를 나눴나요?

그때는 축하한다는 얘기만 한 것 같아요. 대학에 들어가서 더 이 악물고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죠.

그렇게 호원대에 입학했는데 2019 KBO 드래프트에서도 고배를 마셨어요.

4학년 때 갑자기 팔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어깨 염증이 심해져서 마지막 시즌을 통째로 날렸어요. 정말 열심히 했는데…. ‘내가 더 관리를 잘했으면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근데 이제 와 떠올려보면 지금처럼 변화구나 직구 컨트롤이 좋지 못해 구단의 부름을 받지 못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두 번의 좌절이 있었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연천 미라클에 문을 두드렸어요. 불투명한 미래였을 텐데 어떻게 용기를 냈나요?

부모님이죠. 늘 저만 생각하는 아버지 때문에 한 것도 있고 제 자신도 아쉬움이 남아 도전하게 됐습니다.

다른 길을 생각해본 적은 없나요?

사실 많아요. 드래프트에 실패할 때마다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해볼까?’라는 고민을 했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요?) 아버지 일을 따라서 하거나 제가 몸 관리하는 걸 좋아해서 헬스 트레이너도 생각해봤습니다.

그래도 야구선수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네요?

가족 때문에라도 계속해야 합니다. 제가 장남이라 저한테 거는 기대감이 크시거든요. 아버지께서 미련 없을 때까지 계속하라고 하셔서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해볼 생각입니다.




임현준 선수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누나분이 올린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봤어요.

(웃음) 사실 누나랑 여동생은 야구를 안 좋아하는데 제 기사가 뜬 게 처음이라 기뻐서 올린 것 같습니다.

일과가 궁금해요.

운동밖에 안 해요. 숙소 생활을 하고 있는데 오전에는 야외에서 운동하고, 오후에는 실내에서 웨이트하고, 야간에는 야간 운동하며 쉬는 거 없이 오로지 운동만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프로에 진출하지 못하거나 구단에서 방출된 선수가 모인 만큼 팀 분위기도 다르겠어요.

프로에서 나온 형들이 거의 코치님처럼 알려주세요. 투구폼도 그렇고 주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주셔서 고등학교, 대학교 때보다 더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독립 구단의 특성상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텐데 특히 어떤 점이 고된가요?

운동 환경이죠. 야구장이 저희만 쓰는 게 아니라 군인들과 사회인 야구 하는 분들도 함께 사용하다 보니 다른 팀이 쓰면 운동을 마음껏 할 수 없어 그 부분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구단 운영을 위한 선수들의 일정 부담금도 있죠?

연천군에서 지원을 받고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워 소속 선수들이 회비를 내고 있습니다.

회비를 내려면 따로 일해야겠네요.

일부 선수들은 주말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으로 회비를 내는 선수들도 있고, 저처럼 부모님이 내주시는 선수도 있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포기하는 선수도 더러 있겠어요.

일주일에 이틀 쉬는데 그때도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니까 체력적인 부담도 있고, 일하느라 주말 내내 개인 운동을 못 하는 게 힘들다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어요. 또 번 돈을 전부 회비로 내다보니 생활비가 없어 계속 숙소에만 있는 선수도 많고요.

선수단 인원은 총 몇 명인가요?

지금은 아픈 사람이 다 빠져서 오늘 시합장 온 인원이 17명 정도예요. 1년에 60경기 정도 소화하는데 부상자가 있어도 대체할 자원이 없죠.

경기 수가 부족하진 않나요?

부족하죠. 저 말고도 다른 투수들이 있는데 일주일에 1~2게임만 진행되면 모두가 뛸 수 없으니까 그 부분이 아쉬워요.

결국 독립 구단의 발전을 위해서는 야구팬과 KBO의 관심이 절실하네요.

고교 야구나 대학 야구도 좋지만, 독립 야구에도 좋은 선수가 많이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경기를 보러오는 팬이 있나요?) 거의 부모님들만 오시고 팬은 없는 것 같아요.

프로팀과의 교류전도 진행되는데, 확실히 경기하며 배우는 점이 있겠어요.

배우는 점도 많고, 일반 경기 때보다 열심히 하게 돼요. 어떻게든 잘 보여서 입단하게 될 수도 있는 거니까 더 오버해서 던지게 되더라고요. 야수들도 마찬가지고요. 열심히 치고 악착같이 달립니다.

관심을 보인 구단은 없었나요?

LG 트윈스에서 관심을 보였는데, 9월 9일에 진행된 대규모 테스트에서 결국 떨어졌어요.




가고 싶은 구단은 따로 있나요?

원래는 KT에 가고 싶었어요. 야구하는 환경도 좋아 보이고 제가 강백호 선수 팬이거든요. 그분 때문에 가고 싶은 것도 있어요. (게다가 친구도 있고 동생도 있잖아요.) 맞아요. 근데 지금은 어디라도 상관없습니다.

시즌 9승으로 독립야구단 경기도리그 다승 1위를 차지했어요.

노찬엽 코치님이 저한테 항상 얘기해주시거든요. 잡생각하지 말고 포수 미트만 보고 바로바로 들어가라고요. 그 말대로 한 게 잘 통했다고 생각해요.

193cm의 다부진 체격과 비교해 구속이 빠르진 않아요.

올 시즌에 좀 늘어서 최고 구속 142km/h까지 나왔는데 평균 구속은 130km/h 중후반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슬라이더로 승부를 보더라고요. 자신의 슬라이더를 어필한다면?

각이 예리하고 타점이 높아 타자들의 스윙이 잘 나옵니다. 이렇게 하면 되나요? (웃음)

피칭을 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점적으로 두나요?

제구력을 무조건 먼저 두고, 포수의 리드에 최대한 따라가려고 해요. 결정구만 제가 원하는 구종을 던지고요. 마운드 위에서는 오직 포수의 미트만 보고 던집니다.

2019시즌의 투수 임현준을 스스로 평가한다면?

초반에는 아주 불안정한 투수였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믿음이 가는 투수가 됐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연천 미라클이 창단 이후 7명의 선수를 프로에 진출시켰어요. 저는 다음 8번째 선수가 임현준이 될 거라 예상해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때 <더그아웃 매거진> 또 나올 거죠?) 무조건 나오겠습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이번 시즌 연천 미라클을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팀이 올해 리그에서 2위를 했거든요. 내년에는 1위 할 수 있게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프로 구단 관계자 여러분, 연천 미라클에 관심 많이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

***

임현준에게 야구란 무엇인지 물었다. 고생과 애환이 담긴 거창한 대답을 기대했지만, 그는 꿈이라고 담백하게 말했다. 열심히 노력해서 반드시 이뤄야 하는 꿈이라고 말이다. 그렇다. 그동안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흘린 거짓 없는 땀방울이 있는데 무슨 거창한 말이 필요하겠는가. 마냥 기약 없는 시간은 없다. 분명 ‘기적’은 그의 앞에 반드시 항복할 것이다.


더그아웃 매거진 103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9년 103호(1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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