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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Universe] 홍익대학교 이거연

조회수 2019. 11. 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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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정답은 없다

에디터가 가장 좋아하는 야구 명언은 ‘야구 몰라요’다. 다섯 글자에 야구의 불확실성과 희비가 엇갈린 현장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야구는 정말이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어느 팀이 이길지, 누가 홈런을 칠지 묻고 말하다가 6시 30분이 되면 자연스럽게 야구 채널을 트는 게 일상이다. 예측은 곧 기대와도 같다. 경기를 보면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 나간다. 그러니까 끝까지 봐야 안다는 이야기다. 팬만 그런 게 아니다. 선수도 오랜 시간을 들여 자기만의 야구를 만들어 나간다. 처음 야구장을 밟았을 때 여기까지 올 거라 생각도 못 했지만 어느새 아기 비룡이 돼 나는 법을 배우고 있다. 홍익대학교에 이어 붉은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첫발을 내딛게 된 2020 SK 와이번스 신인 이거연을 만났다.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이혜정 Location 대단한 미디어




출생 1997년 6월 15일 신체조건 185cm 93kg 출신학교 언북중-휘문고-홍익대 포지션 내야수 투타 우투우타

2019 성적 18경기 70타수 24안타 4홈런 11타점 .343/.614/0.395/OPS 1.009

#만나서 반갑습니다

<더그아웃 매거진>과 첫 만남이에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휘문고등학교,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2020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서 SK 와이번스에 지명된 이거연입니다.

지명회의 이후 두 달이 흘렀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4학년은 시즌이 끝난 거나 마찬가지니까 학교에서 나가도 되는데 지명되고 편안하게 한 번 더 뛰어보고 싶어서 왕중왕전이랑 전국체전을 준비했어요. 저번 주에 체전이 끝나서 이제 막 시즌을 마친 셈이에요. 지금은 구단에 합류하기 전에 몸을 만들어야 해서 쉴 새 없이 운동하면서 보내고 있어요.

드래프트 현장에 없었잖아요. 버퍼링 때문에 중계를 놓쳐서 호명되는 순간을 못 봤다면서요.

카페에서 중계를 보고 있었어요. 코치님께서 모여서 보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나가서 보고 오라 하셨거든요. 1라운드부터 8라운드까지 잘 보고 있었는데 9라운드가 되니까 버퍼링이 걸리는 거예요. 재생 버튼을 막 누르다가 9라운드가 지나갔어요. 안됐나 보다 하고 10라운드를 보려는데 SK가 끝번이었잖아요. 갑자기 문자가 엄청나게 오는 거예요. 도리어 첫 번째로 문자를 보낸 사람한테 제가 어디 됐는지 물어봤어요. (웃음)

어떤 문자가 제일 인상 깊었어요?

아빠 연락이 제일 특이했어요, 야구도 좋아하시고 저한테 기대가 크셔서 내심 길게 몇 줄 써주실 줄 알았거든요. ‘수고했다’라고만 보내셨더라고요. 남들과 다르게 짧고 굵어서 더 임팩트가 있었습니다.

SK에 지명된 걸 알고 나서 기분이 어땠어요?

SK 조영민 스카우트님이 고등학교 때부터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막연하게 스카우트님이 계신 팀에 가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SK가 우승도 여러 번 했고 잘하는 팀이잖아요. 가고 싶은 팀이었는데 딱 불러주셔서 좋았어요.




조영민 스카우트 팀장에게 들은 조언이 어떻게 도움이 됐어요?

올 시즌 중반에 타격감이 떨어졌어요. 저를 보시고 왜 공을 정확히 맞히려고만 하냐고 하시더라고요. 야구는 확률 싸움이라고 빗맞아도 안타가 될 수 있는데 너무 정확하게 칠 필요 없다고요. 정타가 아니어도 되니까 앞에 놓고 멀리 치라고 조언해주신 게 컸어요. “홈런 안 쳐도 펜스 앞에서 잡히는 공 많이 치면 뽑아줄게!”라고 지나가면서 하신 말씀이 마음의 짐을 더는 데 도움이 됐어요.

본인 입으로 말하기 쑥스러울 수도 있지만 SK 스카우트 팀에 어필한 매력이 있다면요?

하나를 확실하게 잘하는 거요. 드래프트 끝나고 스카우트 리포트가 나왔는데 장타를 보고 뽑으신 것 같아요. 우타 거포가 희귀한 게 플러스 요인이 됐어요.

얼마 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잖아요. 계약금은 받았어요?

아직 안 받았어요. (나중에 입금이 되면 어떻게 쓸지 정했어요?) 어머니가 취미 생활로 전통음식 재현을 하시다가 이번에 스튜디오를 열게 됐어요. 오픈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어요. (효자네요.) 다 드려야죠. (웃음)

1년 차는 퓨처스리그에서 가장 긴 시간을 보내잖아요. 슬기로운 강화 생활을 위해 선배나 주변에서 알려준 꿀팁은 없나요?

야구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들었어요. 밥 잘 나오고 야구장 근처에 아무것도 없고요. (웃음) 심심해할까 봐 물어보신 거 같은데 일주일에 한 번 정해진 휴일이 있는 것 자체로 행복합니다. 대학은 그런 게 없거든요. 사정이 안 될 땐 석 달에 한 번 휴일을 받은 적도 있어요. 그동안 하드 트레이닝을 받은 덕분에 강화에서도 잘 지낼 수 있어요.




#이거연입니다

한 번 들으면 기억에 남는 이름이에요. 어떤 뜻이에요?

클 거에 연못 연을 써요. 큰 연못이 되라는 뜻이래요. 강이나 바다는 이미 크잖아요. 작지만 존재감 있는 연못인 거죠. 괜찮은 것 같아요. 마음에 들어요.

야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요?

제 의지는 아니었어요. 초등학교 때 아빠가 살 빼라고 용산 리틀야구단에 보낸 게 여기까지 왔어요. (다이어트엔 성공했어요?) 되긴 했는데 요요가 좀…. (하하)

평소 골프부터 수상스포츠까지 다양한 운동을 즐긴다고 들었어요. 그중에서도 야구선수가 되겠다고 결심한 이유는요?

솔직히 뭔가 느끼고 선택한 건 아니었어요. 지금도 제일 좋아하는 건 골프예요. 처음 배운 운동이기도 하고 주변에 프로골퍼 친구들이 있거든요. 움직이는 걸 좋아해서 스포츠는 다 좋아했어요. 듣고 웃으실 수도 있는데 야구선수가 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어요. 제가 어릴 때 공부를 잘했거든요. 전교 회장, 부회장도 연임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용인 집과 장충야구장을 왔다 갔다 하면서 운동이랑 공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중학생이 돼서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봤는데 성적이 정말 말도 안 되게 떨어진 거예요. 야구는 중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하고 공부를 하는 게 아빠와 저의 약속이었는데 성적표를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안 되겠다. 그냥 야구를 하겠다”하고 부랴부랴 길을 바꿨죠.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봐요.) 성적표가 만든 야구선수예요.

만약 야구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공부를 하고 있었을까요?

악기 다루는 걸 좋아했어요. 어릴 때 배운 첼로를 더 해보지 않았을까 싶어요. (학생회장에 예체능까지… 드라마 주인공급인데요?) 한때 엘리트였죠. (웃음)




한 번 듣고 잊기 힘든 게 또 있어요.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gogimaster’예요.

고기를 일주일에 3번은 먹을 정도로 좋아해요. 잘 굽고 잘 먹으니까 친구들이 고기 마스터라고 불렀어요. 장난으로 주고받은 걸 인스타 아이디로 썼는데 어디 가서 말하면 센스 있다고 좋아하더라고요. 중학생 때 만든 아이디를 계속 쓰고 있어요.

학교에서는 어떤 선배예요?

밥 잘 사주는 선배요. 고기 먹으러 혼자 못 나가잖아요. 한 명씩 데려가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요. (후배들한테 부드러운 선배일 거 같아요.) 말로 풀고 타이르는 편이에요. 부드럽게 대해야 관계가 오래 유지될 수 있잖아요.

야구할 때는 어때요? 실제 성격이랑 같나요?

상당히 예민해요.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이렇게 말도 잘하는데 야구장에 들어가면 신경이 곤두서요. 루틴도 중요하게 여겨서 시합이랑 연습 때 신는 양말도 따로 있어요.

확실히 다른 면이 있네요. 홍대 경기를 보면 더그아웃에서 엄청 열정적이잖아요. 파이팅 넘치는 모습만 봐서 전혀 몰랐어요.

제가 좀 그래요. (웃음) 예민하긴 한데 승부욕도 강하고 팀 분위기를 위해 파이팅을 많이 해요. 더그아웃에서 얌전히 각자 있는 것보다 좋잖아요.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저학년부터 꾸준히 경기에 나왔어요. 4학년에 찍은 커리어 하이는 특별했을 것 같아요.

시즌 최종 기록을 보고 내가 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신기했어요. 제가 타율이 높은 선수는 아니었거든요. 한 번 해보니까 앞으로 어떻게 할지도 정립이 됐어요. 코치님들의 조언은 물론이고 개인 훈련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혼자 이것저것 시도하고 연구하면서 저만의 방법을 찾게 된 값진 시간이었어요.

시즌 전 만반의 준비를 하고 들어온 게 느껴져요.

대학 입학 전까지 부상에 대해 잘 모르고 살았어요. 아프지도 않고 무난하게 해왔는데 대학에 올라오고 다치는 게 끝이 없더라고요. 그걸 3년 하니까 정신력이 흔들려 방황도 했죠. 이걸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고요. 4학년에 올라가면서 부족한 걸 채우려고 좋은 트레이너를 찾아보고 재활 센터도 다녔어요. 명상이랑 요가도 꾸준히 하고요.

타격감이 안 좋았던 대통령기 4강에서도 홈런을 치며 활약했어요.

선택이 빨라요. 컨디션이 나쁘고 밸런스가 안 맞으면 폼도 무너지잖아요. 그럴 때 집착하지 않고 프로야구를 보면서 지금 몸 상태와 맞는 타격 자세를 찾아요. 경기 전날 오재일 선수를 보고 야간 운동 때 수정해서 실전에 들어갔는데 홈런을 나왔어요. (공부를 잘했다더니 야구도 똑똑하게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폼이 자주 바뀌면 안 좋은 거 아니에요?) 큰 틀을 바꾸진 않아요. 셋업 자세나 부수적인 거에서 변화를 주지 궤도나 기본적인 타격은 그대로예요. 제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해 보는 거죠.

홍대는 훈련량이 많기로 소문났어요. 어떤 운동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돼요?

긴 훈련 시간? (웃음) 기술 훈련을 정말 많이 해요. 그래서 초반에 안 풀려도 뒷심이 있어요. 평소 운동 시간이 기니까 지구력과 집중력이 자연스럽게 생겨요. 응집력이 좋아서 이겨야겠다고 생각하면 경기를 잘 뒤집고요. 

대학교에서 줄곧 1루 포지션으로 출장했어요. 유연성도 좋은데 내야 다른 포지션에 욕심 안나요?

3루수 욕심은 고등학교 때부터 있었어요. 그런데 들어가는 팀마다 1루가 없더라고요. 자연스럽게 1루를 쭉 봤는데 프로에 가면 도전해보고 싶어요. 체계적인 시스템도 있고 훌륭한 트레이닝 파트도 있으니까 해보고 안 되면 1루로 빠르게 돌아가야죠. (웃음)

프로 선수들은 응원가가 있잖아요. 어떤 노래를 응원가로 삼고 싶어요?

입에 착착 감기고 중독성 있는 응원가가 갖고 싶어요. (자주 듣는 노래는 뭐예요?) 팝송이나 영화 OST를 주로 들어요.




#비룡의 남자

높은 경쟁률을 뚫고 KBO리그에 입성했어요. 첫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요?

작은 틀부터 말하면 2군에서 자리를 잡는 거예요. 먼저 캠프에 가고 2군에서 꾸준히 경기를 뛰는 게 목표예요. 그래야 1군에 갈 수 있으니까요. (그럼 큰 틀은요?) 돈 많이 버는 거요. (웃음)

일명 ‘기적의 픽’이라고 하죠. SK의 9라운드가 어떤 순번인지 알고 있어요?

그럼요. 박정권 선배님, 한동민 선배님까지 다 9라운드시잖아요. (본인도 이어가고 싶나요?) 당연히 그러고 싶죠. 입단하고 SK 역사를 공부하면서 한동민 선배님이 저와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팀에서 가장 핫한 타자이시고 배울 점도 많을 거 같아요. SK행복드림구장에 인사하러 갔을 때 한 번 뵀어요. (실제로 보니 어때요?) 키가 엄청 크고 잘생기셨어요.

지난달 인천에서 신인선수 신고식을 치렀죠. 직접 구장에 가본 소감이 듣고 싶어요.

좀 놀랐어요. 김광현 선배님 등판일이었는데 프로구장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했어도 그라운드에 들어가면 어떤 느낌일지 예상을 못 했거든요. 전율이 느껴졌어요. 당장 벤치에만 있어도 좋을 거 같아요. (이거연 선수를 알아보는 팬이 많던가요?) 몇몇 분이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신기했어요. 사인도 해드리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그래도 확실히 높은 순번이 인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걔네 옆에 붙어 있었어요. (웃음)

강팀에 들어가면 그만큼 내부의 경쟁도 치열한데 선수로서 어떤 장단점이 있어요?

고졸이랑은 차이가 있어요. 대학에서 정신력을 확실히 키웠고, 기존 선수들과 비교해도 체격이 많이 떨어지지 않아요. 기술력을 조금 보완하면 경쟁력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단점은 달리기가 좀 느린 거? 엄청 느린 편은 아닌데 더 빨라지고 싶어요. 올해 목표가 무관심 도루 세 개였거든요. (당당) 그런데 경기가 다 타이트하게 진행돼서 한 번을 못 했어요. (프로에서 도루하는 건 볼 수 있는 건가요?) 뛰지 말라고 하시지 않을까요? 그래도 해보고 싶긴 해요.

이제 <더그아웃 매거진> 공식 어려운 질문을 해볼게요. 이거연에게 야구란?

진짜 어렵네요. 다들 뭐라고 해요? (다양한데 인생, 동반자, 친구 등등 있어요.) 명함이요. (신선한 대답이에요.) 사회생활을 빨리 시작하게 해준 타이틀이니까요. 어디 가서 인사할 때 어른들이 뭐하냐고 물어보실 때 ‘야구선수입니다’라고 말하면 예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야구를 하지 않았으면 평범한 23살의 대학생이었을 텐데 여러 기회를 얻게 됐어요.




그렇다면 이거연에게 SK 와이번스란 어떤 존재일까요?

한없이 감사한 팀이죠. 뽑아주신 것만으로도 저에게 많은 걸 가져다줬기 때문에 정말 감사해요.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어요?

롱런하고 싶어요. 빠르게 가지 않아도 되니까 천천히 내실을 탄탄하게 다져서 올라가는 게 목표예요. 나이를 불문하고 꾸준히 노력해서 주전이 된 선수들이 정말 멋있더라고요.

마지막으로 SK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해요.

저를 잘 아시는 분도 있고 모르시는 분도 있을 거예요. 팀에 도움이 되는 건 당연하고 팬분들과 소통이 잘 되는 선수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팬을 소중히 생각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더그아웃 매거진 103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9년 103호(1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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