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K리그2 강등 소식에.. 부천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이태동 기자 2019. 11. 26.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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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전 SK, 부천서 연고지 옮겨
부천, 제주 상대로 복수 꿈꿔
부천 제외한 2부 9개 구단은 원정경기 비행기값 걱정
제주가 2부로 강등된 직후 부천 FC 서포터 단체인 헤르메스가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면서 올린 사진. 2006년 연고 이전 당시 반대 시위에 쓰인 유니폼으로 추정된다. /헤르메스 페이스북

'Welcome to the hell(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부천FC 서포터 헤르메스 페이스북)

프로축구 K리그2(2부) 부천FC 팬들은 지난 24일 K리그1(1부) 37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수원 삼성 경기에서 제주가 2대4로 패해 2부 강등이 확정되자 마치 제 팀이 이긴 듯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제주 유나이티드 축구단은 부천 팬들 입장에선 떠나간 연인 같은 존재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전신은 프로축구 원년 멤버인 부천 SK였다. 원래 구단 이름이 유공이었다가 SK로 바꿔 2005년까지 부천을 연고지로 했으나 2006년 제주도로 연고지를 옮겼다. 팀 이름도 그때 함께 바꿨다.

당시 응원할 팀을 잃어버린 아픔을 공유하던 부천 팬들은 아마추어 구단 부천FC를 만들었고, 부천FC는 부천시의 지원 속에 2013년 프로로 전향해 K리그 2에 합류했다.

부천은 이후 제주를 상대로 '복수'를 꿈꾸며 1부 진입을 노렸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올해도 승격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안양에 밀려 꿈이 좌절됐다. 하지만 제주가 2부로 내려오는 바람에 다음 시즌 네 차례 대결을 펼치게 됐다. 부천 팬들은 서운한 감정을 드디어 경기장에서 풀어낼 수 있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장덕천 부천 시장도 제주가 강등된 직후 페이스북에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팬들의 성원이 클 겁니다. 함께 노력합시다'라는 글을 남겼다.

하지만 부천을 뺀 나머지 2부 소속 9개 구단은 제주가 영 반갑지가 않다. 원정 비용이 국내 다른 지방 원정과 비교할 경우 2~4배 정도 되기 때문이다. 버스나 기차 등으로 이동할 수 있는 다른 곳과는 달리 제주는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한다. 제주도 자체가 휴양지라 숙박비도 비싼데, 야간경기라도 치르면 무조건 하룻밤을 더 자야 한다. 선수단과 지원 인력까지 30명 정도가 원정 경기를 함께한다고 가정했을 때 제주 원정 경기 한 번에 1500만원 안팎이 든다고 한다. 성수기가 끼면 2000만원이 넘는 경우도 생긴다. 팀마다 두 번씩 제주도에 가야 한다. 상대적으로 1부 구단보다 재정이 열악한 2부 팀들로선 곡소리가 나올 만하다. 한 수도권 구단 관계자는 "공항이 있는 제주시에서 경기장이 있는 서귀포시도 꽤 멀어 부담이 적지 않다"며 "설마설마했는데 난감한 상황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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