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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People] 두산 베어스 김재호

대단한미디어 입력 2019.11.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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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야수 맏형이란 이름으로

122일을 기다린 뚝심으로 아홉 경기 차를 뒤집고 새 역사를 쓴 두산 베어스. 팬들은 그들을 ‘미라클 두산’이라고 표현했다. 대역전의 정규 시즌 우승부터 한국시리즈 퍼펙트 우승까지, 길고 길었던 2019시즌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3년 만에 다시 통합 우승을 달성한 데는 지난 두 시즌 준우승을 맛본 선수들의 아쉬움이 무엇보다 컸다. 그리고 그 속엔 2016시즌 캡틴의 자리에서 통합 우승을 이끈 김재호의 투지가 누구보다 뜨거웠다. 기필코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그는 간절함을 그라운드에 힘껏 실었다. 한국시리즈에서 .364의 타율을 기록하며 ‘형님’다운 플레이를 보여준 김재호. 그의 기적과 같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박서휘 Location 잠실야구장




#V6

2019시즌 통합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너무 기분이 좋다. 요즘이 최근 몇 년 중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자고 있다. 그 정도로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한국시리즈 4차전, 연장 10회까지 가는 치열한 혈투였다. 우승을 확정 짓고 어떤 심정이었나?

만감이 교차했다. 지난 2년간 한국시리즈에서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다. 나 때문에 팀이 우승을 놓쳤다는 생각에 늘 마음이 무거웠다. 이번 통합 우승으로 짐을 덜게 돼 홀가분하다. 그리고 그런 팀에 고마워 눈물을 왈칵 쏟았다.

오재원과의 ‘키스톤 브로맨스’가 인상 깊었다. 그때의 눈물은 어떤 의미였는지?

캡틴과 포옹을 했을 때 서로 힘들었던 것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감정이 북받쳤다. (오)재원이가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캡틴이기에 포기하지 않고 팀을 잘 이끌어줘 고마웠고 대견했다. 그 순간 나도 동료와 팬들에게 미안했던 마음이 생각나 부둥켜안고 울었다. (격려의 한마디도 곁들였나?) “수고했다. 진짜 수고했다”며 서로를 토닥였다.

셀카 세리머니가 핫하다. 탄생 비화가 궁금하다.

재원이가 어린 친구들을 상대로 공모전을 열었다. 센스 있는 세리머니를 만들어 오면 그중에 하나를 선정하겠다고 숙제를 냈다. 선수들이 낸 아이디어를 가지고 투표를 진행했는데 셀카 세리머니가 채택됐다. 당시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었는데 경기를 치르면서 ‘함께 소중한 추억을 담자’라는 취지로 하게 됐다.

후보 중 가장 마음에 든 세리머니는?

셀카 세리머니가 압도적으로 참신했다.




그동안 두산에서 3번의 우승을 맛봤다. 각각 다른 기분이 들었을 것 같다.

첫 번째 우승 때는 정신이 없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열정적으로 하다 보니 맛보게 된 우승이었다. 두 번째는 전년도에 우승을 했기에 좀 더 여유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주장일 때 처음 통합 우승도 이끌 수 있어서 뿌듯했다. 가장 값진 우승은 이번이다. 지난 2년간 겪은 마음고생을 이겨내고 얻은 거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오)재일이처럼 MVP급 활약을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계획한 대로 이뤄냈다는 성취감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모두 느낀 시간이었다.

내야수 맏형으로서 팀을 이끌어야 했는데 부담감은 없었나?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누구보다 컸다. 여태껏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이렇게 운동을 많이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 했다. 그만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배로 긴장했다. 그것을 극복하는 것 또한 내 몫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다.

특히 어떤 훈련에 집중했는지?

올해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트레이닝 훈련을 자주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힘 있는 타구를 보낼 수 있는 기운이 부족하다는 걸 절감했다. 한국시리즈 같은 큰 경기에서는 긴장감과 심리적 압박감으로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그런 부분을 보완하고자 체력 강화에 집중했다.

한국시리즈에서 .364 타율을 기록했다. 본인의 베스트 플레이를 꼽자면?

1차전을 꼽고 싶다.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건 모두가 긴장되고 부담을 느끼는 첫 경기에서의 선취점이다. 점수를 빨리 내야 후속 타자들의 압박감이 조금씩 줄어들게 된다. 내가 그 발판을 마련해 뿌듯했다. 안타를 친 건 아니지만 만루에서 볼넷으로 1점을 얻으면서 팀의 활로를 뚫어줄 수 있어서 기뻤다.

시즌 후반부터 매서웠던 두산이다. 통합 우승을 어느 정도 예상했나?

2위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1위와 아홉 경기 차가 나니까 우승보다는 주어진 순간에 전력을 다했다. 목표를 우승으로 잡지 않고 하다 보니 편하게 경기에 임하게 됐고 자연스레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흘러가게 됐다. 그러다가 정규 시즌 마지막 세 경기에 팀이 하나가 된 느낌을 받았다. 시즌 초반부터 후배들에게 강조했던 부분이었는데, 그런 응집력을 보며 우승을 못하더라도 플레이오프에 가면 해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두산이 더 강해질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두산의 큰 장점 중 하나가 단합심이다.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중요한 시기에 더 끈끈해지는 모습이 이번 우승의 비결이 아닌가 싶다. 2016년 우승 이후부터 팀이 하나가 되기보다는 조금 산만하다는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특히 작년 한국시리즈가 그랬다. 그래서 올해는 더 하나가 되기 위해 후배들에게 “이제 어린 친구들이 리더가 돼 팀을 이끌어야 하고 모두 하나돼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런 모습이 시즌 막바지에 나타났다.

한국시리즈 상대가 키움 히어로즈로 정해졌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워낙 젊은 에너지가 많고 멤버가 탄탄해 한국시리즈 상대로 꺼린 팀이다.

특별히 눈여겨본 선수는?

두산은 왼손 타자가 많아 분명 왼손 투수들이 1, 2차전 선발로 올라올 거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에릭 요키시와 이승호 선수를 눈여겨봤다.

본인이 생각할 때 한국시리즈 두산 MVP를 뽑자면?

모두가 MVP다. 그래도 MVP 중 MVP를 뽑자면 당연히 주장이다.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그라운드에서 이겨냈고 결과도 만들었다. 우승한 그날도 캡틴다운 모습, 오재원다운 파이팅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 열정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뚝심을 우리가 배워야 한다. 재원이는 본인이 시합에 나가지 못하더라도 늘 열심히 준비하고 묵묵히 동료들을 응원해준다. 또 팀이 꼭 필요한 상황에 나가서 결정적인 활약을 해준다. 내 마음 속 MVP는 캡틴 오재원이다.

그렇다면 내야수 맏형이 생각하는 2019시즌 두산 내야의 MVP는?

(박)세혁이다. 사실 시즌 들어가기 전부터 걱정을 했다. 그러나 걱정이 무색할 만큼 너무 잘해줬다. 첫 풀타임에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부담이 어마어마했을 텐데 잘 이겨냈다. 올 시즌 양의지 선수의 빈자리를 120% 채워주며 새로운 두산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고 생각한다.




#아쉬움이 남은 정규 시즌

정규 시즌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을 것 같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그렇지만 팀이 우승을 했기에 아쉽지 않다.

팀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는 편인지?

개별적으로 가서 한마디씩 한다. 친구들이 내 생각을 잘 이해하고 받아 줄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조언을 한다. 팀을 더 생각하는 선수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후배들에게 “우승을 하고 싶으면 팀을 생각하고, 스타가 되고 싶으면 개인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을 종종 한다.

조언대로 가장 잘 따라주는 후배는 누구인가?

아직 별로 없다. (웃음) 전부 나와 같을 수 없지 않나. 단체 스포츠지만 개인 성적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잘해야 팀이 잘한다는 판단을 하기 쉽다. 차차 경험이 쌓이면 팀이 더 중요하다고 느끼게 될 테고 언젠간 내 말에 공감하게 되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평소에 늘 웃는 얼굴인데 후배들에게도 자상한 선배인가 아니면 혼낼 때는 따끔하게 얘기하는 편인가?

욕도 못 하고 화도 잘 못 낸다. 평소에는 조곤조곤하게 하는데 꼭 필요할 때는 따끔하게 얘기한다. 올해는 이렇게 가다간 정말 안 될 것 같아 딱 한 번 시즌 중반이 넘어갈 때 강하게 얘기한 적이 있다. 그 외에는 후배들이 물어보면 조언을 해주고 그라운드에서도 자주 웃는 편이다.

내야 후배들에게 글러브나 야구 장비를 자주 챙겨주는 자상한 선배로 알려져 있다.

내가 어릴 때는 선배들이 장비를 잘 주지 않았다. 그런 걸 직접 겪었고 나 또한 어려운 시절이 있었기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해외와 다르게 우리나라는 프로에 들어온다고 전부 용품 후원사가 붙는 게 아니다. 1군에서 지속적으로 활약해야 후원을 받게 된다. 그러다 보니 1.5군이나 2군 선수들은 자비로 장비를 마련해야 해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다.

어떤 후배들을 주로 챙겨주나?

달라고 하는 후배들에게는 오히려 안 준다. 무작정 달라고 하면 야구에 대한 열정이 없어 보인다. 내가 야구에 한참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20대 중, 후반 무렵에 연봉은 적었지만 다양한 브랜드의 글러브를 구매했다. 자신 있는 것이 수비였기에 수비에 있어서만큼은 작은 틈만 보여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에 가장 잘 맞는 글러브를 찾으려 연구했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것도 야구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과정이 없이 달라고 하면 뺀질뺀질해 보이더라. 정말 간절하고 꼭 필요해 보이는 친구들을 더 챙겨주는 편이다.

20대부터 연구해온 결과,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글러브는?

특정 브랜드를 홍보하면 안 되니까 비밀이다. (웃음) (후배들에게 본인에게 잘 맞는 글러브를 고르는 팁을 준다면?) 무조건 지원을 해준다고 쓰는 것보다 다양하게 사용해보고 스스로 잘 맞는 걸 찾아야 한다. 이 부분에서도 반드시 노력이 필요하다.




시즌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

시즌을 치르느라 가정에 소홀했다. 아이들에게는 늘 부족한 아빠라 가족을 위해 모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럴 때 아니면 아이들에게 점수 딸 기회가 없다. 아빠의 빈자리를 채우려 노력 중이다.

우승 직후 아들과 그라운드를 밟았다. 훌쩍 큰 모습이다.

몸만 컸다. 아들이 너무 여리고 착해서 행여나 어디 가서 맞고 올까 봐 걱정이다. 좀 더 강해졌으면 좋겠다.

아들을 야구 선수로 키울 생각이 있는지?

본인이 원한다면 밀어주겠지만 운동에는 전혀 소질이 없다. 센스가 없는 것을 보니 엄마를 닮은 것 같다. (웃음)

둘째는 예쁜 딸이다.

둘 다 너무 사랑스럽고 예쁘지만 확실히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성향도 표현하는 방법도 다르다. 요즘은 딸이 “아빠, 아빠”하는 맛에 산다. 자연스레 딸 바보 대열에 합류했다.

딸은 누구를 더 닮았나?

당연히 아내다. 나 닮으면 큰일 날 뻔했는데 다행이다. 첫째는 나를 닮고 둘째가 엄마를 닮아 조화가 잘 됐다.

비시즌 때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계획은 부모님을 모시고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것이다. 그동안 길러주신 은혜에 보답하고 싶어 일정을 잡았다. 그 후 부인과 아이들하고 한 번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올 예정이다. 아무래도 여행을 가야 아이들이 더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 같아 아내와 내가 힘들더라도 아이들을 위한 여행을 여러 차례 계획하고 있다.




#2020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좀 더 집중하고 싶은 부분은?

이번 시즌 전에는 수비에 더 집중했다. 그 전년도에는 공격에 있어서 더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러면서 느낀 게 하나에 심혈을 기울이면 그건 잘 되는데 다른 게 잘 안 됐다. 2020시즌에는 어느 쪽에서도 부족함 없이 다 잘하고 싶다. 내년 캠프에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이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국가대표 타이틀도 거머쥐었는데 앞으로 얻고 싶은 타이틀이나 목표가 있다면?

욕심이야 정말 많다. 개인상도 받고 싶고 MVP도 되고 싶다. 하지만 아직 나는 그 정도의 선수는 아닌 것 같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제일 열심히 역할을 해낸 후 멋지게 떠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올해 (배)영수 형이 야구선수로서 멋지게 은퇴했는데 “참 부럽다”고 말을 했다. 나도 영수 형처럼 할 수 있는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한 다음에 멋진 마무리를 하고 싶다. 물론 아직은 이르다.

내년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다시 얻게 된다. 그만큼 2020시즌에 대한 각오가 남다를 것 같은데?

안 아픈 게 중요하다. 올해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아쉬웠다. 내년에는 그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아프지 않아야 내 기량을 그라운드에서 맘껏 펼칠 수 있다. 트레이닝에 신경 써서 잘 준비해 돌아오겠다.

올 시즌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올해는 ‘희망’이다. 정말 우리 팀이 우승할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그저 발판을 좀 만들고 싶어서 팀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힘들었던 시즌 끝에 우승을 하고 더 단단해진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봤다. 우리가 강팀이 될 수 있다는 뚜렷한 희망을 볼 수 있는 시즌이었다.

앞으로 다가올 2020시즌을 정의하자면?

올해 우승했으니까 내년에 또 하자는 마음으로 ‘2연승’이라 표현하고 싶다. 내년에는 나를 포함해 FA 선수가 너무 많다. 다들 준비를 열심히 할 것이고 한층 더 강해진 모습을 보여줄 거라 자부한다. 무엇보다도 올해 희망을 봤기 때문에 내년이 더 기대된다.




이어서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보자.

최강 10번 타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렇게 비시즌에 얼굴을 보여드릴 수 있어 기분이 좋네요. 올 한해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시즌 막바지와 한국시리즈 때 보여주신 그 열정을 저희도 그대로 느꼈기 때문에 내년에도 여러분의 열정을 목 빠지게 기다릴 것 같아요. 앞으로도 야구장 많이 찾아주시고 기대해주신다면 저희가 그 응원의 힘을 받고 올해같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제 시즌 시작까지 4개월 정도 남았는데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준비 열심히 해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올 한 해 함께해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선수들에게도 한마디 남겨보자.

베어스 선수들, 너무 사랑하고 감사해. 올 시즌 이렇게 값진 선물을 줘서 고맙다는 말을 가장 먼저 전하고 싶고, 항상 미안하다는 말 또한 전하고 싶어. 선배로서 좀 더 후배들을 믿어주지 못한 부분에 대해 서운했을 텐데 앞으로는 더 믿고 형이 의지하도록 할 테니까 내년에도 잘 부탁한다. 비시즌 때 몸 잘 만들어서 기분 좋게 만나자. 사랑한다!


더그아웃 매거진 104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9년 104호(1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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