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더 성장한 황경민.. 2년차 징크스는 없다

강주형 2019. 12. 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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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V리그 신인상을 수상한 우리카드 황경민이 지난달 29일 우리카드 배구단 훈련장인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남자 프로배구 2년차 황경민(23ㆍ우리카드)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왼쪽 공격수의 중요한 덕목으로 꼽히는 리시브 효율에서 리그 전체 1위(51%)를 달리고 있다. 공격도 매섭다. 퀵오픈 2위, 시간차 2위, 오픈 4위이고 서브도 10위다. 공격 종합에선 팀 내 공격 점유율이 조금 부족(19.83%)해 공식 순위에 못 들고 있지만, 규정 점유율(20%)만 넘기면 단번에 리그 3위(54.81%)로 뛰어오를 성적이다. 황경민의 이런 활약을 토대로 우리카드는 2일 현재 V리그 남자부 9승 3패로 7개팀 가운데 2위를 달리며 선두경쟁 중이다. 황경민은 지난달 29일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진행된 본보 인터뷰에서 “외국인선수(펠리페)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국내 선수들끼리 이뤄낸 결과라 사실 나도 놀랐다”면서 “하지만 이 분위기를 봄배구까지 연결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며 자만을 경계했다.

지난 시즌 신인왕을 수상한 그는 올 시즌 들어 ‘2년차 징크스’ 징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황경민은 “형들이 ‘신인상 받고 올해 못 하면 어쩌냐’며 놀리곤 했다”면서 “하지만 대학배구리그 때도 신인상(2015) 수상 후 2학년때 더 잘했기에, 이번에도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라며 웃었다. 배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선호하던 등번호(12번)도 되찾았다. 황경민은 “작년엔 아가메즈가 12번이어서 나는 앞에 ‘1’을 빼고 2번을 달았다”면서 “올해 12번을 달아서인지 더 잘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하지만 이런 놀라운 성장 뒤에는 남몰래 흘린 땀방울이 있었다. 훈련 시간 외에 평일 야간에는 팀 코치들을 졸라 훈련 파트너를 해달라 요청했고, 토ㆍ일요일에는 “차마 휴일까지 부탁할 수 없어” 혼자 훈련했다. 특히 단독 훈련이 불가능한 리시브 훈련은 초심으로 돌아가 초등학생 기본기 다지기 훈련법인 ‘벽치기 리시브’를 했다고 한다. 황경민은 “많은 시간 훈련한 것은 아니지만,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꾸준히 했다”면서 “기본에 충실하려 노력했고 이런 훈련이 나를 성장시킨 것 같다”고 했다.

우리카드 황경민. 이한호 기자

절친이자 라이벌인 팀 동료 한성정(23)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황경민과 한성정은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우정을 쌓은 동갑내기지만, 한성정이 한 시즌 먼저 우리카드에 입단(2017년 전체 1순위)했고 황경민은 이듬해 같은 팀에 입단(전체 2순위)했다. 황경민이 2017년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발목 인대 3개가 동시에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으며 4달을 쉬었고 결국 드래프트 신청도 1년 보류했기 때문이다. 한 팀에서 다시 만난 둘은 지난해부터 우리카드 왼쪽 공격수 한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 중이다. 황경민은 “코트에선 경쟁자지만, 훈련장 밖에선 내가 가장 믿고 의지하는 든든한 친구”라며 “누가 주전으로 나서든 밖에서 열심히 응원한다”고 했다.

팀 선배 나경복(25)의 ‘개인 1호 트리플크라운’(11월 27일 삼성화재 전)에 얽힌 후일담도 전했다. 사실 황경민도 이 경기 1, 2세트에서 이미 블로킹 3득점, 서브 2득점을 올렸다. 후위공격엔 자신 있는 황경민이었기에 서브 1득점만 올리면 나머지 세트에서 후위공격 3점을 추가해 트리플크라운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 황경민은 “사실 욕심 났는데, 여지없이 3세트 서브에서 실책을 했다”면서 “(나)경복이 형이 ‘어깨에 힘 빼라’고 조언해 줬는데, 경복이 형도 개인 기록을 앞두고 ‘나도 자꾸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더라”며 웃었다.

우리카드 황경민이 지난달 29일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올 시즌 1차 목표는 팀이 지난해 성적(포스트시즌 3위)을 뛰어 넘는 것이다. 황경민은 그러나 개인 목표도 숨기지 않았다. 황경민은 “(나)경복이 형이 올해 초 국가대표에 다녀와 실력이 많이 향상됐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국가대표에 선발되고 싶고 트리플크라운도 올 시즌 꼭 달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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